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2.0 - 홍익대교지편집위원회

왜 우주로 가려는 걸까?

과거의 우주 산업은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 산업으로 국력을 과시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하면서 미국도 다음 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나사를 설립하는 등 우주 산업에 박차를 가해 나갔다. 이렇게 두 국가의 권력 싸움에서 시작된 우주 산업은 우주 기술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왜 달을 목표로 정했는가?’ 그들은 아마 왜 가장 높은 산을 오르려 하는지도 물을 겁니다. ··· 우리는 달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달에 갈 것이며 다른 것도 이룰 것입니다. 그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에 도전하는 겁니다.” -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연설 중

하지만 우주 산업의 새로운 장, 뉴 스페이스 시대의 우주 개발은 국가 차원의 개발에서 나아가 민간 기업들과 함께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이끌어가고 있다. 이는 지구가 환경 오염이나 지구 온난화와 같은 내부적 요인뿐만 아니라 소행성 충돌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더는 살아가기 힘든 곳이 되었을 때의 대안을 찾는 것이다. 많은 행성 중 화성에 집중하는 것은 태양계 내에서 지구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적이기에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새로운 자원을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저는 영감을 주고 끌리는 미래를 꿈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서 살고 싶게 하는 이유가 중요하다고 믿거든요. 왜 살려고 하나요? ··· 만약 이 우주에 지구밖에 없다면, 미래에 우리가 우주에서, 다른 행성에서도 살아가는 종족이 아니라면, 저는 이러한 미래가 없다는 사실이 꽤나 실망스럽다고 생각해요.” - 스페이스X 설립자 일론 머스크

복잡한 3대 민간 우주 산업 간단하게 보기

스페이스X

스페이스X는 테슬라의 창업자이자 CEO인 일론 머스크가 2002년에 설립한 기업이다. 스페이스X의 목표는 재사용 가능한 로켓을 개발하여 획기적인 비용으로 화성에 가고, 그곳에 지구인 100만 명을 이주시켜 인간을 다행성 인종으로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획기적인 비용이란 1인당 10~20만 달러(약 1억 2천~2억 4천만 원)를 말한다. 다행성 인종이라는 목표를 위해 스페이스X는 올해 2022년에는 화성에 2대의 무인 우주선을 보내 화성의 발전 가능성을 검토하고 생명 유지를 위한 초기 설비를 설치할 계획이다. 그 후 2024년에는 화성에 2대의 화물선과 2대의 유인 우주선을 보내 기지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현재 민간 우주 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들이 이뤄낸 성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들은 2006년 나사와의 화물 운송 계약을 맺으며 큰 지원금을 받은 것에 이어, 2008년 세계 최초로 민간 액체 추진 로켓을 지구 궤도에 도달시켰다. 2010년에는 궤도를 비행한 우주선을 회수하는 데 성공하며 최고의 민간 우주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나아가 2012년에는 민간 기업 최초로 국제 우주정거장에 우주선을 도킹하였고, 2015년에는 세계 최초로 로켓 1단 부스터를 역추진시켜 착륙시켰다. 쉽게 말해 이는 우주에 보내야 할 비행체는 우주로 보내고, 그것을 쏘아 올린 발사체는 180도 반전시켜서 다시 착지시킨 것이다. 2017년에는 역추진해 착륙시키는 것을 성공한 1단 부스터를 다시 발사시켰으며, 2021년에는 세계 최초로 우주비행사 없이 민간인 4명을 태운 유인 우주선이 3일간 지구 궤도를 돈 후 귀환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들은 민간 우주개발업체 최초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우주 항공 운송 계약을 맺었고 작년에는 나사와 함께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을 진행할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현재 스페이스X는 지구에서 궤도로 우주선을 보내는 일의 2/3를 담당하고 있으며 지금으로써는 미국에서 우주정거장에 우주비행사를 보내려면 스페이스X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블루오리진

블루오리진은 아마존 CEO인 제프 베이조스가 2000년에 설립한 기업으로, 스페이스X처럼 재사용 가능한 로켓을 사용하여 스페이스 콜로니를 건설하고자 한다. 스페이스 콜로니란, 수백만 명의 사람이 살 수 있는 우주 공간으로 상업 공간, 농업 공간 등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인공적으로 조정이 가능한 안정적인 인공 환경을 말한다. 즉, 이는 지구에 해로운 산업을 우주로 보내 인류가 계속해서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당장 현세대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다음 세대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지금은 그것을 위한 우주 인프라를 개발하고자 한다. 이들은 우주 인프라를 건설할 자원을 조달하기 위해 2024년 달 탐사를 계획하고 있다.

블루오리진의 성과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2015년에 세계 최초로 로켓을 우주권까지 올렸다고 지상에서 받는 데 성공한 일이다. 스페이스X도 로켓을 다시 착륙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기에 두 회사의 로켓 착륙은 많이 비교되곤 한다.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 모두 로켓을 재사용하였지만, 블루오리진은 로켓이 수직 이륙 후 고도 100km까지 올라간 뒤 이를 그대로 수직 착륙을 시킨 것이고, 스페이스X는 로켓이 발사되고 궤도에 올라간 뒤 이를 180도 반전시켜 착륙한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블루오리진이 한 달 정도 빨랐지만, 기술적으로는 스페이스X가 더 어려운 기술이었다고 전문가들에게 평가받는다. 이들의 가장 최근 성과는 2021년 12월 민간인을 태운 세 번째 우주 여행에 성공한 것이다.

블루오리진이 스페이스X보다 2년 먼저 설립되었지만,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스페이스X와 달리 블루오리진은 조용한 행보를 걷고 있기에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다. 스페이스X가 NASA와 협력하듯 블루오리진은 록히드 마틴, 보잉 등 여러 민간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고 있다.

버진갤럭틱

버진갤럭틱은 버진 그룹 CEO인 리처드 브랜슨이 2004년 설립한 기업이다. 버진 그룹은 본래 버진애틀랙틱을 운영하는 항공사로, 카르만 라인*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주 관광 사업을 하고자 한다. 위 두 민간 산업과 달리, 이들은 달이나 화성에 가는 등의 과학적인 탐사보다는 우주 여행의 대중화를 이루는 데 관심이 있다.

*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선으로 고도 100km 구간을 말한다.

버진갤럭틱의 성과로는 2018년 세계 최초로 상업 유인 우주선 비행에 성공한 것과 2020년 미국 연방항공국(FAA)으로부터 최초의 우주 관광 면허를 발급받은 것이 있다. 비록 2021년 7월, 비행 중 경로를 이탈하여 면허가 취소되었지만, 곧바로 조사를 거친 뒤 9월에 면허를 재허가받았다. 이들은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로켓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 비행기와 비슷한 모양의 우주선을 사용하여 공중에서 발사한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관광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안정적인 착륙을 위해 페더링 시스템을 개발하여 사용한다. 또한 이들은 롤스로이스와 협력하여 초음속 제트기를 개발하고 있다.

위 세 개의 민간 우주 기업 모두 부차적으로 저궤도 위성 산업을 진행 중이다. 위성 산업으로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블루오리진은 카이퍼 프로젝트, 버진갤럭틱은 버진오르빗을 가지고 있다. 위성 산업을 통해서는 빠른 통신과 인터넷뿐만 아니라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참고로 민간 우주 산업이 아닌 우주 산업으로는 미국의 NASA와 러시아의 로스코스모스, 중국의 CNSA 등이 있다.

‘우주 개발’에 대한 오해

그 돈으로 지구를 지키는 게 낫지 않을까?

우주 개발에 대한 논의가 나올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다. 얼핏 들었을 땐 합리적인 듯한 이 질문에는 사실 큰 오해가 있다.

1. 우주 개발 비용과 지구의 문제는 연관성이 없다.

우주 개발에 들어가는 돈을 아낀다고 해서 지구의 기근이나 난민, 복지, 실업, 사회 제도, 환경 등이 나아지지 않는다. 그것은 서로 연관성이 없는 별개의 분야다. 지구의 인류적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논할 필요도 없이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을 우주 개발과 관련지어 책임을 물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주 개발 때문에 그러한 문제들이 생겨난 것도 아니고, 그러한 문제들이 우주 개발 때문에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구부터 고쳐라”라는 말은 마치 “코로나부터 종식되면 지구 온난화에 대해 얘기해보자”라고 하는 것과 같다.

2. 우주 개발에 들어가는 돈은 생각보다 막대하지 않다.

1958년은 미국 정부가 우주 개발에 박차를 가했을 때지만 이때 투자된 비용은 국가 GDP의 0.1% 규모였다. 2020년 기준 미국의 우주 개발 예산은 476.9억 달러로 국가 GDP의 0.21%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이어서 중국은 88.5억 달러로 0.04%, 프랑스는 40.4억 달러로 0.14%, 러시아는 37.6억 달러로 0.2%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우주 산업을 이끌어가는 주요국들에 비해 매우 적은 7.2억 달러로 국가 GDP의 0.04%를 투자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군사적인 부분에는 매해 국가 GDP의 3%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정말 돈을 아끼고 싶다면 인류의 미래를 구하는 일을 제지하기보다는 세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3. 우주 산업은 투자 대비 이윤이 큰 산업이다.

우주 산업에는 오로지 투자만이 있고, 이윤이 없다고 생각하여 ‘차라리 이 돈을 다른 곳에 사용했으면···’하는 오해가 생겨나지만, 아폴로 프로젝트의 기록을 보면 1달러가 투입되었을 때 약 7~8달러의 이윤이 발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에 이 비율은 더욱 상승하여 1달러당 약 40달러의 투자 대비 이윤이 발생한다.

부자들만을 위한 우주 관광?

실제로 스페이스X에서 민간인으로만 이루어진 팀이 우주에 다녀오는 것에 성공했고, 조만간 일반인의 우주 관광도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버진갤럭틱의 지구 대기 선 끝까지 다녀오는 여행 상품인 ‘나인티 미닛 서브오르비탈 라이드’는 25만 달러(약 3억 원)에 700여 명이 구매했으며, 블루오리진의 지구 대기 선 끝까지 다녀오는 여행 상품인 ‘버티컬 서브오르비탈 라이드’는 20~30만 달러(약 2억 4천만~3억 6천만 원)에 판매되었다. 이렇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우주 여행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값비싼 가격 때문에 사실상 일반인은 누릴 수 없는 부자들만을 위한 유흥거리가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이들이 굳이 우주에 갈 이유가 있는지에 의문이 들며 아직 우주 여행에는 세금이 붙지 않기 때문이다.

우주 관광이 부자들만의 특권이나 사치처럼 보일 수 있고, 세계 최고 자산가들의 우주 산업을 운영하는 것이 못마땅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주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국가의 주도로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것에는 한계가 있다. 만약 삼성이나 애플이 아닌 국가에 의해 스마트폰 사업을 진행했다면 지금의 갤럭시와 아이폰은 나올 수 없었다. 민간 기업이 시장에 뛰어들면 경쟁을 통해 빠른 속도로 많은 성과를 이루어낸다. 나아가 NASA와 같은 국가 기관과 협동을 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어떠한 기술이든 획기적인 발달이 있으려면 민간 기업 간의 경쟁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민간 기업이 사업을 진행해 가기 위해서는 완만한 수익 창출이 있어야만 한다. 우주 관광이 당장은 부자들의 사치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점차 기술이 흔해지고 수요가 많아지면 일반인들도 우주에 쉽게 가는 날이 올 것이다.

민간 우주 산업이 새롭게 등장한 분야인 만큼 아직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 아직 우주 여행의 세금에 관한 법이 제정되지 않았고, 우주 여행으로 인해 발생할 이산화탄소나 우주 영역의 탐색과 이용 등에 대해서도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1967년 제정되어 107개의 나라가 참여하고 있는 우주 조약이 존재하지만, 제정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기에 여러 한계점이 있고 이에 대한 개정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다만 새로운 법이 제정되고 우주 조약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특정 기업이나 국가에만 이로운 방식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주 개발의 필요성

우주 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의심은 언제나 존재해 왔다. 예로 아폴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1960년대에도 45~60%의 미국인들은 정부가 우주에 너무나 많은 돈을 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폴로 프로젝트는 과학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40만 명 이상을 고용하는 효과를 냈고 2만여 군데의 업체와 산업적인 계약을 맺는 등의 경제적인 성과가 있었다.

또한, 나사의 성과를 공개하는 나사 스핀오프에 따르면 1976부터 지금까지 의학, 생명공학, 친환경 에너지, 컴퓨터 기술, 가전제품, 로봇 공학 등의 분야에서 2천여 개의 성과가 있었고 우리는 이것을 잘 사용해 왔다. 우주 기술의 성과는 단지 로켓을 만드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비행사의 식량과 우주복, 지구와의 통신까지 많은 부분의 발전이 필요하다. 하나의 우주선을 올려보내기 위해 수많은 기술이 필요한 만큼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요즘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물건 중 하나인 적외선 귀 체온계는 별의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덕분에 바쁜 의료 현장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체온을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MRI가 없었다면 수많은 사람이 병을 발견하지 못해 제때 치료받지 못하였을 것이고,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인 태양광 역시 태양전지의 발명이 없었다면 미래 에너지로 칭송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외에도 GPS와 무선 시스템, 정수기, 소방관 복, 디지털카메라, 라식, 건조식품 등 우주 개발로 인한 파생 기술은 셀 수 없이 많으며 우리의 삶 가까이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외에도 우주 정지궤도에 태양광 발전판을 설치하면 지구에 설치하는 것의 10배 이상의 효율을 누릴 수 있는 등 지구 환경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들이 많이 존재한다. 우주 산업은 관광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국가 방위, 안보 등 군사적인 목적도 있고 위성 통신 서비스, 우주 자원 개발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우주에 나가는 것은 지구의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미래를 바라보는 일이다. 다만 지구 환경을 걱정하는 것이 우리와 우리의 2세를 위한 일이라면, 우주 개발에 힘쓰는 것은 인류라는 종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일이다.

박한비 kkkanb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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