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정보 통신 기술) 분야의 성장과 함께 인간의 창작 욕구 또한 그 영역을 넓히고 다양하게 확장해 나갔다. 그리고 이런 창작 욕구를 실현해 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메이커스페이스다. 과연 메이커스페이스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메이커스페이스란?

메이커스페이스의 공간적 의미

최근 들어 디지털 기술의 고도화와 다양한 장르 간의 융합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직접 만드는 문화’, ‘함께 만드는 문화’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일상적 취미, 수공예 활동과 같이 개인적인 만들기뿐만 아니라 제조업, 교육, 경영과 같은 더 넓은 분야에서 디지털 장비와 기술을 수용하고 연구, 개발하는 메이커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메이커들은 무엇인가를 만듦으로써 그들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기술을 습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메이커들의 이러한 ‘제작 행위’를 돕고, 오프라인에서 직접 협업하여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기도 하는데 이런 활동에 최적화된 공간이 메이커스페이스다.

무언가를 만드는 것, 즉 메이킹은 어떤 공간에서도 가능하지만, 메이킹의 범위가 커지고 도구와 재료의 사용이 확장됨에 따라 사람들은 제작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전용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갖기 시작했다. 이처럼 메이커스페이스는 공동의 관심을 가진 메이커들이 모여 커뮤니티 형성이 가능한 공간, 제작할 수 있는 도구가 갖춰진 공간이라는 특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일상적 제작 공간과 차이가 있다. 메이커들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메이커스페이스가 제공하는 인프라를 이용해 손쉽게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고, 만들어진 시제품으로 제품의 약점을 보완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단순한 제품 제작을 넘어 최근에는 창업 관련 교육, 공간대여, 아이디어 자문, 브랜딩 기획 등 더 다양한 활동이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일어나고 있다.

메이커스페이스를 구성하는 것에 있어서 메이킹 활동이 가능한 물리적 공간만큼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의 성격과 정체성을 좌우하는 메이커다. 메이커스페이스 내의 장비, 도구, 재료는 메이커의 특성에 따라 유동적인 성격을 가지며 메이커 간 형성된 커뮤니티의 성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운영자와 이용자에 따라 바뀔 수 있는 메이커스페이스의 특성은 각각의 메이커스페이스를 더 특색 있고 차별화된 공간으로 만든다.

메이커스페이스의 국내 현황

국내에서는 2013년부터 정부 주도의 메이커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해 중소벤처기업부 주관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65개소를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총 213개소의 메이커스페이스가 조성돼 운영 중이다. 크게 전문랩과 일반랩으로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전문랩의 경우, 레이저컷팅기, CNC(컴퓨터 수치제어) 선반 등의 전문 제조 장비를 통해 시제품 제작에 이르는 전문 창작 활동과 더불어 메이커들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반랩은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목공 장비와 3D 프린터 등을 활용해 생활 속 아이디어를 구체화 할 수 있도록 하는 메이커 입문 교육과 함께 창작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메이커가 만들어 가는 메이커스페이스 : 이문238

국내에도 메이커들의 개성이 묻어나는 특별한 메이커스페이스가 존재한다. 리마크프레스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전용 메이커스페이스인 이문238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 안에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갈 힘을 기르고 그것을 존중할 수 있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문238의 지향점이다. 실제로 이문238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고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작업만이 존재한다. 특히 메이커스페이스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 대신 초등학교 1학년에서 3학년에 해당하는 주요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도구와 공구가 구비되어 있다. 아이들이 기존의 제작 과정에 필요한 장비나 도구 없이 간단한 수공구를 이용해서 어떤 방법으로든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또 단순한 만들기를 표현하는 공작에 그치지 않고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듣거나, 요리하는 등 생활 전반의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어 다양한 삶의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문238은 메이커스페이스 공간 내에만 머물지 않고 ‘리틀 메이커스 마켓’과 같은 지역 주민 행사로도 그 영역을 확장했다. 아이들 스스로 가게의 콘셉트와 상품을 결정하여 시장을 개최함으로써, 아이들의 메이커 문화를 지속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에 기여했다.

레이저컷팅기, 3D프린터 등 컴퓨터와 접속된 기계와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하여 종이, 목재, 아크릴 등의 소재를 가공·성형하는 기술의 총칭

대학에서의 메이커스페이스

청년인 우리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는 메이커스페이스는 대학 내에 조성된 메이커스페이스다. 대학은 20대 청년이 배움을 얻는 고등 교육 기관이자 산학 협력의 주체이며, 이는 잠재적 예비 창업자의 배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 해서 대학 메이커스페이스가 단지 창업자 양성만을 목적에 두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의 대학 메이커스페이스는 일반랩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는 학생들을 포함한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홍익대학교에서도 대학혁신지원사업단에서 산학협력혁신 사업의 일환으로 메이커스페이스 관련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메이커스페이스는 서울 캠퍼스에서는 ‘홍익창작새길’, 세종 캠퍼스에서는 ‘홍익공작터’라는 이름으로 각 한 군데씩 구축되어 있다. 최근 세종캠퍼스의 메이커스페이스는 세종시 청년 인구의 증가에 맞춰 디자인에 기반한 ‘제조 창업 지원 시스템’ 구축을 제안해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전문랩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홍익창작새길은 2017년 처음 개소되어 3년 차인 2019년도까지 창업 육성 분야, 문화 특성화 분야 사업을 목표로 두고 운영되었다가, 2020년부터는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을 새로운 사업 목적으로 하여 운영되고 있다. 현재 홍익창작새길은 앞선 두 가지 기본 과업에 ‘메이커스페이스 구축’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창업 활성화’라는 새로운 목표를 추가해서, 메이커스페이스 기자재 활용 교육, 외부 시제품 제작 지원, 크라우드 펀딩 교육, 창업 인프라 지원 등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창업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본 과업에 해당하는 문화 특성화 분야의 한 가지 방안인 지역 상생은 최근 2년간 코로나로 인해 정부 방역 규정을 따라 사업을 축소해 나가고 있고, 이에 따라 홍익창작새길은 메이커스페이스와 창업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드론 비행교육, 장비 교육, 크라우드 펀딩 노하우 교육과 같은 다양한 교육이 홍익창작새길을 통해 제공되어왔다.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의 수강생 모집 공지가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되고 있으니 관심 있는 학우들이라면 학교 홈페이지의 메이커스페이스 관련 공지사항에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도 좋겠다.

직접 홍익창작새길을 이용한 학우와의 인터뷰를 통해 홍익창작새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산업디자인과 3학년 김지수입니다. 홍익창작새길에서 근무도 했었고, 작업하기 위해서도 이곳을 종종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홍익창작새길을 소개해 주셔서 알게 되었는데요, 다른 이용자분들은 다른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고 오거나, 그 외 창업 활동 혹은 장비 사용을 위해 홍익창작새길을 많이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실물 목업을 필요로 하는 수업 혹은 프로토타이핑 수업을 듣는 다양한 과의 학생들이 홍익창작새길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재봉틀이나 가죽 공방 재료도 있어서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학생들이 홍익창작새길을 이용하기도 해요. 

저는 메이커스페이스의 장비 사용 교육인 STAGE1, 2 교육을 모두 수강했습니다. STAGE1에서는 3D 프린터를, STAGE2에서는 레이저컷팅기와 목공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져요. 홍익창작새길에 마련된 3D 프린터와 레이저컷팅기, 목공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STAGE 교육을 받은 뒤 이수증을 수령해야 해서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이용자가 장비 교육을 듣고 있습니다.

장비 교육을 받은 후에는 확실히 홍익창작새길 내의 공간을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3D 프린터와 레이저컷팅기를 이용해서 목업에 필요한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물로 구현하는 작업이 더 쉽다 보니 2D로 디자인할 때는 보이지 않던 부분들을 확인해가며 디자인을 구체화해나가기 용이했어요. 저와 비슷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메이커스페이스를 통해 만날 수 있어서 또 다른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홍익창작새길을 이용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비용적 측면에서 큰 메리트를 느꼈어요. 선배들 같은 경우에는 3D 프린팅이 필요한 작업은 외부에서 해야 했는데,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주로 다른 목업 방법을 택했다고 들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홍익창작새길을 통해 거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보니 비용적인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어요. 또 제작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관련 공정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메이커스페이스 장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홍익창작새길을 이용해 볼 것을 권하고 싶어요. 저처럼 STAGE1, 2 교육을 받으며 어떤 장비가 있는지 확인하고, 학교 과제에 적용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대학에서의 메이커스페이스는 주 이용자층인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고, 실제로도 적지 않은 학생들이 메이커스페이스를 통해 각자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홍익창작새길을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은 학생은 다음의 메이커스페이스 사용 규정을 참고하여 메이커스페이스를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메이커스페이스가 해결해야 할 숙제

메이커스페이스 구축과 관련된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메이커스페이스의 궁극적인 목적인 제조 창업 생태계의 활성화에 대한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0년에 중기부 산하의 창업진흥원이 발간한 ‘메이커스페이스 구축 운영사업 성과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구축된 65개 전국 메이커스페이스 기준으로 창업기업 배출 성과가 있는 기관은 21개소로 전체의 32.3%에 불과했다. 21개소를 제외한 44곳은 창업기업을 하나도 배출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창업 전문가들은 제조 창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 랩의 부족, 교육사업이나 공방 수준의 지원에 그치는 일반 랩 중심의 운영에서 원인을 찾는다.

또 시제품 제작에 집중하는 현재의 메이커스페이스는 제조 스타트업의 역량 강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3D 프린터로 시제품을 제작하는 것과 금형을 만들어 실제로 양산하는 것과는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3D 프린터를 메이커스페이스 내에 설치하는 것보다도 제조 스타트업의 실질적인 양산에 필요한 금형비 지원을 늘리고 전문랩 운영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지금까지의 메이커스페이스 정책 방향이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의 제조 창업 생태계의 성장이 더딘 것은 메이커스페이스 정책 방향이 일반랩과 전문랩 중 어느 것을 중점으로 했는지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메이커스페이스는 전문적인 창업 지원의 역할보다는 메이커 문화 자체를 국민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만들어 누구나 어디서든 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고 그 저변을 확대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전문랩 운영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미비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최근 정부는 금속, 목공 등 특정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일반랩 8개를 선정해 특화랩으로 전환하고 신규로 10개를 더 선정해 시설·장비 구축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 지원을 늘림으로써 지금의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의 메이커스페이스

메이커스페이스가 단순한 제작 공간을 넘어 양질의 스타트업을 배출해 내기 위해서는 창업 지원을 늘리는 쪽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현재의 메이커스페이스 자체적으로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먼저, 메이커스페이스 운영 인력이 지금보다 더 전문화되어야 한다. 메이커가 단순히 어떤 것을 만드는 것을 넘어 그들의 기술적, 창조적 역량을 끌어내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메이커스페이스를 이끄는 운영인력이 전문 메이커로서 제작 기술과 지식을 갖추는 동시에 메이커 교육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와 전문적인 실행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메이커들도 새로운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배우고 적용하며 자신의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메이커스페이스를 운영하는 것에 있어서도 다변화가 필요하다. 메이커들이 공동의 목표 의식을 지니고 원활한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적, 입지적 특성을 고려한 운영 체계와 활동 여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 메이커스페이스의 공간으로서의 가치는 그 공간을 활용하는 메이커들의 활동,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국내에 메이커 문화가 수용되는 과정에서 공간 조성이 먼저 이루어지고, 메이커들을 유입시켜 양성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뒤 순서로 여겨졌다. 이제는 메이커의 활동에 따라 유동적으로 그 방향이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소개한 이문238 또한 프로그램을 고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닌 이용자인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에 맞추어 만들어 나가고 있다. 메이커스페이스가 지니는 유동성이라는 특징은 메이킹 활동 자체를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며,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도 자양분이 된다.

또 메이커스페이스가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메이커스페이스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 형성과 더불어 다양한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민관 협력과 사업 연계가 필요하다. 이전에는 정부 주도 방식으로 메이커 문화가 조성되었다면, 앞으로는 메이커스페이스 간의 유기적 네트워크 형성과 협업, 그리고 메이커스페이스를 운영하는 기관, 대학, 기업의 전문 역량 강화가 더 강조되어야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메이커스페이스 문화가 꾸려질 때, 현재 메이커스페이스 간의 협력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이렇듯 메이커스페이스와 사회, 기업이 모두 긴밀하게 연결될 때 메이커스페이스의 특장점인 민간의 전문성과 정부의 지원이 균형을 이루어 메이커 문화가 안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다.

우리의 머릿속에만 떠다니던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메이커스페이스! 이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제조 창업에도 활기를 불어넣는 동력으로 발전할 메이커스페이스에 관심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박지원  05ovo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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