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예쁘면 인스타 스토리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고, 외출을 하면 인스타에 올릴만한 사진을 건져야 한다는 압박이 느껴진다. 전시는 대놓고 인스타그래머블 전시라며 홍보를 하고, 오늘 가는 맛집은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곳이란다.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가까운 지인들의 소소한 일상을 전해 듣던 인스타그램은 이제 없다. 어쩌다 우리의 세상은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었을까.

Part 1. 작가

7칸, 5칸이었던 프로필이 3칸 정렬로 바뀌면서 우리는 본격적으로 작가가 되기 시작했다. 테트리스를 하듯 ‘이다음에 이걸 올리면 어울릴까?’ 고민한다. ‘한 줄을 비슷한 느낌으로 맞추는 게 좋겠지?’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어 혼자만 있는 계정에 먼저 올려본다. ‘음 어울리는 것 같아. 올려도 되겠다.’

해시태그의 시작은 분명 이러하지 않았다. 기억하기론, 세계적인 사건에 공감이나 애도를 표하기 위해서 혹은 적어도 우리 집 고양이가 귀엽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썼다. 그런데 지금의 해시태그는 단지 팔로워 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일 뿐인 듯하다. 그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같은 해시태그를 쓰는 사람들은 모두가 서로의 경쟁자가 되고, 비교의 대상이 된다. 또 막상 해시태그를 사용해서 생판 모르는 남이 ‘좋아요’를 눌러주면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찜찜하다. 물론 아직 해시태그의 순기능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이 모르는 사람에게 오는 디엠과 무작위로 달리는 광고성 댓글을 넘어서는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팔로워를 늘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해도 해시태그의 양은 너무나 방대하여 의미가 없다. 새로고침 한 번이면 새로운 게시물이 우수수 쏟아지고, 그 해시태그와 상관이 없어 보이는 게시물이 더 많다.

인스타그램이 더는 소박하지 않고 무언가를 게시한다는 것에 부담이 생길 때쯤, 스토리의 등장은 반가웠다. 24시간이라는 짧은 유효기간 덕에 다시 일상의 작은 부분을 공유한다는 원초적 목적을 되찾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볍게 올린 스토리를 누가 봤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되자 이것은 새로운 문제를 가져왔다. 집착이다. 막상 스토리를 본 사람은 1초 만에 휙휙 넘기지만, 스토리를 올린 이는 하루 동안 스무 번도 넘게 확인한다. 심지어 이제는 지나간 스토리도 하이라이트로 저장을 할 수 있다. 이로써 한시적이라는 스토리의 최대 장점이 없어진 것이다.

한 번에 사진 한 장만 올릴 수 있었을 때는, 그날 아무리 좋은 하루를 보냈어도 단 하나의 순간만을 신중하게 골라 올렸다. 그러나 묶어 올리기가 가능해지고 나서부터는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충분하지 않다. 그날 갔었던 곳 중 가장 좋았던 곳이 아니라 늘 좋은 곳에 가야하고,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또 새로운 사진을 찍어야 한다. 짧은 순간도 여러 각도에서 완벽해야 할 것 같은 느낌 혹은 하루를 10장으로 채워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을 지우기 힘들다.

작가가 되어 ‘나’를 주인공으로 세우는 일은 우리의 나르시시스트 적인 부분을 끌어낸다.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친구를 만나면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3에서 4할 정도 나누지만, 인스타그램에서는 8할 이상이 나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남의 이야기에 관심 있는 척하지 않아도 되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 ‘나’에 대해서 실컷 이야기할 수 있으니 우리가 이곳에 중독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생각보다 타인은 내가 지은 이야기에 별로 관심이 없다. 막상 본인의 피드를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은 자신이며 공을 들이는 이 역시 자신이다.

Part 2. 관찰자 

인스타그램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만, 그래도 피드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으면 그 경계가 잘 보이지 않는다. 다들 바쁘게 살지만, 친구도 열심히 만나며 귀여운 유행어도 놓치지 않는다. 요즘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인스타그램에 검색해 보면 된다. 실제로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지만, 우리는 그 사람의 피드를 보며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인스타그램의 사용자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인플루언서와 인플루언서가 아닌 사람. 우리말로 인플루언서는 ‘영향력이 있는 사람’쯤 된다. 근데 나는 그 단어가 조금 이상하다. 나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은 많다. 다만 우리가 인플루언서라 부를 때는 SNS상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을 말한다. 그렇다면 그 ‘영향’이라는 것이 좋은 것인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관심이 필요한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알린다면, 그들의 영향력은 선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요즘 인플루언서는 대체로 내가 무언가를 사고 싶게 만드는 일에만 영향력이 있는 것 같다. 그럼 그 ‘좋은 영향’의 대상은 사실 내가 아니라 광고주인 것이 아닌가?

Shop 탭의 추가는 단연코 인스타그램이라는 앱의 정체성을 바꿔놓았다.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는 곳에 상점의 등장은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우리가 더는 콘텐츠를 올리는 생산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는 이제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이미지 안에 들어 있는 것까지 소비하는 상황에 놓였다.

원래 게시물을 올리는 버튼이 있던 곳에 릴스가 생겼다. 습관적으로 가운데 버튼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가 깜짝 놀라기 일쑤이다. 나는 이 25초 내외의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밉다. 요즘은 더이상 노래 전주나 후반부에 세션을 넣어 노래를 5분 넘게 늘리지 않는다. 시작부터 강렬하게 등장해 마지막까지 진한 인상을 남긴다. 이렇게 점점 세고 간결한 것들만 남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약해도 좋으니 지루하고 느린 것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만큼 타인을 관찰하는 것도 만만치 않게 즐긴다. 연예인을 몰래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자칭 ‘언론사’가 망하기는커녕 잘되는 것을 보면 확실하다. 인스타그램은 이러한 우리의 집단적 관음증에 아주 특화된 곳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우리의 관음증을 충족시키려면 대상은 그 ‘의도’를 들켜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가 관찰을 통해 ‘잘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믿게 만들어야 한다. 본질은 그것이 아닌 척을 하며···

Part 3. 비평가

연예인의 사생활은 우리 최고의 관심사다. 논란이 터지면 우리는 그 사람의 인스타그램 계정부터 들어가 보게 된다. 역시나 그 사람의 가장 최근 게시물에서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해명하세요, 사과하세요’, ‘아직 확실한 것은 없잖아요’, ‘님 아직 oo 안 봄?’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기자와 회견장 그 어느 것도 필요하지 않다. 기자회견이 시작된 지 만 하루 정도 지나면 해명문이나 사과문이 올라온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났을까, 또 어디선가 그 해명문에 대해 반박하는 이가 나타나 세상은 다시 시끌벅적해진다. 물론 삼일장이라고 3일이 지나면 아무도 그 댓글 무덤에 찾아가지 않는다.

둘러보기에 대문짝만하게 뜬 가쉽을 클릭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막상 눌러서 넘겨보면 그 자극적인 제목은 기사의 내용을 아주 얄밉게 뽑아낸 것일 뿐이란 것을 알게 된다. 배신감에 이제는 그런 제목을 믿지 않는다. 다만 나는 이미 눈에 들어온 기사를 그 제목만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핑계를 대며 결국 눌러본다.

포털 사이트에서 연예 댓글란이 없어졌다지만 상관없다. 인스타그램에서 대중은 여전하다. 실시간 검색 순위가 없어도 지금 핫한 이슈가 무엇인지 알기는 쉽다. 새로고침을 하며 없애보려 해도 계속해서 나타난다.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편을 나누기도 한다. 끊임없이 달린 답글에는 서로가 옳다며 싸우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렇게 댓글이라는 기능이 피곤해지게 되면  댓글 기능이 제어되기도 한다. 일부의 무분별한 악플을 막기 위해 SNS의 최대 장점인 쌍방향 소통이 막힌 것이다.

빠르게 피드를 내리는 그 찰나의 순간에 우리는 이 사람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를지 말지 고민한다. 이것은 일종의 평가다. 내가 ‘좋아요’를 누를만한 게시물인가? 내가 이 사람과 그 정도로 친한가? 이렇게 ‘좋아요’를 누르는, 상당히 간단해 보이는 행위도 우리의 인간관계를 의심하게 만들고 남을 재단하게 만든다. 사실 내가 남을 재단하는 행위는 남도 나를 그렇게 재단할 것이라는 의심을 낳아, 결국 나에게로 돌아온다.

Part 4. Fear Of Missing Out

오늘 이 사람은 이 카페에 갔구나, 구하기 힘들다던 그 신발을 샀구나, 누구를 만나서 어디서 술을 마셨구나··· 하루에 인스타그램을 한두 시간은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무엇을 얻었나? 물으면 할 말이 없다. 딱히 얻을 것이 없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확인하지 않으면 무언가 놓치게 될 것만 같다.

하루에 2시간 정도 인스타그램을 사용한다면, 우리 생애 전체로 보았을 때 5년 4개월에 맞먹는 시간이라고 한다. 5년 4개월이면 정말 많은 것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한 학기 휴학하는 것에는 수많은 고민과 큰 결심이 필요하지만,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는 것은 너무나 간단하다. 거의 잠금화면을 켬과 동시에 자동반사적이다. 하지만 6개월이라는 시간은 5년 4개월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다. 결국 우리는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으면 무언가 놓칠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리지만, 실은 오히려 인스타그램으로 인해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메타(과거 페이스북)는 인스타그램이 많은 이에게 정신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모두가 인생의 가장 밝고 화려한 부분이 일상인 듯 올리는 곳에서 타인과 나를 비교하게 되는 것은 꽤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우울증 환자에게 SNS 특히나 인스타그램을 끊으라는 처방이 내려지는 것만 보더라도 우리가 이 SNS를 정말 잘못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메타는 야심 차게 ‘좋아요 수’를 없애는 기능을 내놓았지만, 그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좋아요 수’에 집착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중요한 것은 숫자 따위를 가리는 게 아니라 그곳에 실린 무게감을 줄이는 것이다.

나는 인스타그램이 나를 온전히 대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도 그러할 것이라 여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무게감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나를 온전히 나타내지 못하니 굳이 완전히 표현하려 할 필요가 없다. 나의 최대 장점, 아웃풋, 인맥이 나의 피드에 있지 않아도 괜찮다.

만약 인스타그램을 탈퇴하는 것이 나의 세계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면 혹은 현실에서의 삶이 인스타그램 피드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인스타그램 사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동굴에서 빠져나오면 알게 될 터이다. 그것들은 그저 그림자일 뿐이었다는 것을.

박한비  kkkanb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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