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계속된 팬데믹으로 인해 국민의 약 20%가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이나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는 막심하였고 취약계층 지원감소, 교육결손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여 피해가 누적되었다. 그리고 이는 방역 대책의 효과성과 지속가능성 저하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당시 전 국민 접종 완료율은 70%를 달성하여 위중증률, 치명률 등 접종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국가처럼 일상과 조화되는 새로운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 즉 기존의 확진자 억제를 위한 보편적 규제 대신 중증·사망 발생 억제를 위한 예방접종률을 높여 미접종자와 취약계층의 전파차단에 주력하는 접종 완료자 중심의 방역체계를 시행하고자 했다.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를 감기와 같은 일상적 질병으로 여기겠다는 것이다.

먼저 위드 코로나를 시행한 국가

일상에 대한 기대감도 잠시,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확진자가 속출하였고, 의료체계는 한계에 달하여 위드 코로나 시행 45일 만에 조기 중단을 하게 된 대한민국. 그렇다면 앞서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였던 국가들의 상황은 어떨지 살펴보자. (2022년 1월 20일 기준)

영국

영국의 방역정책은 플랜 A와 플랜 B로 나뉜다. 플랜 A는 영국의 완화된 방역지침으로 마스크는 권고 사항이지만 굳이 착용할 필요는 없으며 방역패스 또한 사업장의 선택에 맡긴다. 플랜 B는 작년 12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을 막고 부스터샷 접종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잉글랜드 지역에 한 달간 시행한 정책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 재택근무 권고, 대규모 행사장 방역패스 적용 등이 골자다. 영국에서 백신 접종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될 경우 스스로 약을 비롯한 물건을 구비하여 5일간 방에서 자가격리해야 하는데, 이러한 자가격리 규정도 3월 24일 만료된다. 존슨 총리는 이후에는 자가격리를 아예 없앨 계획이라고 밝히며 급진적인 방역 완화를 예고했다.

영국은 첫 변이인 알파 변이가 시작된 국가이며, 인구 비율을 고려하였을 때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본 국가다. 심지어 영국은 오미크론 확산 당시 일일 확진자 수가 20만 명을 넘어가며 의료체계가 과부하 되자 민간 병원 동원 대책까지 고려하기도 했지만, 이들의 방역정책은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점차 사라지고 ‘걸려도 괜찮은 질병’으로 여기게 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독일

독일에서 백신 미접종자는 영화관·극장·식당 출입 등은 물론이고 출근, 대중교통 이용도 제한을 받는다. 이는 독일이 시행 초기 우리나라와 백신 접종률이 비슷하였으나, 접종 완료자가 71%에 머물러 있어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자 미접종자 제한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백신 의무화 반대 시위가 일어나는 등 반발이 일자 정부는 “이는 의료시스템에 과중한 부담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지, 미접종자를 괴롭히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백신을 접종할 것을 독려하였다. 그러나 조사 결과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큰 탓에 독일의 백신 미접종자 3명 중 2명은 절대 백신을 맞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 예방접종 및 호흡기 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정보와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잘 정리해두었으나 국민 대부분이 이를 잘 알지 못하며 백신 안전성에 대한 가짜뉴스가 확산되고 있다. 여전히 남아있는 미접종자와 더딘 3차 접종률을 고려했을 때, 백신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역 패스

적용 시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1,023명이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서울시를 상대로 낸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17종의 방역패스 의무적용시설 가운데 서울 내 3,000㎡ 이상의 상점·마트·백화점의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시키고, 서울지역 12~18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려던 방역패스 정책을 중단시켰다. 상점·마트·백화점은 생활 필수 시설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만, 식당·카페보다는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중증화율이 현저히 낮은 청소년들을 방역패스 적용대상으로 삼는 것은 근거가 있는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국의 3,000㎡ 이상의 상점·마트·백화점의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하였으나 여전히 서울지역 청소년 방역패스에 대해서는 3월에 시행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12~18세 청소년 확진자 수는 줄고 있으나 확진자 비중의 2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방역패스가 유행 상황에 따라 강도를 조절하는 방역수단이기에 항구적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방역정책의 핵심은 국민의 협조이다. 너무나 자주 바뀌는 방역정책은 국민의 혼란을 유발하며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하락시킨다. 철저한 대비와 국민의 의견 수렴, 코로나19 상황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마땅한 방역정책을 내놓는 것이 정부의 과제로 보인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상공인 603개사를 대상으로 ‘위드 코로나 시행에 대한 소상공인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상공인의 58.7%는 ‘확진자 급증은 다소 우려되지만, 생업 유지를 위해 위드 코로나 시행은 불가피하다.’라고 답했다. 22.1%는 ‘크게 우려되지 않으며, 위드 코로나는 중단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답했다. 즉,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위드 코로나로 사정이 조금이나마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 실시에 따른 방역패스로 인해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특히 실내체육단체에서는 방역패스로 이용이 어려운 회원들의 등록비를 환불해주는 등 손해가 막심하여 480곳이 정부를 상대로 34억 원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였다.

정부는 2020년부터 총 7번의 현금 지원금을 방역 조치로 피해를 받은 업종을 대상으로 지급하였다. 그러나 오히려 호황을 맞았던 운수업과 배달업 종사자들에게 소상공인 지원금을 지급하고, 막심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은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등 지원금 지급 기준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희생을 강요당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이는 하염없이 세금만을 낭비하는 꼴이다. 정부는 알맞은 곳에 알맞은 지원을 해야 하며, 반복된 일회성 현금 지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지원 방식을 찾아야 한다.

미접종자 차별 논란

위드 코로나는 중단되었으나 방역패스는 여러 논란과 함께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접종자와 정부, 각각의 입장에 대해 살펴보자.

미접종자의 입장

현재 의학적 사유에 의한 방역패스 적용 예외 범위는 이 5가지 경우다. 그러나 이 외에도 접종 완료율이 0.84%에 불과한 임산부, 원인을 모르는 희귀병 환자, 면역계 피부질환인 아토피 환자 등은 의학적 사유에 의한 방역패스 적용 예외 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해당 범위에 사각지대가 너무나 많다는 입장이다.

백신 미접종자들은 방역패스가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백신을 맞는 것은 개인의 선택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국가가 방역패스를 통해 백신을 강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방역패스 목표였던 미접종자 보호, 그리고 이에 따른 의료체계의 여력 확보는 접종 완료자가 84%가 넘는 현시점에서도 돌파감염이 잇따라 발생하며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이들은 방역패스가 코로나19 상황에 진정으로 효과가 있는지, 단지 미접종자의 차별에 그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드러내며 서울에 이어 대구와 인천에서도 방역패스의 해제를 요구하는 집단 소송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의 입장

백신을 맞은 경우와 맞지 않은 경우의 위중증률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정부는 미접종자의 백신 접종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역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의학적 사유’에 적용되는 경우 이외에는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코로나 백신 3차 접종의 감염·중증예방 효과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고령층뿐만 아니라 청·장년층도 3차 접종을 당부하였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주 차의 코로나19 환자 발생률·위중증화율 등을 분석한 결과 미접종자 대비 2차 접종자의 감염 예방효과는 58.2%, 3차 접종자는 80.9%로 나타났다.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은 미접종자보다 2차 접종자가 92.3%, 3차 접종자가 100% 더 낮았다. 당국은 “3차 접종 완료자는 미접종자는 물론, 2차 접종 완료자보다도 감염 및 중증 예방효과가 더 크다는 점이 확인됐다.”라고 설명한다.

정부는 2022년 1월 18일부터 학원, 독서실·스터디카페, 도서관, 박물관·미술관·과학관, 영화관·공연장, 대형마트·백화점 등 6가지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를 해제하였다. 또한, 싱가포르와 같이 미접종자의 경우 코로나19 확진 시 치료비를 자가 부담하게 하는 국가도 있으나 백신 접종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정부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가능한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자영업자들의 고충은 갈수록 심해지고, 국민 5명 중 1명이 코로나 블루에 빠졌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는 등 위드 코로나는 두렵지만, 꼭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야심 찬 우리의 포부와는 달리 위드 코로나는 시행 45일 만에 중단되었고, 대유행까지 겹쳐왔다. 이 험난한 길을 잘 헤쳐나가려면 정부와 국민의 조화가 필수다. 정부는 우리보다 먼저 위드 코로나를 시행한 나라들의 사례를 참고하고, 국민의 의견에 귀 기울여 합당한 방역정책을 세워야 한다. 국민은 정부의 방역정책에 협조하며 안일한 마음을 가지지 말고 개인 방역수칙을 철저히 해야겠다.

박시윤  yoon1081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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