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생활의 로망에서 캠퍼스는 빠질 수 없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지속되었던 상황 속에 학교에 무슨 장소가 있는지는 당연히 알 턱이 없었다. 그러던 중 올해 5월부터 갑작스럽게 실시된 전면 대면 수업으로 인해 등교하게 된 홍익대학교 학생들. 학생들이 학교를 수업을 위한 공간으로만 여기지 않을 수 있도록, 학교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학교 시설들을 알아보았다. 홍익대학교의 보물 같은 장소들을 새내기의 하루를 통해 알아보자.

 

[am 9:20]

오늘은 들어야 하는 강의가 C동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수역 방향으로 등교했다. 1번 출구로 나와서 뒷문으로 올라가기 위해 후문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도 매우 가파르고 계단을 다 오르면 오르막길이 나와 숨을 몰아쉬며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홍대입구역으로 등교하는 것보다는 낫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C동 안으로 들어왔다.

 

 

[am 9:30]

아침부터 헐떡이며 등교한 나에게 작은 포상을 주기 위해 C동 8층 카페 나무로 올라갔다. 키오스크에서 뭘 마실지 고민하다가 결국은 아이스티를 골랐다. 나는 C동에서 수업이 있을 때 종종 카페 나무에서 음료수를 마시고는 한다. 그때마다 메뉴를 열심히 고민하지만, 고민이 무색하게 항상 아이스티를 마시고는 한다. 그 이유가 딱히 아이스티를 좋아해서는 아니다. 그저 내가 가난하고 아르바이트도 안 하는 20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지가 가장 가격이 싼 아이스 아메리카노랑 아이스티로 한정된다. 하지만 어린애 입맛이라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못 먹고 아이스티만 시키는데, 그 와중에 나름 다양성을 챙겨 보겠다고 레몬 맛과 복숭아 맛을 번갈아 가며 시켜 먹는다. 카페 나무에 프라페나 에이드같이 비싸고 맛있는 음료도 많던데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이 좀 생기면 나중에 한 번 시도해 봐야겠다!

 

-C동 8층 카페 나무/ 다른 카페들에 비해 조용하고 공부나 과제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C동 8층에는 교수님 연구실들이 있으므로 소음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시간이 남아서 오후 강의에 필요한 자료를 인쇄실에서 인쇄해 가기로 했다. C동 7층에 인쇄실이 있다고 해서 내려가 봤더니 7층 한가운데에 인쇄 부스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수업 시작 직전이라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데 혼자 부스 안에 들어가 있으려니 뻘쭘했다. 물론 아무도 나한테 관심 없겠지만 묘한 부담스러움을 느끼며 인쇄용 컴퓨터로 다가갔다. USB를 꽂으려고 가방 안을 뒤적이는데 아이패드 외엔 아무것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알고 보니 바보같이 USB를 깜빡해버린 것이다! “USB를 들고 왔으면 더 쉽고 빠르게 복사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구글 메일로 자료를 보내려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로그인을 하려는데 전에 쓴 사람이 자기 계정을 로그아웃하지 않은 상태로 두고 갔는지 김XX이라는 이름으로 로그인되어있었다. 살짝 경악하며 대신 로그아웃해주고 친절하게 계정 삭제까지 해 준 뒤에 내 계정을 연동해서 자료를 인쇄했다. 그런데 분명히 800장 무료 인쇄를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복사기가 나한테 2,200원을 결제하라고 하는 것이다. 당황해서 일단 돈을 내리는 했는데 의문이 들어서 에브리타임에 검색해보았더니 PC 실에서 로그인한 후 인쇄해야만 800장 무료라고 쓰여 있었다. 게시글을 대충 읽어서 그런 내용이 있는지도 몰랐나 보다. 역시 뭘 읽든 꼼꼼하게 읽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오늘 아이스티 먹은 보람도 없이 2,200원을 추가 지출해버려 너무 우울했다.

 

인쇄도 했으니 느긋하게 강의실로 내려가려 했는데 벌써 강의 시작 2분 전이었다. 놀라서 계단으로 허겁지겁 뛰어 내려가 강의실로 들어갔더니 뒷자리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맨 앞자리에서 교수님과 오붓한 아이컨택 시간을 가졌다. 다음에는 카페 가기 전에 미리 자리를 잡아두고 가기로 결심했다.

 

-C동 7층 인쇄실/ 로그인 후 PC 실에서 무료로 800장까지 인쇄할 수 있고 이후엔 1장에 40원을 지불한 후 인쇄가 가능하다. 일반 인쇄실에서는 800장 무료 인쇄를 사용할 수 없다. C동 7층 외에 학생회관 1층, 중앙도서관 5층, 홍문관 지하 2층, 정보통신센터 7층, C동 6층, 와우관 2층, 제1 기숙사 1층, 제2 기숙사 지하 2층에서 인쇄할 수 있다.

 

 

[pm 12:00]

수업을 듣고 친구랑 만나기 위해 A동 옥상을 통해 A동 카페 드림으로 이동했다. 안 그래도 더운데 옥상이라 더욱 후덥지근했다. 오늘같이 덥고 햇빛이 쏟아지는 날에도 A동 옥상 벤치와 그네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분들이 많이 보였다. 나는 더위에 약한 편이라 이런 찌는 날에도 학교 옥상에서 낭만을 즐기는 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A동 건물로 넘어오니 뜬금없이 B동이 나오고, 거기서 한층 내려가니 카페 드림 2층이 나왔다. 이게 홍그와트인가? 하고 감탄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저마다 과제와 토론에 열중한 사람들이 보였다. 저마다 열중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조용한 소음 속에 머쓱해서 하게 서 있다가 친구가 조별 과제 중인 스터디룸으로 다가갔다. 스터디룸의 유리창 너머로 친구가 열중하여 과제에 임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그런데 보고 있자니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다닌 독서실 스터디룸이랑 비슷하게 생겨서 어쩐지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 나는 입시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보다. 조금 심란했던 차에 기가 쏙 빠진 채로 스터디룸에서 나온 친구가 나를 보고 인사하며 다가왔다. 기운 다 빠진 목소리로 조별 과제 얘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가끔 입시의 추억에 잠길지라도 우리가 대학생이라는 사실이 실감 났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아이스크림을 사준다는 친구의 말에 금방 털어내고 1층으로 쭐레쭐레 따라 내려갔다.

 

-A동 카페드림/ 두 개의 층으로 나누어져 있고 2층에 스터디룸이 있어서 조별 과제 하기에 적합하다. 1층 야외 테라스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밖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아이스크림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pm 1:00]

다음 강의 시간까지 시간이 조금 남길래 MH동에 있는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기로 했다. 무슨 전시를 하는지도 모르고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 가보니 ‘홍익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조소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이나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같이 중후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의 작품뿐이었다. 그래서 석고상 같은 작품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전시 공간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의외로 알록달록하고 다양한 형태를 가진 작품들이 나를 반겨줬다. 현대미술관에서 볼 법한 색다른 작품뿐 아니라 작은 동물 조각들을 모아놓은 귀여운 작품들도 전시장 곳곳에 널려있었다. 조형물 작품의 매력은 회화작품들과 다르게 여러 장소에 어우러지도록 전시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매력을 잘 살려서 조소과 학생들의 작품이 개성 있는 모습으로 전시회장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는 MH동에서만 전시를 하는 줄 알고 다 봤으니 돌아가려고 했는데 친구가 S동에서도 가끔 전시가 열린다며 한번 가보자고 했다. 아까 조별 과제 하면서 기가 다 빨린 줄 알았는데 또 돌아다닐 생각을 하다니 참으로 기운찬 친구이다. 어차피 나도 S동에 볼일이 있어서 알겠다고 대답하고 MH동을 나섰다.

 

나오는 길에 건강진료 센터에 들러서 인바디를 재 보기로 했다. 헬스장 다닐 때도 재어 본 적 없던 인바디를 학교에서 재다니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학번을 적고 기계에 올라가 인바디를 쟀다. 결과는 예상했지만 처참했다. 해설을 듣는데 정말 해설을 듣는 게 민망할 정도였다. 분명히 겨울방학에 운동이랑 식단 조절을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언제 다시 관리 전 상태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운동과 식단 조절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물론 이렇게 다짐해 놓고 이따가 떡볶이를 먹으러 가긴 하겠지만 말이다.

 

-MH동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제1관/ 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졸업전시회가 이루어진다. 별도의 예약이나 티켓팅 없이 관람할 수 있다.

 

 

-건강진료센터/ 학생회관에 위치해 있다. 학교에서 아프거나 몸 상태에 이상이 있을 때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명단에 이름만 쓰면 무료로 인바디를 잴 수 있다. 여학생의 경우 생리대를 제공받을 수 있다.

 

[pm 2:00]

S동으로 가기 위해 대나무 숲에서 아래로 이동하는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계단이 해리포터에 나오는 움직이는 계단처럼 엄청 복잡하게 생겼다. 그래서 내려가기도 좀 어려웠다. 아슬아슬하게 내려와 S동 강당으로 이동했다. 3층에 올라가 보니 조소과 전시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알고 보니 회화과와 같이 인원이 많은 과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쉽다고 생각하며 2층에 교지 편집위원회 부실에 들러 놓고 왔던 물건을 챙겨 중앙도서관 쪽으로 향했다.

 

-S동 강당/ 1층은 ROTC 학군단이 사용한다. 2층에는 홍대 교지를 발간하는 홍대 교지 편집위원회, 홍대 신문을 발간하는 홍대 신문사, 영자 신문을 발간하는 영자 신문사 부실이 존재한다. 3층은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pm 2:30]

친구는 홍문관에서 강의가 있다고 먼저 가고 나는 중앙도서관에서 빌려야 할 자료가 있어 H동 중앙도서관으로 향했다. 국제 협력 본부 쪽으로 나 있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데 계단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어렸을 때 하던 ‘무한의 계단’이라는 게임을 떠올리며 이게 게임이면 버튼만 꾹꾹 누르면 될 텐데 하고 실없는 생각을 하며 올라갔다. 학생증을 찍고 손 소독을 하고 중앙도서관 안쪽으로 들어갔다. 2층 자료열람실로 가려고 또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자료열람실 안으로 들어가니 동네 도서관 같은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앉아서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쿠션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는데 정말 편해 보였다. 시간만 되면 앉아 있다가 갔을 텐데. 그리고 카페 나무에서 본 것과 비슷한 스터디룸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터디룸에서 열심히 토론과 대화를 하고 있었음에도 방음이 잘 되는지 도서관은 정말로 조용하게 느껴졌다.

 

-H동 중앙도서관/ 건강진료센터 옆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나온다. 학생증을 찍고 들어가면 2층부터 열람실과 자료실이 있다.

 

 

-중앙도서관 자료열람실/ 자료실에는 1인용 쿠션 소파가 있어서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다. 논문도 열람할 수 있지만, 대출은 불가능하다.

 

 

-중앙도서관 스터디룸/ 6인실은 3인 이상부터 신청할 수 있다. 사용 7일 전부터 예약할 수 있고 1일 3시간 이용 가능하다.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책을 빌리고 배가 고파져 요기라도 하기 위해 카페 블루팟으로 이동했다. 카페에서 비대면 강의를 들을까 했지만, 열람실에서 듣는 게 좋을 것 같아 음료수와 베이글을 시켜서 빠르게 먹었다. 플레인 베이글을 입에 욱여넣다 보니 속이 턱턱 막혔다. 입 안이 바싹 말랐길래 같이 시킨 음료수로 목을 축였다. 역시 베이글은 음료수 없이는 못 먹을 것 같다. 아니면 내가 너무 허겁지겁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H동 카페 블루팟/ 중앙도서관 3층 깊숙이에 숨겨져 있다. R동 C동 카페 나무 같은 다른 교내 카페에 비해 작지만, 사람이 많이 없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한쪽에는 책도 있어 북카페의 역할도 한다.

 

 

[pm 3:00]

노트북을 사용하여 비대면 강의를 들어야 해서 노트북 열람실에 자리를 잡고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트북 강의실은 노트북을 사용한다기보다는 인터넷 강의를 보는 용도로만 노트북을 사용하는 분위기였다. 반면에 내가 듣는 비대면 수업은 타자를 쳐야 하는 수업이었다. 그래서 다급하게 여학생 휴게실로 자리를 옮겼다.

 

-중앙도서관 열람실/ 열람실 좌석 배정기에 학생증을 찍고 좌석을 배정 받으면 이용할 수 있다. 일반 열람실과 노트북 열람실이 있는데 노트북 열람실은 노트북을 이용하긴 하지만 타자를 치며 과제를 한다기보다는 인터넷 강의만을 이용하는 분위기다.

 

 

[pm 4:00]

결국 중앙도서관에서 나와서 G동의 학생휴게실로 향했다. 3층 여학생 휴게실이 너무 구석에 있어서 하마터면 못 찾을뻔했다! 부랴부랴 들어간 학생 휴게실에는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수업을 다 듣고 찬찬히 둘러보는데 벽면이 거울로 도배되어있어서 엄청나게 부담스러웠다. 휴게실보다는 댄스 연습실 같았다. 휴게실 안에는 샤워실, 화장실, 수면실 같은 다양한 시설이 있었다. 심지어 충전기도 매우 많았다. 대학생이 되면 학교에서 온갖 전자기기를 다 충전해야 본전을 뽑는 거라던데 앞으로 애용해야겠다. 휴게실은 너무 구비가 잘 되어 있어서 학교에서 노숙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6시면 닫는다고 해서 못 할 것 같다. 나중에 수면실에서 잠이나 자고 충전이나 하고 가야겠다.

 

-G동 학생 휴게실/ 2층에는 남학생 휴게실, 3층에는 여학생 휴게실이 있다. 여학생 휴게실의 경우 G동 3층에서 Q 동으로 넘어가는 길에 숨겨져 있다. 토, 일, 공휴일은 운영하지 않고 이성, 외부인 출입 금지, 음식물 반입 금지이다. 바닥에 까는 침구가 있어 잠을 잘 수도 있고, 콘센트와 책걸상이 많이 비치되어있어 과제 하기, 비대면 수업 듣기에도 적합하다. 안쪽에 화장실과 샤워실도 있다. 여학생 휴게실의 경우 생리대도 비치되어 있다.

 

 

[pm 6:00]

비대면 강의가 끝나고 친구와 다시 만나서 홍문관 쪽으로 나갔다. 홍대 입구에서 밥을 먹고 각자의 집으로 헤어졌다.

 

사실 오늘 거의 처음으로 학교 시설들을 둘러본 것 같다. 학교 구조가 복잡하기로 유명해서 애초에 돌아다닐 엄두도 못 냈지만 한번 돌아다녀 보니까 확실히 뭐가 어디에 있는지 감이 잡힌 느낌이다! 학교 구조가 복잡한 만큼 한번 길을 알아놓는 것이 학교 시설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오늘 가본 곳 중에서 학생 휴게실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약간 찜질방 같은 느낌도 나고 수업 듣다가 지쳤을 때 친구들과 함께 와서 쉬기 좋은 것 같다. 또 홍익대학교 미술관도 인상에 남았는데 훌륭한 작품들을 편하고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다른 친구들도 이곳들을 가 봤으면 좋겠다!

지승효  seunghy56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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