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봄, 꼬마작가 전이수 군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일기가 크게 화제가 되었다. 전이수 군은 동생의 생일을 맞아 가족과의 외식으로 들떠있었지만, 노키즈존이라는 이유로 식당에서 쫓겨났다는 내용이다. 어머니는 아이들을 위해 선한 거짓말을 하였고, 동생은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한 가족의 행복이 망가진 그 날, 전이수 군은 노키즈존을 보며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아빠에게 물어보는 아들의 대사가 생각난다고 한다. “아빠! 왜 개와 유대인들은 가게에 들어갈 수 없어요?”

Q. 노키즈존이 뭐야?

A. ‘No Kids Zone’ 말 그대로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가게를 노키즈존이라 한다.

2011년 한 월남쌈 식당에서 10세 여아가 식당에 있는 놀이방에 가기 위해 뛰어가다 뜨거운 물이 담긴 그릇을 들고 가던 종업원과 부딪쳐 얼굴, 목, 가슴, 팔 등에 2~3도의 화상을 입었다. 법정 공방 끝에 2013년 법원은 식당 주인과 종업원의 책임을 70%, 10세 어린이 부모의 책임을 30%로 보고 식당 주인과 종업원에게 약 4,1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에도 식당 통로 유모차에 국물을 쏟은 종업원이 70%를 책임졌던 2012년 ‘푸드코트 화상 사고’를 비롯하여 식당 내 어린이의 출입과 관련한 사건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사람들은 사고가 생길 수 있음에도 아이를 관리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부모를 질책하기 위해 ‘맘충’이라는 말을 만들어 사용했고, 이것은 곧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노키즈존을 시행하는 가게가 늘어나는 결과를 야기했다.

Q. 노키즈존, 뭐가 문제야?

A. 아이들은 사회를 배울 기회를 잃어간다.

사회화란 가족, 친구, 학교 등을 통해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지식, 가치, 태도, 규범, 동기, 포부, 행동 양식 등을 배우는 것을 말한다. 인간은 사회화를 통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거나 반사회적인 충동과 행동을 통제시키고 원만한 사회 참여에 도움이 되는 기술과 기능을 습득한다. 인간의 사회화는 일생에 걸쳐 진행되고, 그 중 5세에서 15세에 해당하는 아동기에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노키즈존을 시행하는 대부분의 가게는 14세 이하로 나이를 제한하고 있다. 만약 모든 가게에서 노키즈존을 시행한다면, 아이들은 그 어디에서도 카페나 식당, 미술관 같은 공공장소에서 행동하는 방법을 배울 수 없을 것이다. 다양한 장소와 상황을 통해 배워가는 어린이들을 문 앞에서 막는 것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기회를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자랐으나, 노키즈존이 계속해서 활성화된다면, 아이들은 오직 가정과 또래 집단 속에서만 자라게 된다. 자라며 사회를 통해 학습하지 못한 점은 결핍이 되어 심각한 문제로 드러날 수 있다. 미성숙함의 해결방안을 차별로 배우며 자란 아이들은 불편함이 조금이라도 느껴진다면 그 대상을 배척하고 차별할 것이다.

A.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사회가 시작될 것이다.

차별을 정당화하는 가치관이 사회 기저 가치관이 된다면 단순히 노키즈존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다양한 대상을 다양한 차원의 이유로 차별하고 혐오하게 될 것이다. 이미 ‘노시니어존’, ‘노틴에이저존’ ‘노교수존’ 등 공간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배제하는 상황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다양한 ‘노OO존’이 나오고 있으나 노키즈존만큼 활성화된 장소는 없다. 이는 사회적으로 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차별이 그만큼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노키즈존 문제를 단순히 특정 장소에서의 문제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아이’라는 소수자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아이들의 미성숙함을 정당화 사유로 들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없는 소수자인 아이들에게 차별과 혐오를 퍼붓고 있다. 이는 인종차별, 유대인 혐오, 동양인 혐오와 다를 바가 없다. 나치의 유대인 혐오의 시작이 홀로코스트는 아니었다. 유대인이 운영하는 가게를 보이콧하고 유대인 변호사는 법정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등 아주 점진적으로 혐오의 정서를 사회에 퍼뜨려 차별을 정당화시킨 후 각종 규제 법안들이 통과하고 결국에는 대학살이라는 결과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제 눈에 거슬리는 혐오 대상을 배제함으로써 타인을 차별하는 것은 너무나 쉽고 간단하지만, 이가 불러올 결과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A. 세계 최저 출산율 0.83

우리나라의 출생률은 세계 최초로 0명대에 진입했다. 2029년으로 예상되었던 데드 크로스(사망자 숫자가 신생아 숫자보다 많아지는 시점)는 10년이나 이른 2019년부터 시작되었다. 계속해서 출산율이 감소하여 인구수가 줄어들게 된다면, 한국은 2060년 전체 인구의 중간연령이 61.3세가 되고, 노년부양비가 91.4%까지 치솟아 노동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세계 최초의 나라가 된다. 이러한 저출산 문제는 경제·교육·국방·연금 등 국가 전반의 구조를 흔들리게 할 것이고, 2305년에는 지구상에서 한국인이 사라질 수도 있다. 이 수치가 나온 데에는 늦어진 결혼 시기, 가치관의 변화, 경제적 이유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아이를 키울 환경’에 대한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고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태어난 아이들은 배척당하고,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카페 식당 등의 출입이 제한되는 사회에서 누가 아이를 낳고 싶겠는가.

‘육아’의 연관검색어 중 가장 많이 검색되는 것이 ‘차별’이다. 우리 사회는 아이를 많이 낳을 것을 원하지만, 아이를 잘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은 오히려 줄어드는 이 역설은 너무나 황당하다. 최근에는 노키즈존을 알려주는 지도가 생겼고, 카카오맵에는 ‘#노키즈존’을 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많은 가게가 이미지 타격을 이유로 노키즈존이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결국은 직접 문의하거나, 노키즈존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방문한 후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보호자와 아이들을 ‘가고 싶은 곳’이 아닌, ‘갈 수 있는 곳’을 찾아가게 되었다. 21세기 사회에서 누군가의 규정으로 인해 본인이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방문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야만적이다.

Q. 아이들로 인해 피해를 받기 싫은 손님도 존중해달라.

A. 한 발씩 양보하기

2019년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 중 66.1%가 노키즈존에 찬성하는 입장(매우 찬성 15.2%, 찬성하는 편 50.9%)을 밝혔다고 한다.

찬성을 선택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로 인해 피해를 본 경험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아이 때문에 피해받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이가 사용한 기저귀를 식탁에 올려두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경우는 아이 때문이 아니라 비상식적인 보호자의 잘못이므로 제외하고 생각해 본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위험한 물건이 많은 곳에서의 사고다. 깨질 수 있는 물건이 많거나, 뜨거운 음식들이 정신없이 서빙되는 곳. 이런 곳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거나 장난을 치면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 그리고 직원 모두가 크게 다칠 수 있다. 다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떨어트리면 다른 손님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모두 우리가 실생활에서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일이고, 충분히 불쾌한 일이 맞다. 아이들을 위해 이 모든 것을 감내하기를 요구할 수는 없다. 아이들이 차별과 혐오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로 인해 피해받지 않을 권리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충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 우선 보호자는 아이들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을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 그리고 손님들은 아이의 사회화 과정임을 이해하고,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이는 보호자와 아이 모두 해당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고쳐나갈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노키즈존으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문제 상황을 일시적으로 덮어두는 것에 불과하다.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할뿐더러 혐오를 통해 피해를 없애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미성숙한 존재인 아이들에 의해 불편한 것이 싫을 수 있겠지만, 미성숙한 존재가 성숙해지기 위해 차별과 혐오를 견뎌야 할 이유는 없다. 또한, 단지 불쾌한 것이 차별과 혐오의 방어막으로 작용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이다.

Q. 내 가게인데, 내 마음 아니야?

A.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게를 노키즈존으로 지정할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결정은 온전히 운영하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차별은 ‘그럴 수도 있지’의 영역이 아니기에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행해지면 안 된다. 가게들이 노키즈존을 시행하는 이유 중 대부분의 경우는 배상 제도를 정립하면 해결할 수 있다. 아이들이 식당의 그릇을 깼을 경우 보호자는 정중한 사과와 함께 아이에게 따끔한 훈육을 하며, 식당에 정당한 배상을 해야 한다. 그러나, 배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미술관을 예로 살펴보자.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은 대부분 희소성 있는 작품이며, 사회적 가치가 큰 작품도 많다. 만약 아이들이 미술관의 작품을 훼손시킬 경우 배상한다고 하여도 작품을 되돌리지는 못한다. 이는 식당의 그릇을 깬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사회 전체가 감수해야 할 비교적 큰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노키즈존을 중단해야 할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키즈존을 없애가야 한다.

지금 당장의 피해를 받기 싫은 가게의 사장님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의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노키즈존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 노키즈존이 늘어나면 몇몇 소란스러운 아이들 때문에 아이들 전체가 ‘문젯거리’, ‘문제아’라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다. 아이들은 사회적 배제, 편견 또는 차별로부터의 자유 등을 보장받아야 하는데, 현재 공공장소에 대한 상업화가 심화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에 대한 관용이 줄어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노키즈존은 차별이라는 판결문을 내놓았다. 노키즈존이 그저 가게 주인의 ‘내 마음’으로 치부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본능에 지배되는 동물적 존재가 아니라 이성적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는 인간이기에 아이들의 인권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오히려 노키즈존을 없애는 것이다. 아이들의 다양한 공공장소에서의 차단은 오히려 악순환의 반복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수의 미술관이 노키즈존으로 지정되어 있으면 자연스레 아이들은 미술관을 접할 기회가 줄어든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출입 가능한 미술관에 갔을 때, 미술관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알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는 아이들에게 공공예절을 배우지 못하게 한 우리의 잘못이 크다. 아이들을 공공예절을 배울 수 있는 환경으로부터의 원천적 차단과 동시에 공공예절을 배우기를 원할 수는 없다. 아이들이 미술관의 작품을 훼손할까 걱정이 된다면, 아크릴판, 차단봉 등을 사용하여 작품을 보호하고, 보호자와 동행과 미술관의 철저한 안내를 통해서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맞다.

<노키즈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판결문 요약본>

13세 이하 아동에게 이용상 특별한 능력이나 중대한 주의가 요구되는 장소라고 보기 어려움에도, 13세 이하 아동의 이용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가 규정하고 있는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헌법」 제15조에 따라 영업의 자유가 보장되므로,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시설을 운영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자유가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특히 특정 집단을 특정한 공간 또는 서비스의 이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으로 구현되는 경우에는 그에 합당한 사유가 인정되어야만 한다.

이와 같은 조치는 아동에 대한 배제뿐 아니라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에 대한 배제로 작용한다. 그러나 모든 아동 또는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가 사업주나 다른 이용자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며, 무례한 행동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이용자가 아동 또는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에게만 국한되는 것 또한 아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이유로 아동 및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의 식당 이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일부의 사례를 객관적,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에 해당한다.

Q. NO KIDS ZONE 앞으로는?

A. YES KIND KIDS ZONE!

노키즈존은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문화다. 우리는 아이들 그 자체를 우리의 타자로서 차별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행동 중 타인이 피해받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행동만을 규제하면 된다. NO KIDS ZONE이 아니라, YES KIND KIDS ZONE을 도입하여 소란을 피우는 아이를 방치하는 보호자에게 잘못된 점을 인식하게 하고, 아이와 보호자 모두에게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부과해야 한다. 문제에 대한 건강한 해결방법을 두고, 극단적 배척을 계속하여 행한다면, 우리 사회는 문제가 생기는 모든 대상에 대해 혐오하고 배척하는 위험한 사회가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보호자가 기저귀 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 카페에서 기저귀를 가는 일이 없도록, 아이 돌봄 시설이 부족으로 지친 보호자들이 아이를 방치하는 일이 없도록, 정책적으로 어린이와 보호자를 위한 복지제도와 편의시설의 증대가 필요하다. 단순히 한 쪽의 권리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양측의 입장을 모두 충족시킬 방안을 찾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겠다.

레이 올든버그의 <제3의 장소>에서는 아이들과 어우러진 공간의 따스함이 잘 드러난다. 그가 살았던 동네의 아이들은 음식점의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가게 주인이 양주잔에 따라주는 콜라와 함께 포커 게임을 하였고, 손님이 많아지면 자리를 비켜주거나 가게의 일을 돕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어른과 똑같이 대하는 바텐더를 동경하며, 그를 실망하게 하지 않기 위해 점잖게 굴었다고 한다. 그리고 바텐더는 혹여나 소란스러운 아이가 있으면 패들 볼을 던져주며 밖에 나가 놀라고 하였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관심 하에서 어른들을 관찰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적절한 조언을 받으며 자연스레 성장한 것이다. 우리 사회도 아이들의 성장을 응원하며 따스한 관심과 배려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박시윤  yoon1081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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