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길을 걷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분을 만났어요. 귀여운 강아지한테 반갑게 인사하고 만져보고 싶은데.. 잠깐! 혹시 강아지가 노란색 조끼를 입고 있진 않나요? 시각장애인의 눈과 발이 되어 주는 작지만 가장 큰 존재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현재 사람과 더불어 한 가족처럼 살아가는 반려견들의 수가 늘어났다. 반려견을 아끼고 사랑하는 ‘펫팸족’이 늘면서 관련 산업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려견을 위한 전용 미용실, 카페, 놀이터, 공원, 병원은 물론이고 최근엔 호텔에서 반려견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게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되기까지, 개들을 위해 모든 것이 최적화돼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시각장애인의 눈과 발이 돼 살아가는 ‘안내견’들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의 신체를 대신해 주는 도우미견과 이를 동반한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 이들에게 다정하지 못하다.

1. 안내견, 어디까지 알고 있니?

안내견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우린 ‘안내견’ 자체에 대해서 충분히 알 필요가 있다. 우린 안내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Q1. 안내견이란?

안내견(案內犬)은 시각장애인에게 안전하게 길 안내를 하거나 위험을 미리 알려 그들을 보호하도록 훈련되어 장애인을 보조하는 특수목적견*이다. 장애인 보조견의 일종으로 정확한 명칭은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며, 맹도견 또는 인도견이라고도 부른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안전하게 안내하고 언제 어디서나 그들과 함께함으로써, 장애인 스스로 독립된 삶을 영위하며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들은 말 그대로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고, 때에 따라선 ‘귀’와 ‘코’, ‘발’을 대신해주는 존재이다.

*식용, 반려 목적이 아닌 특수한 활동에 사용하기 위해 훈련된 개.

Q2. 안내견은 어떻게 생겨나게 됐을까?

안내견의 역사는 장애인 인권 역사와 함께한다. 안내견은 1916년 독일의 세계 제1차 대전 때 독가스에 의해 눈이 실명되거나 전쟁에서 부상 당한 참전 용사들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Gerhare Stalling이라는 독일 의사가 고안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장애인의 수가 급격히 증가해 장애인 복지 제도 기반이 다져졌고, 안내견 양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70년대를 맞아 안내견에 대한 개념이 세계 곳곳에 전파됐고 현재 전 세계 30개 국가에 90여 개 안내견 양성기관이 있으며, 약 2만5000마리의 안내견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삼성의 사회공헌 자금으로 운영되는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분양한 맹인안내견이 대부분이며, 개인과 지방자치단체의 후원을 통해 운영되는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에서도 안내견을 분양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70여 마리의 안내견이 활동 중이다.

*정확한 기원을 따지자면 1819년 빈에 있는 한 맹아학교의 창립자가 펴낸 책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로마 헤르쿨라네움에 묻힌 벽화와 중세 유럽의 다른 기록에서 발견된 벽화는 안내견이 더 일찍 시작되었음을 알게 함

Q3. 안내견은 주로 어떤 품종이 할까?

안내견은 시각장애인들의 활동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지능이 높고, 체격과 체력이 뛰어나며, 공격성이 낮고, 사람에 대한 친화력이 좋은 견종을 선택해야 한다. 이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종인 골든 리트리버와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대부분 안내견 역할을 맡게 된다. 안내견은 여차할 경우 주인이나 타인을 압도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저먼 셰퍼드가 주로 선호되었는데, 안내견은 타인에게 대인 친화적이고 순하면서 호감형인 외모를 가질 필요가 있기 때문에 리트리버종을 후에는 더 선호하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덩치가 큰 개에 대해 거북해하거나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에 이런 면이 안내견에겐 매우 중요한 자질이다.

이와 같은 까닭으로 세계 안내견의 약 90%는 리트리버종이며, 우리나라의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을,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는 스탠다드 푸들이나 골든 리트리버와 스탠다드 푸들의 교배종인 골든두들을 사용하고 있다. 혼종견을 안내견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시각장애인이 알러지를 가지는 특수한 경우에 대처하기 위해서이다.

Q4. 안내견은 어떻게 될까?

안내견은 단순한 강아지가 아니라 철저한 교육을 받고 나온 시각장애인들의 파트너이다. 안내견의 양성은 태어나기 이전부터 준비된다고 할 수 있으며, 안내견의 일생은 크게 7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① 번식 : 안내견학교에서 번식되는 강아지들은 엄선된 종견과 모견으로부터 태어난다. 안내견의 종·모견은 안내견으로 가장 적합한 품성과 혈통이 검증된 개들 중에서 선발된다. 자연교배에 의한 번식이 일반적이나 때로는 인공수정 기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② 퍼피워킹 : 안내견학교에서 태어난 생후 7주 된 강아지들은 일반가정에 1년간 위탁되어 사회화의 과정을 거친다. 이 위탁봉사자들은 ‘퍼피워커’라 불리는 무보수 자원봉사자이다. 위탁 기간 동안 예방접종 및 기본 사육 용품 등은 안내견학교에서 전부 지원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하여 사회화 훈련과 사육관리 등에 대해 도와준다. 이 기간 동안 강아지는 정기적으로 테스트를 받으며, 종견이나 모견의 후보가 아닌 경우에는 중성화 수술을 받게 된다.

③ 안내견 훈련 : 1년간의 퍼피워킹을 마친 강아지는 안내견으로의 적합성 유무를 테스트하는 종합평가를 받게 되며, 합격된 개들에 한해 안내견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게 된다. 훈련 기간은 6~8개월로 국가나 양성기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며 훈련장소는 안내견학교 외에도 실제 생활공간인 도로, 상가, 교통수단 등 여러 가지 환경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훈련과정은 배변, 식사 등 기본 훈련과 복종훈련, 지적 불복종훈련, 다양한 상황에서의 보행 및 교통훈련 등으로 구성된다. 안내견으로서 부적합하다고 판정받은 개들은 일반 가정에 반려견으로서 분양된다.

④ 시각장애인과의 만남 : 안내견 분양을 원하는 시각장애인의 성격, 직업, 걸음걸이(보폭, 속도), 건강상태 및 생활환경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안내견을 선정하는 것을 매칭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개체의 특성을 철저히 파악해야 하며, 예비 파트너에 대해서도 수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상세한 정보를 얻는다. 매칭은 매우 중요한 과정으로 안내견이 충분한 능력을 발휘하여 성공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⑤ 파트너 교육 : 시각장애인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안내견이 선정되면 예비 파트너는 안내견과 함께 4주간의 교육과정을 거치게 된다. 교육 기간 중 2주 동안은 안내견학교에 마련된 숙소에서 지내면서 안내견의 일반 관리를 위한 기초교육을 받게 되고 나머지 2주 동안은 시각장애인의 주거지와 주요 보행지역을 중심으로 한 현지 교육이 이루어진다. 이 기간 동안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게 된다.

⑥ 사후 관리 : 안내견이 분양된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훈련사들이 가정을 방문하여 시각장애인과의 보행상태와 함께 안내견 건강 등을 세밀히 점검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한다. 매년 두 차례의 정기적인 사후관리와 필요에 따라 비정기적인 사후관리가 시행된다.

⑦ 은퇴견 관리 : 은퇴한 안내견은 자원봉사자 가정으로 위탁되거나 안내견학교로 돌아와 편안히 여생을 보내게 된다. 은퇴한 안내견의 파트너인 시각장애인에게는 새로운 안내견이 대체분양되며 물론 이 경우에도 교육과정을 거치게 된다.

Q5. ‘안내견 에티켓’이란 건 무엇일까?

사람들 사이에 지켜야 할 예의가 있듯이 안내견을 대할 때에도 예절이 필요하다.

보행 중인 안내견을 쓰다듬는 등의 행위 안 됨!

안내견은 앞서 나왔듯 주로 리트리버 종으로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기 때문에 쓰다듬어 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안내견을 주인 아닌 다른 사람이 만지게 될 경우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에 지장을 주어 예기치 못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안내견에게 먹을 것을 주는 행위 안 됨!

안내견이 보행 중에 먹을 것을 탐하면서 시각장애인을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안내견은 주인이 주는 사료만을 먹어야 한다.

안내견을 부르는 행위 안 됨!

안내견이 너무 기특한 나머지 관심을 끌어보기 위해 안내견을 부르는 것은 안내견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는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방해하게 된다.

안내견은 보행 중 임무 수행을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기에 위 세 가지 행위는 안내견의 집중력에 매우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길에서 안내견을 만났을 경우 그냥 조용히 눈으로 지켜보고 마음으로 귀여워해주는 것이 안내견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또, 버스를 기다리고 있거나 횡단보도에서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을 만났다면 정류장에 정차하는 버스 번호를 알려주거나 신호등이 바뀌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좋다.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은 버스 번호나 신호등이 바뀌는 것을 주변 사람의 도움이나 주변 상황을 판단해서 알 수 있다.

2. 아직은 부족한 우리

장애인복지법 제40조는 “누구든 보호견 표시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안내견에 대한 거부는 일상에서 여전히 발생하고 있고 최근에 몇몇의 논란만이 알려져 큰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롯데마트 잠실점을 찾은 안내견 교육 자원봉사자와 예비 안내견은 매장 내부에서 매니저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제지당했다. 해당 직원은 봉사자에게 “장애인도 아니면서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어떡하냐”며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롯데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임직원 일동 명의의 사과문을 올렸으나 SNS를 중심으로 불매운동까지 일어난 적이 있었다. 그 후로 약 7개월이 흘렀지만 같은 문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5월 25일, 시각장애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에 안내견이 식당 출입을 거부당한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 속에서 식당 측은 법적으로 입장이 가능하다는 김 씨의 설명에 자신도 알고 있다면서도 아직 오지도 않은 손님들이 싫어한다며 여러 차례 안내견 입장을 거절했다. 김 씨는 “식당에서 안내견 출입을 거부했을 때, 저희가 그냥 포기하고 다른 식당에 간다면 안내견은 ‘거부해도 된다’는 인상을 주는 동시에, 안내견 출입이 ‘선택과 호의’의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 그래서 저희도 긴 시간과 감정을 들여 설명드리고, 대화를 이어간다. 하지만 긴 설명과 대화 끝에도 변함없이 거부를 하시는 식당은 처음이었다”며 씁쓸함을 보였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해당 식당 본사 측은 사과문을 게재해 사죄했다.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임에도 이런 사건이 꾸준히 발생한다는 것은 안내견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직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에게는 식당, 공공시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관문이고 도전이다.

최근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인해 받는 여파가 큰 이들 중 하나로 시각장애인이 꼽히게 되었다. 시각장애인은 안내견과 다녀도 점자를 읽기 위해 손끝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만큼 코로나19 예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밖에 나가는 횟수가 줄면서 안내견의 업무량과 활동량 역시 줄었다. 코로나19는 시각장애인이 외부활동을 하는 데 있어 비장애인과 비교해 더 큰 제약이 된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최대한 사람이나 물건과 접촉하지 않아야 하는데 지하철 스크린도어나 계단, 출구, 엘리베이터 이용 시 촉각을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항균 스티커가 붙은 엘리베이터 점자는 손끝으로 읽기에 둔탁해졌고, 엘리베이터 내 비치된 손소독제 역시 사용하기 어렵다. 예비 안내견과 이를 돌보는 퍼피워커도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에게도 가장 영향을 받는 부분이 외출이다. 정부가 불필요한 외출 자제를 당부한 데다 지난 1월에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걸린 사례가 보도되면서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반려동물도 코로나에 걸릴 수 있다는 뉴스가 알려지면서 실제 개를 싫어하는 내색을 극심하게 보이는 사람도 생기며, 개에게 마스크를 안 씌우냐는 불평의 소리도 나오게 돼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생활과 안내견들의 훈련에 어려움과 고난이 늘어났다.

3.

우리 사회는 아직 안내견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뒤처져 있다. 하지만 이젠 점점 그들에게 더 다정한 사회가 되도록 나아가는 노력의 발걸음들이 생기고 있다.

경기 용인시는 4월 삼성화재안내견학교와 공동으로 시각장애인 안내견 인식개선 캠페인을 연중 진행한다고 밝혔다. 용인시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스티커를 식당, 숙박시설, 대중교통업체에 배부하고 안내견에 대한 설명과 에티켓 등이 담긴 포스터를 대형마트, 아파트 게시판 등에 게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안내견 설명 동영상을 만들어 시 공식 SNS와 시청 전광판에 송출하고, 각 구청에서 연 2회 일반음식점을 대상으로 벌이는 위생교육 시 안내견 인식개선 교육도 병행하기로 했다. 또한 삼성화재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안내견에 대한 정보와 에티켓을 알려주는 ‘안내견 학교’라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사회적인 인식뿐만 아니라 법적인 제도가 명백히 존재한다는 것도 확실히 알려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측의 움직임도 확인할 수 있었다. 롯데마트 논란 이후 의회에선 장애인 안내견 동반 출입에 대한 종사자 교육, 처벌강화 등 관련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 발의되었다. 개정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중교통 운수종사자, 숙박시설 종사자, 식품접객업소 종사자, 다중이용시설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장애인 안내견 동반 출입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이나 홍보 사업을 실시하도록 하는 근거가 담겼다. 또한 장애인 안내견을 동반해 출입할 수 있도록 규정된 장소에서 출입을 거부하는 경우 현행 3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한 것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 수위를 상향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경우 과태료 처분이 아닌 벌금형으로 처벌 수위를 상향해 장애인 안내견의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고 이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입법 취지를 명확히 밝혔다.

뿐만 아니라 공인의 목소리가 안내견 인식 개선에 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연예인 정재형은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1호 명예 안내견 홍보대사가 되었다. 이번 명예 안내견 홍보대사 위촉은 지난 10여 년간 안내견학교 자원봉사자로 꾸준하고 진정성 있는 활동을 이어온 것에 대한 감사의 일환으로 알려졌다. 정재형은 지난 2011년 축복이, 2012년 힘찬이를 퍼피워킹 한 바가 있다. 두 마리는 현재 안내견으로 활동한 후 은퇴해 자원봉사자 가정에서 지내고 있으며, 현재는 지난해 9월부터 예비 안내견 해듬이를 퍼피워킹 중에 있다.

또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 후보인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 씨가 당선되면서 그녀의 안내견인 ‘조이’의 국회 원내 진출 여부 역시 관심이 모인 적이 있다. 국회법에는 회의 중 방해가 되는 물건이나 음식은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고 되어 있어 동일하게 법을 적용한다면 안내견의 출입이 금지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17대 국회 당시 후보로 당선된 시각장애인 정화원 의원은 국회의 안내견 출입 불허로 보좌관의 도움을 받아 입장했다. 그러나 미래한국당 측에서 조이는 당 선거 대책회의와 미래한국당 선거운동 등 당내 활동도 모두 함께 참석했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장에 출입하는 것도 무리가 없다고 보고 국회와 협의했으며, 목걸이 형태의 비례대표 0번 공천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김 의원은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인 일명 ‘조이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하였다. 또한 김 의원이 여러 방송 매체에 직접 조이와 함께 출연을 하면서 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안내견과 보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안내견 에티켓 등 안내견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사람들이 안내견에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인식 개선에 큰 영향을 주었다.

누군가의 눈과 발, 귀가 돼주는 안내견은 장애인에게 단순한 반려견 이상이다. 그들은 몸의 한 부분이나 마찬가지인 존재다. 안내견 거부는 장애인을 거부하는 것이고, 한 사람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안내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차별받아선 안 된다. 안내견을 단순히 개가 아닌 함께 온 사람의 가족으로 인정해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김 의원은 만약 본인이 있는 식당이나 시설에 안내견 출입을 거부하는 상황을 발견한다면 먼저 나서서 “나는 괜찮다”라고 말하며 안내견 출입을 도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의 말 한마디는 매우 짧고 작은 용기지만, 장애인과 안내견에게는 평범한 일상생활이라는 영역으로 그들이 넘어오게 할 수 있는 큰 힘이 된다.

최은서  ces47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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