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녹색 제품

  약 20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천연자원의 사용을 줄이고 제품 및 서비스의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2001년 1.5조, 2010년 16조, 2020년 30조로 친환경 관련 소비시장은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환경부의 친환경제품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녹색제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는 ‘16년 78.1%에서 ‘19년 91.5%로 크게 증가했으며, 녹색제품 구매경험은 ‘16년 60.1%에서 ‘19년 87.8%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렇다면 ’녹색제품‘이란 무엇일까?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2조 5항에 따르면 녹색제품은 에너지-자원의 투입과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제품을 말한다. 즉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친환경적 제품이 녹색제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녹색제품 생산·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1994년 환경표지 인증제도를 실시했다. 생산, 유통, 사용, 폐기까지 이르는 제품·서비스의 모든 과정에서 에너지 및 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오염물질의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친환경제품을 선별해 정해진 형태의 로고와 간단한 설명을 표시하도록 하는 자발적 인증제도였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어떠한 제품·서비스의 환경성이 뛰어난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기업은 자사제품·서비스의 높은 환경성을 홍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2005년 「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을 통해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은 환경표지 또는 우수재활용 인증을 받았거나 동 기준을 만족하는 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정해졌다. 녹색제품구매법 제3조를 보면, 녹색제품의 구매촉진을 위한 공공기관과 사업자의 역할과 함께 국민의 책무도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환경부는 해당 법률을 통해 5년마다 ’녹색제품 구매촉진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국민들의 녹색제품에 대한 이해는 물론, 기업의 녹색제품 개발 및 홍보가 증가하였다. 당시 일반 소비자들의 환경인식 수준도 높아지면서 녹색제품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증가하였고, 이어서 2011년에는 민간 녹색구매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녹색매장 지정 제도와 그린카드 제도 도입이 추진되었다.

* 제3조(녹색제품의 구매촉진을 위한 책무) 
① 공공기관의 장은 녹색제품의 구매를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계획의 수립ㆍ시행, 자료조사, 교육ㆍ홍보 및 인력양성 등을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② 사업자는 녹색제품의 생산과 품질향상 및 녹색제품에 사용되는 원료나 부품에 대한 녹색제품의 사용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③ 국민은 환경친화적인 소비생활을 위하여 녹색제품을 사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개정 2011. 4. 5.>

  그러나 최근 녹색제품 구매촉진정책의 이행실적을 살펴보면, 공공부문의 녹색구매가 87%로 대다수를 차지하는 반면, 민간부문 구매성과는 상대적으로 미진한 상태에 머물렀다. 환경부는 이에 따라 녹색제품의 생산·유통·소비 확대 방안을 담은 ’제4차 녹색제품 구매촉진 기본계획(2021~2025)‘을 수립하여 2021년 1월부터 시행했다. 제4차 기본계획은 그린뉴딜, 탄소중립과 같은 다양한 정책환경 변화에 발맞춰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녹색제품을 통해 친환경소비를 실천할 수 있도록 민간부문의 방안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제4차 기본계획은 환경적 가치를 소비하는 친환경 문화 확산과 지속가능한 녹색사회를 위한 정책기반 강화를 목표로 하며, 주요 내용으로는 녹색소비 인프라 강화, 수요자 중심 녹색제품 확대, 친환경 착한 소비 생활화, 녹색신시장 창출 등이 있다.

녹색제품 소비를 어렵게 하는 그린워싱

  정부에서도 녹색소비 촉진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만큼 친환경을 원하는 소비자는 점점 늘고 있다. 한 기업에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무라벨 생수를 출시하자 판매량은 1년 만에 500% 증가하기도 했다. 이제 사람들은 돈을 더 주더라도 가치 있는 소비를 하길 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소비자들의 특성을 악용하는 제품이 등장했으니, 이를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 부른다.

  그린워싱은 친환경 이미지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하락시키고, 친환경 생산 업체의 매출에 악영향을 주면서 다른 기업의 친환경제품 개발 의지를 저해한다. 이는 친환경제품 시장의 환경개선효과 감소를 야기할 수 있으며, 결국 녹색제품 시장 질서를 흩뜨리는 등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에 경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린워싱을 감시하는 기관은 크게 두 곳이 있다. 제품의 환경성 관련 표시와 광고는 환경부에서 감독하고 있고, 더 넓게 광고에 대한 위반사항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규제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과장광고나 허위광고까지 포함하여 처벌하고 있는데, 에너지 효율을 과장하거나 환경표지를 허위로 과장한 제품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자동차 회사가 배출가스양을 조작했던 디젤 게이트와 10년 전 세상을 분노케 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역시 위장 환경주의 상품이다.

  한국에서는 1997년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 및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제16조의 10과 관련하여 제품 환경성 표시-광고 행위에 대한 판단지침을 시행했다. 제품의 환경성에 관한 부당한 표시-광고를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있으나 실제 행정조치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그린워싱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으나, 이는 결국 그린워싱의 해결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긴 셈이다. 영국 공정거래위원회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그린워싱 사례 중 소비자에게 정보가 부족해 일어난 사례가 50% 이상을 차지했다. 기업이 정보를 숨기고 왜곡하는 상황에서 개인에게 그린워싱 판단을 맡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초록색 껍데기 속에는

  2021년 4월, 이니스프리는 플라스틱 병에 제품을 판매하며 라벨만 종이로 바꾼 뒤, ‘Paper Bottle(종이 병)’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어 마치 소비자들이 제품을 종이 병이라고 착각하도록 했다. 이니스프리는 “해당 제품은 화장품 제조 시 사용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무색 PE 재질의 내용기를 사용하고 겉면에 종이 라벨을 씌운 플라스틱 저감 제품”이라며 “기존 제품 대비 51.8%의 플라스틱을 절감해 생산됐다”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친환경을 표방하는 ‘페이퍼 보틀’ 안에 플라스틱 용기가 들어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기만이라며 이니스프리를 소비자고발센터에 신고했다.

  이니스프리는 종이와 플라스틱 용기 분해방법을 박스와 홈페이지에 분명히 안내한 바 있었다. 또한 해당 제품이 표방하는 ‘페이퍼 보틀’은 국내외에서 일반적으로 종이로만 구성되지 않았지만, 종이의 비중을 높이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개발된 제품을 칭한 것이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플라스틱이 일절 포함되지 않은 제품이 아닌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절감한 제품을 ‘페이퍼 보틀’이라 칭한다는 점에서 이니스프리가 사용한 용어가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처럼 녹색제품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업이 먼저 제품의 개발뿐만 아니라, 사용법과 분리수거법 전달에 있어서도 정확하고 자세한 표기를 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역시 제품이 어떤 점에서 친환경적인지를 면밀히 따져보고 그린워싱을 경계하여 구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초록색 의도와는 달리

  제품 환경성의 경우 법적인 기준이 있어 제재할 수 있지만, 주관적 영역인 마케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021년 9월 28일, 스타벅스는 50주년을 기념하며 음료 구매자에게 리유저블 컵을 증정했다. 재활용컵을 많이 쓰게 해 환경오염을 줄이겠다는 목표였으나, 컵을 갖고자 엄청난 인파가 몰려 오히려 자원 낭비를 초래했다. 스타벅스의 리유저블컵은 폴리프로필렌 소재로, 사용횟수는 20회로 권장된다고 적혀있다. 결국, 언젠가는 다른 컵을 사야 하는 것이다. 당시 이 리유저블 컵을 받기 위해 스타벅스 어플 접속 대기자는 1000명을 넘기도 했으며, ‘한정판 굿즈’로 여겨지며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개당 2500~35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ESG 경영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기업이었다. ESG경영이란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즉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를 중요한 평가 요소로 내세우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2015년부터 미국, 캐나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의 9천여 개 매장을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 스타벅스의 경우 2018년 국내 업계 최초로 종이 빨대를 도입하여 친환경적 커피 전문점이라는 대중들의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 스타벅스는 2020년까지 2배로 늘리겠다던 컵 및 포장재 재활용, 퇴비화 가능성을 2년 뒤인 2022년까지 하겠다고 번복했고, 한국 스타벅스는 친환경을 앞세워 과도한 굿즈 생산에 열을 올렸다. 한국 소비자들은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 기념 행사가 일부 해외 국가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에서 유독 그린워싱이 심한 스타벅스를 질타했다.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은 다회용컵을 제공하는 방식이 아닌, 개인 컵을 가져오면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음료 가격을 할인해주는 식으로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해외의 경우 그린워싱을 비롯한 다양한 허위 마케팅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우고 있다. 호주는 공정거래 및 소비자 위원회에서 제조업자, 공급자, 광고업 종사자 등 사업자 대상의 그린 마케팅 가이드를 발간해 단계별 체크리스트를 제공했고, 미국 역시 연방거래위원회를 주축으로 그린워싱 가이드라인 ‘그린가이드’를 기업에 제공했다. 영국은 환경식품농무부가 2011년 환경 보호 청구 지침을 개정하면서, 사업자의 이해와 실천을 돕기 위한 주요 원칙과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경우 허위 캠페인을 벌일 경우 비용의 80%까지 벌금으로 내도록 하였고, 해명자료를 제출하도록 규정하는 강력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권은 점차 엄격해지고 있으나 실질적인 규제 사례는 대부분 미약한 정도에 그쳤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친환경 위장 제품 처리 현황 데이터는 모두 700건이었다. 그러나 전체 700건 중 625건이 시정권고로 끝났다. 즉 잘못된 광고 정보를 바꾸라고 권고할 뿐, 법적으로 구속할 힘은 없었던 것이다. 이보다 강력한 시정명령은 74건으로 전체의 10.6%였고, 고발은 딱 1건 진행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리 역시 비슷했다. 2010년 이후로는 과징금과 고발도 일부 등장했으나, 여전히 시정권고와 시정명령만이 대다수인 상황이다.

  자원 고갈과 지구온난화, 환경 파괴의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지속 가능한 소비·발전의 중요성은 더욱 대두될 것이다. 녹색제품 소비량을 증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그린워싱에 대해 엄격히 규제하고, 올바른 정보를 통해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그린워싱과 관련된 신고 및 환불, 보상 등을 담당하는 민원기관을 지정하여 소비자가 그린워싱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줄어들도록 하고, 다양한 부처와 기관에서 운영하는 환경표지를 하나의 디자인으로 통합하여 홍보하는 등, 더 쉽게 소비자가 녹색제품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가 친환경과 녹색제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수록 그린워싱은 친환경 시장에서 모습을 감출 수밖에 없다. 그린워싱 마케팅을 규제하는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소비자는 친환경을 표방하는 상품이 그린워싱 제품은 아닐지 한번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환경부인증 환경마크가 있는 제품과 제품의 환경성과 관련된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제품 위주로 구매하는 소비습관을 가진다면 그린워싱 제품을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녹색 소비와 제로웨이스트를 통한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구매하지 않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막연하게 ‘환경에 도움이 되겠지’ 하고 구매하는 것보다는, 한 발짝 물러서서 꼭 필요한 구매일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예진  dimplezyn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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