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평균 가격 헐 10억

얼마를 일 해야 장만할 수 있을까?“

-가곡 <아파트 구입> 中-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과열화는 인디밴드나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의 노랫말을 넘어 가곡에까지 등장했다. 갑자기 집값은 왜 이렇게 폭등했으며, 왜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채 여전히 서민들을 괴롭게 하고 있을까.

한국인, 집값 변동에 울고 웃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부정 평가는 55%로 취임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부정 평가자는 부동산 정책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는데, 부동산 문제는 지난해 추석 이후 부정 평가 1순위를 차지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우선 해결해야 할 2021년 과제로 코로나 19에 이어 가장 많은 응답을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잡을 자신이 있다.”라고 답변했던 것에 이어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부동산 시장은 상당히 안정되는 것 같다.”라고 답하며 일관된 태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21년 1월 11일, 청와대에서 발표한 신년사에서는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하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56.2% 상승한 후에야 ‘집값 잡기’에 실패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음은 분명하나, 국민들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한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내 집’에 대한 한국인의 애착은 그야말로 유별나다. ‘세상살이 설움 중에서 집 없는 설움이 가장 크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한국인은 필사적으로 집을 소유하는 데 매달린다. 이것은 최근의 추세가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진 한국인의 생존본능에서 기인한 것이다. 사회복지제도가 거의 없던 1980-90년대의 베이비붐 세대들은 집을 ‘최후의 안전망’으로 생각했다. 불안한 사회 변화와 어설픈 복지제도 아래에서 서민들은 제 몸 뉠 공간조차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스스로 살 방법을 찾기 위해 주택 자산을 자기 보호 수단으로 택하기 시작했다. 1988 서울올림픽 직후부터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면서 집값은 폭등했고, 베이비붐 세대들은 부동산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1997년 IMF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속에서도 집값은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반등했고, 한국인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레 ‘내 집 마련’을 일생의 과제로 삼기 시작했다. 집을 마련하는 것은 곧 노후 대비 수단이자, 믿는 구석이었으며 성공 그 자체였다.

누군가는 지금 사는 집보다 더 비싼 집, 더 좋은 동네로 이사하려고 애를 쓴다. 또 다른 이는 본인의 집 1채가 있음에도 돈이 생기는 대로 집을 사들여 돈을 불린다. 그러나 자신의 명의로 된 집 하나 없이 월세살이를 전전하는 자도 있으며, 높이 솟은 고급 아파트를 보며 한숨 쉬기 바쁜 사람도 있다. 2021년, 이제 집이란 누군가에게는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욕망의 대상이 되었다. 아파트 구매 재산을 불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은 한반도에서 통용되는 상식이다. 비단 투기 세력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민들도 자신의 집이 얼마나 올랐는지 항상 신경 쓰고 있으며, 주변에서 아파트 불로소득 신화가 들려올 때면 ‘네가 하면 투기, 내가 하면 투자.’라 여기며 말을 덧붙인다. 모든 국민이 부동산으로 대박을 노리는 사회, 그것이 바로 오늘날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문재인 정부, 집값 전쟁에 나서다

문재인 정부는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 비중 증가, 임대사업자 및 전세 대출 등으로 부동산 시장에 이상 과열 현상이 일어나며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 ‘서민을 위한 정부’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23개 이상의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이 대책들을 통해 한 사람에게 하나의 집이면 충분하다는 ‘1인 1주택’ 메시지를 던졌다. 한 사람에게 하나의 집이면 충분하다는 뜻인데, 다주택자들이 가지고 있던 수많은 주택을 매물로 내놓고, 무주택자는 이를 기회 삼아 집을 마련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 가운데 고강도 대책으로 꼽히는 것이 2017년도 8·2대책, 2018년도 9·13대책, 2019년도 12·16대책이다. 2020년에는 임대차 3법을 개정했으며 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하는 등 계속해서 대책을 마련했고,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게 하자

2018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골자로 한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과세표준 3억 원~6억 원 구간을 신설하여 세율을 0.7%로 부과하기로 했다. 종부세의 최고 세율도 3.2%로 인상했으며, 세 부담 상한선도 150%에서 300%로 2배 확대했다. 고가 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의 세율을 대폭 인상함으로써 이들이 매물을 내놓도록 장려한 것이다. 이 대책을 통해 2019년 1월에는 4년 6개월 만에 서울 집값이 하락 전환되는 등 긍정적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같은 해 2월 첫째 주 기준으로 서울 집값은 12주 연속, 전세는 14주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6월에 들어서 집값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고, 정책의 약발이 다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따라서 3개월 후 12·16 대책에서는 종부세를 올리고 양도세를 내리는 등 부동산 관련 세율을 조정했다. 종부세율을 최대 0.8%포인트까지 높였으며, 21년 6월 말까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팔 경우 양도세를 면제해주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였다. 2주택 이상 보유 세대는 규제지역 내 주택을 새로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1주택 가구로 원칙적 금지되나, 이사나 부모봉양 같은 실수요만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즉, 이미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지역에서 집 1채를 더 사려면 은행 대출을 전혀 받을 수 없다. 또한 규제지역 내 9억 원 이상 고가 주택을 살 때는 실거주 목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마용성으로 불리는 마포·용산·성동구 같은 경우 대부분의 주택이 9억 이상이고 강남 4구는 대부분이 15억 이상이다. 따라서 9·13 부동산 대책은 고가 주택의 거래를 일절 금지한다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갭투자가 성행하며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집값이 올랐다고 판단한 것이다.

(2) 무주택자의 권리를 보장하자

2020년 7월 30일에는 임대차 3법을 개정했다. 정식 명칭은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세입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다.

*1981. 집주인의 일방적 계약 해지를 막고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처음 제정

1989. 임대차 계약 기간에 대한 조항 추가. (1년→2년)

2020. 집값 폭등을 막고 안정적인 전·월세를 만들기 위해 개정

개정 내용은 크게 3가지로, 계약 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가 여기 해당한다. 먼저 세입자는 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말하면 2년 계약을 최소 1회 연장할 수 있도록 보호받는다. 또한 계약을 갱신할 경우 임대인은 전에 받던 전·월세보다 5% 이상 올릴 수 없도록 제재받는다. 또한 계약상 내용을 계약일 기준 30일 내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는 의무가 추가되었다.

갑자기 계약이 해지되거나 보증금이 많아져 세입자가 피해를 보는 일은 줄어들게 되었으나, 이미 전세를 살던 사람들은 계약 갱신 청구권으로 연장을 했기에 전세 매물은 급감했다. 임대인은 한번 임차인과 계약을 맺은 이상 5%밖에 인상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시장에 내놓을 때부터 무리하게 높은 가격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3) 더 많은 집을 공급하자

2020년 11월 19일,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서울시는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통해 앞으로 2년간 전국에 11만여 가구의 임대주택을 풀겠다고 약속했다. 민간사업자가 지을 예정이거나 짓고 있는 건물을 정부가 사서 빌려주고, 이미 지어놓은 집이나 빈 상가, 호텔도 정부가 매입하여 집으로 고친다는 것이다. 이처럼 나라가 빌려주는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이라 하고, 소득수준을 고려하여 임차인을 선발한다. 정부는 이미 지었지만 3개월 이상 비어있는 공공임대주택의 경우에는 무주택자에게 소득과 상관없이 임대하기로 했다.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의 월평균 소득 130%에 해당하는 사람은 최대 5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평생임대주택 신청이 가능했다. 정부는 11·19대책에서 이 기준을 150%로 확대하여 무주택자가 더 쉽게 자가를 마련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다세대주택을 주변 시세보다 90% 저렴한 전세로만 내주는 공공전세도 새로 공급하고, 6년 이상 살 수 있게 함으로써 거주 기간 동안 경제력을 키워 계약 종료 후 집을 살 수 있게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본질을 꿰뚫지 못한 정책, 양극화를 마주하다

(1) 집을 팔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줄곧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민간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공급을 유도해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며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자들에게 막대한 혜택을 제공했다. 취득세, 종부세, 양도세 등 임대사업자에 대한 각종 세제 특혜는 이들이 거의 세금을 내지 않고 수백 채의 주택을 쓸어 담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실제 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2016년 79만 호였던 등록임대주택은 2020년 1분기 156만 호로 늘었다.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으라고 부추기지만, 정작 그들이 집을 쓸어모을 수 있었던 이유를 포착하지 못한 채, 헛다리만 짚고 있다.

정부 당국자의 위선 또한 국민에게 회복할 수 없는 배신감을 안기며 신뢰도를 꺾었다.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도를 부추기며 그들을 적폐 취급했지만, 정작 대통령 비서실장, 민정수석 등 청와대 핵심 참모의 37%가 다주택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야말로 ‘내로남불식’ 정부의 스탠스에 국민들은 비난하기 시작했고, 이후 참모진은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주택 매각에 나섰으나 모두 퍼포먼스에 불과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여러 집보다 알짜 한 채가 낫다는 의미의 부동산 용어인 ‘똘똘한 한 채’를 선택하여 반포에 위치한 아파트 대신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매도하여 보여주기식 주택 매각을 시행했다.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강남 3구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중 잠실 소재의 아파트를 시세보다 2억 원이나 비싸게 내놔 사실상 매매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촛불 민심을 받들어 선출되었고 서민을 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던 만큼 정부를 신뢰했던 국민들도 ‘정치인은 다 똑같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것이다.

(2) 대출과 공공전세, 결국엔 양극화?

12·16대책을 통해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위치한 9억 원 이상 주택에 대해 9억 원 이하 분에는 40%, 초과분에는 20%의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적용되었다. 그러나 집값이 폭등하여 서울 전체 아파트의 60%를 차지했던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현재 30% 수준에 불과하다. 대출을 막아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이 정부의 의도였으나, 정말 집이 필요한 사람들의 대출길까지 막아버린 것이다. 현금성 자산이 워낙 많았던 사람들에게는 대출 규제 전략은 전혀 소용이 없었기에, 집값이 이전과 달리 폭등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기준을 설정한 정부의 실수다. 대출이 막혀 집을 사려던 사람들은 전세를 구하기 시작했지만,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전세 매물마저 고갈 난 상황에 이르러 갈 곳을 잃었다. 다주택자 역시 집을 파는 대신 전·월세를 비싸게 받으며 집값이 오르기를 기다렸고, 심지어 대출 규제에 막혀 무주택자들이 포기한 무순위 청약 매물을 현금 부자들이 휩쓸어 ‘줍줍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그동안 나왔던 부동산 정책들은 서로서로 방해하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목표 달성을 어렵게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임대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와 ‘거지’를 합성하여 만든 신조어 ‘휴거’는 임대아파트에 대한 국민들의 어두운 시각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생각은 이기적인 어른들에게서 시작되어 점점 아이들에게까지 학습되었고, 유치원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휴거라고 밝혀지면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사례로 나타났다. 비교적 최근인 2021년 1월 12일, 기안84의 만화 ‘복학왕’ 326화 – 청약대회 마무리 편에서는 웹툰의 주인공인 우기명과 친구들이 아파트 청약을 하기 위해 청약대회 오디션을 치르는 모습이 담겼다. 웹툰은 입지 조건이 훌륭한 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을 ‘귀족으로 갈 수 있는 사다리’라고 표현하는 한편, 정부가 부동산 대책으로 내세운 공공임대주택(행복주택)에는 주인공이 “선의로 포장만 돼 있을 뿐 난 싫어.”, “그런 집은 너희들이나 실컷 살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묘사되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웹툰의 내용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며 지적하기도 했지만, 일부는 현실을 잘 풍자했다며 칭찬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어디에 사는지’를 가지고 서열을 나누던 풍조는 문화 콘텐츠에도 그대로 표현되었고 세대를 이어 계속해서 대물림되는 차별적 인식이 되었다. 이러한 인식이 만연한 사회인데, 11·19대책처럼 임대주택을 무작정 많이 공급하는 정부의 정책은 허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집을 살 수 없다면 정부가 살 테니, 들어와 살라는 정부의 제안은 그야말로 급한 불 끄기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온전한 자신의 집을 갖고 싶어 하지, 임차인 신분으로 다음 집을 걱정하며 살기 원하지 않는다.

‘베니키아호텔 사건’은 아직 초기 단계였던 공공전세에 대한 인식이 바닥을 치게 했다. 서울시 종로구 숭인동에 있는 베니키아호텔을 개조하여 공공전세로 공급했으나, 당첨된 207가구 중 180여 가구가 계약을 취소했다. 당초 이 주택은 10대 1에 달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으나, 그 실체를 살펴보니 월 임대료 외에도 관리비, 청소비, 식대, 가구 대여비 등 40만 원에 육박하는 추가 비용을 내야 해 당첨자들의 원성을 샀다. 첫 역세권 청년주택인 충정로 어바니엘 역시 기본 가전제품 설치 및 렌탈비 문제로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이 제기되었으며 숭인동 역세권 청년주택은 한술 더 떠서 월 80만 원에 달하는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여 청년들에게 외면받았다. 정부와 서울시는 수도권 거주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비싼 임대료와 부수비용을 요구하여 청년들의 경제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청년주택의 경우 용적률, 용도 제한, 세제 혜택 등 사업자의 이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사업자와 건설업자들의 배만 불렸다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도 좋지 않은데 비용까지 비싸다면 청년들은 청년주택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서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언론

(1) 대통령 행사를 위해 새벽 공사를 했다?

2020년 12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토지주택공사 임대주택 100만 호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경기 화성시의 한 행복주택 현장을 방문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다녀간 이후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가짜뉴스가 양산되었다. ‘4.5억짜리 임대 쇼’, ‘대통령 방문 쇼’같은 자극적 헤드라인은 물론, ‘대통령 행사에 맞춰 새벽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줬다.’, ’‘문 대통령이 둘러본 투룸의 인테리어 비용만으로 4290만 원을 썼다.’, ‘해당 단지 입주민들은 곰팡이 및 누수 등 하자 문제를 겪고 있다.’라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는 자신이 해당 행복주택 입주민이라고 밝히며 새벽 공사로 인해 소음 피해를 받고 있다는 글을 게재해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이후 17일 한 언론사의 팩트체크 결과 대통령 방문 행사에 맞춰 인테리어 벼락 공사를 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해당 내용을 입주자 카페에 게시한 당사자는 모델하우스가 있는 218동이 아닌 다른 동 계약자로 아직 입주도 하지 않은 상황이었음이 알려졌다. 자극적인 제목들에 언급된 4억 5천만 원이라는 금액 역시 공공임대주택 설계 공모 대전과 홍보용 영상, 전체 용역비를 모두 포함한 숫자였기에 그야말로 조회수를 노린 가짜뉴스였다.

(2) 지금 이 막차를 놓칠 건가요?

부동산 정책이 계속해서 추가되고 변경되는 상황 속에서, 당장 이 상승세의 막차라도 타서 이익을 보라고 부추기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 전반에 형성되었다.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모으기의 준말로, 모든 대출과 자산을 털어 집을 구매하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조사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신용대출 등)의 작년 말 잔액은 각각 721조9천억원, 266조원으로 1년 사이 68조3천억 원, 32조4천억 원씩 늘어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19 위기 속에 서민·소상공인의 생활·사업자금이나 전세자금 등 실수요가 늘고 있어 가계대출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판단으로 이자율을 낮췄던 정부 덕분에 대출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기에 투자했던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개인이 파산 위험에 처할 수 있고, 그 손해는 금융기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가적 재난이 된다.

개개인의 측면에서도 영끌은 바람직하지 못한 풍조다. 오랜 기간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며 데이터 기반 부동산 시장 분석으로 정평 난 홍춘욱 EAR 리서치 대표는 무주택 20·30세대의 영끌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주택가격 급등으로 주택구입여력지수는 2007년 최저치 수준에 접근하는 등 부동산의 투자 매력은 약화 중이며, 정부의 양도세 및 보유세 인상으로 단타 매매도 어려워졌기에 영끌 전략은 위험대비 수익이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도 모든 가능성을 집 한 채에 쏟아붓는 것은 투자의 기회비용을 모두 잃는,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하는 선택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 이제는 시선을 바꿀 때

누구나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기 원하는 한국사회의 정서 탓을 하는 정부를 국민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게다가 2017년,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재산세, 양도소득세, 건보료를 비롯한 세금 감면 혜택을 주면서 일반 서민들에게 대출과 갭투자로 다주택자가 될 가능성이 열렸다. 오히려 정부는 다주택자가 되도록 부추겼으며, 서민들에게 다주택의 의미는 5년 이상의 미래를 바라보는 재테크이자 장기 투자 수단이었다. 3년이 지난 후, 정부는 갑자기 무주택자와 다주택자를 서민과 부자로 프레임 씌우기 시작했고, 집값 상승의 원인이 다주택자 때문이라 여기며 정책을 만든다. 정말 잡아야 하는 100채 이상 보유 임대사업자나 법인은 아무리 정책이 바뀌어도 굴리는 돈의 액수가 다르기에 타격이 없다. 23번의 정책이 모두 무용지물이 된 이유다.

허상을 좇은 문재인 정부는 결국 1주택자, 무주택자를 비롯한 일반 서민들을 더욱 힘든 상황에 몰아넣었을 뿐이다. 애초에 정부가 국내 상황과 기존 제도의 허점을 제대로 파악해서 정교한 법안을 만들었다면, 지금 같은 집값 폭등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청약 당첨의 꿈도 이제 옛말이 되어 결국 아이 셋 낳고 무주택 20년에 노부모 모시고 살아야 새 아파트에 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전세로 살면서 아파트 매입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결국 눈물을 머금고 월세살이를 하는 시대다. 공공임대가 확대되어도 청년주택은 여러 잡음이 많고, 그러한 집들도 경쟁률은 치열하기 그지없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선으로 현 사안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제는 과도한 규제를 멈추고 공급을 많이 풀 때다. 기존 정부의 사례를 찾아보면, 건강한 시장은 정부의 개입이 최소화되었을 때 만들어짐을 알 수 있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터무니없는 가격에 거래되는 부동산 매물이 늘어날 뿐이다. 기존 정부와 비교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는 보이지 않는 손, 자유시장 이론이 경제학의 기본 개념인 이유를 증명하고 있다. 정부가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본질을 찾아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지 않는다면 이 고통은 계속될 것이다.

김예진  dimplezyn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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