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오늘날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종이에요. 역사상 존재했던 그 어떤 종보다 강력한 종입니다.’ _ 제러드 다이아몬드.

어때요, 자랑스럽나요? 지구 최고의 생물이 된 게 말이에요. 조금은 믿기 어렵네요. 총, 칼 다 내려놓은 맨몸으로 마주하게 된다면 사자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귀여운 강아지에게도 질 것 같은데 말이죠. 그렇지만 얼떨떨한 기쁨은 잠시 접어 두고, 스파이더맨의 명대사를 생각해 봅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인류세란 무엇인가?

인류세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나요? 인류세의 ‘세世’는 지구의 지질학적 시대 구분의 단위로, 인류세는 말 그대로 ‘인간의 (지질학적) 시대’를 뜻합니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는 발표 논문으로 *홀로세(Holocene) 이후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공식화할 것을 주장했고, 이것이 인류세 개념의 시작이었습니다. (*홀로세: 약 1만 1700년 전~현재의 지질 시대.)

인류가 지구의 지질학적 연대기에 미친 영향은, 빙하기 이래로 다른 어떤 자연 활동보다도 큰 변혁을 가져왔다고 평가됩니다. 이러한 인류세의 주원인은 핵무기 실험의 방사성 낙진, 동위원소 등인데요. 우리가 무기로 이용하기 위해 발전시킨 과학 기술이 운석 충돌, 판게아 활동 등과 비슷한 지질학적 변화를 이끌어왔다는 뜻이라고 이해해도 좋습니다. 이렇게 지질학 분야의 이론으로 처음 주장된 ‘인류세’ 개념은, 이를 넘어서서 환경과 문화, 철학 분야에서도 통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류세는 정말로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요?

1. 인류세란 무엇인가, 인류세는 ‘과오’다 : 그 어떤 종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인간이 저질러 왔던 일들, 인류세의 *황금못은 무엇인가?

선캄브리아대, 고생대를 지나 신생대, 홀로세로 이어져 온 지구의 지질학적 시대는 사이사이 존재하는 ‘황금못’을 기준으로 구분됩니다. 세계의 지질연대를 구분하는 국제층서위원회(ICS)는 특정 지질연대의 경계를 가늠할 수 있는 지질 기록이 보존된 장소를 표준층서구역(GSSP, Global Boundary Stratotype Section and Point)으로 표시하는데, 이 금속 표식의 모양과 형태가 황금색 못과 유사해 일명 '황금못'(Golden Spike)으로 불리는 것이죠. 이 황금못은 표식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신종 유기체의 실현이나 기존 생물의 소멸 등 새로운 지질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되는 개념이나 사건을 뜻하기도 해요.

<EBS 다큐프라임_ 인류세:인간의 시대> 제작진은, 인류세에 박아넣을 만한 ‘황금못’으로 4가지 후보를 꼽았습니다. 그 네 주인공은 바로 ‘플라스틱, 닭 뼈, 콘크리트, 방사선 물질’입니다. 아주 일상적인 것부터 그냥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것, 어떻게 인류세와 관련 있는지 가늠되지 않는 것도 있네요.

> 지구, 이제부터 aka 플라스틱 스피어

플라스틱의 과도한 생산과 사용, 폐기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우리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문제의 주가 되곤 하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여러 영상과 정책들을 보기도 했고요. 하지만 플라스틱은 튜브 빨대를 삼켜 버린 거북이만큼, 아니, 그보다 거대하고 본질적인 변화를 지구에 가져왔습니다. 플라스틱 스피어란 해양 생물이 플라스틱에 ‘적응’하여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현재 840만 톤에서 1,440만 톤의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바다 위를 부유하면서 작은 섬을 이루던 플라스틱은, 우리가 시각적인 충격에 익숙해져 가고 있을 사이 보이지 않는 심해에서 지구를 바꾸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미세 플라스틱의 증가는 코로나 19사태 이후 더욱 가속되어 해양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해양 생물들의 안타까운 죽음 그 이상으로, 생태계 구조를 뒤바꿀 위험성과 함께 인류의 식량 문제에 대한 위협이 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 인류 전성시대? 아니, 닭 전성시대

인류의 시대라더니, 웬 닭 뼈의 등장일까요? 학술지 ‘영국 왕립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는, 식육용 닭이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의 도래를 알리는 가장 충격적인 증거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닭이라는 종 자체만 보더라도, 식육용으로 개량된 현재의 닭은 로마 시대에 살았던 그 조상 조류인 ‘적색야계’와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빠른 성장과 산란, 연한 육질을 위해 끊임없이 먹고 오래 살지 못하도록, 인간이 ‘만들어낸’ 닭은 한 해 700억 마리가 넘게 소비됩니다. 당연히도 조류 중 개체 수 1위를 차지한 닭은 2위인 쿠엘레아 홍엽새와 15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조류의 중량을 합쳐도, 닭 한 종의 총 중량을 이기지 못한다는 결과는 조금 놀라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지구상 수많은 매립지에서 이미 닭 뼈가 ‘화석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미래의 누군가가 인간이 살던 시대의 지질층을 조사했을 때, 닭의 화석이 우리의 시대를 대표하게 된다고 상상해봅시다.

> 전무후무, 유일무이! 방사성 낙진의 흉터

- 앞서 인류세의 ‘원인’으로 추정되었던 핵실험은 이렇게 인류세의 ‘증거’에도 그 흔적을 남겼습니다. 핵실험이 가장 활발했던 20세기 중반, 인공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낙진은 퇴적층에 가시적인 증거를 새겼습니다. 이러한 방사성 낙진은 국제지질학 연맹에서 인류세를 공식 지질시대로 등재하며 직접 선정한 ‘황금못’이기도 합니다. 인류세의 황금못으로 방사성 낙진을 꼽는 사람들은, 인류세의 시작을 최초의 원자탄 투하 실험이 있었던 1945년 7월 16일이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핵폭탄 폭발이 발생하며 지상의 물체들이 파괴되고, 상공에 떠오른 방사성 분진이 다시 가라앉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 ‘낙진’은 인류가 핵폭탄을 발명하기 전까지는 지구에 존재한 적 없던 흔적입니다. 우라늄의 반감기가 45억 년, 플루토늄의 반감기가 2만 4110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전 시대에 한 번도 관찰되지 않았으며, 수만 년간 보존되어야 한다는 황금못의 조건을 완전히 부합하는 것 같네요.

> 지구의 새로운 갑옷, 콘크리트와 시멘트

- 우리는 하루에 땅을 몇 분이나 밟고 있을까요? 한번 의식하기 시작한다면, 우리가 걷고 쉬는 길의 대부분은 콘크리트 혹은 시멘트 위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1950년까지의 시멘트 생산량은 연간 1억 3,000만 톤, 콘크리트 생산은 연간 10억 톤 정도였지만, 현재의 인류와 산업은 매년 시멘트 40억 톤, 콘크리트 270억 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생산된 콘크리트는 2mm 두께로 지구의 크기와 같은 복제 행성을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특히,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는 탄산칼슘을 가열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지구온난화의 주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합성 물질의 흔적은 플라스틱과 함께 ‘기술 화석’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지층, 새로운 광석을 발명해낸 인류가 된 소감이 어떠신가요? 지금도 마냥 자랑스럽나요?

2. 인류세란 무엇인가, 인류세는 ‘경고’이다 : 인간이 일으킨 변화, 인간의 멸망을 부르다! 인류세가 가져올 지구의 미래

네 가지 황금못을 지나오며, 우리는 더 이상 ‘인류세’를 그저 트로피 혹은 스코어로만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류세의 명명은 ‘시작’을 의미하며, 앞으로 다가올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 6번째 대멸종

-캄브리아기에서부터 현재 홀로세까지, 지구의 생물군들은 5번의 대멸종을 겪었습니다. 급격한 기온 변화와 빙하기, 운석의 충돌, 생물군의 변화, 화산 폭발 등이 그 이유였죠. 하지만 그 5번의 대멸종을 겪어온 지구의 생물들에게는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과학자들은 20세기의 100년, 고작 20세기부터 21세기까지의 기간 동안 최소 543종의 육지 척추동물이 사라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하늘과 바다에서도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이와 비슷한 수의 종들이 2050년이 도래하기 전 더 멸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생물의 멸종은 인간의 주 활동 지역인 아열대 지역에 집중되어 나타났으며, 일각에서는 코로나 19의 원인을 무방비한 야생동물의 사냥으로 보며 생물군의 멸종이 인간의 존속 위기와 연관되어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그동안의 5번의 멸종이 10만 년에서 30만 년 정도의 간격을 두었던 것을 생각하면, 인류가 지구에 끼치고 있는 영향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인류 또한 결국 지구의 ‘생물’이라는 사실을 상기해 봅시다. 6번째 대멸종이 정말로 도래한다면, 그것은 남의 일은 아닐 테니까요.

> 무너져 버린 항상성, 존재 ‘가이아’

- 어렸을 적 그렸던 기후 포스터에서, 우리는 지구가 입에 체온계를 물고 아파하는 모습으로 환경의 위기를 표현하곤 했습니다. 옛 기억 속 눈물을 뚝뚝 흘리며 슬픈 표정을 짓고 있던 지구 캐릭터를 떠올려 본다면, 지구 자체가 하나의 유기체라는 ‘가이아 이론’이 너무 낯설지만은 않을 것 같네요. 환경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대기권 분석을 통해 본 가이아 연구>에서, 지구 전체를 살아 있는 유기체로 보면서, 지구 환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이 맺는 상호관계에 주목했습니다.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생물의 개체 수와 기후 등을 조절한다는 러브록의 주장은 학계에서 그리 긍정적인 반응만을 얻지는 못했지만, 대두된 환경 위기와 인류세 논란 속에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러브록 교수는 지구의 기후 변화가 스스로 회복하는 데 10만 년이 걸리는 ‘열병’단계를 넘어감으로써 수십억 명이 희생될 것이라고 최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가이아는 혼수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가이아는 늘 스스로 회복해 왔으나 이번엔 상태가 너무 위중하다”는 그의 주장은 정말일까요? 확실한 것은, 그 신빙성을 떠나 그의 주장이 이제는 단순한 망상론이 아닌 경고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입니다.

> 인류세의 명명이 의미하는 것

- 우리는 이미, 이름과 명명 행위가 가진 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이 존재해 거룩한 문명이 지구에 남긴 흔적을 ‘인류세’라고 부르는 것은, 인간이 더는 지구 환경에 종속되어 그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미미한 존재가 아니라 전체 환경을 통제하고 변화시킬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지구에 바탕을 둔 ‘지구인’이기도 합니다. 인류세라는 이름 아래에서, 인류는 우리가 가진 영향의 주체이자 동시에 객체입니다. 그렇기에 이 ‘인류세’라는 라벨은 그저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3. 인류세란 무엇인가, 인류세는 ‘오만’이다 : 인류세 저 너머로

> 인류세 지정 반대의 목소리

- 인류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반대쪽 편에는, 반대로 인류세를 반대하거나 믿지 않는 사람들 또한 존재합니다. 먼저 지질학계의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인류세의 지정이 인간에 의한 지구의 파괴를 강조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그들은 70년간 자연적으로 퇴적되는 해양 지층이 1mm도 되지 않는다는 예시를 통해, 인류가 건설한 고도 문명이 앞으로 지속된다고 할지라도 화석적인 증거는 전혀 남지 않을 것을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인류세의 황금못으로 꼽히는 핵실험의 잔재들 역시 10만 년이 지나고 난다면 흔적조차 존재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학계의 반대 여론은 반감기를 고려하더라도, 지질학적 시대의 구분은 시대의 끝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며 인류의 문명시대가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시점에서 인류세에 대해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이는 인문학적 개념으로만 남겨 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철학적인 의미의 ‘인류세’ 용어 사용이라면 괜찮은 것일까요?

> 인류세의 철학(서사)적인 해석에 대해

• 인류/인간에 대한 하나의 새로운 “거대 서사(메타서사)”: Clive Hamilton.

• 지구, 미래, 행위자, 인간, 이슈들에 대한 하나의 “스토리(story)”: Christophe Bonneuil; “geo-story” (Bruno Latour in Facing Gaia)

• 과거의 철학적 질문들이 다시 새롭게 써져야 하는 “새로운 렌즈 (과학적 패러다임)”: Erle Ellis.

• 세계에 대한 감각을 제공하는 “현상과 담론을 결합하는 신화”: Amanda Lynch & Siri Veland.

위의 캐치프레이즈들은 철학자, 윤리학자들이 인류세에 대해 해석한 문장입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인류세는 지질학적 용어로 출발했지만, 인문 사회, 예술 연구 분야 전반에서 사용되며 ‘서사적’인 기능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류세 시대의 문화상’, ‘인류세에 걸맞은 시대정신’ 등, 인간이 이끌어 온 전반적인 문명시대를 통칭하는 멋진 이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러한 용어 사용은 과연 그 원래 목적을 생각했을 때 적절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서사적인 해석에 더하여, 일부 입장은 인류세가 인류의 힘을 보여주고 증명하는 시대라고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에코모더니스트, ‘생태근대주의자’로 불리는 사람들은 **신정론에 근거하며 기후 위기와 환경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더 큰 ‘선’의 등장을 믿습니다. 그들은 지구는 인간의 지식과 기술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며, 이를 잘 사용하기만 하면 인류세는 위기가 아니라 인류를 도약하게 하는 ‘위대한 인류세’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의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인류세 용어를 지질학적 관점이 아닌 인문학적 관점에서 해석하자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적절한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정론: ‘신의 정당함을 주장하는 이론’으로,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고통과 불행을 신이 내린 정당한 위기라고 긍정하는 입장.)

인간의 시대, 그 미래는

자, 우리는 이렇게 인류세의 처음 등장부터, 그 증거인 네 가지 황금못, 인류세에 대한 여러 가지 현대적 관점까지 알아보았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살펴본 후라면, 이젠 적어도 인류세가 위대한 인간의 여정을 기념하는 칭호로 보이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요, 인류세는 족쇄입니다. 이 족쇄라 함은 6000년이 조금 넘는 시간 새에 그 어떤 자연의 힘보다도 강력하게 지구를 망쳐 놓은 혐의에 대한 판결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세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사회문화적 용어로 채택하는 행위는 확실히 섣부른 것입니다. 우리가 제일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 것은, 언제나 환경에 대한 경고이자 책임감이어야 합니다. 인류세라는 단어를 알게 된 모두가 책임감으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을 때에서야 비로소 인류세에 대한 ‘진정한’ 논의와 함께, 우리 인류가 가진 지질학적 힘을 어떻게 경계하고 또 다루면 좋을지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인류의 시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명명하기로 한 이 시대, ‘인류세’가 먼 미래의 어느 날 범우주적 역사로 기록될 날을 상상해 봅시다. ‘시대’는 끝이 정해짐으로써 완성되는 개념이니까요. 우리가 새겨 놓은 흔적들이 인류의 종말과 함께 마무리될지, 아니면 인간이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을 찾음으로써 평화롭게 완결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되지만, 현재로서는 인류가 지구의 유일한 ‘지성체’이며 문명을 발전시키고, 또 지질학적 세기로 시간선을 구분 지어, 스스로의 종족을 시기로 명명해 낸 유일한 종족인 것은 맞습니다. 아직 ‘돌고래세’, ‘돼지세’는 등장하지 않았으니까요. 앞서 말했듯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커다란 뇌와 커다란 원자력 발전소를 가졌다면, 그에 맞는 올바른 선택을 해야겠지요. 우리는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종족이지만 동시에 지구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생명체입니다. 인류세는 결국 지구 속 시대일 뿐이며,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를 세계의 중심에 놓아서는 안 됩니다. 자연환경과 그 생물들을 단순히 인간의 필요에 따라 이용 가능한 자원으로만 보았던, 인간을 예외적이고 특권적인 존재로 보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인류세는 무엇일까요? 인류의 과오일까요, 인류가 맞닥뜨린 경고일까요, 아니면 오만일까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지구에 기록될 인류의 흔적이 어떻게 마무리되는 것이 좋을지, 한번 상상해 보면 어떨까요.

조민재  coconite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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