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란?

 누리호란, 지난 2021년 10월 21일 발사된 우주발사체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한국형 과학관측 로켓(KSR-I~III), 나로호(KSLV-I) 등을 발사하였지만, 누리호는 제작, 시험, 발사와 운용 모든 과정을 순수 국내기술로 만든 첫 우주발사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큰 첫 ‘한국형’ 발사체이다.

지난 10월 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 발사대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총길이 약 47.2M, 총중량 200톤의 직격 3.5M의 총 3단으로 구성되었으며 1.5톤급의 실용위성을 600~800KM의 저궤도에 투입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인공위성 대신 동일한 무게의 위성 모사체와 함께 발사되어, 1단 로켓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와 위성모사체 분리 과정을 완수하였다. 다만, 3단 엔진의 연소시간이 목표였던 521초가 아닌 427초의 조기 연소 종료로 목표속도인 초속 7.5KM에 미치지 못하고 위성모사체의 궤도 진입에는 실패하였다. 아쉬움이 있었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인 법, 누리호 연구진들은 실패 원인을 분석하여 2022년 하반기 2차 발사를 목표로 누리호 보완작업에 들어갔다.

우주발사체, 왜 필요할까?

우주발사체란 위성과 우주선 같은 탑재물을 지구표면에서 우주로 이동시키는 데 사용되는 로켓이다. 즉, 우주에 가기 위한 유일한 운송수단인 것이다. 우리 생활에 이미 GPS, 위성사진, 위성통신 등 인공위성 기반 기술이 친숙하게 사용되고 있는 만큼, 그 인공위성을 실어 나르는 우주발사체 또한 우주 산업의 핵심 기반이다. 그러나 우주발사체 개발의 경우 선도국과 후발주자의 격차가 큰데, 이는 우주발사체 기술이 군사 로켓 기술로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 통제 체제에 따라 기술의 수출이 엄격하게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2020년 기술수준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우주발사체 기술 개발 수준은 미국 100%를 기준으로, 유럽의 경우 92%, 중국과 일본은 85%인 것에 비해 60%에 불과하다. 시간으로 따지면 18년의 격차가 있는 셈이다

현재 우주개발 선도국의 경우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을 넘어 본격적인 달과 화성 탐사를 위한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상 최대의 로켓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스페이스 런치 시스템(SLS)이 있다. SLS는 미국 주도의 국제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의 일환으로 달기지 건설과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해 개발되었으며, 저궤도 기준 최대 143톤의 물량을 실어나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누리호의 약 100배인 것은 물론, 지금 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실어 나르고 있는 스페이스X의 팔콘9의 24톤보다 6배 정도의 수송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위성 발사를 넘어 우주탐사를 목표로 삼고 있다. 2022년 8월엔 달 탐사궤도선(KPLO)을, 2030년에는 달 탐사선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KPLO의 발사는 미국의 스페이스 X의 팔컨9를 통해 발사할 예정이지만, 2030년에는 누리호로 달 탐사선을 쏘아 올리는 것이 목표이다. 이를 위해선 누리호의 성능 향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우주 선진국과의 개발 격차를 줄이고, 자국의 기술로 우주 탐사를 하기 위해 항공우주연구원은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발사체의 역사

1999년 12월 21일 첫 자국의 다목적 실용위성인 인공위성 아리랑 1호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사했다. 이후, 인공위성 개발 기술이 확보된 상황에서 발사비용을 아끼고 초정밀 인공위성을 자유롭게 발사하기 위해서 국산 발사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겼고, 2001년 항공우주연구원의 ‘우주개발중장기기본계획 수정안’을 기반으로 우주발사체 개발이 추진되었다.

2008년에는 드디어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를 제작하여 발사하였다. 다만, 온전히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누리호와는 달리 나로호는 러시아와의 협력하여 개발하였고 로켓의 핵심이 되는 1단 엔진은 러시아의 흐루니체프사에서 구매하였다. 나로호는 무게 100kg 정도의 소규모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1, 2차 시도에서 로켓이 폭발하는 사고도 있었지만, 2013년의 3차 시도엔 성공적으로 나로과학위성을 안착시켰다. 나로호의 성공 이후, 항공우주연구원은 다음 목표를 나로과학위성보다 15배가량 무거운 1.5톤의 실용위성을 탑재할 수 있는 로켓 제작으로 누리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나로호부터 누리호까지

나로호의 3차 발사가 성공함으로써 누리호의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연구인력은 나로호 165명에서 250명으로 늘어났고, 예산의 경우 나로호는 5205억 원, 누리호는 1조 9572억 원이다.

나로호 개발 과정 자체도 누리호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항우연은 나로호 개발 당시 러시아와의 협업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한 B플랜으로 자체 30t급 액체 로켓엔진 개발에 나섰다. 로켓 엔진의 핵심 부품인 터보펌프와 연소실 개발까지는 성공하였지만, 연소시험에서 폭발사고가 생겨 개발이 중단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누리호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30t 액체엔진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자들이 그대로 누리호의 75t 엔진 개발에 참여할 수 있었다.

누리호가 목표인 위성모사체의 안착에는 실패한 만큼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 지난 12월 29일 항공우주연구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누리호 3단 엔진에 설계상의 결함에 있다고 한다. 비행 중 부력의 증가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3단 엔진의 내부의 헬륨탱크의 고정장치가 풀렸고, 헬륨이 누설되기 시작하며 목표 연소시간을 채우지 못하였던 것이다. 설계 변경이 필요한 만큼, 2022년 5월로 계획했던 2차 발사를 미루기로 결정하였다. 그렇지만 연구진들은 설계 변경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2022년 내에 발사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발사에는 1차 발사와는 다르게 위성 모사체가 아닌 실제 위성을 쏘아 올릴 예정인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해본다.

저궤도 인공위성 발사체, 앞으로 더 중요한 이유

현재 우리의 지구의 삶도 인공위성의 기술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들이 많지만, 앞으로의 인공위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5세대 이동통신을 넘어, 6세대 이동통신의 기반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인공위성이기 때문이다.

저궤도 위성은 이때까지 주로 관측위성으로 주로 사용되었다. 저궤도 위성은 지구와 가까워 통신 속도는 빠르지만, 고도가 낮아 지구를 매우 빠른 속도로 돌고 있기 때문에 한자리에서 계속된 통신이 어려워 통신위성으로 사용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위성을 다량으로 쏘아 올려 네트워크망을 구축하면 통신용으로도 충분히 사용가능하다. 특히 통신 지연율이 0.025초로 현재 인터넷의 해외 연결망에 사용되는 해저 광케이블(0.07초)과 비교해도 훨씬 낮아 빠른 통신이 가능하다. 게다가 지금의 지상 네크워크망은 지형적으로 구축이 어려운 지역도 있어, 세계 각지의 통신 속도의 격차가 크다. 하지만, 지상이 아니라 우주에 있는 위성을 통해 이동통신을 서비스하면 지형적 제약이 없어 대도시와 시골에 동일한 속도의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민간 우주 개발 업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있다. 스타링크는 초소형 위성을 약 12000개를 쏘아 올려 전 세계 초고속 위성 인터넷망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주공간은 중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구 내에서 개발이 어려운 신물질을 개발하는 연구소와 공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구에서는 중력의 영향으로 대류현상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물질 내부에서 비중의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신물질을 개발할 때 불순물이 생기기 쉽다. 하지만 무중력 상태에선 대류현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불순물을 제거하기도 쉽고, 원자들의 배열 상태를 원하는 대로 고르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우주 실험으로 탄생한 신소재 중에 대표적으로 나사의 인공우주 실험실에서 개발된 ‘비결정질 금속’이 있다. 비결정질 금속은 일반 금속과 달리 결정을 이루지 않아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이런 실험의 사업화가 이루어지며 본격적인 우주공장의 시대가 오고 있다. 그 예로 우주 스타트업 기업인 ‘메이드 인 스페이스’가 우주정거장에서 첨단 광섬유를 제작하는 사업에 착수하였다. 우주 공장이 지구 공장에 비해 가지는 장점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지구 환경문제의 해결방안이라는 점이다. 민간 우주업체 블루 오리진과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중공업 공장을 우주로 옮겨야 하며, “지구는 거주지로 깨끗하게 남기고, 필요한 물건은 우주에서 생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지구의 저궤도는 앞으로 우주산업은 물론 다양한 사업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저궤도 인공위성발사체에 대한 앞으로의 관심과 지원이 더 절실한 이유이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더 나아가기 위해

이번 누리호가 인공위성모사체 안착에 실패하여 원인 규명을 위한 발사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이에 조광래 항공우주연구원장은 나로호 실패 당시 조사위원회를 회상하며 마음이 복잡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나로호 당시 조사위원회의 구성원이 로켓 발사 경험이 전무한 외부위원으로 구성되어 연구원들이 무리한 보고서 요구와 폭언을 겪었기 때문이다. 연구진들도 실패를 보고하는 브리핑 현장에서 눈물을 보이는 등, 안착 실패에 많은 압박감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조사위원회는 연구진을 압박하는 대신,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보완점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번 누리호 조사위원회는 다행히도 항공우주연구원 주도로 항우연의 연구진과 누리호 개발 자문을 맡은 전담평가 위원과 일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되었다. 조사위원장은 최환석 항우연 부원장이 맡았다. 최한석 위원장은 언론에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민에 성원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하면서도 이러한 조사가 국내 발사체 개발의 핵심 연구데이터를 중요한 연구과정이라고 말했다. ‘우주는 실패를 용인하는 국가만이 가질 수 있는 영토’, 누리호 연구진들의 말이다.

2021년 5월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를 800km로 제한하던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되었다. 덕분에 국내에서만 로켓 발사가 가능했던 전과 달리 해상 플랫폼도 이용 가능해져, 기상의 제약 없이 로켓 발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우주 발사체의 발사는 온도, 습도, 압력, 지상풍, 고층풍, 낙뢰, 구름 등 많은 기상 조건에 영향을 받아, 발사 가능한 기상 조건에 맞는 날씨를 찾아 발사예정일과 예비일을 정한다. 우리나라는 그간 대부분의 로켓을 전남 고흥군에서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했다. 따라서, 고흥군의 날씨가 궂은 날에는 꼼짝없이 발사를 지연시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해상 플랫폼을 통해 내륙 발사대의 날씨가 궂은 날엔 바다로 이동하여 해상 발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군사용 로켓 기술도 우주발사체 개발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군사 로켓의 노즐 부품과 GPS장비, 원격 자료 송수신 장치와 같은 군사용 기술은 우주발사체에도 활용할 수 있다. 또, 고체연료를 이용한 미사일 발사가 가능해졌다. 고체연료 엔진은 액체연료 엔진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여 개발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고체연료 엔진을 부스터로 사용하여 액체연료 로켓의 추진력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스페이스런치시스템(SLS) 또한 액체연료 엔진에 고체 연료 부스터를 사용한다.

현재 세계는 국가 주도의 우주개발인 올드 스페이스가 아닌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의 시대이다. 그러나 한국은 어디까지나 우주개발의 후발주자로 뉴 스페이스를 맞이하기엔 기술도, 산업 인프라도 부족했다. 누리호의 의의는 여기서 한 가지 더 찾을 수 있다. 바로 한국이 올드 스페이스에서 뉴 스페이스가 되기 위한 밑거름이라는 것이다. 누리호는 항공우주연구원의 주도로, 항우연과 300여 곳의 민간 기업이 협력하여 개발하였다. 누리호는 단순히 발사체 제작 사업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우주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업에 참여한 기업 중 하나인 스페이스 솔루션은 특수 소재나 항공 규격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어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항공우주연주원과 함께 풀어나갔다고 전했다. 미국과 같은 우주개발 선도국이 그랬듯, 정부가 민간에 기술을 이전하고, 지원하면서 우주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누리호는 앞으로도 5차례의 발사가 남아있다. 이 과정에서 앞으로 더 발전된 누리호는 물론, 한국의 ‘뉴 스페이스’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정윤  sironbaha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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