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메타버스. 도대체 메타버스는 무엇이길래 페이스북의 투자를 받고, 새로운 행정 서비스의 형태로 채택되기까지 하는 걸까? 지금부터 메타버스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보자.

메타버스란?

메타버스란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합성어로, 3차원의 가상 세계를 뜻한다. 기존에는 메타버스를 해석할 때, 게임이나 SNS와 같은 디지털 세계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상융합공간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

메타버스의 개념은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약 30년이 지난 지금 5G 이동 통신 서비스 상용화, VR, AR과 같은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 비영리 기술연구단체 ASF는 메타버스를 증강현실, 라이프로깅, 거울세계, 가상세계, 총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고,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이렇듯 메타버스는 새롭게 정의된 개념이라기보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 세분된 개념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알맞다. 특히나 증강현실, 라이프로깅, 거울세계는 용어만 낯설 뿐, 이미 우리의 일상에 함께하고 있던 것이다.

우리가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이유

메타버스가 최근 들어 다시 한번 주목받고, 또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타버스가 우리 사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즉, 이러한 메타버스의 급부상은 최근 몇 년간 우리와 함께한 ‘코로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코로나19가 생활 속에 미친 영향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아본다면 역시 비대면 문화의 조성일 것이다.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것이 대면으로 이루어지던 이전의 시기와 다르게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을 비대면으로 대체했다. 예컨대 코로나 이전, 많은 인파가 몰리던 행사는 대부분 온라인 생중계의 형태로 그 방식을 바꿔나갔고, 이런 온라인 생중계 방식 중 하나로 사람들은 메타버스 공간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신년 맞이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SK텔레콤의 메타버스 서비스인 ‘이프랜드(ifland)’를 통해 개최하기도 했다. 이프랜드 이용자들은 이프랜드라는 가상공간 속에 구현된 제야의 종을 직접 칠 수도 있고, 새해 카운트다운 영상도 다른 이용자들과 함께 볼 수 있는 등 기존에는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했던 새해맞이 행사를 메타버스를 통해 경험했다. 이렇게 바뀐 온라인 중심의 생활 양식과 함께 ‘비대면’을 기반으로 하는 메타버스의 특징은 인기를 끌기에 충분했다. 

최근 인기를 얻은 메타버스는 아직 가상공간에서의 아바타로 상호작용하는 것에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 공간을 친숙하게 이용하는 세대는 한 시기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주축이라고 일컬어지는 Z세대이다. Z세대가 메타버스 공간을 이용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일명 ‘Z세대’ 특징과 메타버스가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도 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제페토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개발한 플랫폼으로, 메타버스 세계의 대표적인 놀이터로 언급된다. 2018년 출시 이후 2021년 2월에는 가입자 수만 2억 명을 돌파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특히 전체 서비스 이용자의 80%가 대표적인 Z세대인 10대이다. 제페토의 핵심은 ‘아바타’에 있다. 제페토에서 사용자들은 AR 기술을 활용해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만들 수 있고, 또 이렇게 만들어진 아바타들끼리 친구를 맺거나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페토의 가상세계인 ‘제페토 월드’는 현실 세계를 반영한 가상세계로, 현실에서 가능한 일을 온라인에서 그대로 구현했다. 제페토의 이용자들은 자신을 닮은 아바타를 만들어 제페토 월드에서 마치 현실 같은 사이버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제페토의 특징은 주된 이용자인 Z세대의 특징과도 연결된다. 그들은 메타버스 속 자아가 현실의 제약에 얽매이지 않는 점을 매력적으로 느낀다. 현실적으로 구매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명품도 가상세계의 아이템이 된다면 커피 한 잔 값으로 살 수 있다. Z세대의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을 저격한 것이다. 이러한 이용자들의 특징을 겨냥해 유명 브랜드들의 메타버스 마케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실제로 제페토 내에 입점한 구찌의 버추얼 컬렉션이 공개되자마자 구찌 아이템을 활용한 2차 콘텐츠가 열흘 만에 40만 개 이상 생성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현실에서의 결함과 같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은 숨기고, 이상적인 모습만을 보일 수 있으며 용도에 따라 여러 가지 인격을 표현할 수 있는 메타버스 속 아바타는 Z세대의 대표적인 특징인 ‘멀티 페르소나*’와 부합한다.

다수라는 뜻의 멀티와 페르소나의 합성어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개인이 빠르게 달라지는 상황에 맞춰 다른 자아를 표출하는 것이다.

메타버스가 급물살을 탄 것에는 기술의 발달도 뒷받침되었다. 과거 메타버스의 모체로 언급되는 싸이월드로 대표되는 사이버 스페이스가 극복하지 못했던 기술적 한계를 상당 부분 해소해 낸 것이다. 사이버 스페이스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이용해왔던 인터넷 세상을 포괄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시작된 개념인 사이버 스페이스는 메타버스와 유사하게 현실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디지털 체계로 움직이는 공간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사이버 스페이스는 메타버스처럼 현실과 가상이 양립되어 있다기보다, 사이버 스페이스의 이용자와 사이버 스페이스 자체는 분리되어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 기반에는 가상과 현실을 잇는 기술의 부재도 있었다. 그간 가상을 현실처럼 느끼게 만들기 위한 기반 기술이 턱없이 부족했으나, 최근 들어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의 5G 통신이 2019년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했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과 같은 가상융합기술(XR)들도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개발은 사이버 스페이스를 넘어 메타버스로 이어지는 주요 성장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급속한 발전을 거듭한 기술은 사용자가 원하는 임의의 가상공간에서 현실을 넘나들며 원활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주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의 핵심 기술은 무엇일까

메타버스를 이루는 여러 기반 기술들의 중심에는 XR(eXtended Reality)로 대표되는 실감 기술이 있다. 이미 영화, 게임, 예술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온 AR(Augmented Reality)과 VR(Virtual Reality)을 아우르는 개념인 XR은 5G의 상용화와 기술 성숙으로 메타버스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이 되었다. 이러한 기술들은 막연한 무형의 것이 아닌 실제 우리의 생활에서도 이미 활용되고 있는 기술이다. 가상현실(VR)은 사용자가 시야를 차단하는 모니터가 부착된 헤드셋 형태의 기기를 착용해 가상에 접속하게 하는 것이고, 증강현실(AR)은 사용자가 안경과 같이 시야를 차단하지 않는 기기를 착용해 현실 공간 위에 가상의 이미지가 겹쳐 보이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VR과 AR을 통해 콘텐츠를 2D 화면으로 보는 것을 넘어 직접 그 공간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 해서 이 기술만으로 메타버스가 완전히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VR과 AR은 콘텐츠를 접하게 만드는 ‘디바이스’에 불과한 것으로, 기술을 통해 접촉하는 콘텐츠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플랫폼에서 구현된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구현된 메타버스’는 플랫폼의 형태이다. 이러한 플랫폼은 크게 서비스 플랫폼, 개발 플랫폼으로 구분된다.

서비스 플랫폼은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둔 플랫폼으로,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콘텐츠에 더 가깝다. 앞서 언급한 제페토를 포함하여 로블록스, 포트나이트가 서비스 플랫폼에 속한다. 개발 플랫폼은 콘텐츠가 실행될 기술적 환경을 쉽게 구현하게 해주는 일종의 개발 도구이다. 메타버스를 개발하는 사람들은 개발 플랫폼에 속하는 여러 가지 개발 엔진을 통해 자신만의 메타버스 공간과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다. 현재 메타버스 서비스 플랫폼과 다양한 XR 콘텐츠 개발에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는 유니티(Unity) 엔진과 언리얼(Unreal) 엔진이 대표적이다. 유니티와 언리얼은 초기 게임 개발 목적의 엔진에서 자동차, 물류, 건설, 교육과 같은 산업용 개발 엔진으로 그 분야를 점차 넓히고 있다. 실제 오프라인 환경과 같은 가상세계를 구현하고, 실시간으로 동작하는 객체를 3D 그래픽으로 만들어 물리적 상호작용이 일어나도록 하는 디지털 트윈도 유니티와 언리얼을 통해 구현된다.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또한 메타버스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기술이다. 앞서 언급한 디지털 트윈이 산업 전반에서 활용되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 공간에서의 시뮬레이션이 ‘리얼타임’으로 현실에서 반영되는 것이다. 이때 관건은 빠른 네트워크 속도인데,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정보의 이동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져야 골든 타임 내에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으며 메타버스 사용자에게도 질적으로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는 매 순간 사용자의 움직임이나 반응을 바탕으로 실시간 렌더링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빠른 통신망 속도가 필요하고, 낮은 전력의 디바이스 환경에서도 무리 없이 메타버스가 구현되어야 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기술의 지속적인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메타버스의 미래

메타버스가 반짝 유행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메타버스에 대한 다양한 고민 지점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현재의 메타버스가 담고 있는 콘텐츠 자체적으로는 다양화와 함께 질적인 향상이 필요하다.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제페토와 같은 메타버스 콘텐츠 대부분은 가상공간에서의 소통과 체험, 그 속에서의 마케팅에 초점을 두고 있다. 메타버스 속에서 경제 활동이 일어난다고 해도, 아직은 산업 전반이 아닌 특정한 분야에서의 경제 활동에 국한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타버스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메타버스 속 콘텐츠에 어떤 가치와 철학을 담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대세에 따라 메타버스 안에 현실을 단순히 옮겨 놓는 것에 그친다면 메타버스 콘텐츠도 결국 한계점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콘텐츠의 다양화는 결국 이용자층의 다양화로 이어지고, 다양화된 콘텐츠 유치에 성공한다면 메타버스도 하나의 플랫폼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에서의 경험을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경험은 메타버스 이전에 존재했던 개념인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사람들이 경험했던 것에서 크게 나아가지 않았다. 현실적인 경험은 사이버 스페이스에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가 사이버 스페이스로부터 일보 진전하기 위해서는 가상공간에서의 경험을 현실에 더욱 가까이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 가상공간이 현실의 대체재가 되는 것이 아닌, 가상공간을 이용해 현실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의료계에서 메타버스 기술을 통해 가상공간을 현실에 접목한 것이 대표적이다. 병원에서 다양한 임상적 판단이 필요할 때 가상 증강현실로 제공되는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판단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으며 환자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수술 합병증과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것에도 효과적이라고 밝혀진 바 있다. 국내에서도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 수술실에서 폐암 수술이 진행된 적이 있으며, 코로나19로 실습이 어려운 최근 메타버스를 이용한 의료 교육이 새로운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앞으로의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의 것을 현실로 가져와서 일, 쇼핑, 도시 환경 관리와 같은 일상에 적용하여 쓸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한다. 가상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현실에 적용하여 도움을 주는 매체로서 기능할 때, 메타버스는 비로소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메타버스를 이용함에 있어서도 세대 간 기술 활용력의 차이가 정보 격차와 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메타버스가 열어갈 가상공간에 대한 긍정적인 언급이 점점 늘어가는 한편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층, 저소득층 소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고령층과 저소득층의 경우 전자 기기 활용 및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자는 10대와 같이 한정적인 연령층만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메타버스에 대한 이용도와 관심이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특정 계층에 대해서는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기업과 사기업, 관공서 및 정부까지 메타버스 진입에 열 올리고 있는 요즘이다. 그만큼 한번 시작된 메타버스의 흐름은 쉽사리 끊어지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생활의 더 많은 부분을 메타버스를 통해 해결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메타버스가 모든 이들을 포괄하지 못한다면 정보 격차는 물론이거니와 불평등한 자원 분배 문제와 같은 여타의 사회 문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메타버스가 일상화된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어떤 사람들도 소외되지 않는 정책과 사회적인 노력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완전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업 중 하나이다. 현재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완성된 것이 아니며, 연구와 논의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아직은 이를 규제할 법과 제도가 미비한 것이 현실이며, 이런 과도기 속에서 메타버스는 디지털 범죄의 온상이라는 수식어를 떼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나 메타버스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자 간 사이버 괴롭힘 문제도 꾸준히 지적되어왔다.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사용자와 아바타가 일체화된 상태에서 괴롭힘을 당하기 때문에, 현재의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이버 괴롭힘과는 또 다른 결의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러한 사이버 괴롭힘을 포함해서,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디지털 범죄를 걸러낼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보안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함께 메타버스 자체를 안전한 공간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정책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듯 메타버스는 완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콘텐츠, 법, 플랫폼 모두 완전하지 않은 상태이다. 메타버스를 발전시키는 것도, 메타버스 공간을 꾸려나가는 것도 결국에는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메타버스 흐름의 속도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정책적 규제를 만드는 정부, 메타버스 공간을 발전시키는 기획자와 개발자,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까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의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우리가 공통적으로 해야 할 일은 메타버스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는지 지속적으로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이다.

박지원  05ovo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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