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이상 ‘독도는 우리 땅’만 외칠 때가 아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를 주장하는 중국으로부터 우리가 우리 문화를 지켜야만 한다. 왜 그들은 이렇게 주장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일까?

동북공정이란?

동북공정이란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의 줄임말로, 우리말로는 ‘동북 변경 지역의 역사와 현상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 과제(공정)’라고 한다. 중국에서 ‘동북’은 통칭 동북 3성을 말하는데, 랴오닝성(요령성), 지린성(길림성), 헤이릉장성(흑룡강성)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을 의미한다. 이 지역은 현재 조선족이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오랜 시절부터 전국 각지를 떠난 농민들이 고향을 떠나 이곳에 농지를 개간하며 정착하였다. 역대 고조선 및 고구려 시대 우리의 선조들이 장악하여 생활의 터전이 되기도 하였으며, 특히 일제 강점기에는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항일 운동이 전개되기도 한 곳이다.

동북공정은 간단히 말해 중국의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연구 프로젝트이다. 중국은 2001년 6월에 동북공정에 대한 연구를 계획하였고, 8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듬해 2월 18일 정부의 승인을 받아 공식적으로 동북공정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동북공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중국의 전략 지역인 동북지역, 특히 고구려·발해 등 한반도와 관련된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어 한반도가 통일되었을 때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영토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있다.

왜 문제가 되는가?

동북공정은 고구려를 비롯한 고조선, 발해 등 한국의 고대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왜곡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위해 중국은 이미 1980년대에 고구려사전문연구소를 설립하여 연구를 본격화하였다. 이 작업을 통해 중국은 한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고구려의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려 하였다. 중국 측의 접근 방향은 이렇다. 중국은 한족(漢族)을 중심으로 55개의 소수민족이 만든 국가이며, 현재 중국 국경 안에서 이루어진 모든 역사는 중국의 역사다. 그렇기에 고구려와 발해는 한국의 역사가 아니라 중국의 역사가 된다는 것이 이들의 방향이자 입장이다. 만약 북한이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 않고 중국이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다면, 국제적으로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인정하게 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이를 중국이 빌미로 삼아 강력하게 고구려를 중국사의 일부로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면서 주장한 역사 왜곡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고구려는 중국 땅에 세워졌다.

②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 정권이었다

③ 고구려 민족은 중국 고대의 한 민족이다

④ 수·당과 고구려의 전쟁은 중국 국내 전쟁이었다.

⑤ 왕씨 고려는 고구려를 계승한 국가가 아니다

⑥ 한반도 북부(북한) 지역도 중국의 역사다.

이상이 중국이 고구려사를 귀속시키는 논리이다.

이후 동북공정 연구 자체는 2006년까지 5년을 기한으로 종료됐지만, 그 이론적 바탕이 됐던 ‘통일적다민족국가론’은 여전히 다양한 변강 정책을 통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동북아역사재단과 한국고대사학회에서는 2012년 ‘동북공정 이후 중국의 변강정책과 한국고대사 연구동향’이라는 제목으로 학술회의를 열었고 학자들은 중국의 동북공정이 결국 소수민족의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하기 위한 변강정책의 성격을 지녔으며, 여러 방면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하였다. 고대뿐만 아니라 중국이 일제 시기 만주 지역 독립운동을 자국 역사로 편입하고 공산당 투쟁사 위주로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등, 한중 간 논란이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는 상태다.

왜 또다시

이런 동북공정의 문제가 왜 최근에 들어서 다시 우리를 동요하게 만들었을까. 2011년 중국은 아리랑을 조선족 전통민요·풍습과 함께 국가 무형문화유산에 등록했다. 당시 우리 문화재청은 중국 내에서 해당 문화가 보호받는 일에 한하여 효력이 발생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각계에서 하루빨리 아리랑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에 2012년 아리랑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중국의 댄스 예능인 ‘저취시가무’에서 중국의 민족 춤 대결에 한복과 아리랑, 부채춤이 사용되었으며, 중국 예능에서 마치 이것이 ‘중국의 것’인 양 소개된 것이 문제가 되었다. 해당 방송은 K팝 계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이 출연해 해외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었기에 더 문제가 될 가능성이 컸다. 한 문화평론가는 “문화는 한국과 중국이 싸워 이길 문제가 아니라 나머지 세계가 얼마나 그것을 받아들여 주느냐의 싸움이다. 역사학자가 동북공정에 관해 얘기하는 것보다 예능 등에서 자연스럽게 강조하는 것이 더 무서운 일.”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를 통해 중국 예능에 만연한 동북공정 의식이 얼마나 파급력을 미치는지 그 위험성을 알 수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의 한 게임사에서도 같은 논란이 발생했다. 페이퍼게임즈는 여러 차례 인기 게임을 출시한 경험이 있으며, 그중에서도 ‘아이러브니키’는 2016년 한국 앱 마켓 매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하였다. 인지도도 있고, 한국 지사도 있는 중국 게임 ‘샤이닝니키’는 한국판 서비스를 시작하며 특별 아이템으로 한복을 이용자들에게 지급했는데 이를 두고 중국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이들은 ‘한복은 중국의 전통의상’, ‘한복은 중국 명나라의 의상이다. 한복은 중국 소수민족 중 하나인 조선족의 의상이니 중국 옷이다.’라고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빗발치는 자국민들의 불만에 결국 페이퍼게임즈는 불과 7일 만에 돌연 한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들은 “하나의 중국에 속한 기업으로서 페이퍼게임즈와 조국의 입장은 늘 일치한다. 저희는 국가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며, 적극적으로 중국 기업의 책임과 사명을 다할 것.”이라며 서비스 종료 배경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서비스 시작 이후 불과 일주일 남짓한 기간 만에 한국 이용자들에 대한 어떠한 사과도 없이 안내문만 남기고 ‘야반도주’한 것이다.

이번 일의 더 큰 문제는 중국 게임 기업이 한국 시장에 더 깊숙하게 침투하고 나면 이러한 사태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중국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들어 크게 늘었다. 필요에 따라 언제든 중국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중국 게임 기업이 한국 게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덩달아 커지면서 차이나머니*를 무기로 정치적으로 이용할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의 거대 자본을 일컫는 단어

중국은 우리나라 전통민요 ‘아리랑’을 중국의 국가 문화유산으로 등록했고, “푸른 하늘 은하수~”로 시작되는 동요 ‘반달’을 중국의 소수민족, 조선족의 민요라고 주장했다. 과거 역사적으로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이제는 문화영역으로 확대되어 중국의 한국 문화 탈취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한복 논란, 김치의 근원이 중국의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라고 주장하는 ‘파오차이 논란’, 판소리가 중국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논란까지 이들이 바로 동북공정이 ‘문화공정’으로 진화한 증거들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렇게 점점 가시화되는 동북공정을 우리는 가만히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우리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

(1) 정부는

현재 동북공정을 응용한 연구는 계속 진행되어, 중국의 한국 고대사 왜곡 작업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태이다. 만약 한국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해 무지하다면 후에도 우리는 중국의 논리에 반박할 수 없는 사태에 다다를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처할 수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학교에서의 이론 수업과 활동 수업을 활용한 올바른 역사 교육을 통해 우리 과거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쌓게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중국이 고구려사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고, 그 문제는 무엇인지 참고할 만한 정확하고 접근성이 좋은 홈페이지나 사이트를 개설하는 것도 시급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고구려뿐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출판물을 통해 국제사회에까지 알릴 수 있게 하고 여론의 지지를 받는 노력이 중요하다.

<샤이닝 니키>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한복 홍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문화유산에 가하는 중국의 궤변과도 같은 주장으로부터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한국 역사학계는 2003년 이후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다양한 대응 방식을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동북공정에 대한 분석과 고구려사를 중심으로 하는 고대사 연구의 확대에 집중되고, 대응의 범주 수준도 고구려사를 중심으로 하는 역사의 귀속 문제, 즉 역사분쟁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는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방식이 한국 역사학계 자체의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지 못한 데 따르는 점도 일정하게 작용하고 있다.

양국의 역사 인식 차이는 무엇보다도 ‘민족’의 개념 차이에 있다. 중국의 민족은 한족을 비롯한 55개의 민족이 융합하여 만든 ‘중화민족’으로 즉 현재의 영토를 기준으로 하는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근거로 고구려사를 중국으로 편입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족속계통론(또는 역사계승의식)’에 입각하여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기술하고 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민족’의 개념으로 인해, 각자의 ‘민족’을 기준으로 하는 역사적 범주는 중첩되기 마련이고, 그 역사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주장할 경우 ‘역사전쟁’으로 번져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그러므로 한중 양국이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역사 인식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양국 간의 분쟁을 막기 위한 대안점이 되는 것이다. 국가와 민족의 틀을 넘어서 역사적 안목, 현재의 시점과 과거의 시점을 동시에 반영하는 연구가 요청되며, 그러한 연구를 위해 다양한 역사 대화를 통한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문제에 가장 선두로 나설 수 있는 자리가 공백 상태이다. 동북공정 대응 등을 위해 설립된 교육부 산하 연구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최근 임기 만료도 퇴임했지만, 정부의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식 주장이 거세지면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가운데 인선 지연으로 인한 업무 공백이 발생했다. 그로 인해 최근 문화계로까지 확산한 동북공정 논란에 이렇다 할 적절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기도 하지만, 독도 분쟁, 일본 우익 교과서, 동해 표기 등 동북아 역사·영토 문제 전반을 아우르는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에 인사들을 쉬이 인선하는 데에 난항이 있다. 재단 관계자는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임명을 통해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현 정부의 대응 의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20일에 이 의원은 국회 상설특별위원회로 역사문제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을 주요 골자로 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그동안 국회는 일본·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처하기 위해 2013년과 2015년에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를 두 차례 구성해 운영한 바가 있다. 그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회 차원의 대응을 체계적으로 해 나가도록 해야 하는 차원에서 이 법안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처럼 상설특위로 활동하게 돼 중국의 동북공정에 상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2) 국민은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국민들 또한 적극적으로 문화유산의 가치를 발굴하고 보존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는 다른 국가에서 우리의 문화를 자신의 문화로 귀속시키려 할 때, 우리 문화를 지킬 수 있는 자국민의 힘을 길러야 함을 의미한다. 안일하게 “설마 우리 것이 뭐 어떻게 되겠어?”라는 마음가짐으로 이번 문제 또한 관심을 가지지 않고 넘어간다면 후대에는 자연스럽게 중국 문화로 인식될 가능성이 생기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우리가 가장 큰 움직임을 보였던 것이 바로 한복이었다. 한복이 중국의 것이라는 역사 왜곡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이 그린 한복 캐릭터, 혹은 본인이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한복챌린지’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올리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한복 동북공정’이 되기 전에 목소리를 키워 바로잡고자 했던 대표적인 예시가 되었다. 또한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한복은 K-pop 등의 바람을 타고 국경을 넘나들며, 외국인들의 한복에 대한 큰 관심을 끌었다. 코로나 19로 국내외 관광객들이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한복 업계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가 내린 것이다. 한복이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과의 접목이 중요한데, 그동안 전통문화 부분의 온라인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아쉬운 점이 있었기에 이 시점을 기회로 삼아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복진흥센터,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함께한 한복의 한류 창출 프로젝트인 <한복 웨이브> 패션쇼가 디지털 런웨이 방식으로 지난해 12월 17일에 공개되었다. 한복진흥센터는 사업을 통해 개발된 한복 제품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유통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해외 전문가들을 심사 및 자문위원으로 섭외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9월에 열린 국내 유일의 한복 박람회인 ‘한복상점’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지만, 1시간 동안 3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이처럼 한복 산업 발전을 위해 유통방식의 다양화도 필요하지만 소중한 전통문화인 한복을 일상 속으로 좀 더 가까이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첫 결실을 맺은 ‘한복 교복 시범사업’이 갖는 의미가 크다. 지난해부터 전남 강진군 작천중과 경북 예천군 대창중 등 5개의 학교가 한복 교복을 입고 등교를 시작했으며, 2021년 3월에는 8개 학교 등에서 학생들이 한복 교복을 입을 예정이다.

한복뿐만이 아닌 다른 전통문화도 적극적으로 부흥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점차 인터넷 매체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전 세계에 뻗어 나가고 있는 한류는 중국 입장에서는 경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화·예술에서 나오는 ‘소프트파워*’가 경제·군사적 힘 못지않은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중국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를 위하여 대응 기관의 활동, 역사 연구 및 사서발간, 홍보 활동 등으로 구분하여 지속적인 대응태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정보과학이나 문화 ·예술 등이 행사하는 영향력

최은서  ces47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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