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새롭게 배출되는 쓰레기들을 보며 마음 한편에 항상 불편한 마음을 지닌 채 살아왔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 나도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며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덜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어졌다.

도전! 제로 웨이스트

2021년 지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과제라 한다면 단연코 ‘쓰레기 문제’일 것이다. 생활 속 깊숙이 스며든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등 수많은 쓰레기로 지구가 몸살을 앓은 것도 최근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요즘, 쓰레기 배출과 환경 오염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면서 일회용품 사용과 소비 자체를 줄이자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이렇듯 일회용품, 플라스틱 또는 쓰레기를 배출하지 말자는 것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것이 ‘제로 웨이스트’이다. 처음 제로 웨이스트를 접한 것은 작년 말, 유튜브 채널 ‘쓰레기왕국’을 통해서였다. 쓰레기왕국 채널에는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정보 이해를 돕는 영상뿐만 아니라 제로 웨이스트를 직접 실천해보는 체험기의 영상이 공유되어 있었고, 그 영상들을 천천히 훑어보며 흥미롭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최초의 기억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집 한 편에 놓인 플라스틱 분리 수거통에 가득 찬 페트병들을 보면서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꼈다. 지금까지 일회용품이 주는 편안함 속에만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지금부터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실천해보면서 제로 웨이스트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제로 웨이스트 샵을 방문해 볼까?

알맹상점 -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49 2층

인스타그램 @almang_market

알맹상점의 큰 특징은 ‘리필 스테이션’이라는 점인데, 집에서 쓰던 빈 용기를 가져와 필요한 만큼만 담고 무게를 재서 내가 구입한 만큼의 돈을 내고 구매하는 제도이다. 그래서 알맹상점에 방문하기 전에는 꼭 포장 용기를 챙겨가기를 권한다. 대부분의 리필이 가능한 트리트먼트, 수분크림과 같은 화장품류는 큰 통에 보관되어 개인 용기에 필요한 양만큼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땅한 개인 용기를 가져오지 못한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다회 사용이 가능한 자그마한 용기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혹여나 용기를 챙겨오지 못해도 구매가 가능하다. 또, 알맹상점에 방문한 사람들이 기부한 플라스틱병이나 유리병이 한쪽에 진열되어 있는데, 플라스틱은 무료로, 유리병은 500원을 내고 구입 후 리필해 갈 수 있는 방법도 있다.알맹상점은 대표적인 제로 웨이스트 샵 중 한 곳으로, 이미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많은 사람이 다녀간 곳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 최근 SNS를 통해 구독 중이던 연예인이 알맹상점에 방문했다는 소식을 보고 더 관심이 생겨서 서울에 위치한 여러 곳의 제로 웨이스트 샵 중 알맹상점을 방문하게 되었다.

다른 한편에는 여느 제로 웨이스트 샵과 비슷하게 여러 가지 생활용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다용도 세정제와 같이 설거지에 필요한 물품들, 친환경 샴푸 바, 다회용 빨대 등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상품들이 있었다. 다회용 빨대의 경우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빨대를 제외하고도 유리 빨대, 실리콘 빨대, 대나무 빨대 등 사용자의 상황과 취향에 맞추어 구매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가게를 천천히 둘러보며 고민 끝에 클렌징 오일과 스테인리스 빨대, 세척 솔, 샴푸 바를 샀다. 이렇게 구매한 샴푸바와 클렌징 오일을 며칠간 직접 사용해보기도 했다. 샴푸 바는 다른 비누처럼 거품을 내서 사용하는데, 처음에는 원래 사용하고 있던 샴푸만큼의 기능을 할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직접 사용해보니 비누의 뻑뻑함이 느껴졌던 것을 제외하고는 시중에 판매되는 샴푸와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다. 클렌징 오일도 여타의 클렌징 오일과 비슷했다. 

이외에도 친환경 파우치, 고체 치약, 생분해 머리끈과 같은 다양한 액세서리도 판매 중이니 꼭 제로 웨이스트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둘러볼 만한 장소라고 느껴졌다.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도 추천하지만, 그렇다 해서 제로 웨이스트 물품을 새로 구매하는 것이 필수사항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모두의 제로 웨이스트 시작이 같을 수 없듯, 각자의 여건에 따라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드디어 텀블러를 구입하다.

개인적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 텀블러 사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텀블러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플라스틱 컵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자주 가는 카페에서는 종이컵 홀더와 함께 플라스틱 컵에 커피를 담아줘서 플라스틱 컵에 대한 죄책감과 더불어 일회용 종이컵 쓰레기도 함께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에 항상 마음이 편치 못했다. 그래서 텀블러를 구매하기 전에는 먼저 종이컵 홀더를 빼달라고 말해보기도 했지만, 종이컵 홀더 대신 스티로폼 홀더를 주겠다는 친절한 카페 직원분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하고 또다시 새로운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나 자신을 답답해하기도 했다. 이런 셀프 괴로움에 빠졌던 날들을 뒤로하고, 드디어 텀블러를 장만했다. 앞으로 카페를 이용하게 된다면 이 텀블러를 사용할 생각이다. 워낙 예전부터 물통을 들고 다니기 귀찮아해서 텀블러 사용 습관을 들이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의식적으로 텀블러를 챙겨 다녀 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불편한 마음도 들었다. 텀블러 하나를 장만하자 더 예쁘고 화려한 텀블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문득 텀블러 과잉 소비는 제로 웨이스트가 아니라 오히려 환경오염에 지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가 떠올랐다. 한 개의 텀블러를 오래 사용하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이지, 사용하지 못할 텀블러 여러 개를 구매하는 것은 과유불급에 지나지 않는다. 무조건 많은 텀블러가 아닌 하나의 텀블러를 오래 사용하는 것이 텀블러 사용에서 가장 중요한 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인 용기로 음식을 포장해 보았다.

음식을 구매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쓰레기가 바로 플라스틱이다. 사실 다른 것들보다도 나에게는 플라스틱이 가장 크게 다가오는 쓰레기 문제였다. 작년부터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배달을 자주 이용하기도 했고, 배달이 아니더라도 음식을 포장해오면 남는 쓰레기의 대부분이 플라스틱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음식을 포장해 오면서 기존의 포장 방식인 플라스틱 용기에 받아오는 대신 집에서 챙겨간 락앤락 통에 담아달라고 요청해보기로 했다.

첫 번째 시도는 샐러드와 그릭 요거트. 종종 사 먹던 샐러드였지만 커다란 플라스틱 용기를 버릴 때마다 영 껄끄러운 마음이 컸었는데, 이번에는 주문 후 직접 직원분께 개인 용기를 드리며 ‘샐러드는 큰 통에 담아주시고, 요거트는 작은 통에 담아주세요!’라는 말을 건넸다. 하필 사람들로 북적이는 저녁 시간대여서 그랬던 건지 샐러드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나와 다시 포장하는 과정을 거치고서야 받을 수 있어서 직원분께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플라스틱 용기가 나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불편했던 마음이 놓였고, 제로 웨이스트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도 아쉬웠던 것은, 샐러드 소스를 담는 용기까지는 따로 챙겨가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 용기로 받았던 점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들에서 일회용품이 많이 사용되고 있구나 싶으면서도 앞으로도 이렇게 일일이 신경 쓰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처음 한 번의 어려움을 넘고 나니 ‘이 통에 담아주세요’라는 말을 하는 것도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일이든 첫 번째 시도가 가장 어렵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음식의 크기가 제각기 달라 항상 적절한 크기의 통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점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개인 용기 사용하기는 앞으로도 종종 행동에 옮길 수 있을 만한 제로 웨이스트 실천법 중 하나인 것 같다.

중고 거래로 쓰레기를 줄여보았다.

방을 둘러보면 내가 이렇게나 맥시멀 리스트였음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방 정리를 꾸준히 하면서도 ‘언젠가 쓸모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정리하지 못한 물건들은 쌓여가고,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며 버려도 버린 것 같지 않은 상태의 현상 유지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앞으로도 쓰지 않을 것 같은’ 것을 당근 마켓을 통해 무료 나눔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무료 나눔 할 품목은 문구류로 정했다. 어렸을 때부터 메모지와 마스킹 테이프 같은 것들을 꾸준히 모아왔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흥미가 사라져 언젠가부터 책상 한구석에 방치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버리기에는 아까운 마음에 계속 놔두고만 있다가 이번 기회에 필요한 사람에게 나눔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바로 당근 마켓 앱을 이용해 글을 작성했다. 글을 작성한 지 1분 만에 채팅 문의가 와서 집 주변에서 직거래를 흔쾌히 응해주셔서 약속을 잡고, 약속된 날에 거래자분과 만나서 나눔을 끝마쳤다. 중고 거래를 처음 해 본 것은 아니지만, 당근 마켓을 통한 무료 나눔은 처음 해보는 것이어서 평상시의 중고 거래 때와는 기분이 사뭇 달랐다. 거래 약속 일정을 등록하자 도착한 당근 마켓 활동 배지 알람은 ‘추억나눔 배지’였는데, 배지 이미지와 함께 쓰여있던 ‘나에게 필요 없어진 물건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될 거예요.’라는 문구가 나눔을 마친 후 내가 느꼈던 감정과 닮아있었기에 특히나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그렇게 뿌듯했던 첫 번째 나눔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방을 둘러보던 중, 이번에는 책장을 메운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새로 산 책들을 꽂아 넣을 공간도 마련할 겸, 완독한 책 중 다시 읽게 되지 않을 것 같은 책 두 권을 골라 알라딘 중고 서점에 방문했다. 높은 가격에 팔지는 못했지만, 내가 가진 책을 판매하고 다른 사람이 팔고 간 중고 책 중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도 한 권 샀다. 책이야말로 한번 소장하게 되면 버리기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물건 1순위였는데, 앞으로는 중고 책 거래가 이런 나의 고민을 해결해 줄지도 모르겠다. 

짧았던 제로 웨이스트 도전을 마무리하며

환경보호에 대한 생각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늘 지니고 있는 생각이긴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생각보다 귀찮고 신경 써야 할 점이 많은 일이었다. 특히 미리 계획해 두었던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하루하루가 생각했던 것처럼 흘러가지는 않았기에 어느새 머릿속 한구석에는 늘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함께 있었다. 또,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낸다는 것이 때로는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했다. 예컨대 음식점에서 포장 용기를 내민다든지, 혹은 왜 포장 용기를 챙겨왔냐는 친구의 물음에 ‘제로 웨이스트’라는 말을 꺼내는 것도 모두 조금의 용기가 필요한 일들이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도 이미 주위의 많은 부분이 일회용품으로 포장되어 있는 것처럼 내가 개선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이런 점이 특히 아쉽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일들을 하나하나 해가며 느끼는 성취감과 뿌듯함은 물론이고, 며칠간의 짧은 제로 웨이스트 도전은 내 가치관에도 조금은 영향을 주었다. 의식적으로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 생각하고, 일상 속에 그 생각을 녹이는 과정이 ‘앞으로도 계속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별세계 같던 제로 웨이스트는 더 이상 나에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로 웨이스트를 고민하다 보면 ‘나도 제로 웨이스트 용품을 갖춰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한 번쯤 하게 되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제로 웨이스트 용품을 사용하는 것만이 제로 웨이스트도 아닐뿐더러 이미 기존에 가지고 있는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완전한 제로 웨이스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로 웨이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다. 알맹상점 벽면에 ‘용기 내’라는 글귀가 붙여져 있었다. 처음에는 이 말을 공감하지 못했지만 제로 웨이스트를 직접 해보면서 그 무엇보다 용기 내는 것이 성공적인 제로 웨이스트의 첫걸음임을 깨달았다. 제로 웨이스트는 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존의 선택지를 포기하고 용기 내어 다른 대안을 선택하는 일이다. 하지만 첫 시작의 고비만 지나면 그다음부터는 여느 것과 마찬가지로 훨씬 쉬워지므로 제로 웨이스트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일이든 시도하면서 제로 웨이스트의 첫걸음을 내딛길 바란다.

박지원  05ovo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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