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 교육기관인 고등학교나 중학교와 달리, 대학의 ‘캠퍼스’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교육기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 수업을 듣는 강의실이 기본이라면 교내의 카페나 도서관은 만남의 장소의 기능을, 기숙사는 주거의 공간이 된다. 동아리실과 헬스장에 더하여 심지어는 영화관에 이르기까지, 일부 캠퍼스 공간은 문화생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학생이 캠퍼스에서 누릴 수 있는 이러한 교육권과 생활권 등은 지극히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승강기 없는 고층 건물, 높은 경사의 오르막길, 휠체어가 다닐 수 없는 울퉁불퉁한 돌길은 말 그대로 ‘물리적인 장벽’이 되어 장애 학우의 캠퍼스 생활을 가로막는다. 그뿐만이 아니라, 장애인과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부정적 인식과 배려 없는 제도는 때로는 비가시적인 장벽이 되어 장애학생의 앞을 가로막는다.

 

  이러한 대학 생활의 ‘장벽’은 코로나 19 감염증의 확산으로 더욱 높아졌다. 일부 비장애인 학생들에게 비대면 수업은 안전하고 편리한 대안일지 모르지만, 장애인 학생들에게는 비대면 역시 또 다른 장벽일 뿐이다. 원격 수업이 시작된 2020년 초부터 장애 학우의 원격강의 수강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우려는 꾸준히 언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사 인력의 부족, 시각장애인의 온라인 수업 참여를 위한 TTS 지원의 미진 등 아직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형식뿐인 제도는 존재하지만, ‘인력 부족’과 ‘기술적 어려움’이라는 무관심 속에서 이러한 지원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에 실질적인 효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코로나와 함께한 지 2년, 캠퍼스 안과 밖에 여전히 굳건한 ‘장벽’을 마주하는 학생들은 스스로 방법을 찾아 애쓰는 수밖에 없었다. 대면 수업과 함께 캠퍼스 생활이 재개될 날, 과연 대학의 모든 학생은 함께 장벽 없는 학교생활을 누릴 수 있을까?

 

 

배리어프리란?

  ‘배리어프리’란 무엇일까? 원어로 barrier-free, 말 그대로 장애인 및 고령자, 임산부 등의 사회적 약자들이 사회에서 생활하는 데 있어 지장이 되는 ‘장벽’을 없애기 위한 운동과 정책이다. 일반적으로는 장애인의 시설 사용을 용이하게 해 이동권을 보장하는 과정을 뜻한다. 1974년 UN 장애자생활환경 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설계(Barrier Free Design)'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세상에 처음 등장한 이 개념은, 현대에 와서는 초기의 물리적인 의미를 넘어서 심리적인 장벽을 무너뜨리는 의미로도 통용되고 있다. 비장애인들은 이러한 ‘배리어프리’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고령자나 장애인에 대한 ‘배려’나 ‘시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동권 면에서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키오스크 등 정보 접근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외에도 대통령 법 제31614호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장애인 편의법) 등으로 법제화되어 있으며, 기본 헌법 가치인 평등사회를 위한 우리 모두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장애인 편의법 제4조에 따르면, 장애인등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생활 속 배리어프리

  그렇다면 배리어프리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우선 생활의 기본이 되는 이동권 부분에서는 저상버스의 확장이 시행되고 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이동 편의성을 고려한 저상버스는 출입구에 계단이 없고 차체 자체의 바닥이 낮으며, 경사판이 장착되어 있어 휠체어를 탄 상태로도 버스에 탑승할 수 있다. 2018년까지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은 약 25%였으며, 국토교통부는 2022년까지 전국 시내 저상버스 보급률을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중에서도 서울시는 2025년까지 모든 시내버스를 저상버스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한다. 외에도 육교와 지하철역에 있는 승강기, 경사로, 휠체어 리프트 등도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배리어프리 사례로 볼 수 있다. 시각 장애인의 보도를 돕기 위한 점자 블록, 전체 주차구역의 3%로 지정된 장애인 주차구역 역시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사례들이다.

 

배리어프리 그 이상,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문화와 공공시설의 사례 외에도, 물품 디자인과 놀이기구 등에도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배리어프리에서 조금 더 확장된 개념인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을 비롯한 노인과 어린이, 임산부 등의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연령과 성별, 국적, 언어를 넘어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을 추구하며 현대의 새로운 트렌드이자 가치가 되고 있다. 누구나 적은 힘으로 물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싱글레버 수도꼭지, 복잡한 설명이 아닌 직관적인 패키지 색상으로 사용법을 나타내는 알약 등, 유니버설 디자인은 ‘공평한 사용, 사용상의 융통성,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 정보 이용의 용이, 오류에 대한 포용력, 적은 물리적 노력, 접근과 사용을 위한 충분한 공간’을 원칙으로 삼아 일상 속에 공감과 배려를 녹여낸다.

 

배리어프리를 외면하는 대학

 장애인 편의법에 따르면 대학은 배리어프리 시설 의무 설치 대상에 속한다. 예를 들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주 출입구 및 접근로 경사로, 점자블록, 경보 및 피난설비, 유도 및 안내설비 등의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령 제672호에 따르면 대학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이하BF인증) 중 의무시설의 대상이기도 하다. 대학 내 편의시설의 구조와 재질에 대한 세부기준도 보건복지부령 제672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장애인 등의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의 경우 휠체어의 사용이 가능하도록 유효 폭 1.2m 이상, 기울기는 1/18 이하로 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다만, 보건복지부령 제672호의 시행일은 1998년이다. 부칙에 의하면 규칙 시행 당시 이미 설치된 편의시설이나 규칙 시행 당시 시공 중인 대상시설 편의시설의 경우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고 나와 있다. 홍익대학교의 경우, 건물 대부분이 1998년 이전에 준공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울 뿐이다. 그 예로 문헌관은 1974년에, 학생회관과 중앙 도서관은 1979년에 준공되었다. 그 이후에 준공된 건물도 문제점이 있기엔 마찬가지다. 낙후되고 불편한 시설로 비장애인 학생조차 이용에 불편을 겪는 제2공학관의 경우 2001년에 준공되었다.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장애 대학생의 고등교육 여건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2003년부터 3년마다 ‘장애 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평가는 3월부터 12월까지 참여 대학이 제출한 선발, 교수학습, 시설 및 설비 3개의 영역에 대한 자체평가보고서에 근거한 서면 평가와 현장 방문 평가, 종합평가 등 3단계로 실시된다. 최우수 등급은 90점 이상, 우수 등급은 80~90점 미만, 보통 등급은 65~80점 미만이고 개선요망 등급은 65점 미만이다.

 

 가장 최근에 시행한 조사는 2020년도 장애 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로, 440개의 대학이 참여하였다. 전체 대학의 평균점수는 70.9점으로 보통 등급이다. 과거 평균 등급이 ‘개선요망’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장애 대학생의 교육 여건이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평가 결과, 2020년 기준 최우수 등급의 대학은 39개(9.2%), 우수 대학은 93개(22.0%), 보통은 177개(41.8%), ‘개선요망’ 144개(272.0%)로 나타났으며 홍익대학교의 경우 서울캠퍼스와 세종캠퍼스 모두 보통 등급을 받았다. 조사 결과 대학의 규모가 커질수록 점수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홍익대학교와 같이 재학생이 2500명 이상일 경우 대형 대학으로 분류한다. 조사에 참여한 대학 중 대규모 대학은 172곳이며, 평균점수는 76.1점으로 전체평균보다 5.2점 높았다. 홍익대학교와 같은 서울 내 다른 4년제 대학의 경우 서울대, 이화여대, 연세대, 한양대의 경우 최우수를 받았다. 성신여대, 한예종 또한 ‘우수’로, 홍익대학교보다 높은 등급을 받았다.

 

지난 2017년도 평가에서도 보통 등급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대학의 전체적인 교육복지는 향상되었지만, 홍익대학교의 경우 큰 발전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게다가, 평가대상에는 20개의 원격대학이 포함되어 있었고, 원격대학이 우수 등급 이상 비율의 50%를 차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전체적인 교육복지가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홍익대학교의 배리어프리 수준이 정말 ‘보통’인지에는 의문이 든다.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따르면, 2021년 10월 1일을 기준으로 홍익대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은 본교 서울캠퍼스 학부생 8명, 대학원생 4명, 세종캠퍼스 학부생 7명으로 총 19명이다. 다른 대학에 비해 장애 학생 수가 많지 않은 편이며 대부분 경증 장애 학생이다. 홍익대학교의 장애 대학생 교육복지지원이 미흡하여 학생들이 입학을 주저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홍익대학교에는 여전히 장애 학우의 캠퍼스 생활을 가로막는 장벽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홍익대학교는

홍익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장애 학생의 원활한 대학 생활을 위한 교내 행정 기관으로는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있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홍익대학교 서울캠퍼스 학생회관 장애학생지원센터(1층 및 2층)에 있으며, 홍익대학교의 장애 학생 교내 생활 및 학습을 지원하고 이동 및 학습과 관련하여 장애 학생 교육 활동과 함께 개별 고충 상담 및 불편사항을 개선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담당 : 서울 학생지원팀 백정현(02-320-1052 / choco0705@hongik.ac.kr)     세종 학생복지팀 김호경(044-860-2458 / hokkim@hongik.ac.kr) 공식 홈페이지: http://cafe.naver.com/hongikablecenter

 

  장애 학생을 위한 지원제도로는 학부생에게 해당하는 복지장학금과 우선 수강신청 제도가 있다. 복지장학금은 중·경증 장애가 있는 본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으로, 1학년 1학기부터 바로 수혜가 가능한 장학금이다. 우선 수강신청 제도는 본인이 직접 수강신청을 하기가 어려운 학생을 대상으로 별도의 수강 신청서를 접수하여 우선으로 처리하는 지원 정책이다.

 

  제도의 힘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을 살피기 위해 ‘장애 학생 교육 활동 지원’도 실시되고 있다. 교육지원인력으로 선발된 도우미들은 장애 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이 불편하지 않도록 교내 이동을 돕거나 함께 수업에 참여하여 노트 대필, 강의내용 전달, 수업 보조, 전반적인 학습 지도와 튜터링 등을 담당한다. 일반교육지원인력은 본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모집하지만, 장애 학생이 원하는 경우 속기사나 수화 통역사 등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인력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학습 보조 기자재와 이동 보조기구 대여 사업 또한 진행되고 있다. 장애 학생은 장애 유형에 따라 홍익대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기자재 및 보조기구를 구입 신청하고 대여할 수 있다. 현재 보유한 기자재는 수동 높이조절 책상, 보이스레코더, 원격 속기, 웹 카메라, 무선마이크와 음성 송수신기, 휠체어 등이다. 이밖에도 강의실 배정, 지정 좌석 배정, 시험 편의 제공 등의 기타 수업 지원이 개강 전 개별지원요청서에 항목을 표시하여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중증 지체 장애가 있는 재학생은 제 2 기숙사의 장애인실에 우선 배정되는 제도, 중앙 도서관의 도서 배달 서비스 등 장애학생지원센터를 통해 학습을 제외한 기타 상황에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주를 이루면서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지원사업도 확장되었다. 대면 수업, 비대면 수업 모두 중증 장애 학생들을 중심으로 청각장애 학생 대상의 전문 속기 지원 등 교육 지원인력을 매칭하고, 노트북 등의 기자재 대여와 함께 우선 수강신청, 학습 튜터링을 진행하는 등 장애 학생에 따른 개별 맞춤 지원이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장애 학생이 학교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학교에서 지원하는 교수학습 및 생활복지 지원 서비스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실제로 수업을 듣고 공부하는 물리적인 공간들은 어떨까? 거동이 불편한 학우가 정문에서부터 각종 강의동을 지나 후문으로 향한다고 가정하고, 학교 곳곳의 모습들을 살펴보았다.

 

홍문관(R 동)

 

  홍문관에서 학교 내부로 향하는 오르막길은 비장애인의 시선으로도 가파른 편이다. 승강기를 통해 2층으로, 이후 공학관 앞 경사로로 이동하는 방법이 존재하지만, 정돈되지 않은 보도블럭과 점자블럭 없이 밋밋한 길이 과연 ‘배리어프리’한 공간인지에 대해서는 재고해 봐야 할 것이다.

 

공학관(K 동)

 

  공학관의 후문에는 입구 계단 옆 짧은 경사 도로가 위치한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 19로 인해 후문은 폐쇄되었고 공학관을 출입하는 모든 학생은 반드시 정문을 거쳐 발열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안내문이 보인다. 걸음을 옮겨 정문으로 향하면, 경사로 없이 계단으로만 이루어진 입구를 발견할 수 있다. 정문과 후문 사이를 잇는 아주 작은 통로를 제외하면, 휠체어 사용자가 타인의 도움 없이 공학관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공학관 전체를 통틀어 단 하나 존재하는 승강기는 좀 전 폐쇄되어 지나와야만 했던 후문 쪽 건물 반대편 끝에 있다. 질병에 대한 우려는 결국 홍익대학교의 또 다른 장벽이 되고 말았다.

 

학생회관(G동)

 학생회관 입구에는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내부에는 승강기가 존재하지 않았다. 학생들을 위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휠체어를 고려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1층 화장실의 경우 턱이 설치되어 있었다. 별도의 장애인 화장실은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을 위한 학생회관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이 공간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G동 앞에는 나무 트렌치길이 길게 놓여있지만 군데군데 튀어나온 나무들이 많아 휠체어 이용에 어려움이 있었고, 대나무숲을 지나 운동장 옆 돌길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원만한 주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길이 험했다. 곳곳에는 쇠파이프를 비롯한 공사 잔해물들이 남아있어 통행에 큰 지장을 주는 상태였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캠퍼스 내 통행로를 비롯한 교내 시설에 대한 부분은 장애학생지원센터뿐만 아니라 건설관리팀 등 다른 기관과도 얽혀있는 문제이기에 해결에 관한 명확한 답변을 줄 수 없다고 답했다. 건물과 건물 간의 이동도 어려운 상태라면, 배리어프리 홍익대학교는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인문사회관(C동)

 

 인문사회관(C동) 입구의 경사로는 기울기가 완만하였고, 승강기도 설치되어 있었다. 1층에는 남녀 화장실 가운데 장애인 화장실도 설치되어 있었다. 또한, 건물 내부 지도 옆에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지도의 QR코드를 찾을 수 있었다.

 

미술학관(F동)

 미술학관의 경우 문헌관과 연결되어 있어 문헌관의 승강기를 타면 미술학관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지만, 미술학관 내부의 별도로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아 층간 이동이 매우 불편하였다. 문헌관을 통하지 않고 미술학관에 갈 때는 더욱 제약이 많다. 종합 강의동과는 경사로 없이 폭이 큰 계단만 설치되어 있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려면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종합강의동(U 동)

 종합강의동은 입구의 턱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진입로의 경사가 아쉬웠다. 차도로 겸용되는 경사로는 너무 가팔랐고, 차도로 쓰인다는 점에서 건물의 입구 쪽을 차가 막고 있으면 과연 휠체어를 타고 무사히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화장실은 남녀 공용의 장애인용 화장실이 1층에 설치되어 있었다.

 

기숙사

 

 

  튀어나온 돌과 나무가 가득했던 다른 길과 달리, 기숙사 근방의 모든 길을 잘 닦여져 있었다. 내려가는 길도 경사가 완만한 진입로가 설치되어 있었고, 게이트는 넓은 폭과 좁은 폭의 두 개로 설치되어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었다. 입구에는 촉지도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승강기에도 점자와 손잡이가 설치되어 제대로 관리되고 있었다.

 

  홍익대학교 제1 기숙사는 1990년에 개관하여 장애인실이 없으나 제2 기숙사는 장애인실 8개, 제3 기숙사는 장애인실 2개가 갖추어져 있다. 장애인실을 다른 호실과 달리 문턱이 없어 휠체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화장실에도 손잡이와 비상호출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호실과 전등 스위치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가 병기되어 있다.

 

  제2 기숙사 지하에 위치한 제2 기숙사 식당은 코로나 19 이후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내 식당이다. 그러나 외부인이 출입하려면 계단을 통해 내려가야 하며, 학생식당의 입구 근처에 승강기가 있지만, 이는 기숙사생만 사용할 수 있어 기숙사에 거주하지 않는 학우는 사용할 수 없다.

 

인문사회관(A·B동)

 

 

  인문사회관(A·B동)은 지난 2020년 리모델링 시공을 마친 강의동이다. 경영대학의 수업 대부분이 이곳에서 진행되며, A동의 1층에는 카페가 있어 많은 학우가 방문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A동의 입구에는 경사로 없이 계단만 있어 휠체어의 진입이 불가능했다. A동은 B동과 이어진 구조였기에 경사로가 있는 B동으로 들어와 A동으로 건너가는 방법이 있었으나, B동의 경사로를 지나 문으로 들어가기에는 사이의 폭이 좁았고 두 건물 사이에는 철제 중문이 닫혀있어 혼자서는 지나갈 수 없었다. 심지어 경사로는 B동에만 있으나 승강기는 A동의 카페 안쪽에만 있어 계단 이용이 어려운 학우들은 건물 두 개를 돌고 돌아 무거운 문을 밀고 어렵게 승강기를 탈 수 있는 구조였다. 강의실 책걸상부터 화장실, 승강기 내부까지 방금 개관한 것처럼 멀끔했지만, 이 공간이 일부 이용자를 철저히 배제하고 설계되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중앙도서관(H 동)

 

  중앙도서관에 가기 위해서는 와우관(L동)에서 승강기를 타고 4층에서 내리거나 정보통신관(Q 동)에서 승강기를 타고 4층에서 내리는 방법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와우관 4층의 출입구 한쪽은 고정문으로 닫혀있고, 다른 한쪽 문의 너비는 매우 좁아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었다.

 

  중앙도서관 앞에는 완만한 경사의 진입로와 자동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경사로와 연결된 자동문 센서가 꺼져 있어 실질적인 이용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만약 경비원의 도움을 받아 안으로 들어오더라도 중앙도서관 개찰구가 좁아서 휠체어가 통과하기 어렵다. 개찰구를 통과해도 올라가는 길은 계단뿐이다. 중앙도서관에 승강기가 있기는 하지만, 도서 운반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다. 계단을 오를 수 없는 노령의 학우나 장애 학우는 학교의 핵심이라 불리는 중앙도서관의 이용 자체가 어려운 상태였다.

 

제4공학관(T 동)

  열람실이 있어 학우들이 많이 드나드는 제4공학관(T 동)은 중앙도서관과 마찬가지로 배리어프리가 실현되지 않는 건물이었다. 제4공학관 3층 입구엔 경사로가 있어 내부 진입이 가능하지만, 건물 뒤편 1층 입구엔 경사로 없이 계단만 있었고, 열람실 개찰구가 좁아 휠체어의 진입이 불가능했다. 결국, 캠퍼스 내에 열람실이 있어 공부할 수 있는 중앙도서관과 제4공학관 모두 ‘일부에게만 열린 학습공간’이었던 것이다.

 

승강기 내 항균필름

 

 

  코로나 19 감염 우려로 공공장소 내 승강기 필수품이 된 항균필름이 시각장애인들의 접근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홍익대학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승강기 버튼에 부착된 항균필름은 버튼에 새겨진 점자 촉지를 방해하고 버튼 위치조차 찾기 어렵게 했다. 점자로 층수를 인지하는 시각장애인에게 항균필름은 단순히 방역 도구가 아닌 이동권과 접근권을 해치는 ‘장애물’이 된 것이다.

  C 동과 W 동을 비롯한 일부 강의동의 경우 항균필름이 찢어져 너덜거리는데도 교체되지 않아 그 목적을 잃은 채로 방치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필름이 항바이러스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구리성분과 바이러스가 직접 접촉해야 하는데, 플라스틱 필름 안에 첨가된 구리 이온은 외부의 바이러스와 접촉을 할 수 없고, 설상 필름 겉면에 구리 입자를 도포했다고 하더라도 입자 자체가 금방 떨어져 나가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항균필름의 존재는 방역이라는 항균필름의 본 목적조차 달성하지 못하는 상태로 장애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었다.

배리어프리 홍익대학교를 향하여

  홍익대학교는 2020년 A·B동에 이어 홍익아트스퀘어 공사를 진행 중이며 내년 초 제1 기숙사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A·B동은 거동이 배리어프리 캠퍼스에 대한 고려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리모델링되었고, 2020년의 코로나 19 사태 이후로 부착되었을 승강기 항균필름은 학교 곳곳에 방치되어 시각장애인의 점자 촉지를 어렵게 하고 있었다. 학교의 모든 시설을 다시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건물을 새로 짓거나 보수할 때는, 이 설계가 ‘누군가의 교육권과 생활권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한 세심한 검토와 계획이 이루어져야 한다.

 

    너무 가파르다며 불평하며 오르던 홍문관 언덕이, 아무런 생각 없이 걷던 돌길과 가파른 계단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거대한 장벽으로서 존재한다. 우리가 매일같이 걷고 공부하고 밥을 먹던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완전히 소외되어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배리어프리는 단순한 배려 차원의 일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누군가는 나도 언젠가는 장애인이 될 수 있고, 나도 반드시 나이를 먹기 때문에 배리어프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장애인 편의법 제4조에 따르면, 장애인 등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 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타인의 교육권과 생활권 보장을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하는 일이다. 함께 목소리를 내고 움직인다면, 홍익대학교는 모두에게 열려있는 배리어프리 캠퍼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예진, 조민재, 이정윤  dimplezyn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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