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의 대표와 지구온난화로 이번 세기 내에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는 섬 국가의 대표가 나란히 앉아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진행'한다는 회의가 있다던데…

지난 11월 12일, 2030년의 지구를 결정짓는 국제행사, COP26이 막을 내렸다. 정식 명칭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 Climate Change Conference, COP26)’로 당사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 가입국들을 의미한다. COP는 ‘Conference Of the Parties’의 약자이며, 26은 회차를 뜻한다.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서명한 나라들이 1995년 독일 베를린을 시작으로 매년 함께 모여 환경 문제에 대한 범국가적 사안을 나누는 총회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교토 의정서는 3번째 회의(COP3)에서, 파리 협정은 21번째 회의(COP21)에서 의결되었던 바 있다. 

전문가들은 COP26이 개최되기 전부터, 이번 회의가 2030년까지의 지구를 결정짓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26번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왜 특히나 중요한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순서상 COP’27’이어야 할 이번 회의가 26번째인 데 있다. 2020년 4월,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사무국 대표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고려하여 당년 11월에 계획되었던 총회를 2021년으로 연기했다. 이 결정은 협약국들이 자국을 보호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기후 변화를 위해 노력할 여력을 보존하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나날이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에 1년의 전 지구적인 공백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 사이, 미국에서는 트럼프 전 정부가 ‘인류 생존을 위한 목표 온도에 합의’, ‘주기적 점검과 지속적인 감축 목표 상향’으로 신기후체제를 출발시켰던 파리 협약을 탈퇴한 뒤 다시 바이든 정부에서 복귀했으며, 발전된 과학 연구는 기후재앙의 징후를 더 엄중히 경고하기도 했다. 전 세계를 덮친 질병과 맞물려,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 속 우리의 2030년이 어떤 모습이 될지 결정되는 회의인 셈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집중해야 한다. COP26, 이 거대한 회의는 무엇을 목표로 했고, 실제로 어떤 일들이 결정되었으며, 어떻게 마무리되었을까? 

26번째 당사국총회, 목표와 계획! 메인 의제는?

총회 시작 전, 유엔 기후변화협약에서는 COP26의 네 가지 의제로 ‘넷제로-탄소 중립 도달’, ‘지역사회와 자연 서식지 보호’, ‘기후 자금 동원’, 그리고 ‘협력적인 대응’을 선정해 발표했다. 특히 이번 회의는 교토 의정서 이후로 나라별 배출량을 전 세계에 공고히 하는 첫 번째 회의로 각국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를 제출하라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요청에 응답해야 했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 회의가 시작하기 전, 이러한 의제들이 논의장을 뜨겁게 달구던 시기! 우리가, 그리고 세계가 글래스고에서 기대했던 합의는 무엇이었을까? 

숙제 검사 시간입니다, 넷제로를 향한 걸음

산업사회의 잔재를 털어낼 때, "탈석탄"을 목표로 

‘넷제로’란 파리 협약에서 공고히 된 개념으로, 지구 기후에 가장 큰 영향과 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의 배출과 흡수가 균형에 이른 상태를 의미한다. 단순히 더 이상 탄소를 배출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닌, 배출해 왔던 만큼 다시 흡수해 모든 온실가스의 순 배출을 제로화한다는 개념으로도 사용된다. 이러한 ‘넷제로 균형’은 진정한 기후 재앙을 대비하기 위한 필수적인 초석과도 같다. 이를 위해서는 화석연료 시대를 마무리 짓고, 석탄과 석유 및 가스 개발 프로젝트를 멈추겠다는 세계 각국 정부의 선언이 회의에서 이루어져야 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국가별 탄소배출 감소 계획 재제출

유엔기후변화협약은 COP26에 앞서, 191개 당사국 중 2021년 7월까지 제출된 164개 당사국의 NDC 자료를 취합한 결과를 발표했으나 결과는 매우 참담했다. 203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0년 대비 16.3%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적 락다운 시기를 제외하면 파리 협약 이후에도 각 국가의 탄소 배출량은 점진적으로 증가해 왔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 1.5℃ 상승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를 감축해야 한다고 결론지었으나, 각국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종합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COP26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각 국가가 더 이상의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자국의 2030년까지의 탄소배출 목표를 발표하게 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너희 언제 낼 거야? 기후 자금 동원

알로크 샤르마 의장은 COP26 회의에 앞서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극복을 위한 ‘기후재원이행계획(Climate Finance Delivery Plan)’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은 선진국들이 개도국의 기후 대응을 위해 조성하기로 한 1,000억 달러(한화 약 116조 원)에 대한 이행 방법에 대한 내용으로, 2010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COP16 총회 당시, 2020까지 매년 1,000억 달러의 기금을 마련하기로 약속했던 선진국들의 이행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후재원(Climate Finace)은 ‘공공 및 민간에서 재원을 마련하여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 조치를 지원하는 자본’으로, 구 기후체제였던 교토 의정서와 현재의 기후체제인 파리협정에서도 명시되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개도국들이 탄소 감축 이행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산업화 이후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고 그로 인한 재정적 윤택을 얻은 선진국인 당사국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지원을 요구하는 합의라고 할 수 있으나… 2025년까지 유지하기로 했던 당시의 약속과는 다르게, 이행 여부는 아직도 불투명하다.

진정한 협력을 향하여

껍데기뿐인 협력 

그린피스는, 이번 총회에서 정말로 논의해야 할 것은 바로, ‘각국이 NDC 달성을 위해 “협력”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명시하는 파리기후협약 6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한 문제라고 말한다. 기후 문제에 있어 가장 중심적인 ‘온실가스 감축량’을 늘리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당사국-선진국의 많은 국가와 산업계는 이러한 6조를 국제탄소배출권 시장에서의 탄소배출권 구매 또는 해외 조림 사업을 통한 탄소 흡수 등 시장경제의 원리를 이용한 탄소상쇄의 방편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꼼수’와도 같은 행위로, 상쇄를 통한 감축에 중점을 둔 계획은 온실가스로 인한 온난화에 어떤 대비책도 되지 못한다. 상쇄 계획은 계속해서 온실가스 배출을 허용하고, 기후를 위한 책임을 자본으로 거래 가능한 권리로 해석하는 일이다. 이는 기업과 정부가 이익을 위해 가난한 지역 사회의 땅을 사들이고, 숲을 조성한다는 명목하에 거주민들의 터전을 침범하는 결과를 불러왔으며 이로 인해 인권 침해와 줄어들지 않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환경 오염을 정당화시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토록 기후 문제에서 항상 드러나는 문제점은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입장 차이이다. 이는 탄소 배출량에 대한 논의에서도, 기후 자금에 대한 논의에서도, 협력 자체에 대한 해석에서도 드러난다. 진정한 의미의 협력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환경 비정부 기구인 기후행동네트워크에서는 COP26 시작 전 개도국을 대표하여 기후총회에 대한 또 다른 입장을 발표했다. 

연대, 공정성, 번영을 위한 5대 계획

개발도상국들은 COP26 기후회담을 앞두고 성공적으로 정상회의를 마무리하기 위한 4개 항의 계획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간단하게 ‘기후재원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 기후재원의 사용을 최빈국들의 기후 적응을 위해 사용할 것, 그동안 시행되어 왔던 온실가스로 인한 손실과 손상에 배상 책임을 질 것, 파리 협정을 이행하고 새로운 NDC 전달에 협조할 것’이다. CAN 회원 및 기타 조직과 개발도상국 지도자들은 선진국의 발전을 위해 환경적 하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미래를 위해 배출량을 줄이기를 열망하고 있으며, 그러한 과정을 위해선 연구와 발전을 위한 금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2030년까지

그리고, 197개국, 2만 5천여 명이 참석한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총회가 2021년 11월 13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2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어떤 주목할 만한 합의와 성과가 이루어졌을까? 파리 협약 이후로 쌓여 왔던 기대들은 과연 이루어졌을지 함께 알아보자.  

1.   <탈석탄 선언>

주요 경제국들에겐 늦어도 2030년대까지, 전 세계적으로는 적어도 2040년까지 탈석탄 시기를 앞당겨 탈석탄을 위한 기술과 정책을 확대한다는 내용의 선언에 대한 서명이 이루어졌다. 선언문은 이에 더하여 신규 석탄 발전소에 대한 국내외 투자를 종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회에 참가한 각국 기관, 단체 190여 곳이 성명서에 합의했으며 폴란드, 베트남, 칠레 등의 국가들이 석탄 발전 폐지 정책에 처음으로 참여했다는 놀라움이 있다. 미국은 참여했지만 중국과 일본, 스페인은 서명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을 대표로 공식 서명했으나, 대한민국은 탈석탄 시기를 2050년으로 가정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행 계획보다 훨씬 강도 높은 로드맵을 필요로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원론적 내용에 대한 지지’일 뿐이었다고 답하는 모습으로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이 아니냐는 비판 또한 등장하기도 했다. 

2. <국제 메탄 서약>

한국을 포함한 100여 개의 나라가 메탄 배출을 2020년 대비 2030년까지 3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협약이 이루어졌다. 메탄가스는 온실가스의 주를 이루는 오염 원인은 아니지만, 한번 배출되면 20년 동안 이산화탄소의 80배 이상이 되는 열을 지구에 가두는 온실효과로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협약은 기후 변화를 위한 시간을 버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된다. 이러한 서약의 동의는 가스정과 파이프라인에 대한 통제, 더 나아가 공장식 축산업과 매립지에 대한 조치 통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여진다. 

한국의 메탄 배출량은 2018년 기준 2,800만 톤으로,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3.8%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메탄가스는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기에, 저메탄 사료 개발과 가축 분뇨 정화 처리 등을 통한 메탄 발생 최소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이러한 결정에 대하여 30% 감축은 ‘정부로썬 의욕적인 수치’라며, 기술 개발과 재정적 투자가 적극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3. <삼림과 토지 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정상 선언>

101개국의 정상들과 유럽 연합은 2030년까지 삼림 파괴를 중단하고 생태를 되살리겠다는 내용의 선언에 동의했다. “지속 가능한 개발과 지속 가능한 상품의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고, 삼림 파괴와 토지 황폐화를 일으키지 않는 무역*개발 정책을 국제적이고 국내적인 방안으로 촉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합의의 대상이 되는 산림은 총 3,367만㎢로 한국 땅의 약 336배 정도다. 실질적인 약속 이행을 위해 자금 지원도 이뤄질 예정으로, 이에는 한국도 재정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글로벌 산림재원 서약’에 따라, 영국과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한국 등 12개국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120억 달러(14조1000억 원)의 공공기금을 조성하여 개발도상국의 토양 회복과 산불 진화 등을 지원하게 된다.

4. ‘산티아고 네트워크’의 확대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 개발도상국들의 손실과 피해를 방지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 지원 네트워크인 ‘산티아고 네트워크(2019)’의 기능 확대에 대한 내용이 대표 결정문인 ‘글래스고기후합의’에 반영되었다. 외에도 선진국들은 논의되었던 글로벌 차원의 ‘기후 재원’에 대하여 이번 협상에서 기존의 재원 조성 의무를 재확인하여, 2025년 이후의 새로운 재원 조성 목표 설정을 위해 2022년부터 관련 작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 

외에도, 포드, 지엠, 메르세데스 벤츠 등 유명 자동차 기업과 30개국의 주요 시장이 2040년까지 신차 100% 무공해 자동차만 판매하겠다는 약속에 서명하고, 2022년 국가별 탄소 감축 계획인 NDC를 재검토하겠다는 등의 협의가 이루어졌다. COP 최초로 합의문에 ‘석탄 발전을 줄이겠다’고 명시한 점 또한 하나의 성과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 것일까?

회의는 끝났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협약이 가진 효력은 과연

교토 의정서 등 지금까지의 기후 협약들은 법적 구속력을 띄거나 명확한 배출량을 규정하지 않은 등 압박 이상의 강제성이 있지는 않았다. Cop26 역시 이러한 본질적 문제를 크게 극복하지 못했다. 때문에 환경 분야의 여러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결성된 메탄서약, 산림서약 역시 패널티 없는 선언적 의미에 그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이번 총회의 한계라기보다는 유엔 보고 체계 자체의 허점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증빙 자료나 별도의 위성 측정을 요구하지 않으며 195개국 중 개도국을 제외한 45개국에게만 제출을 요구한다는 점 등이 본질적인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이번 NDC는 차기 NDC 제출 시 기존보다 진전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강제성을 가지고 있기에 전보다는 효력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번 회의에 실망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기후변화의 피해와 책임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 개도국들에게 적정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개회 전 목표와는 달리 실질적인 약속이 없었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네트워크’로 일축된 재정 정책은 책임과 의무를 2025년으로 연기하는 수단이 되었다. 선진국의 기후변화 적응재원을 2배로 확대한다는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오히려 불가능한 목표치를 설정해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파리협정의 설계자로 불리는 전 프랑스 기후대사 로렌스 투비아나는 “COP26은 현재 고통받고 있는 개도국들에게 즉각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기금 설립과 국제법에 따른 제재 체계는 유럽 연합, 미국 등 선진국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고 해석된다. 감축을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선진국들에 의해 일어난 기후 변화에 개도국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적당히 만족해서는 안 되는 시기 

이러한 회의에 대한 불만족사항들은 즉각적으로 드러났다. COP26의 진행 기간과 회의가 마무리된 이후, 여러 환경 단체들은 국가들의 유의미한 행동을 촉구하며 세계 곳곳에서 운동을 벌였다. 특히 회의가 개최되었던 장소인 글래스고에서의 시위가 화제가 되었는데, 캘빈그로브 공원 가득 채운 인파는 일명 '기후 파업' 시위를 통해 약속을 실현할 자금이나 정책을 가시화하지 않는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기후 변화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은 당사자들인 원주민들과 그레타 툰베리, 바네사 나카테 등의 유명한 사회 환경운동가들을 포함한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은 “석탄과 석유는 이제 그만”(No more coal, no more oil)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멈춰라”(Stop green washing) “어쩌고저쩌고 말만 하지 말라”(No more blah blah blah) 등의 표어를 외쳤다. 이러한 표어들은 COP26 속 다루어졌던 의제들이 실질적인 실천 혹은 유의미한 협약으로 이어지지 못한 현실을 축약하는 듯 보인다. 

오늘의 화석상을 받지 않기 위해 

‘오늘의 화석상’ 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이 상은 세계 120개국 이상의 환경 단체가 구성한 비정부기구인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당사국총회(COP) 개최 중 선정하여 수여하는 상으로, COP5 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대처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 국가를 선정해 수여하는, 일명 ‘불명예 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최악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국가”들을 선정해 부끄럽게 만드는 취지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기후회의를 주최한 의장국 영국, 부적절한 환경 농업 정책으로 농부들을 소외시킨 미국, 비합리적인 전략으로 탄소 배출 감소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 일본 등이 이 상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회의에서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CTCN(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 대한민국 협력연락사무소 설립·운영을 위해 향후 5년간 100억 원을 공여한다는 계획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석탄 감축에 있어서는 무리한 동의를 보였다. 목표치 자체는 높으나 기후 이슈를 주도하는 리더십이 부족했던 모습, 수단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무작정 동의한 것이 책임 없는 선택이라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국보다 규모가 작은 네덜란드에서 기후변화 적응 이니셔티브를 기획하는 등의 동세에 비하면, 협조적 태도와는 별개로 수동적인 자세는 역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협약의 범위와 페널티가 불분명한 만큼, 일개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비추어진 한국의 태도가 실질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명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 석탄 산업들의 장기적인 축소와 탈메탄, 산림 재생을 위한 기술 발전이 지원될 것이라는 미래 정도를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결국 회의는 마무리되었고, 다가올 2030년을 위해, 한국과 세계의 바른 미래를 위해 우리는 말뿐인 정책이 되지 않도록 실천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최악을 두려워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겠지만, 한국이 다음의 ‘오늘의 화석상(Fossil of the Day)’을 받지 않도록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종말 시계가 여전히 째깍거리고 있지만, 폭탄 처리팀이 폭발을 멈추기 위한 전선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이것이 부디 맞는 전선이길 바란다." _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기후 재앙은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만히 버티고 있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 모두가 공평한 위치에 서서, 지구를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조민재  coconite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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