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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사회 이십대, 이토록 차가운
20代 새로운 깃발을 들다

정치담론에서 항상 지적을 받는 세대가 현 20대다. 그런데 최근 광화문에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SNS를 중심으로 한 자발적 시위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2016년 12월, 한 언론사에서 집계한 투표의향 조사 결과 92.2%가 ‘투표하겠다’고 대답할 정도로 20대의 정치참여 열기는 뜨겁다. ‘무책임’에서 ‘스마트 유권자’로 이동한 20대.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필자는 세대를 일반화시켜 논의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 나온 ‘20대’, ‘청년세대’, ‘기성세대’라는 단어들은 일반화를 위해 쓴 단어가 아님을 미리 밝힌다. 시대의 흐름을 지칭하기 위해 편의상 사용하였다.

 

학생이 학교를 만든다

일부 여론에서는 20대가 개개인의 스펙, 학점, 취업의 성공 여부만을 중시하고 공공의 이익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평가가 썩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2016년에 대학가에서 벌어진 큰 움직임들이 그 증거가 된다.

첫째는 *프라임 사업 반대 운동이다. 교육계가 찬반양론으로 확연히 갈린 가운데, 10개 대학 학생들이 사업 반대 의사를 밝히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10개 대학 총학생회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둘째는 입학금 반환 운동이다. 전국에서 1만 명의 대학생이 반환 소송에 찬성, 서명 운동에 응했다. 45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입학금 폐지 대학생 운동본부가 이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 소송 중에 있다. 이처럼 20대는 학교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 이러한 움직임 중에는 나라 전체를 들썩이게 한 것도 존재한다. 현 최순실 게이트를 연 이대 총장 사퇴 시위가 그것이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미래라이프 대학 신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 여러 폭력적이고 부적절한 진압에도 평화 시위를 이어나갔다. 결국 총장은 사퇴하였으며 감춰져 있던 국정의 치부까지 드러났다. 이로 말미암아 ‘20대가 정치에 무책임하고 무기력하다’는 편견은 힘을 잃게 되었다. 

*프라임 사업? 정부 주도의 대학 구조조정 방안 중 하나.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양성을 목표로 한다. 아주 거칠게 말하면 취업률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의 개편이다.

 

투표율 38%가 되기까지

이렇듯 20대의 대학가 문제 참여 의식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전국 곳곳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최순실’로 상징되는 현 우리 정부의 부정부패가 수면 위로 떠오른 이후 20대 정치참여율은 비약적으로 상승 중이다. 이러한 모습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이 사건 이전 20대의 정치 참여도가 낮았다고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전까지 20대의 투표율은 38% 미만일 정도로 저조했으며, 이 때문인지 청년 공약은 해를 거듭할수록 빈약해졌다. 이러한 현상은 많은 사람의 우려를 낳았다. 그리고 동시에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비난, 민주투쟁 시절의 청년들과의 비교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를 20대만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흔히 정치적 무력감을 지니고 있다 평가되는 이 세대의 모습이 100% 그들 스스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대의 정치 참여가 저조했던 원인 중 하나는 ‘정치’에 대한 문턱 자체가 높다는 점이다. 훨씬 복잡해진 정치 양상과 감춰진 비리들, 그리고 너무 많아져 버린 언론 보도들은 성인으로서 막 사회 문제를 접한 20대와 정치 사이에 불투명한 유리벽을 세워놓았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스펙을 쌓아도 해결되지 않는 청년 문제를 보며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청년 세대가 절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정확히 감지하기에는 벽이 너무나 많았다. 신문은 종이신문과 수많은 온라인 신문으로 나뉘었고, 뉴스 채널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심지어 각자 다른 정치색을 띤 보도를 내보내는 상황에서 얼마나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겠는가?

또 다른 원인은 사회적 분위기다. 한국에서 ‘정치참여’라고 하면 꼭 떠올리게 되는 것이 민주화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승리를 이끌어 낸 것은 청년들이었고, 청년들이 한 것은 투쟁이었다. 그렇게 스스로의 손으로 성취를 얻은 청년 세대는 현 기성세대이자 20대의 부모가 되었다. 2000년대 초 전문가들은 민주화 시대의 이 정치적 승리가 당시 시민들에게 일종의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고 평가한다. 현 20대는 이러한 부모 세대로부터 그 자신감을 교육받았다. 하지만 사회적 불평등과 부정부패가 심화된 사회에서 그 자신감은 통하지 않았다. 세계 어느 곳에도 밀리지 않는 ‘스펙’을 지닌 청년들이 ‘N포’세대를 자처하고 있는 현 실정이 그 증거일 것이다. 이는 20대가 정치에 비관적으로 대응했던 이유 중 가장 큰 사안이기도 하다.

 

왜 지금인가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세월호 이후에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아니면 최순실 게이트 이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필자가 20대를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마 대부분 후자의 영향이 더 크다는 데에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사건의 중요도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까지만 해도 ‘설마’하고 있었던 일들이 최순실 게이트에서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에, 그 분노가 터져 나온 시점이 후자의 사건과 일치했다는 것일 뿐이다. 청년 문제, 답답하기만 했던 세월호에 대한 대처, 대학가의 각종 비리 등의 부조리를 온몸으로 체감했던 20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나날을 어떻게든 이해하며 살아가고자 했다. 하지만 그 노력의 대가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속에서 태어난 분노는 갈 곳을 몰라 곪아가다가, 밝혀진 진상을 보고선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이런 이유로 20대가 현시점에서 유독 뜨거운 정치참여 열기를 보이는 것은 아닐까.

진상, 즉 이 모든 문제의 불명확했던 원인을 수면으로 끌어낸 시발점이 이화여대라는 대학 사회에서 시작되었다는 점도 현 20대의 참여율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된다. 거칠게 말하자면, 정치적 무력감이나 정치 혐오는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진실을 감추던 막이 벗겨지자 많은 20대 시민들이 ‘정치 문제가 생각보다 우리의 가까이에 있다’라는 의식을 지니게 되었다. 개인, 대학 공동체라는 작은 울타리를 넘어 사회전체에까지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새로운 목소리, *펜텀세대

*팬텀세대: SNS, 익명채널 등을 통해 토론하고 오프라인에서 집결하는 20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흔적 없이 소통하고 행동한다는 의미에서 ‘Phantom(유령)+세대’라 부른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전의 정치참여는 주로 투쟁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전부터 보인 현 20대들의 정치 참여 양상은 이와 조금 다르다. 이들은 대학 네트워크를 통한 다발적 시위, SNS를 이용한 소셜 민주주의 연대 구성을 실행한다. 이른바 ‘펜텀세대’라 불리는 새로운 표현 방식이다. 한 언론은 이에 대해 ‘격렬함을 찾아보기 힘든 문화. 그래서 더 강하다’고 소개하기도 하였다. 또한 개인 시위 참여, 재능 기부, 각종 패러디와 공연 주최 등 각자의 개성을 활용한 시위 양상도 주목된다. 이렇듯 자신의 의견을 말하거나 정치에 다가가는 방식이 다를 뿐, 세상의 편견보다 20대는 더 많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각종 언론은 이러한 20대의 정치참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열기가 오래 지속될까, 하는 염려를 덧붙이고 있다. 만일 시위나 투표율만을 정치 참여의 기준으로 본다면 그 걱정은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현 시국에서 강조되는 것이 시위와 투표일 뿐, 정치는 계속 존재한다. 그러므로 큰 분기점을 맞이한 20대의 이후 참여율은 분명 유지될 것이다. 그 방식이 더 이상 시위가 아닐 뿐이다. 거대한 부조리지만 전과 달리 문제의 윤곽은 선명하다. 이를 보고 느낀 이상 20대의 ‘정치 불감증’은 더 이상 없으리라.

 

세상은 생각보다 소리에 반응한다. 실제로 현 20대의 활발한 참여는 정치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목소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정치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강민정  kmj0603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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