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보기만 해도 식은땀이 흐르는 단어! 이 타락과 향락의 풀이, 인류와 무려 일만 년을 함께해 왔다면 믿어지는가? 칼 세이건은 저서 <에덴의 용-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에서, 인류의 문명은 대마초 재배로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제시하기도 했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평화로운 고대의 인류와, 그 옆의 오붓한 대마초 텃밭…?! 같은 상상은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는 사실이다. 현대에 와서는 ‘대마초’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칸나비스 사티바엘이라는 이 식물은, 마의 한 종류로 한국에서는 ‘삼’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불려 왔다. 맞다, 삼베옷의 그 ‘삼’이 바로 대마초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세계의 각지에서는 대마로 만든 직물, 밧줄, 옷감을 일상 전반에 사용하며 문명을 발달시켰다. 심지어 중국에서 만들어진 인류 최초의 종이 ‘채후지’의 재료로,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설에도 사용되었다니, 말 다 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해 온 대마초가 부도덕의 대명사가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놀랍게도 아직 100년도 되지 않았다. 1920년대 초의 금지 움직임을 시작으로 미국에서는 1937년, 한국에서는 1970년에 습관성의약품관리법을 통해 대마초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는 충분한 설명 혹은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대마초는 순식간에 사회에서 추방당해 문명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 지지는 못했고, 어두운 뒷골목으로 몸을 숨기게 되었다.

대마초는 정말로 어떤 물질일까?

2022년 현재! ‘오락’ 목적으로의 대마초가 합법화된 국가들은, 미국 일부 주, 캐나다, 우루과이, 네덜란드, 조지아,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다. 부분적 허용으로 의료용 대마초의 흡연에는 실질적인 처벌을 내리지 않는 나라들이 있긴 하지만, 이 나라들 외에는 모두 표면상으로라도 대마초에 빨간딱지를 붙여 둔 것이다. 그 중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대마초 합법화 국가의 일상을 살짝 들여다보자면 놀라울 뿐이다. 네덜란드의 ‘커피숍’에서는 무알코올 음료와 함께 약한 농도의 대마초를 팔기도 하고, 캐나다에선 경찰 앞에서 대마초를 피우는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혹시 솔깃했다면 여행 계획은 접어 두시길. 속인주의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 어디에서 대마초를 피우든 불법이다!)

혼란은 더욱 커진다. 대마초란 정말로 무엇일까? 도대체 어떤 작용을 하길래, 사람들이 그토록 찾고 또 금지하는 것일까?

대마초의 도취 작용은 바로 THC(델타나인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delta-9 tetrahydrocannabinol )라는 성분에서 비롯된다. 대마초는 THC외에도 약 480가지의 다양한 천연 화학성분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또 하나 살펴볼 만한 것은 칸나비디올, CBD이다. 도취와 고양을 일으키는 THC와 달리 이 CBD는 오히려 정신증을 예방하고 도취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의료용으로 연구되기도 한다. 그 때문에 당연하게도 오락용으로 개량된 대마초는 CBD의 함량은 줄이고, THC의 함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자연 상태의 대마초에 함유된 이 THC의 함량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오락의 용도로 대마초를 개량해가며 현재는 10%에서 무려 25%에 이르는 함유량을 가진 대마초가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 THC는 특정한 뇌세포 수용체에 작용한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대마초 섭취 방식인 흡연으로 예시를 들어 보자. 말린 대마초를 담배처럼 말아 흡연하면, 그 연기와 함께 THC 성분이 기관지를 통해 폐로 들어가 혈류를 타고 뇌와 신체 전반으로 운반된다. 모든 과정은 즉각적으로 일어나며, 뇌에 입장한 THC는 ‘칸나비노이드 수용체’와 만나 결합한다. 이 수용체는 복잡한 사고능력과 관련되는 대뇌피질, 운동을 담당하는 기저핵, 감정 담당 편도핵, 기억 담당 해마 등에 특히나 많이 분포되어 있다. THC가 작용을 시작하면, 사용자는 고양적인 감각에 ‘취하’게 되고 동작이 이완된다. 섭취한 대마초의 종류에 따라 창의력이 향상되거나 평온함을 주기도 하며, 느낌이 오는 ‘버즈’ 상태에서 시작해 아주 도취된 ‘스톤드’ 상태에 이르게 되면 마치 우주 속을 부유하는 것 같은 감각을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도취 상태는 섭취량에 따라 다르지만 한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 지속된다.

그러나 즐거움이 있다면 분명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기 마련! 대마초는 우리의 신체에도 여러 영향을 미친다. 단기적인 작용으로는 색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은 감각의 변화, 흐려지는 시간 감각, 기분의 변화와 함께 사고와 문제해결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 동작이 이완됨에 더해 신체 운동 장애를 겪기도 하고, 기억이 손상되기도 하며 고용량을 복용했을 시 환각과 망상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증상은 정신병 발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장기적으로는 사고와 기억 및 학습 기능이 손상되고, 해당하는 기능에 연관되는 뇌의 각 영역이 연결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수치로 접근하자면, 지속적인 마리화나 사용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13살에서 38세 사이에 평균 8점의 IQ를 잃기도 한다고. 세상에!

깁 미 썸 위드! 대마초 찬반 논쟁

어때, 혹시나 호기심이 생겼었다면 다시 좀 수그러들었는가? 대마초가 마약의 가장 큰 특성인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긴 하지만, ‘도취’만으로도 자동차 사고, 정신병 발병, 뇌 기능 저하 등의 문제가 일어난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규제의 이유를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는 대마초의 합법화 혹은 불법화를 두고 끊임없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흠, 이러한 논쟁을 통해서라면 대마초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과 그 특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그래서 여기, 이 자리에 대마초의 두 전문가를 모셨다. 대마초 ‘마니아’ 해시와 대마초 ‘필사 반대’ 허브! 둘의 이야기를 엿듣어 보며, 나도 한 번 생각을 정리해 보는 건 어떨까. 해시와 허브의 열띤 대화의 장을 위해, 대마초 찬반 토론의 주가 되는 세 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Q1. 대마초는 다른 마약들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마약일까요?

반대파 허브: 당연하지. 앞서 살펴봤잖아? 정신병 발병 확률을 높이고, 기억을 손상시키고!

찬성파 해시: 아무리 그래도 다른 마약들만큼이라니! 전혀 다르지. 으악. 난 헤로인이나 코카인을 하는 그런 중독자들과는 다르다구~. 법에 규제되지 않는 정도의 대마초는 내 정신을 릴랙스~ 하게 만들어 줄 뿐이야.

반대파 허브: 어허, 아니지. 마약은 법에서 규제한 걸 마약이라고 불러! 내가 사는 국가는 아직 대마초가 합법이 아니니까, 대마초는 엄연한 마약이나 다름없어.

찬성파 해시: 어이, 친구! UN이 마약 목록에서 대마초를 삭제한 거 몰라?

반대파 허브: 그렇게 치면 LSD도 항정신성 약물일 뿐이야. 하지만 LSD가 초래하는 환각 작용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UN이 대마초를 마약류에서 따로 분리한 건, 대마초의 활용 용도가 워낙 넓고 산업, 의료적으로 사용되는 목적이 많아서라고 생각해. 그 위험성은… 불법인 국가들의 목록만 봐도 알 거 아냐?

찬성파 해시: 지구… 아직 갈 길이 멀었구먼~. 어쨌든 말이야, 술이랑 담배가 대마초랑 다를 게 뭔데? 난 조절할 수 있어!

반대파 허브:. 조절할 수 있다구? 모든 중독자는 그렇게 말하곤 하지….

마약의 기준이란
해시의 말대로, UN 마약위원회는 2020년 12월 2일 자로 60년 만에 '대마초'와 '대마초 수지'를 헤로인·아편·코카인 등과 같은 범주인 마약에서 제외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른 진행이었으며, 한국을 포함한 53개 회원국이 참여한 투표에서 찬성이 27표로 과반수가 나와 결정된 사안이다. WHO의 약물 의존성 전문가위원회는 항암치료로 인한 구토, 수면장애, 뇌전증 등의 질병 치료에 대마초가 과학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조사를 근거로 들었다. 우리가 앞서 살펴본 CBD는 의존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 남용될 위험이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으로 재배되어 유통된 대마초의 분석 결과일 것이다. 대마초 불법화 이후의 몇십 년 동안, 정제되고 개량된 ‘불법’ 마리화나의 위험성이 인간의 뇌에 정확히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UN의 이번 결정이 대마초에 대한 해명이라고 섣불리 여기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WHO 세계 보건 기구에서 대마초는 더는 ‘위험한’ 마약이 아니라고 판단한 한편, 다른 연구에서는 이미 마약류로 분리되어 있는 메타돈보다 대마초가 더 큰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연구의 대상이 된 20가지 약물 중 위험성 1위를 차지한 것은 바로 알코올이다!

그렇다. 우리는 마약이라는 범주가 명확한 과학적 근거와 기준에 따라 정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마약은 법적인 구분일 뿐이며, 이미 마약류로 분류된 여러 약물보다 니코틴과 알코올이 몇십 배는 더 많은 사망을 불러오기도 한다. UN이 제시하는 마약의 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약물의 ‘위험성’과 ‘의존성’이다. 앞서 말한 술과 담배는 물론이고 커피와 초콜릿 속 카페인 또한 위험성과 의존성에서 결백하지 않으니… 사람에 따라, 국가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수밖에.

하지만 대마초는 분명히 카페인과 알코올, 그 이상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이들과 달리 정신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정신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또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마리화나의 작용은 어린아이에게 특히 치명적인데, 2004년에서 2015년까지 간접흡연으로는 마리화나 중독 증세를 보여 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6살 미만의 어린이는 무려 235명이나 된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스스로 대마초를 선택하겠다는 것은 말릴 수 없더라도, 자신의 ‘의지’ 없이 이러한 약물에 노출될 존재들에 대한 논의를 빠트려선 안 되는 것이다.

Q2.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건 더 큰 범죄로 이어질까요?

찬성파 해시: 대마초가 범죄인 나라에선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대마초가 합법화된다는 가정하에서는 그런 건 문제가 안 돼. 구매도 합법, 복용도 합법! 설마 대마초 흡입 후 일어나는 음주운전을 이야기하는 거야? 그럼 술 마시는 것도 범죄라고 하지 그래!

반대파 허브: 그렇게 단순한 얘기를 하는 거겠어? 대마초의 별명이 뭔지는 알아?

찬성파 해시: 많지, 해시시, 위드! 팟, 그래스~, 다이아몬드, 리퍼, 부바. 금단의 유혹들이 으레 그렇듯 은어가 엄청 많잖아? 또 뭐더라, 칸챠, 허…

반대파 허브: …그만하면 됐어! 다른 이름을 이야기한 게 아니야! 일명 ‘입문용 마약’ 몰라? 대마초 흡연은 다른 마약의 복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그건 곧 마약 카르텔로 연관돼! 카르텔은 심각한 문제야. 그냥 개인의 자유라는 말로 간과해선 안 되는 거대한 범죄라고.

찬성파 해시: 흠, 난 의견이 조금 달라. 일단 나는 다른 마약이라면 질색인걸. 대마초 흡연자의 45%가 다른 마약도 경험한 적 있다, 그 연구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 하지만 그게 순전히 대마초 때문일까? 일찍 담배나 술을 접한 사람들이 불법 마약을 할 확률은 일반인들보다 8배나 높다는 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

마약계의 벨보이? 혹은 경비견!

대마초는 종자만 있다면 담배와 거의 유사한 생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별도의 정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사실상 지구 어디에서나 기를 수 있고, 심지어는 소비자가 직접 재배할 수도 있기에 대마초의 생산과 밀매는 더욱 분권화된 형태를 띨 수밖에 없는 것! 대마초 생산과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거대 조직이나 카르텔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허브의 말대로, 소프트 드럭’으로 여겨지는 대마초의 합법화가 타 마약으로의 중독, 구매로 이어진다는 의견은 대마초를 반대하는 입장의 중요 주장 중 하나이다. 실제로도 동물 연구에 따르면 THC를 포함한 중독성 물질에 조기에 노출되면 뇌가 다른 약물에 반응하는 방식이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설치류가 어렸을 때 THC에 반복적으로 노출된다면 나중에 보상을 조절하는 뇌 영역에서 모르핀이나 니코틴과 같은 다른 중독성 물질에 대한 향상된 반응을 보이며, 중독과 같은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뉴욕타임스는 대마초의 중독성이 술이나 담배에 대해 미미한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를 동반하며 현대의 마리화나 금지법이 오히려 더 큰 사회적 부작용을 가져오며 폐지된 1920년대 미국의 ‘금주법’과 다를 바 없다고 해석했다. 과학적으로도, 미국 과학 아카데미 산하의 의학 연구소는 1999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마초가 다른 마약의 사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과관계에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보였다. 또한 미국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마초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 대부분은 코카인이나 헤로인에 손을 댄 적이 없었다. 오히려 대마초의 합법화가 다른 불법 마약에 대한 방어막 효과를 한다는 입장이 존재하기도 한다는데… .

Q3. 인간은 누구나 각자의 자유에 따라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 걸까요?
반대파 허브: 흠, 대마초를 통한 행복을 진짜 행복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찬성파 해시: 내가 어떤 행복을 찾던 그건 내 마음이지! 대마초 흡연은 나를 더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 줄 수 있고, 사람들 사이에서 더 여유롭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도 있다고. 따지자면 이것도 하나의 취미라고 생각해~.

반대파 허브: 절대 아니야. 진정하고 건강한 행복은 바로 사회적 자아실현과 자기 계발을 통해 이뤄내는 거라고! 약물을 통한 뇌의 호르몬 조작을 행복이라고 하면 안 되지!

찬성파 해시: 어머, 꼰대! 너야말로 마리화나가 주는 여유가 좀 필요해 보이는데.

반대파 허브: 몇 번째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필요 없어! 그리고, 설사 대마초를 통해 네가 얻는 행복을 건전한 행복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는 사회라는 이름 아래 공동체로 묶여 있잖아. 네 행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행복이 침해받는다면 어떡할 건데? 노약자나 어린이들한테 대마초가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면?

찬성파 해시: … 그런 얘기는 아니거든?! 합법화 속 충분한 관리와 규제가 이루어진다면 대마초로 인해 피해받는 사람들은 줄어들 거야! 무작정 내 행복이 사회의 안정보다 우선이라고 우기려는 게 아니야. 난 인간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자유’에 대해 말한 거라구.

사회가, 국가가, 법이 대마초를 정의하는 방법

가장 복잡한 문제의 등장이다. 만약 대마초를 통해 ‘행복’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권리로써 인정받아야 하는 걸까? 이는 많은 국가,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도 대마초 합법화 논쟁의 가장 큰 쟁점이자 근거로 주장되는 내용이다. 바로 ‘행복 추구권’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편의점에서 대마초를 살 수 없다는 건, 당연히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의미할 텐데! 대한민국 법원은, 대마 흡연이 다른 마약이나 강력 범죄로 이어질 위험성,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과 범죄 예방 효과 등을 고려했을 때 대마초의 규제와 형사처벌은 위헌이 아니며 입법목적에 걸맞은 조치라고 언급했다. ‘국민 보건 향상, 대마 흡연 행위와 관련된 사회적 위험 발생의 예방’ 등이 가져오는 공익이 개인의 자유에 비해 월등히 크기에, 이는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찬성파 해시의 입장도 한번 살펴봐야 할 법한데, 합법화 국가의 근거는 무엇일까? 2019년, 캐나다의 오락용 마리화나(대마초) 합법화를 통과시킨 트뤼도 총리는, 그 근거로 ‘대마초 불법 거래를 통한 범죄 조직의 자금 조달 창구 차단. 단순 마약 불법 소지권으로 인한 경찰과 법원의 업무 과중 부담을 경감, 캐나다인들이 단순 마약 소지 범죄 기록을 갖는 것을 미연에 방지, 어린이와 청소년의 대마초 접근 경로 차단, 대마초 제품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요구함으로서 소비자의 안전한 흡연 보장’을 들었다.

그렇다. 대마초를 합법화한 국가와 대마초 흡연을 범죄로 규정한 국가 모두 결국은 ‘공익’을 기준으로 삼아 판단을 내린 것이다! 대마초 자체에 대한 위험성 논의보다는 형사정책 상의 실효성, 시대적 상황이 더 고려되고 있고, 해시가 주장하던 ‘내가 행복할 권리’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합법화 국가에서도 말이다. 이러한 방법론은 사회가 ‘법으로써 대마초를 정의하는 일’에 대한 정리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잠시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대마초를 통한 행복은 진정한 행복일까?

소마의 세계, 자유와 쾌락의 사이

우리는 대마초를 흡연해 본 적이 없으니, 그 행복이 해시의 말처럼 ‘건전하고 여유로운 선택’일지, 아니면 허브의 말처럼 ‘무의미하고 환락적인 가짜 쾌락’일지 알 수 없다. 대신 머릿속으로 열심히 대마초 시뮬레이션이나마 돌려 보고 있자면…, 어린 시절 책에서 읽었던 이야기 하나가 떠오르는 것 같다. 바로 소설 <멋진 신세계> 속 만병통치약, ‘소마’다. 단 1g 만으로 과거와 미래의 골치로부터 인간을 해방해 주는 알약! 소설 속의 약물이라 그런지, 무료인 데다가 심지어는 부작용이나 신체적인 불편함조차 없다는데…. 그렇다면 소설의 배경인 ‘멋진 신세계’ 안에서, 소마를 통한 고통 없는 삶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줄까?

해시가 말했듯이, 소마가 되었든, 대마초가 되었든, 코카인이 되었든 이를 복용하는 사람들은 그 근거로 행복하기 위한 ‘자유’를 제시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자유가 진정한 자유인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은 그 의지로 선택해낸 행동에 따르는 책임을 지게 되고, 이 과정은 당연하게도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멋진 신세계’ 속 인물인 버나드는, ‘소마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내적인 힘에 의존한 채 어떤 크나큰 시련이나 고통이나 어떤 박해에 직면한다면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하고 상상하며, 심지어는 고통을 동경하기도 한다. 여기서 현실이 주는 고통이 ‘인간성’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면, 대마초 흡연을 통한 행복은 인간다운 행복이 아니라는 말이 되긴 하지만… 글쎄, 세상에 괴로운 일을 반기는 사람이 과연 어디 있을까.

대마초 흡연이 소마처럼 사람의 내적인 힘을 전멸시킨다는 논리적 비약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항우울제 등 안전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도움을 주는 정도의 약물치료를 받기도 하니까. 우리는 결국 어느 정도가 내 삶의 걱정과 불안을 덜어 주는 ‘도움’일지, 혹은 내 힘을 빼앗고 눈과 귀를 가리는 ‘환락’일지는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인 약속을 통해 기준을 정하는 방법밖엔 없는 것이다. 이렇게 정해진 기준은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부당하게도, 애매하게도 느껴질 수 있다. 하물며 멋진 신세계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유언이 뭐였게? "LSD 100마이크로그램, 근육 내 주사(LSD, 100 µg, intramuscular)" 였다나! 그의 작품 속 소마는 분명한 비판의 논조를 띄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토론은 계속된다

자유와 행복을 논하더라도, 결국 우리는 사회적 약속 안에서 살아간다. 그 일원으로써 개개인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세계의 다양한 나라들은 속한 문화권과 그 규칙에 따라 최선의 방식을 채택해왔을 뿐, 절대적으로 명확하거나 혹은 완벽하게 이상적인 윤리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은 가치 판단의 문제인 것이다.

대마초 논의를 포함하여, 마약을 합법화하자거나 비범죄화하자는 주장이 곧 ‘마약은 안전하다’라든지, ‘마약은 개인의 자유’라든지, ‘마약 사용자를 그대로 방치하자’는 뜻은 아니다. 약물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 원치 않게 약물 사용을 강요당하거나 접하는 사람, 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사람이 없도록, 정말로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찾아 나가는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이에 있어서, 강력한 금지 정책과 통제된 허용 정책 사이 어떤 방법이 장기적으로 약물 의존자를 줄이고, 사람들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찬성파 해시: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잘 알겠어. 뭐, 공감한다는 얘긴 아니지만~ 그래도 나를 범죄자 취급하지는 말아 줘! 이미 대마초를 피우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건 사실이잖아. 합법화는 사람들이 이 취미를 더 안전하고 즐거운 방식으로 접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해. 너희들이 말하는 ‘대마 문제’에 대해 말이야!

반대파 허브: 그래. 현실적으로 대마 흡연을 완전히 규제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인정해. 그렇지만 아직은 법을 통해 그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 뿐이지. 피우는 쪽과 아닌 쪽을 비교하자면 당연히 후자가 낫다고 생각하고! …뭐, 대마초가 과연 술과 담배보다 더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나도 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토론은 완결 나지 않았다. 각자의 입장과 각자의 생각 속에서, 정답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해시와 허브 중 누군가에게 공감할 수도, 동조할 수도, 설득되었을 수도 있지만 둘 중 누구도 무작정 비난해서는 안 된다. 언젠가의 먼 미래에, 대마초의 흡연이 담배처럼 일상적으로 될지, 혹은 단속으로 사회에서 완전히 근절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어떤 결론 혹은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든 간에, 그 과정은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대마초는 평화와 창의성의 약초일까, 아니면 그릇된 쾌락의 마약일까?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해시와 허브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이 풀에 어떠한 이름을 붙이면 좋을지 고민해 보자.

조민재  coconite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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