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2일, 크리스티 온라인 경매에서 비플(Beeple)의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가 42,329.453 이더리움(약 787억 원)에 판매되었다. 제프 쿤스,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서 생존 작가 경매 사상 세 번째로 높은 가격이었고, 실물 화폐가 아닌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 화폐인 이더리움이 입찰 단위로 쓰였다. ‘대체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이 미술계와 비트코인 커뮤니티를 뒤흔들며 큰 관심사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사이버 공간이 물질계의 논리를 인터넷 기술을 말미암아 디지털계로 확장하려는 욕망에 의한 것이라면, 메타버스는 물질과 디지털의 논리가 혼재하며 종종 뒤집히기도 하는 곳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인간 활동의 결괏값이 현실에 대한 구속력이 적었던 반면, 메타버스에서는 인간의 문화, 경제 활동이 현실 세계의 물리적 조건과 직접 연결된다. 디지털 기반의 권력, 자본이 물질계의 것을 대체하며 가상이 곧 실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NFT 산업 그리고 NFT미술이 발달하게 된다.

비트코인 지지자로 유명한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는 자신이 트위터에 2006년 작성한 첫 글을 NFT로 발행하여 당시 약 33억 원에 팔았다. 트위터에서 누구나 검색해볼 수 있는 트윗을 왜 수십억 원을 주고 샀을까? 트윗을 NFT로 만들어 경매에 부친 웹사이트 ‘밸류어블스’는 온라인 갤러리에 전시하고, 재판매할 수 있다고 했지만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설명이다. 바로 그 지점을 메타버스 및 NFT 산업에 대한 낙관이 채워준다. 만약 NFT아트가 미술계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때가 온다면, 생성된 지 오래된 NFT아트의 가격이 크게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NFT아트에 관한 투자 혹은 투기성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어, 관점에 따라 이를 가격 거품이라 보기도 한다.

블록체인과 NFT

그간 전자화폐 시장에서 은행은 송금 정보를 중앙서버에 기록해서 위조로 인한 이중지불을 막았다. 이에 더해 신용화폐까지 창출할 수 있는 은행의 막강한 힘은 거슬러 올라가면 은행 인가권을 부여하는 정부에서 나온다. 이때 이더리움, 비트코인, 도지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코인)*는 은행이라는 중개인을 없애는 대신, 이 역할을 각 가상화페의 블록체인*에 맡겨 화폐의 위조를 막고자 했다. 송금 정보를 중앙화된 은행에 보관하지 않고 전 세계에서 참여하는 노드들에서 탈중앙화된 상태로 보관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노드가 많아질수록 기록된 데이터를 위조하기 어려워진다. NFT 또한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반하기에 조작이 불가능하다. 다만, 토큰**의 일종으로 서로 대체 가능한 화폐가 아닌 그림, 영상 등 특정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증서 역할을 한다.

*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상이한 개념이다. 예시로 ‘이더리움 블록체인’과 ‘이더리움(ETH)’을 구분해보자. 자신의 컴퓨터를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연결하여 블록체인 운영에 일조하는 이들을 ‘노드’라고 부른다. 노드는 전기와 컴퓨팅 파워를 써가면서 ‘이더리움 블록체인’ 유지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받는데, 이를 이더리움 채굴(Mining)이라 한다.

** 토큰은 자체 블록체인을 갖고 있지 않아 코인의 블록체인을 활용하는데, 현재 대다수의 NFT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기반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의 태동과 한계

살펴본 NFT의 특성은 새로운 예술 창작 및 유통 시스템을 제시하며 미술시장에 변화를 준다. 우선, NFT아트 시장은 디지털 미술의 유통을 활성화한다. NFT는 블록체인 특성상 미술시장에서 디지털 작품의 고유성을 입증할 수 있기에, 원형에 대한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미술의 영역에서 복제로 인해 작품의 가치가 훼손되거나 저작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준다. 이는 그간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제작된 사진, 영상 작품은 물론 퍼포먼스 예술, 나아가 NFT나 메타버스 기술환경을 고려한 작품들에 고유성·아우라를 부여하고 유통 및 판매를 쉽게 만들어준다.

둘째, 더 많은 작가가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얻는다. 갤러리 없이 작가와 컬렉터 간에 직거래를 하기 편해져서, 이 경우 갤러리에 지불해야할 수수료가 사라진다. 또, 시공간의 제약을 이유로 작품을 전시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셋째, 블록체인을 통해 저장된 정보는 수정, 삭제가 불가능하여 작품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하거나 소장 이력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넷째, ‘추급권’의 실현 가능성을 높인다. NFT 미술시장이 구성될 때 초기 설정만 잘해둔다면, 작가가 소유자에게 일일이 요청하지 않더라도 작품의 재판매가 이루어질 때마다 판매금액의 일정 비율이 작가에게 자동으로 지급될 수 있다. 대부분의 NFT 플랫폼은 로열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작품의 n차 판매가 이루어질 때 원작자에게 판매가 일부(평균적으로 10%)를 돌려주도록 되어있다.

새로운 시장인 만큼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 우선, 예술품 감상에 있어 큰 문제가 있다. NFT 미술시장은 소유와 투자에 특화된 모델로서 감상에는 제대로 된 대안이 없다. 우리가 익숙한 휴대전화, 노트북, TV로는 절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크리스티는 경우에 따라 인쇄해서 액자에 넣어주는데 대안으로 부족한 디지털 작품용 고급 디스플레이 정도이다. 강의 듣기, 물품 구매하기 등 일상생활 정도는 메타버스에서 해결이 되어야 예술 감상의 영역을 말할 수 있을 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둘째, NFT아트에 대한 큐레이션이 부족하다. 시장 허들이 낮아진 만큼 컬렉터 입장에서 작가, 작품이 과잉 상태가 되었기에, 기존 미술시장에서와 같이 이들을 선별해줄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그런데 상업 갤러리 위주로 NFT아트에 열을 내고 있고, 미술관과 평론가는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으니, NFT아트 담론이 시장에 과하게 치우쳐 있다.

셋째. 탈중앙화를 이뤘다기에는 NFT아트 대부분이 오픈씨와 같은 마켓플레이스 중심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때 어떤 종류의 NFT아트라도 토큰화를 하려면 토큰이 작동하는 블록체인과 연동된 암호 화폐를 보유해야 하고, 토큰이 가리키는 대상을 민팅***하기 위해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기술의 진보로 중앙 통제나 게이트 키핑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와 같이 소수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들 문제는 시장이 안정화되기를, 비평이 활성화되기를, 관련 기술이 발달하기를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기다려봐야 하는 측면이 있다. 반면, 가장 시급한 문제는 NFT아트에서 저작권을 포함한 지식재산권 분쟁이 일어나기 쉽다는 점이다.

*** 디지털 자산을 NFT 토큰으로 만드는 것을 ‘민팅(Minting)’이라 한다.

법적 정의의 부재

NFT를 활용한 사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NFT의 법적 지위와 NFT의 거래에 대한 규제와 권리관계의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다. 앞서 살펴봤듯이, NFT는 어디까지나 블록체인에서 발급된 토큰에 불과한 것이고, NFT를 이전하더라도 블록체인 외부에서 행해지는 권리의 이전, 즉 당사자 간의 계약이 성립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아니다. 또, NFT아트의 매매에서 도대체 무엇에 관한 권리를 거래하고 있는지 명확치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NFT아트 저작자와 구매자 간에 권리관계에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해킹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NFT아트 플랫폼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권리소진의 원칙 등 기존의 저작권 법리가 NFT아트에 적용될 수 있는지 등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아직 확립된 견해나 판례가 없다.

디지털 테크니션의 출현

한편, NFT아트의 제작 방식에 따라서 저작권 침해의 쟁점이 달라진다. NFT 미술시장에서 작가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문제는 상당수의 작가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창작방식에 익숙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이에 디지털 테크니션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디지털 테크니션이 NFT아트에 관여하는 정도와 방식에 따라 작품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작품성, 원본성 등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가 달라진다. 첫째, ‘전환형’에서는 아날로그 원작을 디지털 작품으로 전환하는 작업만이 이루어진다. 이 경우 원작성이 거의 유지된다. 다만 원작이 별도로 존재할 수도 있고, NFT 민팅 이후 원작을 폐기하여 디지털 작품이 원작이 되도록 만들 수도 있다. 둘째, ‘부가형’에서는 아날로그 원작을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단지 아날로그 작품의 사진을 찍어 디지털 파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작의 이미지에 다른 이미지를 부가하는 등 변화를 준다. 셋째, ‘창작형’은 애초에 디지털 작품을 목적으로 창작하여 민팅한 것이다.

디지털 작품이 곧 원작인 창작형을 제외하고는 원작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전환형에서는 원작이 존재하는데 이를 정교하게 촬영한 사진 파일을 NFT 작품으로 판매하는 경우 과연 어느 것이 더 원작성을 갖는 것인지 시비를 가려야 할 수 있다. 부가형에서는 유명 작가의 아날로그 작품에 상당한 변형이 가해져 디지털 작품이 탄생된 경우 명확한 계약관계가 없으면 디지털 테크니션이 저작권을 주장할 여지가 있다.

앞으로 NFT아트가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지, NFT 관련 가상 화폐의 가격이 오를지 떨어질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NFT아트 이전의 미술계로 돌아갈 일은 없다. 머지않아 가상화폐와 기축통화 간의 전쟁이 끝나고 NFT아트의 시장 가격과 작품으로서의 가치도 균형을 찾을 것이다. ‘NFT아트’로 주목 받기 이전에 ‘아트’로서 인정되고 평가받아야 분위기가 형성되는 시점을 앞당기고 그전까지의 왜곡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NFT아트 현상을 시장성뿐 아니라 예술 지평을 확장하는 담론적인 차원에서도 바라보아야 한다.

민태홍  mr.podobunja@gmail.com

<저작권자 © 홍익대교지편집위원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