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36조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는 조항이 있다. 그리고 2020년, 모든 국민을 위한 의료인을 양성하기 위해 정부와 의사협회가 격돌했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대립했나.

공공의대란 무엇일까

공공의대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의 준말로, 정부가 공공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 및 운영의 필요성을 제기한 시설이다. 공공의대는 4년제 의학전문대학원의 형태로, 기타 대학의 학·석사를 마친 학생들을 선발해 본 취지에 맞는 인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선발 인원은 이전에 폐교된 서남대학교 의과대학 정원 49명을 배분받기로 했다. 선발 과정에 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밝혀졌으나, 수능 성적에 큰 영향을 받는 일반적인 입시 전형과는 다를 수 있다고 언급되었다. 공공의대에 진학할 경우 학비를 비롯한 교재와 기숙사 비용이 전액 제공된다는 특혜가 있다. 그리고 본 취지에 맞게 면허 취득 후에 지정된 의료 취약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복무를 규칙으로 두었으나, 보건복지부장관이 직접 배치하는 경우는 정해진 지역 외의 근무가 가능하다. 그리고 오는 2024년, 많은 우려 속에서 국립공공의료대학은 남원에 개교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논란의 시발점, 공공의대 법안

공공의대 정책은 2020년 말에 의사협회의 파업 등으로 정치계와 언론계를 크게 달구었으나, 그에 관한 논의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을 필두로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제시되었다. 법안을 제시한 의원은 그 근거로 의료인력 수도권 집중 현상, 의료취약지 근무 기피 현상 심화 등을 거론하며, “단기 복무인력을 활용하는 공공보건의료의 운영상 한계로 인해 공공보건의료서비스의 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때까지는 의료 공백을 사회복무요원 업무 중 하나인 공중보건의 제도로 복구하려 하였으나, 점차 군 입대 자원이 줄어들어 인력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에 제시된 국립보건의료대학은 최근 주장된 공공의대와 목적이 유사하며, 양성된 의료인들에게 의무복무기간을 둔다는 내용을 동일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국립보건의료대학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대한의사협회와 야당의 거센 반대로 폐기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권 교체 직후 현재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이 또다시 동일한 법안을 제안하였다. 법안을 제시한 의원은 동일하게 지방의 의료 공백 문제를 내세웠는데, 마찬가지로 20대 국회에서는 통과되지 못하였다. 그리고 다음 국회에서도 그러할 것이라고 예견되었다. 그러나 몇 가지 변수 덕에 그 예측이 빗나갔고, 공공의대는 추진되기 시작했다.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합당 절차를 밟으며 177석을 차지했고, 원내대표는 공공의대 법안을 발의하였던 김태년 의원이었다. 김태년 의원을 필두로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 19로 의료진 부족 문제가 대두했으며, 현재 정원인 3,058명을 2022학년도부터 연간 400명씩 늘려 10년 간 한시적으로 유지하자는 ‘*의대 정원 한시적 증원 방안’*을 당정협의로 이끌어냈다. 공공의대는 물론이고 의대 정원 관련 사안까지 더하여, 아직 설립되지도 않은 이름뿐인 학교를 둘러싸고 여러 집단이 부딪히기 시작했다.

*정부의 지난 7월 23일 ‘의대 정원 한시적 증원 방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22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 10년간 4천 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고, 이 가운데 3천 명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해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복무하는 지역의사로 육성한다. 나머지 1천 명 중 500명은 역학 조사관·중증외상·소아외과 등 특수 분야 인력으로, 다른 500명은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인력으로 충원할 계획이다.”

공공의대 찬반양론, 한 눈에 보기

찬성

공공의대 및 의대 정원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지지하는 주체인 정부는 우선 국민 당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지역 편차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면허가 등록된 의사 수는 13만여 명이나,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의사 수는 10만 명에 불과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인 16만 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치이다. 지역별로 고려할 경우에도 서울은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가 3.1명인데 반해, 경상북도는 1.4명, 충청남도는 1.5명으로 편차가 크다. 의료 분야의 편차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나라 전문의 10만 명 중 필수진료과목인 감염내과 전문의는 277명, 소아외과 전문의는 48명으로 적은 수준이기에 앞으로의 지속적인 의료 산업 발전에 우려를 표했다. 정부는 이러한 근거를 들어 증원된 의사 인력으로 지역 의료체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지역의 의료기관에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의사협회에서 집단휴진 등의 움직임이 비추어지자, 국민에게 위해가 발생할 경우나 불법적인 집단행동에는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반대

대한의사협회는 공공의대 법안을 비롯한 의대 정원에 관련한 정책에도 크게 반발했다. 의협은 위 두 가지 정책에 더불어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원격의료 도입을 ‘의료 4대악’으로 명명하고 연대와 파업을 예고했다. 의협은 정부가 제시한 의료 정책에는 의사들이 서울에 몰리는 까닭과 필수 분야의 인력이 부족한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고려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현 대한민국은 ‘서울 공화국’이라는 단어가 조어될 정도로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각한데, 기피 과의 의료수가를 올리는 것과 같이 명확한 유인책을 제시하지 않는 정책은 단순히 숫자 늘리기에 불과하다. 그리고 의협 측에 의하면, 의대를 확대하는 것보다는 의사가 제대로 양성될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명의 의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대학 졸업 후 일정 실적을 갖춘 병원에서 근무를 해야 한다. 공공의대 주위에는 그런 인프라가 구축되어있지 않으며, 갓 졸업한 의대생을 지방으로 보내 수련하게 할 경우 수술 팀을 꾸리지 못해 제대로 된 수련이 어렵다고 한다. 또한, 지역 의사제가 개인의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의 원칙을 어긴다고도 첨언했다.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공공의대로 양성된 인재들의 의무복무기간이 끝나면 다시 수도권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의협은 실패한 정책에 의한 피해는 의사와 환자들만이 감당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정부와 의협은 각각 팽팽한 입장을 펼치며 국민들에게 호소했으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각각의 주장을 한 꺼풀 덜어내면, 정부는 의료인의 단순한 숫자를 늘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의협은 구성원들이 실무와 관련되었으니 그 비용과 의사 개인의 권리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양측의 입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한 가지 공통점은, 결국 두 집단 간 문제에서 국민의 피해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당이 여당인지 야당인지, 혹은 의료계 종사자인지에 따라 첨예하게 갈린 반응을 보여주었으나, 의협의 파업만큼은 모두가 만류하는 분위기였다.

갈등의 결정체, 의사 총파업

공공의대 법안의 취지 자체에는 ‘코로나 19’가 언급됨으로써 여론을 잡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점차 법률안 전문과 주 담당 기관인 보건복지부의 홍보 자료가 알려지며 거센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의료공급인들, 대한의사협회가 가장 거센 반발을 보였다. 그리고 의협은 2020년 8월 1일, ‘독단적인 의료 4대 악 철폐를 위한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전국의사총파업을 단행한다고 강경하게 주장했다.

*다음은 의협이 주장한 요구사항의 일부이다.

첫째, 의사 수 증가로 인한 의료비 상승과 인구 감소, 의학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졸속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대한민국 의료 발전을 위해 ‘대한민국 보건의료 발전계획 협의체'를 구성하여 3년간 운영하라.

둘째, 막대한 세금을 들여 또 하나의 거대한 비효율을 만들고 불공정의 산실이 될 공공의료대학 설립 계획을 철회하라. 공공의료기관의 의료 경쟁력 강화와 근무 의료인력 처우개선, 그리고 보건의료분야에서 필수의료에 대한 전면적 개혁을 통해 국민의 건강 증진에 나서라.

셋째, 건강보험 급여화의 원칙인 안전성, 효능성, 효율성이 담보된 필수의료 급여화 우선 원칙을 위반한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철회하라. 건강보험 재정이 암, 희귀난치병, 중증외상 등 국가의 도움 없이 국민 개인의 힘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필수적인 분야에 우선적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하라. 또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원인인 한의약정책관실과 한의약육성법을 폐지하라.

넷째,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주도의 비대면진료 육성책은 의료를 도구로 삼아 기업적 영리를 추구하려는 산업계의 요구를 수용한 잘못된 정책임을 인정하고 즉각 중단하라. 한편, 의사-환자 사이에서의 대면진료와 직접진찰은 가장 기본적인 원칙임을 보건복지부는 국민 앞에 분명하게 천명하고 제한적, 보조적 비대면진료가 필요한 불가피한 상황에 대해서는 의료계의 의견을 수용하여 결정하라.

다섯째, 코로나 19 국가 감염병 비상사태 극복을 위해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와 코로나19 감염증 극복을 위한 최선의 민관협력체제를 구축, 운영하고 특히 의료진의 안전과 의료기관의 기능 보존을 위한 아낌없는 지원과 투자를 통하여 국가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에 힘써라.

당연하게도, 정부는 위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부터 전국 1만 6천 명의 전공의가 하루 동안 집단 휴진함으로써 총파업의 서막을 알렸다. 본격적인 총파업 기간은 약 한 달간 이어졌는데, 인턴과 레지던트, 전임의 등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였고, 협상이 무산되자 보건복지부는 전공의와 전임의에 업무 개시를 명령했다. 그리고 총파업을 주도한 의협을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 등의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파업을 이어가자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10명을 고발했고, 의협은 더 크게 반발하며 언론에 호소했으나 국가 비상사태인 코로나 시국인 만큼 국민의 비난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의사들이 정부와 충돌하며 파업을 이어가는 동안, 의료 공백과 국가 비상사태로 인한 문제들은 모조리 국민이 감당했다. 의사들이 자리를 비우자 암 환자와 같이 중대한 수술 일정이 미뤄지고, 응급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심각한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전공의들의 장기간 노동에 의료계가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함과 동시에, 범국민적 정서를 잃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본격적인 파업 시작 3주 이래로, 정부와 의협 회장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코로나 19가 안정화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의협의 요구안을 바탕으로 의료계 근로조건과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의 복지 부문의 내용도 함께 구성되었다. 합의문에 서명한 직후에도 일부 의료진들은 파업을 계속했고, 의대생들이 국가시험을 전면 거부하여 시험 일정을 미루는 등 이례적인 사건도 일어났다.

현대판 음서제, 공공의대 게이트 의혹

이렇게 합의문으로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던 공공의대를 필두로 한 의료정책 논란은 몇 가지 의혹에 의해 다시 점화되었다. 의협과 정부가 합의한 지 1달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당시 통과되지도 않은 공공의대 법안이 ‘공공의대 게이트’라는 음모론이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간략히 소개한 공공의대 신입생 선발에 지방자치단체장 혹은 시민단체가 개입할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며 ‘현대판 음서제’가 아니냐고 제시되었다. 이에 덧붙여 당시 공공의대 설립 부지로 꼽혔던 전라북도 남원시 지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밝혀졌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의원은 공공의대 설립 계획이 발표된 2018년에 남원시와 보건복지부 사이에서 부지매입 등의 정황이 오갔다고 말했다. 법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장소 결정부터 부지 확보까지 이루어진 것은 일종의 사전 합의가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이에 적극적으로 시민단체 추천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남원 지역과도 정식 공문을 주고받은 것이라는 해명문을 발의했다. 그러나 해명 과정 중 보건복지부의 카드 뉴스가 잘못된 정보를 제시하여 음서제 논란을 더욱 키우는 등의 구설수가 이어졌고, 결국 공공의대의 이름 뒤에는 씻을 수 없는 찝찝함만이 남게 되었다.

취지는 분명 옳았으나, 이것이 최선일까?

정부가 제시한 자료대로 의사 수는 여타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자료는 정말 단편적으로 의사의 수에만 집중한 자료이다.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의료접근성 최강의 국가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환자의 연간 외래 진료* 건수는 16.6회로 OECD 평균치인 6.8회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경제적 의료접근성 또한 뛰어난데*, 많은 의사들이 현재의 의료수가 체제와 공공의대가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래 진료: 환자의 증상이 입원할 정도로 중증이 아니며 통원이 가능한 경우의 진료 형태.

*의료수가의 상대적 가격 수준을 확인하면 미국을 100으로 정했을 때, OECD 평균은 72에 해당하는데, 우리나라는 48로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유럽 각국은 대부분 70∼140 정도의 수준이고, 우리나라보다 의료수가가 낮은 곳은 헝가리·폴란드·체코·러시아 등 구 공산권 국가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환자가 돈을 직접 의료진에게 지불하는 구조가 아니다. 의료진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돈인 ‘의료수가’는 크게 기본진료비, 행위료, 재료대로 구분이 된다. 국민은 정부 기관인 건강보험공단에 정해진 보험료를 지불하고, 병원에 가서 본인 부담금을 내고 치료를 낸다. 이때의 금액은 의료기구를 이용하거나 약을 받는 등 실제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정부는 지금과 같은 의료보험 체제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낮은 의료수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피부미용과 성형 등의 비보험 항목을 제외한 외과 등은 환자를 치료할수록 적자인 모순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절대적인 환자 수가 적은 지방병원은 물론이고 수도권의 주요 병원조차 적자를 부르는 필수과 의료진 수를 증원하지 않고 있는데, 현재와 같은 구조라면 아무리 공공의대로 필수 항목의 의사 수를 늘려놓아도 원래의 기대효과인 지방 필수의료진의 자생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공공의대의 수련시스템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외과전문의 한 명이 수술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숙련된 마취전문의, 그리고 숙련된 간호 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전문적인 의료팀을 구성하는 것은 시설과 인재가 집중된 곳에서 일정한 실적을 쌓아야만 가능하다.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의료진은 직접 수술을 집도하는 것이 아닌, 결국 수도권의 대형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도록 인도하는 반쪽짜리 역할만 이행하게 될 것이다.

의료진의 인원수를 무턱대고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은 이미 간호대학 정원 증대를 통해 밝혀졌다. 정부는 지방 중소병원 간호사 부족을 이유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을 중심으로 간호대학 정원을 크게 늘려왔다. 2011년 183개였던 간호대학 수는 2016년 203개로 5년 사이 20개 대학이 새로 만들어졌고, 이 시기 입학정원 역시 1만5389명에서 1만8837명으로 3448명이나 급증했다. 그러나 약 10년 동안 간호대학 인원을 증가시켰음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매해 2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간호면허를 취득하며 신규간호사로 배출되고 있지만, 증원이 무색하게 실제 임상 간호사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많은 지방 간호의들이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의대에 대한 의협의 대응이 마냥 훌륭했다고만은 할 수 없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국가 총 비상사태였고, 코로나 19 대응에 투입되는 인력조차 지방의 공공병원의 인력이기에 현저히 부족하다. 의협은 또한 공공의대 선발과정의 불투명성을 잘못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의협이 지난 파업 돌입 전 제시한 카드뉴스에는 전교1등 출신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것인지, 공부를 못하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것인지 선택하라는 내용이 있었으며, 의협 공식 SNS에도 게재되어 지나친 엘리트 의식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 외에도 의협 내에서도 합의문을 두고 여당과 야당파로 나뉘기도 하고, 4대 의료악 철폐 요구안에 첩약 급여화 폐지를 주장하며 한의사협회와도 대립각을 보였다. 일부 의사들은 단순히 목표 평균 소득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의료 정책을 반대하기도 했고, 그에 비롯한 권력 의식과 집단 이기주의적인 행보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공공의대 사태는 심각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불확실하기만 한 공공의대 정책을 밀고 나간 정부의 잘못이 크다. 한 명의 의료진이 아쉬운 상황에서 ‘사명감 있는 의사를 양성하자’라는 이상주의에 빠져 반발을 초래했다. 그리고 의료진의 부재를 비롯한 모든 결과는 국민이 감당해야만 했다. 총파업이 끝난 지도 벌써 반년이 지난 현재, 정부는 국민을 방패로 삼아 슬금슬금 공공의대 정책을 다시 주장하고 있다. 이미 남원시는 신년기획으로 공공의대 유치를 위한 부지를 정립하고 있으며, 인프라 구축도 호기롭게 계획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의대를 추진한 까닭은 과연 국민의 건강을 앞서 우려했기 때문일까, 혹은 건강할지도 모르는 국민의 표수를 얻기 위해서일까?

임유빈  kss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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