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대한민국을 분노케 하다

코로나 19 감염증 사태가 시작되고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월, 창녕의 한 여자아이는 부모가 쇠사슬로 자신을 묶고 물고문을 비롯한 폭행을 하자 견디다 못해 집을 탈출했다. 아이는 자신의 집 베란다를 통해 옆집으로 건너갔고,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거리를 배회하던 아이의 모습을 본 인근 주민은 아이의 옷차림이나 피부에 남겨진 흉터 등을 바탕으로 학대 아동이라 판단했으나 일단 아이가 목적지로 지목한 편의점까지 동행했다. 편의점으로 들어간 아이는 주민이 사준 음식을 먹고, 도움을 요청하여 경찰에 인계되었다.

 

‘정인이 사건’은 아동학대에 대한 사람들의 주의가 본격적으로 깊어지게 했다. 아동보호 시설을 통해 양부모에게 입양된 정인이는 입양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13일 응급실에서 세 번의 심정지 끝에 사망했다. 부검 결과 아이의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었으며 병원에 실려 왔을 당시에도 비쩍 마른 신체 전체에 멍이 들어 있었고, 머리뼈는 깨져있었다. 소장과 대장, 췌장 등 장기들은 전반적으로 손상되어 있었으며, 양쪽 팔과 쇄골, 다리 등에서 부러진 시기가 다른 골절도 발견되어 있었기에 정인이를 병원에서 가장 먼저 만났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명백한 아동학대라고 소견을 밝혔다.

 

어디까지 훈육이고, 어디부터 학대일까?

서울특별시 아동복지센터는 아동학대의 유형을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신체학대

- 신체적 손상을 입힌 경우와 신체적 손상을 입도록 허용한 경우

- 구타나, 폭력에 의한 멍, 화상 찢김. 골절, 장기파열, 기능의 손상

- 생후 36개월 이하의 영아에게 가해진 체벌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학대로 판단함

 

정서학대

- 언어적, 정서적 위협, 억제, 감금, 기타 가학적 행위

- 아동의 인격, 감정이나 기분을 심하게 무시하거나 모욕하는 행위

- 좁은 공간에 장시간 혼자 가둬 두는 행위

- 원망적, 거부적, 적대적, 경멸적 언어폭력

 

성 학대

- 성인의 성적 충족을 목적으로 아동과 함께하는 모든 성적 행위

- 성적 유희, 성기 및 자위행위 장면의 노출, 관음증

- 성기 삽입, 성적 접촉, 강간, 매춘, 매매

- 포르노 매체에 배우로 출연, 포르노물 판매 행위

 

방임

- 고의적 반복적으로 아동 양육 및 보호를 소홀히 함으로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 할 수 있는 모든 행위

- 아동에게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거나, 장시간 위험한 상태에 내버려 두는 물리적 방임 및 유기

- 아동의 무단결석을 허용하는 등의 교육적 방임

- 예방접종을 제때 하지 않거나 필요한 치료를 소홀히 하는 등의 의료적 방임

- 아동과의 약속에 무신경하거나 아동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정서적 방임

 

아동학대란,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서적, 성적 가혹 행위 및 아동의 보호자에 의한 유기와 방치를 말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아동학대에 방임이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방임은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폭력에 해당하며 다른 유형의 폭력과 마찬가지로 아이의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동일하게 처벌되고 있다.

 

학대의 유형은 세분화하여 연구되고 있지만, 실제 아동학대 사건을 살펴보면 두 가지 이상의 유형을 동시에 가하는 중복 학대가 가장 많았다. 예를 들면, 장시간 방치되어 양육자가 제때 밥을 챙겨주지 않아 아이가 끼니를 거르는 경우는 아동학대의 유형 중 방임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방임 행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아이가 신체적 폭력을 겪진 않았는지, 정서적으로 학대당해 심리상태가 불안하지는 않은지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도대체 왜 아이에게?

2018년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 중 부모는 76.9%로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심지어 이 중 친부모는 95% 이상이었다. 자신보다 훨씬 약한 존재인 아이를 직접 낳거나 손수 입양하였음에도 이들을 학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한 많은 아동 전문기관은 학대의 요인을 세 가지로 분석한다. 부모 요인, 아동 요인, 가정적·사회적 요인이 그것이다. 먼저 부모 요인은 부모 중 어린 시절 학대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아동학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통계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또한 부모가 알코올 또는 약물중독으로 감정 조절 능력이 없어 쉽게 분노하거나 좌절하는 경우,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이 있는 경우 아동학대의 위험성이 있다. 부모가 불안장애, 우울증, 기타 정신질환을 앓았을 때도 아동학대의 가능성은 커진다.

 

아동 요인의 경우 피해자에게서 원인을 찾으며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해석이 필요하다. 아래의 특성들이 학대의 유발 원인인지, 학대로 인한 결과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래 특성을 보이는 아동의 양육자는 ‘아이가 먼저 잘못했다’라고 여기며 학대를 정당화한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정부와 교육기관, 그리고 주변 이웃들이 이러한 특성을 보이는 아동들에게 더욱더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 미숙아, 기형아, 만성 혹은 급성질환아, 신체적·정신적·기질적으로 특이하거나 장애가 있는 아동

- 운동 및 언어 발달이 늦은 아동, 심하게 보채거나 밤에 잘 자지 않는 아동, 음식을 먹거나 잠을 자는 데 어려움이 있는 아동

-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동, 사회적 반응의 결핍, 고집스러운 울음과 외모

- 수유의 어려움, 분리 불안 결함

- 자신감 부족, 지나친 경계, 무반응, 겁이 많음

- 적대적 행위, 충동적 특성, 폭력적 행동, 고집이 셈

- 대인관계에 둔감하고 매력이 없음, 운동 조절 결함

 

학대의 가정적·사회적 요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의 형태만을 ‘정상 가족’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미성년 가족, 한 부모 가족, 이혼 가족, 재혼 가족 등 매우 다양한 가족 유형이 있다. 이들 가정에서는 아동학대 빈도가 높은데, 앞서 언급한 사례와 마찬가지로 가해자인 양육자가 가정환경을 탓하며 학대를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결국, 가정적 요인 역시 아동학대라는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학대를 그 가정의 양육 방식이라고 여기는 문화 또한 학대를 허용한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었거나 주변의 지지가 부족한 경우, 신체적인 체벌에 대해 허용적인 문화가 있는 경우, 폭력에 대한 가치와 규범이 없는 경우에는 아동학대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우리나라 역시 ‘아이들은 맞으면서 크는 거다’, ‘사랑의 매’같이 구시대적 발상이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왜곡시켰고, 왜곡된 훈육의 인식은 구타와 인격 모독을 비롯한 학대를 ‘가르침’으로 오인하게 하였다. 이처럼 학대를 가정교육으로 포장함으로써 주변인이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도 많으며, 신고하더라도 경찰이 가정 내 사건으로 판단하여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아동 인권 보호가 어려운 실정이다.

 

가해자는 당당하고 피해자는 부끄러워하게 하는 사회의 시선도 아동학대가 계속되게 만든다. 가해자는 ‘다 잘살아보자고 그런 것이다’라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맞을 짓을 하니까 때린 거다’라며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린다. 이러한 책임 회피를 사회가 용인할 경우 피해자는 맞을만해서 맞은 사람, 즉 폭력 유발자가 된다. 가해자의 목소리는 들어주고, 피해자의 목소리는 변명으로 의심받는다면 그 누구도 피해 사실을 고백할 수 없다.

 

코로나 19와 아동학대

아동심리학 연구자들은 코로나 19라는 재난 상황이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이 때문에 코로나 19 발생 이후 아동학대가 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코로나 19로 아이들의 환경은 다양한 방면에서 변화하였다. 비대면 교육이 전면 시행되거나 대면 교육과 병행 시행됨에 따라, 아이들이 가정이나 대안 양육환경에서 보내는 시간은 이전보다 매우 증가했다. 가정에서의 돌봄 및 교육에 대한 부담은 보호자의 양육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거나 부정적 정서를 심화시킬 가능성을 높인다. 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19 이후 아동의 삶을 확인한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동 자녀를 둔 보호자의 73.2%가 코로나 19 발생 이후 양육 스트레스 증가를 보고했다.

 

양육자가 우울증을 겪으면 자녀도 우울증을 겪을 위험이 증가하고 우울증과 함께 불안장애도 경험할 확률이 높아지며 스트레스에 더 취약해진다. 양육자의 우울은 자녀의 생활능력과 지적 능력, 사회적 능력, 문제해결 능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엄마의 우울 증상이 증가할수록 비난이나 적대감, 감정적 개입과 같은 부정적인 양육 태도도 증가하여 자녀는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거나 대인관계 기술 등이 부족한 상태로 성장할 수 있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재난 상황 속 어른들의 우울증은 빈번히 발생한다. 아이들은 우울증을 앓는 양육자와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므로 그들의 감정 상태에 동요되기가 쉽다. 부모와 한 공간에 장시간 같이 지내면서 부모의 스트레스와 우울감, 불안감을 받아내며 돌봄을 받는 아동의 경우 자신의 힘든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데 성인보다 서툴고, 안정된 공간을 찾아 휴식과 안정을 취할 수 있는 독립성과 자율성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코로나 블루 상황을 고려한 아이들의 정서에 관한 관심과 개입이 필요하다.

 

양육자의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가정 내 경제적 타격도 아동학대를 야기할 수 있다. 재난 상황에서 부모가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 가족 돌봄 휴가 사용이 어려운 경우 아동에게 안정된 돌봄을 제공하지 못해 방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 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에 생활고까지 더해지면 보호자의 누적된 스트레스는 결국 가정 내 아동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복지가 확대되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학대에 의한 우리나라 아동 사망자 수는 2014년 14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 2019년

42명이며, 아동학대 건수는 2015년 11,715건, 2016년 18,700건, 2017년 22,367건에서 2018년 24,604건, 2019년 30,045건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후속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19 확산 이후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국내외에서 과거 동일 기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아동권리보장원의 연구는 이는 코로나 19 발생 이후 모니터링 및 감시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코로나 19와 아동 환경의 변화에 주목하여 현상을 분석했다.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폭력 중에서도 아이들에게 가하는 폭력, 즉 아동학대는 조금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아동이 학대 가해자와 함께 거주하는 경우 피해 아동은 학대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에서 언제 가해질지 모르는 폭력에 긴장하면서 위태로운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아이는 학대가 자신의 잘못에서 기인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되면서 내면적으로 자아개념 왜곡과 자아존중감 저해를 경험한다. 청소년기 학대아동은 학업성취가 떨어지고 정신적, 성적, 알코올과 약물중독의 어려움과 심각한 비행에 빠질 확률이 높고, 이러한 후유증은 성인기에까지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불안정한 상태에서 인격이 형성되었고,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으므로, 학대를 받지 않은 아동에 비교해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성향과 높은 우울감을 보인다. 이들은 대부분 스트레스 대처에도 취약하며 대인관계 기술은 떨어지는 정서적 미숙함으로 우울과 불안을 경험한다.

 

누가 아이들을 구해줄 수 있을까

‘정인이 사건’에서 국민들은 정인이가 숨을 거두기 전까지 세 차례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실질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크게 분노했다. 정인이의 양모는 단순 사고임을 주장했고, 양부는 학대 사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함을 주장했다. 사람들은 아이가 죽을 때까지 학대할 거면 왜 입양을 한 것인지 의문을 가졌고, 정인이가 원래 있었던 아동보호 시설에 문제가 없었는지 파악하고 양부모를 비롯한 관련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해시태그 캠페인 ‘#정인아_미안해’를 펼쳤다. 현재 우리나라는 아동학대와 관련하여 어떤 제도가 마련되어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에는 아동학대를 초기에 잡아내 더 큰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게 예방하는 제도로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 제도’가 있다. 아동학대 처벌법 제10조 제2항에 따르면, 아동복지시설 및 교육시설 종사자와 의료기관, 복지센터 종사자 등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 규정된다. 신고 의무자는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을 때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만약 신고 의무자가 아동학대 정황을 포착했음에도 신고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아동학대 신고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실시하는 위험도 평가의 허점은, 학대 아동이 영유아일 경우 적합하지 않은 평가방식이라는 것이다. 정인이는 1~3차 조사에서 ‘아동이 학대자에 두려움 표현’, ‘아동이 학대자로부터 분리 보호 요구 의사 표현’이 없다고 평가받았지만, 정인이는 16개월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의사 표현이 당연히 불가능하다. 3차 조사는 ‘아동의 영양 상태가 불량하다’라는 어린이집의 신고를 받고 시작되었고 육안으로도 발육 부진이 확인되었으나 영양실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애초에 분리조치를 내리지 않을 생각으로 평가를 느슨하게 진행한 것이다. 정인이 사건에서 경찰은 주의 경고를 받았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학대상황에서 분리조치의 시행 여부는 아동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기에 관련 기관과 책임자에게 더 많은 법적 책임이 부과되어야 한다.

 

학대 부모와 아동 사이의 분리조치가 이루어진 후의 생활에서도 시스템적 허점이 존재한다. 가정과 분리된 아이들은 피해 아동 쉼터나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는데, 현재 학대 아동을 위해 마련된 쉼터는 75곳뿐이다. 쉼터 한곳의 정원이 5~7명임을 고려하면 전국 쉼터의 정원은 최대 500명가량인 셈인데, 2019년 아동학대 발생 건수가 3만 45건임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피해 아동 쉼터 확충이 절실하며, 이미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아동보호 시설을 보다 활성화하여 학대 아동을 보호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아동학대 방지 대책으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신설했고 290명을 188개의 시군구에 배치했다. 이들은 민간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에서 담당하던 아동학대 현장 조사와 학대 여부 판단 업무를 지자체 소속으로써 진행한다. 아동학대 업무 특성상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데, 아보전의 직원은 100시간 교육을 이수하는 반면 전담공무원은 2주의 교육을 받는 게 전부이기 때문에 실제 현장은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로 변화했다. 또한, 전담공무원은 24시간 신고 접수 및 현장 조사, 응급조치, 전문기관 연계 등 주야를 가리지 않고 일해야 하지만 그에 비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여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조사와 함께 학대 예방 경찰관(APO·Anti-abuse Police Officer)의 수사가 진행된다. 학대 예방 경찰관은 기존의 가정폭력 전담 경찰관과 아동학대 전담 경찰관의 임무를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확대 개편된 경찰로, 예방부터 수사연계, 피해자 보호, 사후관리지원 등 학대 전반에 대한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업무 분야가 넓혀짐으로 인해 현재 인력으로는 전문성을 키우기 전에 현재 업무를 담당하는 것 자체가 버겁다는 것이 현장 경찰들의 설명이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과 학대 예방 경찰관 모두 인력이 부족하지만, 현행법상 두 기관이 서로 업무를 떠넘기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회피할 수 있을 정도로 업무 영역이 중복된다. 이제 새로운 제도나 직위를 만들기보다는, 현재 존재하는 인력을 100퍼센트 활용할 수 있도록 경찰, 공무원, 아보전이 아동학대 업무를 한 트랙으로 관리하는 프로세스가 마련되어야 한다.

 

원가정 보호 원칙과 아이들의 선택

아동학대 가해자의 처벌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규정되어 있다. 아동이 어떤 학대를 당했느냐에 따라 그 처벌 수위는 달라지는데, 만약 아이가 학대로 인해 사망했을 경우, 가해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그러나 재학대의 가능성이나 학대 정황이 존재하는데도 피해아동은 지옥 같은 생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는 ‘원가정 보호 원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동복지법 제4조 제3항에 따르면, ‘국가와 지자체는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여 보호할 경우,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현행법에서는 자녀가 원가정에서 성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인천 미추홀 구에서는 계부가 과거 자신의 학대로 2년 넘게 보육원에서 생활한 의붓아들을 다시 집으로 데려왔고, 데려온 지 한 달 만에 아들을 목검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 이렇게 집으로 다시 돌아가 이전과 다름없이 학대당하는 생활을 하는 아이들은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아동학대에 대한 강경 대응의 목소리와 함께, 원가정 복귀 원칙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가정 복기 원칙은 피해 아동이 만 19세 성인이 되면 효력을 잃는다는 점에서 성인이 된 이후의 보호를 책임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짧은 아동기 동안 원가정과 분리하는 것이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할 것이라는 기대는 그야말로 기대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원가정 보호 원칙'을 폐기·완화하는 개정은 아동의 원가정 복귀를 어렵게 만들고, 안전한 가정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국가의 책임을 약화할 우려가 있으므로 어렵다고 답했다. 원가정 보호 원칙을 삭제 또는 완화할 경우 아동이 원가정에서 분리될 가능성이 커지며, 분리가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원가정 보호 원칙이 폐기될 경우 아동학대 피해를 낳은 원가정의 문제 사항을 개선하기 위한 국가의 책임이 약화하고 관련 지원이 축소될 우려가 있고, 아동의 의사와 분리의 필요성이 충분히 고려되기보다는 아동을 가정에서 기계적으로 분리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도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원가정에 신속히 복귀하도록 해야 한다는 현행 규정이 개별 아동의 상황을 평가하고 지원하는 절차 없이 무조건 복귀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음은 인정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피해 아동이 스스로 원가정으로 복귀할 것인지, 혹은 단절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이들의 결정과 이후의 행동을 지지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또한, 복귀 후 관계개선을 원하면 심리적,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며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하위 법령을 마련해야 한다.

 

제도적 보완뿐만 아니라 다양한 복지정책과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양육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아동학대의 발생 가능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특히 코로나 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돌봄 공백과 양육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다양한 돌봄 지원과 경제적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공적 돌봄 서비스의 이용 대상을 확대하고 비용 부담을 낮춰 보호자의 양육 스트레스를 줄이며, 방임상태에 있는 아동을 구제해야 한다. 더불어 아동학대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전담공무원과 학대 예방 경찰관의 인력을 보충하고 더욱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양성 시스템을 체계화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코로나 19라는 사각지대에서 아이들이 위험한 지금,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

가정폭력은 그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다. 세상에 ‘맞을만한 짓’을 한 아이는 없다. 아이가 서툴면 옆에서 도와줘야 하고, 아이가 부족하면 채워주는 것이 어른으로서 할 일이다. 아동학대는 다른 집의 일로 여기며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은연중에 아동학대를 정당화하던 구시대적이고 폭력적인 훈육법이 잘못되었음을 학습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 규제를 세우고, 주위의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 아닐까. 어른들의 폭력과 방치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뉴스에 뒤늦은 안타까움을 보내기보다는, 아동이라면 누구라도 생존권과 보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세상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김예진  dimplezyn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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