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형 이동 장치(PM)*의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6년 6만 대, 2017년 7만 5000대, 2018년 9만 대, 그리고 2022년까지 약 20만 대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2014년에 2078억 원이었던 국내 전동킥보드 시장 규모는 현재 약 6000억 원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새로운 교통수단인 전동킥보드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현재 ‘킥라니’라 불리는 신종 고라니의 출현으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비둘기에게 인증받았다는 면허증부터 시작해 대학 캠퍼스 점령, 그리고 이리저리 쓰러뜨려 놓은 전동킥보드까지.

불빛을 보고 뛰어들어 운전자를 위협하던 기존의 고라니에서 발전해 이제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이들의 행보는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 개인형 이동 장치(PM) : 도로교통법은 최고속도 시속 25km, 총중량 30kg 미만인 전동킥보드, 세그웨이, 전기 자전거 등을 개인형 이동 장치(Personal Mobility)로 정하고 있다.

늘어나는 규모만큼 늘어나는 사건・사고

전동킥보드는 기존 도로교통법상 원동기 장치 자전거*이다. 쉽게 말해 오토바이와 같은 취급을 받고 있었다. 따라서 전동킥보드를 타기 위해서는 2종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가 필요하고, 현행법상 해당 면허는 만 16세 이상부터 취득 가능하다. 즉, 생일이 지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부터 취득이 가능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면허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주변을 살펴보면 전동킥보드를 타고 길거리를 마음대로 누비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째서일까?

* 원동기 장치 자전거 : 배기량이 125cc 이하의 이륜자동차 또는 배기량 50cc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

국민의 우려와는 반대로 규제를 완화하는 법 개정

기존에는 원동기, 즉 오토바이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어서 2종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오토바이 면허) 이상의 면허 자격을 갖고 있어야 했지만, 개정에 따라 전기자전거 수준으로 낮춰져 면허 없이도 이용 가능하며, 자전거 도로로 주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자전거의 경우와 같이, 헬멧 의무화 규정은 있지만 착용하지 않고 탔을 때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미착용 시 처벌 규정이 있다 하더라도, 자동차나 오토바이와는 다르게 번호판이 존재하지 않으며 사용자 대부분이 본인 소유의 전동킥보드가 아닌 공유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헬멧 미착용자를 일일이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예년과 비교하여 몇 배로 늘어난 사건・사고, 그리고 그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는 다르게 진행된 이러한 규제 완화는 국민 사이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지난해 5월 해당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99% 찬성(반대 0, 기권 1)으로 광속 통과됐다. 개정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논리는 ‘전동킥보드 역시 바퀴 두 개가 달려있고, 전기 모터의 힘으로 가는 것이므로 전기 자전거와 다를 바 없다’라는 것이다. 즉, 전동킥보드를 ‘전기 자전거’의 일종으로 본 게 이 개정안의 골자다. 이는 얼핏 보면 설득력 있어 보일 수 있으나, 실제 상황에서는 전혀 다르다. 전동킥보드는 전기자전거와는 사용 패턴에 있어 현저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전기 자전거의 경우 자전거 도로를 비교적 따라가는 편인데, 전동킥보드는 완전히 다른 패턴으로 움직인다. 주로 지하철역 근처에서 가까운 위치의 다른 지하철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혹은 단거리 목적지로 편리하게 가기 위해 많이 사용된다. 위 경우 사실상 자전거 도로가 깔려 있지 않은 경우가 매우 많다. 또, 기존 도로교통법상 차도에서만 주행 가능했지만, 실제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의 경우 보행자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인도 위에서 주행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이러한 전동킥보드의 사용 패턴을 고려했을 때 한눈에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개정 도로교통법에 대해 한 기자가 해당 개정안을 추진한 국회의원들에게 문의했고, 돌아오는 답변은 “직접 타본 적이 없어 현실 인식이 부족했다.”라는 무책임한 답변뿐이었다.

완화된 규제, 그로인해

위와 같은 개정안으로 바뀌면 가장 큰 문제는 당장 미성년자에 의한 사고 발생 시 처벌이나 보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번호판이 없어 도주 시 검거가 어렵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형사미성년자인 만 13세에 의한 교통사고는 형사처분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모든 곳에 자전거전용도로가 있지 않다는 점과 전동킥보드 사용자들이 대다수 헬멧을 착용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볼 때, 자동차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전동킥보드 사용자들은 어두움 속에서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고라니처럼 시한폭탄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또한, 기존 원동기 수준에서 전기 자전거 수준으로 개정되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또한 어려워진다. 음주운전의 경우 현재는 일반적인 음주 운전자와 같게 징역형까지 처벌이 가능하지만, 개정법 적용 이후 개인형 이동 장치(PM)로 재분류되면 자전거와 동일하게 범칙금 처분만 이루어지게 된다. 음주 측정기와 채혈 등을 활용하는 단속 방식과 혈중알코올농도 위반 기준은 자동차의 경우와 동일하며, 음주 운전에 적발되면 범칙금 3만 원이 부과되고, 측정 거부 시 더 높은 금액인 10만 원이 부과된다. 규제 완화 개정법 이전에도 음주 운전자나 헬멧 미착용자에 대한 적발이 힘들었으나, 개정 이후에는 적발되더라도 처벌마저 미미해지는 것이다.

무면허인 만 13세가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채 전동킥보드를 타고 자전거 도로를 달려도 어떠한 법적 제재도 가할 수 없게 만든 이 법안은 작년 12월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큰 우려의 목소리에 다시 강화된 규제

시행될 예정이던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 많은 우려에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국회의원은 지난 11월 18일, 전동킥보드 규제 완화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전동킥보드 규제 강화법’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전동킥보드의 운행 조건으로 개인형 이동 장치 면허 또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 취득 의무화

개인형 이동 장치 면허의 취득 연령도 원동기장치자전거와 동일하게

- 16세 이상으로 제한

- 킥보드 최고속도 20km/h로 하향

- 안전장비 미착용 시 범칙금 부과

- 음주운전 처벌 강화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규제를 완화하는 개정 도로교통법이 적용되기로 한 12월 10일이 점점 다가오면서, 커져가는 우려의 목소리는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으로 모였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정부 부처와 지자체, 공유 PM 업체 15개사, 공공기관 등이 참여한 민관협의체의 회의에서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공유 PM 사업자는 만 18세 미만(단, 원동기면허취득자의 경우 예외)에게 장비를 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공유 킥보드만이라도 대여의 문턱을 높여 무분별한 전동킥보드 사용을 조금이나마 막기 위함이다.

위의 ‘전동킥보드 규제 강화법’은 지난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으나 해당 법안이 여러 절차를 거쳐 실제로 시행되기까지는 약 4개월이 걸린다. 국민의 안전에 4개월의 공백기가 생기는 것이다. 그 공백기를 메우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여러 안전 규제 조치를 쏟아내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헬멧 착용은 의무이지만 범칙금 조항이 없기에 처벌할 수 없고, 승차 정원 초과 역시 마찬가지이다. 또, 민관협의체를 통해 발표한 내용은 공유 전동킥보드에는 적용되지만,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전동킥보드는 만 13세가 운전하더라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동킥보드 사용자와 운전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는 반대되는 규제 완화 개정안이 국회에서 광속 통과되었다가 개정 결정 7개월 만에 이처럼 재개정된 것은 전동킥보드에 대한 이해 부족과 통과된 법안이 국민에게 끼치게 될 영향에 대한 불충분한 고려 탓이다. 법안 발의 건수를 늘리기 위한 법안보다는 제대로 된 법안과 법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 시간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준 이번 ‘오락가락 규제’사태는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이동수단으로 국민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전동킥보드는 그 가치와 편리성을 인정받아 빠른 속도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기존의 전기 자전거와는 전혀 다른 패턴으로 사용되고 있는 전동킥보드만을 위한 전문적인 새 법안이 필요해 보인다. 섣부른 판단으로 통과되고 시정된 오락가락 규제로 인해 4개월간의 안전 공백기가 생겼다. 안전한 전동킥보드 운행을 위해 하루빨리 제대로 된 법안이 마련되기를 바라본다.

이승재  andyworld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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