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한 나날이 어느덧 일 년 반! 그 기나긴 시간 속에서도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사안이 있으니, 바로 ‘학점 완화’이다. 학점은 주는 대로 받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장학금 받을 거 아니면 중요하지 않다고? 섣부른 판단은 금물! 작년, 그리고 지금까지도 가장 뜨거운 감자인 학점 완화에 대해 알아보며 홍익대학교의 학점이 어떤 길을 걸어왔고,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 왜 중요한지 함께 살펴보자.

1. 학점 완화, 어느덧 일 년 반

2020년 1월 19일 국내 첫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하며 사람들의 불안감이 높아짐에 따라, 홍익대학교 학생들 역시 대면 수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3월 2일, 홍익대학교는 개강 일자를 16일로 연기함과 동시에 개강 후 2주간 대면과 원격강의를 병행 운영, 이후 전면 대면강의로 전환한다는 공지를 내놓았다. 하지만 신천지 대구교회 코로나 19 집단 감염 등을 원인으로 상황이 악화되자, 결국 이틀 뒤인 3월 4일 홍익대학교는 모든 강의의 원격 비대면 수업 전환을 결정했다. 이후 학생들은 비대면 중간고사 시행 중 부정행위 발생 사례를 근거로 하여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등록금 반환 운동을 전개, 이와 함께 보다 유연한 성적평가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5월 13일, 원격강의로 인한 수업 손실에 대한 논의가 등록금 심위위원회에서 이루어지면서 이러한 주장에 박차를 가했다. 이를 기반으로 총학생회는 1학기 납입 등록금 부분 반환, 수업 결손에 대한 교육권적 보상 방안 마련, 전 과목에 대한 학점포기 허용, 성적 부여에 있어 A+B 학점의 최소 비율 80% 보장 등을 주장하며 천막 농성을 펼쳤다. 6월 5일 총학생회 등록금 반환 운동 천막 농성 22알차 경과보고 및 경과에 대한 입장문에서 학생들은 홍익대학교가 학점포기와 선택 적 PASS 제도 등의 도입을 고려 중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6일 뒤인 6월 11일, 홍익대학교는 성적부여 관련 변경 사항 안내 공지를 통해 선택적 PASS 제도(D0 이상의 학점을 취득 한 교과목의 성적을 P로 변경 취득 가능), 학점포기 제도(C+ 이하의 학점을 취득한 교과목에 대하여 성적을 삭제), 완화된 상대평가 제도(A 학점 최대 40%, A+B+C+D+F 학점 최대 100%를 부여)를 통해 성적 평가가 진행될 것임을 학생들에게 알렸다.

2020학년도 2학기에도 여전히 비대면 수업이 이어졌지만, 12월 초까지 성적평가방식에 대한 공지가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학생들이 혼란에 빠졌다. 결국 총학생회의 주도 하에 12 월 6일, 홍익대학교 서울캠퍼스 긴급 전체 학생 총투표를 통해 지난 학기 시행되었던 선택적 PASS 제도, 학점포기 제도, 완화된 상대평가 제도에 대한 요구가 이루어졌다. 홍익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투표권자 11,834명 중 65%인 7,654명이 참여한 총투표에서 A+B 학점 비율을 1학기 수준으로 변경하자는 완화된 상대평가 제도 재도입에 대한 찬성은 7,572명으로, 참여자의 98.9%에 달했다. 이는 다른 안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점포기 제도 재도입에 대한 찬성은 92.5%(7,077명), 선택적 PASS 제도 재도입에 대한 찬성은 95.2%(7,283명)로 세 안건 모두 90% 이상의 찬성률을 보였다. 해당 결과를 홍익대학교 측에 전달했음에도 응답이 없자 총학생회는 12월 14일 긴급 전체 학생 총회 소집을 통해 2,190명의 학생들과 함께 합당한 보완책을 논의하였다. 긴급 전체 학생 총회 소집 종료 9 일 후인 2020년 12월 23일, 홍익대학교는 성적부여 공지를 통하여 선택적 PASS 제도, 학점포기 제도를 제외한, ’A 학점 비율 최대 40% 이내‘라는 완화된 상대평가 제도만을 시행하겠다 밝혔다.

2021학년도 1학기에도 학점 완화 요구는 이어졌다. 총학생회는 ‘원활하지 못한 수업환경’, ‘비대면으로 인한 평가의 공정성 훼손’, ‘타 대학과의 경쟁력 약화’라는 세 가지 사항을 근거로 A 학점 비율을 최대 50%까지 완화하는 새로운 상대평가 완화 제도를 요구하며, 이를 위해 3월 31일 원격강의 진행에 따른 교육권 침해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4월 5일 COVID-19 확산 및 교육권 침해에 대한 총학생회 대응 전략과 경과보고에 따르면, 총학생회는 학교 본부로부터 ‘해당 내용에 부정적이지 않으나,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사안이다’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총학생회는 더욱 강력한 요구를 위해 같은 달 13일에 시행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도 해당 사안을 언급하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적평가 방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5월 26일에서 28일까지 이틀간 시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6월 2일, 2021학년도 1학기 성적평가방식의 변화에 대한 공지가 이루어졌다. 공지사항에 따라 2021 학년도 1학기에는 기존의 절대평가Ⅱ유형, P/N, 교류 교과목을 제외한 모든 교과목에 대해 ‘절대평가Ⅱ유형(강좌별 평균 평점과 관계없는, 교수 재량에 따른 절대평가)’이 시행되었다.

2. 학점 완화, 학생들의 목소리

그렇다면 2020학년도부터 2021학년도 1학기까지 이루어진 다양한 평가방식에 대해 학생들은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2021년 6월 28일부터 7월 12일까지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각 성적평가방식 제도에 대한 인식, 그리고 해당 제도를 결정하기까지 홍익대학교의 대응에 대한 반응을 조사해보았다. 총 100명의 학생이 질문에 답했다.

Q1-1. 코로나 19 이후, 2020년도 1학기 실행되었던 홍익대학교의 ‘선택적 PASS 제도’가 변화된 학습 환경에서의 상대적 비교평가에 대한 적절한 평가방식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 매우 적절한 대응이었다. 24.1% > 적절한 대응이었다. 35.2% > 보통이었다. 14.8% > 적절하지 않은 대응이었다. 18.5% > 매우 적절하지 않은 대응이었다. 0%> 잘 모르겠다. 7.4% (*2020학년도에 재학 중이지 않았던 21학번의 응답을 제외한 수치임)

@ : 작년 1학기는 모두가 실시간 비대면 수업이나 시험을 처음 시도하는만큼 학습 환경의 차이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부분을 적절히 극복하도록 도운 제도였던 것 같아요. 비대면 시험 부정행위에 대한 대책으로도 적절했고요.

@ : 취지는 좋았으나,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PASS 제도를 사용하면 된다는 사실이 학습 의욕을 떨어트린 것 같아요. 무분별한 PASS 사용으로 학점 인플레이션도 심해졌고, 이에 따라 장학금이나 기숙사 제도에 혼란이 발생한것 역시 문제였다 생각합니다.

Q1-2. 코로나 19 이후, 2020학년도 2학기 실행되었던 홍익대학교의 ‘완화된 상대평가 제도’가 변화된 학습 환경에서의 상대적 비교평가에 대한 적절한 평가방식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 매우 적절한 대응이었다. 25.9% > 적절한 대응이었다. 44.4% > 보통이었다. 24.1% > 적절하지 않은 대응이었다. 3.7% > 매우 적절하지 않은 대응이었다. 0% > 잘 모르겠다. 1.9% (*2020학년도에 재학 중이지 않았던 21학번의 응답을 제외한 수치임)

@ : 선택적 PASS 제도는 학생에게 직접 성적에 대한 선택권을 주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한것 아닐 까요? 완화된 상대평가 제도는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보다 공정한 성적평가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 적절한 조치였지만, 비율이 다른 학교에 비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이 시기에 대학가의 전반적인 학점이 높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이요. 또 모든 강의가 40% 비율을 채워 준 것도 아니어서, 완화의 정도가 강의나 교수님에 따라 달랐다는 점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

Q1-3 코로나 19 이후, 2021학년도 1학기 실행되었던 홍익대학교의 ‘절대평가 제도’가 변화된 학습 환경에서 의 상대적 비교평가에 대한 적절한 평가방식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매우 적절한 대응이었다. 16% > 적절한 대응이었다. 31% > 보통이었다. 28% > 적절하지 않은 대응이었다. 9% > 매우 적절하지 않은 대응이었다. 10% > 잘 모르겠다. 6%

@ : 학점 비율의 제한이 없다는 건, 성실하게 수업에 임한 학생들은 대부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뜻 아닐까요? 앞선 제도들, 특히 선택적 PASS 제도에 비해 학습의 동기부여 정도가 컸던 것 같아요.

@ : 강의나 교수님에 따라 완화를 체감했다는 사람, 그렇지 못했다는 사람이 극명히 나뉘는 것 같아요. 홍익 대학교의 공지 자체가 늦은데다가, 이마저도 몇몇 교수님은 공지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취하셔서 당황하기도 했어요.

Q2. 홍익대학교의 전반적인 ‘학점 완화 관련 대응 과정’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계십니까?

> 매우 적절한 대응이었다. 7% > 적절한 대응이었다. 24% > 보통이었다. 39% > 적절하지 않은 대응이었다. 19% > 매우 적절하지 않은 대응이었다. 11% > 잘 모르겠다. 0%

@ : 학점 완화라는 제도를 시행한 것 자체가 타 학교와 비교했을 때 홍익대학교만 학점이 떨어지는 걸 막고, 학생들의 학점 부담을 덜어주려 한 것 아닐까요? 이러한 의도에 있어 홍익대학교가 적절한 제도를 매 학기 도입했다고 생각해요.

@ : 변화된 성적평가방식 자체에는 불만이 없지만, 행정 처리와 공지사항이 지나치게 늦는 것 같아요. 아마 이 점은 적절하거나 보통이라 대답한 학생들도 공감하리라 생각해요. 또 학교 측과 교직원, 학생 간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어요.

Q3. 해당 사진은 코로나 19 이전, 홍익대학교의 기존 학점 비율을 나타내는 표입니다. 코로나 19 이전 홍익대 학교의 학점 부여 기준에 대하여 어떤 인식을 가지고 계십니까?

> 상위권 학점의 비율이 높다(학점이 후하다) 2% > 학점 비율이 적절하다 35% > 상위권 학점의 비율이 낮다(학점이 박하다) 54% > 잘 모르겠다. 8%

@ : 홍익대학교 기존 학점 비율도 타교와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나지 않다고 느꼈어요. 실제로 A까지의 학점을 30%만 주는 학교도 꽤 많다고 알고 있고요.

@ : 작년에 상대평가 완화라는 명목으로 A 비율을 40%까지 늘렸지만, 그 비율은 코로나 이전에도 이미 여러 학교에서 시행하던 정도라고 들었어요. 실제 뉴스 기사에서 서울권 대학 평균 A 학점까지의 비율이 35%쯤이라는 기사를 읽었던 기억도 있어요. 이에 비하면 30%라는 비율은 대외 경쟁력을 가지기에 빈약하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설문조사를 통해 각 학점 완화 제도 및 홍익대학교 학점에 관한 대략적인 학생들의 의견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지난 세 학기간 학점 완화 제도 자체에 대해선 대부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지만, 학교의 대응에 대한 인식이나 코로나 19 이전 학점 비율에 대한 인식을 묻는 문항에서는 비교적 부정적인 답변의 비율이 높았다. 또한 다양한 제도에 있어 학생들의 가장 큰 의문점은 ’실질적인 완화 여부‘이었다. 학생들은 완화된 상대평가 제도도, 절대평가 제도도 평가자의 재량에 따라 의도와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난 학기들에 실제 부여된 학점 통계를 함께 살펴보며 지난 3학기 동안 홍익대학교와 타 대학의 학점 완화 실태에 대해 알아보자.

3. 학점 완화, 홍익대학교와 다른 학교들

2020년 1학기 홍익대학교는 중앙운영위원회1)와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원격강의라는 한정된 학습 환경에서 학생들의 학습 결과를 상대적으로 비교·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 보다 유연한 성적평가방식 적용을 위하여 ‘완화된 상대평가 제도’, ‘학점포기 제도’, ‘선택적 PASS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선택적 PASS 제도는 홍익대학교가 서울권 대학 최초로 도입하여 화제가 되었다.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 ‘대학알리미’에서는 매년 학교별, 학과별 전공 및 교양과목 성적 현황에 대한 공시 자료를 제공한다. 공시항목 2-가-1. 전공과목 성적분포 자료에 따르면, 홍익대학교에서 2020학년도 1학기 A 학점 이상(총 평점 4.0 이상)을 받은 학생은 전체의 51%, A+B 학점 이상(총 평점 3.0 이상)을 받은 학생은 94.8%이다. 서울권 일반대학 41개교의 평균 A- 이상 학점 분포 비율이 53.4%, B- 이상 비율이 88.2%임을 고려할 때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님을 파악할 수 있다.

선택적 PASS 제도는 강의 환경에 따른 불균형이나 불이익을 해당 학생 스스로, 필요한 만큼 상쇄 및 조정이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환영받았으나, 일각에서는 이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학점 인플레이션으로 인하여 기숙사 선발과 장학금 지급 대상 선정을 위한 성적 커트라인이 지나치게 오른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특히 장학금의 경우에는 그 종류나 학과마다 패스 과목에 대한 성적 처리를 다르게 시행하여 학생들이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2020년 2학기, 학생들의 관심사는 1학기 시행한 성적평가방식을 유지할지, 특히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선택적 PASS 제도가 2학기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에 집중되었다. 하지만 학교 본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2020학년도 1학기 발생한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에 따라 학교 본부의 2학기 주안점은 자연스럽게 평균 학점의 원상복구와 평가의 정상화가 되었다. 1학기에는 이례적인 상황 속에서 이례적인 지침을 마련했지만, 모두가 변화된 상황을 인지한 2학기에는 이례적인 성적 평가방식을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홍익대학교 측 의견이었다. 하지만 행정 운영의 일관성, 비대면 수업 방식의 지속적인 변동과 혼란 초래 등을 이유로 예년과 같은 성적평가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못하다는 중앙운영위원회의 주장을 수용하여, 결국 홍익대학교는 2020학년도 2학기 A 학점 최대 비율을 40%까지 늘리는 ‘상대평가 완화’만을 시행한다는 공지를 내놓았다. 학점포기 제도는 학생들이 이미 변동성이 클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허용할 이유가 없으며, 선택적 PASS 제도의 경우 해당 제도 도입시 이루어지는 성적 상승으로 인해 국가장학금 지급 관련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한 한국장학재단의 제재로 재시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홍익대학교의 입장이었다.

완화된 상대평가 제도 자체는 환영받았으나, A 학점 최대 40%라는 완화 비율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렸다. 특히 이전 학기 53.4%라는 서울권 일반대학 평균 학점 비율과 이에 대해 지나친 학점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언론의 보도를 접한 학생들은, 완화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우려는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대학알리미 공시항목 2-가-1. 전공과목 성적분포에 따르면 2020학년도 2학기 홍익대학교 학과별 A 학 점 이상(총 평점 4.0 이상)을 받은 학생은 전체의 41.5%, A+B 학점 이상(총 평점 3.0 이상)을 받은 학생은 86.7%이다. 서울권 일반대학 41개교의 평균 A-까지의 학점 분포 비율이 53.2%, A+B의 비율이 86.9%임을 고려할 때 두 수치 모두 평균에 미치지 못함을 파악할 수 있다. 한양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중앙대학교 등 여러 서울권 대학이 코로나 19 이전에도 A 학점 40%를 고수하던 것을 생각했을 때 씁쓸한 수치이다. 이는 교양과목 성적 분포라 하여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권 일반대학 교양과목 A- 학점 이상 학생은 51.4%로, 홍익대학교의 완화된 상대평가 비율 규정과 10%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상대평가 완화는 분명 필요한 조치이며 대부분의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그 비율이 타 대학에 비해 아쉽다는 평가가 여럿 제시되었다.

이러한 논란은 이후 대학알리미에 2020학년도 2학기 학교별 전공과목 성적분포 자료가 공시되고, 이를 분석한 자료가 속속들이 제시되며 재점화되었다.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서울·경기권 20개 대학의 전공과목 수업에서 A- 학점 이상의 성적을 받은 학생은 평균 56.8%이다. 해당 수치가 60% 이상인 학교는 20개 중 8개, 50% 이상인 학교는 14개에 달했다. 홍익대학교의 완화된 상대평가 제도에 따른 A 학점 41.5%와 대조적인 수치이다. 홍익대학교 학생들은 이후 취업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하게될 주변 대학들과의 평균 학점 차이를 보며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학점 평가 비율이 높은 일부 기업 및 국내외 대 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 편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 로스쿨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타 학교와 비교했을 때 낮은 학점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2021년 1학기에도 비대면 강의는 계속되었고, 많은 학생들이 대외 경쟁력 약화, 수업 및 성적 운영에서의 문제점 등을 이유로 완화된 상대평가의 비율을 더욱 확대하자는 주장을 이어나갔다. 총학생회는 이론 교과목에 대해 A 학점 50% 이내, 실험, 실습, 실기 교과목에 대해 A 학점 70% 이내 부여를 주장하였지만, 홍익대학교의 답변은 상대평가, 절대평가Ⅰ유형을 적용하는 모든 교과목에 대해 절대평가Ⅱ유형을 적용하는 새로운 평가방식이었다. 이후 총학생회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교 측에서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으나, 대외 경쟁력과 관련한 문제는 그 심각성을 이해한다는 답변을 내놓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수의 평가 자율권 등의 문제로 후한 성적을 강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행정 집행의 일관성 유지 등을 이유로 막연히 완화된 상대평가의 비율을 해당 학기에만 50%로 증가시키는 것 역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홍익대학교 측의 입장이었다. 따라서 이후 학교 측은 교수들의 평가 자율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대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즉 성적부여 상한선을 없앤 전과목 절대평가 도입을 그 새로운 방식으로 채택한 것이다.

홍익대학교의 기존 상대평가는 앞선 설문조사에서 제시했던 표를 기반으로 진행되었다. 물론 해당 성적평가방식은 각 학점의 최소 비율이 아닌 최대 비율을 규정하고 있었기에 교수가 이를 반드시 준수할 필요는 없었으나, 이는 교수, 그리고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의 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절대평가Ⅰ유형 역시 강좌별 평점 평균이 3.5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점을 부여한다는 기준을 통해 학생들이 해당 강의의 학점 분포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2021학년도 1학기에 시행된 절대평가Ⅱ유형은 이러한 기준, 제한 없이 순수 평가자 재량에 따라 학점을 부과하도록 하였고, 이것이 학생들에게는 학점 완화를 위한 제도가 의도와는 정반대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또한 교수 재량에 따라 학점을 부여한다는 것은 수업에 따라, 교수에 따라 많은 학생에게 A 학점을 부여할 수도 혹은 반대일 수도 있다는, 일명 ‘교바교(교수 by 교수)’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는 이전에 상대평가 완화를 시행할 때에도 제시된 문제점인 데, 절대평가Ⅱ유형처럼 피상적인 기준도 없이 시행할 경우 이 문제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해당 방식이 절대평가의 목표, 즉 절대적 기준에 따른 평가를 달성하지 못한 채 다른 학생과 비교한 성적의 위치를 보여주는 상대평가의 방식과 다름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적 기준을 미리 정하여 시험을 시행하는 기존 절대평가의 방식 대신, 시험을 본 뒤 학생들의 성적 분포를 기반으로 적합한 평가 기준을 정하는 절대평가Ⅱ유형은 교수 재량에 따라 학점을 부여하는 ‘상대평가 완화’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는 내용이다. 코로나 19 이전 이러한 평가방식을 사용하는 수업은 미리 수업계획서에 대략적인 기준을 명시하여 학생들이 수강신청 단계에서 이를 고려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학기 말에 갑작스럽게 절대평가로의 전환이 공지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적어도 학교 측에서 각 수업별로 평가 비율을 투명하게 공개했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지론이다.

물론 이는 기사작성 시점 대학알리미 성적자료 공시가 발표되지 않았기에 발생하는 기우 일지도 모른다. 막상 시간이 흘러 정확한 자료가 나온다면 홍익대학교 절대평가에 대한 평가도 지금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긍정적인 통계 자료는 결코 개별 학생들의 불만과 일부 수업에서 발생한 부적절한 성적 평가를 반영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학생이 만족할 수 있는 성적평가방식은 없기에, 이에 대한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중요할 것이다. 이렇듯 모든 학생이 만족할 수 있는 ‘대응’은 불가능하지만, 모든 학생이 만족할 수 있는 ‘대응 과정’은 가능할 것이다. 이어지는 문단에서는 홍익대학교의 대응 속도와 방식에 대한 부분을 짚어보자.

4. 이제는 안정화가 필요할 때

코로나와 대학 생활을 함께한 것도 어느덧 1년 6개월, 학기로는 4학기째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아직도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올 때까지 매 순간 가슴을 졸이고 성적평가방식 변화 공지만을 기다린다. 2020학년도 1학기 성적평가방식 변화 공지는 종강 약 20 일 전에, 2학기에는 약 2주 전에 발표되었다. 그리고 이전 학기인 2021학년도 1학기, 절대 평가로의 성적평가방식 전환은 종강 약 10일 전에 공지되었다. 서울·경기권에 위치한 타 대학의 성적평가방식 변화가 4월 초에 공지되었음을 생각하면, 이토록 매 학기 반복되는 대치와 요구는 필요 이상으로 소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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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교수님, 절대평가 기준을 내려주세요... 그대로 상평으로 하지 말고', '절대평가 공지 학교에서 교수님들께 제대로 알려 주고 있는 거 맞음? 절대평가로 바뀐지 모르고 있었다는 교수님이나, 그냥 절평이라는 소리만 듣고 의도 모르시는 교수님들 꽤 있으신 것 같음', '절평 전환하면 뭐해 교수님들이 그걸 모르시는데', '와 OO교수님 절평으로 바뀐 거 모르셨던 거 놀랍네, 학교에서 공지를 안 해주나, 다른 교수님들도 모르실 수 있단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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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사이에서 대응 방식은 결정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결정 이후에도 화제가 되었다. 절대평가 전환 공지 이후, 학교 커뮤니티에 강의나 평가자 별로 그 적용 정도가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으로 판단하여 공지가 교수진에게 정확히 전달되었는지 교무처 학생지원팀에 문의한 결과, 학교 측에서는 행정상의 업무 공지 시스템으로 모든 교수님께 확실히 전달해 드렸으며, 각 교수님은 이를 모두 확인하고 적용 할 의무가 있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총학생회 역시 학교가 본부 차원에서 교수님들께 절대평가 도입 취지를 설명하는 연락을 여러 차례 전달한 것을 확인했지만, 이러한 취지에 대해 각 교수님들께서 명확히 인지하셨는지는 의문이 남는다는 점을 2021학년도 1학기 성적평가방식에 대한 아쉬움으로 인터뷰에 제시했다. 모든 강의의 예시를 검토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학교 차원에서는 절대평가로의 전환 이후 가능한 신속하고 정확한 방법으로 대응을 시도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교수님들께 성적부여의 모든 권한을 위임했기에 강의별, 단과대별, 평가자별 편차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며, 단지 공지 전달이 명확했다는 답변이 학생들의 불만을 완전히 해소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불안정한 제도를 성급하게 발표 한 탓에 이를 파악하고 적용하는 데에 평가자의 역할인 교수님들 또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빠른 논의와 대처, 결정, 그리고 소통이 언제 끝날지 모를 이 상황에서의 최선책이 되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중앙운영위원회뿐 아니라 모든 홍익대학교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할 것이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의결 과정에 있어 효과적인 요구 방식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어떠한 양상에 있어서든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학생사회 내 건전한 논의를 이루어내고 타당한 요구안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학우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동반되어야 한다.’라고 답변했다. 우리가 잠깐의 시간을 내어 참여할 수 있는 총학생회의 활동 지지서명, 설문조사, 투표 등이 중앙운영위원회에게는 학교 측에 제시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사용되는 것이다. 홍익대학교의 조금 더 빠른, 조금 더 나은 대처와 결정, 이를 위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말로 변해야 할 것은

마지막으로 코로나 이전과 이후를 관통하는, 정말로 변해야 할 홍익대학교 성적평가방식과 그 대응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최저선만 넘으면 그 이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부터 전공과목별 평점까지 세세히 평가한다는 풍문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명 ‘학점’, 대학 평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아직 취업이 멀게만 느껴지는 저학년이라면 성적표에 찍혀 나오는 기호들이 단지 장학금과 기숙사만을 위한 노력으로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평점이야말로 대학 졸업 이후 취업, 대학원, 입시, 유학, 로스쿨 입학 등 다양한 진로에 나설 때 여러 평가에서 성실도를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지표이다.

코로나 19가 대학가에 들이닥치기 이전에도 홍익대학교의 평점 상위권 비율은 평균 이하였다. 홍익대학교 졸업 학점이 평균 이상인 것은 사실이지만, 각 년도 별 성적부여 현황을 살펴보았을 때 홍익대학교가 평균보다 떨어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학생들의 여론 역시 이를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앞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절반 이상의 학생이 홍익대학교의 기존 평점 부여 비율에 아쉬움을 표했다.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A 학점의 최대 비율 상한선부터 A 학점 내에서도 플러스와 제로의 비율에 대한 의문, 더 나아가 명시된 30%마저도 채워주시지 않는다는 강의에 대한 호소까지 개선을 원하는 목소리는 다양했다.

행정 운영의 일관성을 이유로 완화 불가를 말하던 홍익대학교가 늦게나마 절대평가를 택한 것은 ‘대외적인 경쟁력’을 의식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극대화되어 이제야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 홍익대학교의 대외 경쟁력에 대한 논의는 이전부터 필요했다. 대학별로 다양한 단과대, 전공, 평가자에 따라 다양한 성적평가방식과 그에 따른 결과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회에서 평점이라는 지표 아래 결국 같은 숫자로 평가받게 된다. 많은 고려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기존 평점 비율에 대한 개선 방안 논의는 우리 모두의 숙제일 것이다.

축제, 동아리 등 많은 ‘대학’의 부분들을 경험할 수 없게 된 지금, 여분의 관심은 당연하게 도 학점을 향하고 있다. 전면 절대평가를 적용해 A 학점 비율이 70%를 웃돈다는 대학부터, 토론 수업에서 한마디도 안 하고 A+를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일명 ‘학점 인플레이션’ 시대에 ‘평가의 정상화’를 논하는 것이 정말 올바른 답일까? 새로운 ‘평균’이 제시되고 있는 지금, 홍익대학교 역시 평균적인 수준의 학점 완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더불어, 매 학기 반복되는 논의, 늦은 대응들에 대한 안정화는 당연하다. 전례 없던 변화인 만큼 학생들과 교수진이 이를 대비하고, 나름의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를 위해서이다.

동시에, 평균에 맞는, ‘대외 경쟁력’을 가진 성적평가방식을 위해서는 학생 개개인의 꾸준 한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학점 완화는 비대면 수업의 불공정성과 교육권 침해, 타 대학들의 학점 완화에 따른 대외경쟁력 유지를 위한 대책이지, 미진한 학습 태도의 구제 방안은 아니다. 건설적인 태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이고 건전한 논의,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교내 기관과 학교 차원에서의 소통을 지향해야 한다. 학생들의 의견을 명확히 수합하여 학교와 조율하고, 신속한 대응으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총학생회의 역할 역시 빠질 수 없다. 우리의, 홍익대학교 학생들의 노력이 다른 노력과 공정한 선에서 평가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태섭  taesub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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