인디 신과 플랫폼 - 홍익대교지편집위원회

최근 인디 뮤지션이 음악시장에서 상승세를 보이며 각종 매체를 통해 노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날치는 2019년의 네이버 온스테이지 출연으로 이름을 알린 후, 2020년 한국관광공사의 광고 출연을 계기로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전통 판소리와 현대의 밴드 악기가 합쳐지면서 기존의 대중음악에 질려 하던 대중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 것이다.

인디 뮤지션은 ‘independent’라는 말 그대로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 자신들만의 음악을 한다. 출중한 실력과 개성이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으며, 아무리 탄탄한 실력과 좋은 음악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체계적인 소속사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인디밴드는 ‘보여질 수 있는 기회’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2000년대에는 홍대 거리의 라이브 클럽과 같은 오프라인에서의 창구가 있었고, 최근에는 온라인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많은 밴드가 노출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인디 뮤지션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음악시장 속에서 어떻게 기회를 잡았고, 어떻게 성장했는지 살펴보자.

PART 1.

음악도 다양해야

현재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장르가 된 힙합은 10년 전만 해도 매우 마이너한 장르의 음악이었으며, 지금의 힙합이 모습을 갖추게 된 데는 비주류 장르였음에도 계속해서 힙합을 사랑하고 활동했던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금 당장은 주목받지 못해도 그 아래에서는 계속 활성화되어 있어야 기존 주류 음악이 시들어져 갈 때 반등하여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계속 나오고 활성화되어야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음악이 탄생하기도 한다. 이처럼 음악에서 생태계 다양성은 몹시 중요하다. 그러나 인디밴드 음악의 경우, 대중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던 한 사건으로 인해 주류로 뛰어오를 기회조차 얻기 힘들었다.

우리는 보통 1990년대 홍대 앞을 중심으로 한 락음악을 인디음악이라 부른다. 이 때 등장했던 ‘자우림’, ‘크라잉넛’, ‘언니네이발관’, ‘델리스파이스’, ‘체리필터’ 등의 인디 1세대 밴드들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중반이 된 이후, 대중들의 눈에 띄는 인디 뮤지션이 뒤이어 나타나지 못했고 결국 인디 신 전체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잃어갔다. 그러던 중, 2005년 7월, MBC 생방송 <음악캠프>에서의 공연 도중 카우치 밴드 멤버가 생방송 도중 하의를 탈의하고 성기를 노출하는 방송사고를 낸다. 당연히 이 장면은 전국으로 생중계됐고, 이후 2000년대 지상파 방송국에 ‘시한폭탄 같은 인디 뮤지션은 방송에 부를 수 없다.’라는 인식이 심어졌다. 당사자인 MBC의 경우 2009년 장기하와 얼굴들의 등장 전까지 모든 인디 뮤지션의 출연을 금지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인디 신은 한동안 침체기에 빠졌다.

다행히 최근 들어 인디 출신 밴드들이 메이저 시장에서도 사랑받으면서 다시금 ‘인디 붐’이 일고 있다. 이들은 탄탄한 실력, 남다른 개성을 가지고 자신들의 음악을 해나갔다. 개성이 남다르다는 것은 각 밴드의 음악 스타일이 각기 다르다는 점에서도 드러나며, 음악성은 물론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기회가 오면 잘 잡아서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성장 발판은 무엇이었을까? 큰 갈래에서 보면 방송 출연, 유튜브 그리고 네이버 온스테이지로 나눠볼 수 있겠다.

PART 2.

원석을 발굴해낸 TV 프로그램

인디 신의 이미지가 수직으로 추락하던 상황 속에서도 몇몇 인디 뮤지션들은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었으며, 이들의 노력은 여러 방송과 미디어를 통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긴 했지만, 여전히 TV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다. ‘퀄리티’라는 측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 이 방송 프로그램의 전문적인 영상과 음향, 그리고 한 번에 많은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는 높은 전파력은 많은 인디밴드의 기회의 장이 되어주었다. 방송 출연이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공한 밴드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혁오와 쏜애플이 여기 해당한다.

혁오는 2015년 무한도전 가요제 출연을 계기로 단숨에 메이저 시장으로 뛰어올랐다. 당시 무한도전에 비추어진 밴드 혁오의 음악은 일반 대중들에게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밴드 혁오는 방송 중 멤버 개개인의 어리숙한 캐릭터성과 반대로 전혀 어리숙하지 않은 음악을 보여줌으로써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방송에서의 이미지가 인기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었다. 밴드 혁오는 인디밴드답지 않게 데뷔 5개월 만에 각종 페스티벌에서 볼 수 있었을 만큼 무명기가 상당히 짧은 밴드인데, 데뷔 EP<20>과 데뷔 다음 연도에 바로 '서울재즈페스티벌',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공연할 만큼 뛰어난 실력과 음악성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쏜애플은 2013년도에 방송된 <밴드의 시대>의 덕을 톡톡히 본 밴드이다. <밴드의 시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방영 당시 <쇼미더머니>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던 흐름 속에서 나타난 돌연변이였다. <밴드의 시대>의 방영은 마치 ‘Rock will never die’를 몸소 보여주는 듯했다. 서바이벌이라는 치열한 분위기 속에서 각각의 밴드는 자신들의 음악을 멋지게 선보였고, 그 과정 속에서 대중들은 하나하나의 밴드를 넘어 인디 음악이라는 장르 자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밴드의 시대>에 경연 참가팀으로 출연했던 쏜애플은 정규 1집<난 자꾸 말을 더듬고 잠드는 법도 잊었네>를 발매했었다. 그런데 우연히도 이 앨범이 평론가, 대중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발매 1년 만에 절판되었다. 점차 인지도를 쌓았던 쏜애플은 멤버들의 군 제대 후 2013년 <밴드의 시대>에 출연했는데, 당시 '피노키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곡을 선보이면서 ‘해피로봇 레코드’와 계약까지 맺었다. 그동안 쏜애플이 ‘아는 사람만 아는 밴드’였다면 방송 출연 이후로는 홍대 거리를 넘어 우리나라 전체에서 티켓파워가 가장 강한 밴드로 손꼽히게 되었으니, <밴드의 시대>가 원석같았던 인디 뮤지션을 발굴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TV 프로그램에 더하여 유튜브 등의 매체가 힘을 얻으며 온라인 상의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활성화: 유튜브

어느 때보다 ‘감성’과 ‘힙함’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시기이다. 감성적이며 힙한 것을 찾는 사람들의 눈에 인디 뮤지션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유튜브 뮤직 서비스의 시작과,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수많은 인디 뮤지션의 플레이리스트, 직캠영상들이 눈에 띈다. 플레이리스트는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있었지만, 유튜브는 동영상의 형태이기 때문에 시각적인 자극, 댓글창에서의 상호작용이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메이저 시장에서의 혁오와 잔나비가 일종의 ‘맛보기’로 작용한 것일까. 유튜브는 기가 막힌 타이밍에 온스테이지 영상, 각종 인디 뮤지션들의 라이브 영상과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했고 사람들은 각자의 ‘나만 알고 싶은 밴드’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 덕에 이전에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밴드들이 많은 대중에게 노출되고 있고 더 이상 인디 뮤지션은 수면 아래 깊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닌, 수면 위에 올라와 좀 더 쉽게 접근 가능해졌다.

유튜브 '직캠'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밴드도 있는데, 바로 잔나비이다. 이들은 그 독특한 감성을 바탕으로 데뷔 초기부터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같은 큰 무대에 종종 올랐다. 잔나비는 라이브 무대와 음원에서의 가사가 꽤 많이 다른 밴드로도 유명한데, 음원과는 다르게 서정적인 가사, 그리고 라이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 잔나비의 감성이 대학생들의 것과 맞아떨어지면서 대학생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인기 덕분인지 잔나비는 각종 대학축제의 단골손님으로 부상하였다. 특히 이 시점에 가장 인기 있었던 곡은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인데, 대학생들의 떼창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직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음악성 또한 대단한데, 데뷔한 해에 펜타슈퍼루키로 선정되었고, 작년에는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노래상, 최우수 모던록 노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유튜브 직캠을 그들의 홀드라 이야기하는 것은 잔나비의 뛰어난 음악을 세상에 알리는 데 직캠 영상이 큰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고퀄리티 라이브 영상: 네이버 온스테이지

네이버 온스테이지는 “숨은 음악, 세상과 만나다”라는 인디와 아주 잘 어울리는 슬로건을 내걸고 매주 3개 정도의 락 밴드를 포함한 여러 인디 아티스트들을 영상의 형태로 소개한다. 온스테이지가 첫번째로 다룬 아티스트가 탱고 재즈 밴드 ‘라 벤타나’였고,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날치’도 소개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소개하고 있다.

온스테이지의 가장 큰 강점은 기획 위원 시스템이다. 음악에 조예 깊은 기자, 잡지 에디터, 음악 평론가, PD들이 모여 뮤지션을 선발하고 소개하기 때문에 홍대 신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뮤지션이나 이미 유명해진 인디 뮤지션들은 대부분 온스테이지 무대를 거쳤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온스테이지는 말 그대로 ‘숨은’ 음악을 대중들에게 소개함으로써 창작자와 대중 사이에 접점을 만들어냈다. 이런 소개와 신뢰가 쌓이다 보니 이제는 ‘온스테이지에 소개된 뮤지션이다.’라고 하면 ‘검증된 뮤지션’이라는 것이 입증됐다고 보기도 한다. 또한, 뮤지션의 입장에서도 체계적 홍보 시스템이 부재한 이들에게 이 정도 고퀄리티 라이브 영상 촬영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뛰어난 홍보 수단이며, 동시에 네이버를 등에 업은 플랫폼에 소개된다는 것 자체로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이날치 밴드는 오래전부터 멤버들 각각이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국악과 다른 장르의 퓨전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날치의 소리꾼들은 국악가로서의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교육과정을 밟긴 했지만, 뮤지컬 출연 등의 경험을 하는 등 각자의 음악세계를 고차원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경험과 성장의 시간들이 쌓여 이날치라는 밴드를 만들었고, 이들은 2019년 온스테이지를 계기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함께 촬영한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와 현대 악기가 함께 연주에 사용되며, 여기에 정말범이 내려오는 것 같은 안무가 시각적 즐거움까지 더해졌다. 완성도 높은 음악이 신뢰도 높은 플랫폼에서 소개되었으니,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붐을 이끄는 인디 신

인디 뮤지션들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음악을 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뿜어내고 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이 계속 자신의 음악을 하고, 또다시 그 음악에서 이익을 얻어 생활을 영위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소비자가 들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앞에서 소개한 TV 프로그램,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네이버 온스테이지가 바로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냈다. 이 세 창구는 뛰어난 실력과 개성을 갖췄음에도 체계적인 지원을 받지 못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많은 인디 뮤지션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덕분에 우리 음악은 점점 더 다양성을 갖추고 있다. 이 기사를 다 읽었다면, 네이버 온스테이지나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취향에 딱 맞고, 어디서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음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용준 yjun2812@naver.com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