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행동 전반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을 학습하고자 하는 사람은 여기에 모두 집중! 조직에서의 성과 향상을 위해 고려해야 할 요인들과 인과관계에 대해 이론과 사례를 통해 학습할 수 있는 수업이 바로 여기 있다. 항상 웃는 얼굴로 학생들을 맞이해주시는 ‘조직과 리더십’의 이승연 교수님을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가워요, 교양교육원에서 경영 관련 과목들을 담당하고 있는 이승연입니다.　<마케팅의 이해>, <조직과 리더십>, <협상의 기술>을 강의해 왔고, 이번 가을학기에는 <광고의 이해>를 추가로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국내 대기업을 다니다가 석사과정을 밟고, 외국기업을 다니다가 박사과정을 밟아 지금에 이르게 되어 인생의 전환기를 여러 번 맞이했던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에 공감하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 주는 일을 좋아합니다.

교수님이 현재 담당하시는 ‘조직과 리더십’ 수업,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조직과 리더십’은 경영학 전공 중 조직이라는 분과에 속한 과목이지만 전공이 아닌 교양으로 개설되어 있기에 이론 위주보다는 실용적인 접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렇기에 취업 면접관 앞에 섰을 때, 막 입사한 신입사원으로서 윗분에게 대응할 때, 부서 내에서 동료직원과 갈등을 겪을 때, 이직을 고민할 때 등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인간관계 대응능력 및 논리적 표현력 함양과 의사결정 도구를 제공하는 것에 주력합니다. 예를 들면, 취업 면접 때 어떠한 질문을 받더라도 논리적으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조직행동론’에서 다루고 있는 많은 원인변수와 결과변수를 이용하여 먼저 자신이 주장하고 싶은 바를 머릿속에 그림으로 그리는 연습을 하고,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그 그림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연습과 같이 말이에요.

또한, 살아가면서 상식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조직 관련 기초 지식도 다루는데, 문화, 동기, 가치관, 리더십, 지각오류 등등 자칫 딱딱한 암기용 지식일 수도 있는 내용을 조별 또는 개인별 발표와 토의를 통해 진행합니다. 시원하게 토의/토론을 하고 나면 그 지식 내용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남게 되고, 생각하는 힘과 표현하는 힘이 함께 길러지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죠. 하고 싶은 말 쏟아내기를 약 40분간 하고 나면 학생들로부터 ‘재미있었다’,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등의 피드백이 돌아오고, 쉬는 시간이 되어서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아 카톡 오픈 채팅방에 계속 글이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조직과 리더십을 통해 학생들이 배웠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으신가요?

‘지식’이 아닌 ‘지혜’입니다. 물론 ‘지혜’를 가지려면 최소한의 ‘지식’도 필요해요. 그래서 수업시간에 지식을 가르치긴 하지만 학생들이 그 지식의 응용, 즉 자기 체화에 더 주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떠한 지식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응용할 수 없다면 그냥 잊히는 수많은 정보 중 하나가 되기 마련이니 말이에요. 그리고 학생에게 다그치며 답을 따라오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자각하게 만드는 방식을 이용하는 소크라테스 대화법을 이용한 공부를 경험하게 해 주고 싶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고, 앞으로도 계속 배우고 싶다는 동기가 부여되고, 자신의 앎을 겸손하게 다른 이와 나눌 수 있으며 인생에서 후회라는 게 없을 수는 없지만 서도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길 소망해요. 그렇기에 본 수업을 통해 우리가 지녀야 할 삶의 자세와 그 자세를 지니기 위해 해야 할 노력에 대해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교수님은 수업 내내 익명의 오픈 채팅을 통해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세요. 혹시 그러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한국에서 자란 분이라면 대부분 느끼실 거 같은데, 수업시간에 혼자 질문을 한다거나, 아무도 답변하지 않는데 혼자 답을 하는 행동을 나쁜 것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행동들이 부정적인 것이 아닌 긍정적인 것임을 알리기 위해 용기 내서 질문하고 답변하는 학생들에게 “놀랍게 날카로운 질문이다.” “답변들을 들어보니 이번 학기 너무 재밌을 거 같아 기대된다”라는 반응을 제공하여 목소리 내는 행위를 독려해요. 제 경험상 참여자의 딱 10%만 입을 열어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면 나머지 참여자 50% 이상은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같이 목소리를 내게 되거든요. 그런데 학기 초에 이 10%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참 난감합니다. 용기 내어주는 10%가 없으면 결국엔 100%가 입을 다물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니까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익명 채팅방입니다. 제 질문에 동문서답을 해도 창피하지 않고, 솔직한 건의나 목소리를 내기에 부담이 없기에 참여율이 매우 높습니다. 이전에 어느 학기에 참여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에게 성적 가산점을 주고 싶어 기명 채팅방을 만든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채팅방에 올라오는 글자 수 자체가 줄어들고, 속마음을 드러내는 글이 적어지며 토의의 생동감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학기에 다시 익명 채팅방으로 전환하고 대신 훌륭한 답변을 적어준 친구들에게 보너스 점수를 줄 테니 이름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자신은 익명성이 더 중요해서 보너스 점수를 포기하겠다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상당수로부터 이런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학생들이 단순히 점수를 따기 위해 발표 및 토의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고마웠습니다. 이렇듯 뜨거운 익명 채팅방은 학생들의 자유로운 발언권을 보장해 주는 채널이기에 앞으로의 대면 수업에서도 사용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수업에는 한 차례의 조별 발표가 있는데요. 특이하게도 주제선정부터 발표 형식까지 모두 학생들에게 자유로이 맡기세요. 그러시는 특별한 이유 혹은 조별 발표를 통해 학생들이 얻어갔으면 하는 요소가 있으신가요?

한국 학생은 누가 더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더 빨리 넣는지, 그 지식을 누가 더 정확하게 기억해내어 질문의 정답을 맞추는지로 평가받는 훈련을 오랫동안 받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불행히도 이러한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어딘 가에 존재하는 답을 찾는 게 아니라, 문제 자체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그 답을 제시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그래서 삶을 이렇게 표현해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위이다”라고요. 지금까지는 ‘유’에서 ‘유’를 ‘발견’하는 삶이었다면, 이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삶이 전개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대학생이 되어서 삶의 무기력감을 느끼고, 자신이 무능해 보이며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우는 대부분 ‘발견’만 하고 살던 삶에서 ‘창조’하는 삶으로 전환하는 과도기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수업시간 내 발표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주제를 제가 지정해 주는 경우보다 자유주제라고 하는 경우, 몇 개의 선택지 중에서 한 개를 고르는 객관식 형태에 익숙한 학생들은 더 난감해하며 주제를 찾는 일 자체에 엄청난 시간을 소모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은 처음에는 난감한 일이지만 나중에는 당연한 일이 되고 어느 순간에는 자유로움이 재미로 변해 있는 것을 스스로 발견하게 될 거예요. 문제는 이렇게 전환되는 시점이 빠르면 빠를수록 본인 인생이 덜 고달프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업에서도 창조적 행위를 연습할 수 있도록 자유주제 및 자유 발표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고요.

사회와 조직은 항상 빠르게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혹시 이러한 변화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으실까요?

좋은 질문입니다. 현재 20대는 기성세대보다 입시를 더 치열하게 준비했고, 대학 생활도 다양한 취업 준비로 더 빡빡하게 지냈음에도 취업은 더 힘들고, 내 집 마련은 까마득하고, ‘이생망’이라는 말이 이해되는 ‘끝없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느낌이 드실 거예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본 경험으로는 아무리 큰 고통도 그 끝이 있다고 생각되면 참아낼 수 있는데, 어중간한 고통이라도 그 끝이 없다고 생각되면 못 견디게 괴롭고 좌절합니다. 그런데 현재 20대 초반인 대학생들의 경우, 저는 이들이 좋은 타이밍에 태어난 세대라고 생각해요. 그 끝없어 보이는 터널이 곧 끝날 거 같기 때문이죠. 미래에 대해 100% 예측 가능한 부분 중 하나가 인구구조의 변화입니다. 아무리 해외인력을 끌어들인다 해도 국내의 고급인력이 차지할 일자리를 대체하기는 어렵기에, 이민정책과 상관없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인구구조의 변화로 현 대학생들의 미래 세상을 예측하는 건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미래를 준비하면 그 보상이 확실하게 돌아오는 세상이 올 거라는 얘기를 해줘도 안 믿을 거 같았어요. 사람은 자기가 보고 경험한 바를 토대로 현재를 판단하고 미래를 예측하기에 자신의 보아왔던 세상에 대해 추세선을 연장하여보면 미래가 나아질 거 같지 않아 보이니까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5년 후에서 10년 후 시점에 내가 한 말이 생각나거든 나한테 메일을 보내라고 했습니다. 내 말이 맞았는지 긴 내기를 해보자고 한 것이죠.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세상은 IT 기술 발달로 인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지만, 인구변화에 따른 변화는 더 강하게 마주하게 될 거예요. 문제는 ‘기회’라는 것은 준비한 자만이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A와 B에 대한 선호도가 50:50일 때는 사람들은 원래 그런 거지라며 무심하게 A와 B를 바라봅니다. 그러다가 49:51이 되면 왜 그렇지? 우연히 그런 거겠지? 하며 힐긋 보고 지나쳐요. 그러다가 45:55가 되면 55쪽으로 붙어야겠다는 대중심리가 생기면서 순식간에 10:90으로 선호도가 기울어지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내가 학점을 잘 딴다고, 이런 걸 준비한다고, 저런 경험을 쌓는다고 나의 미래에 도움이 정말 될까 안될까 하며 50:50인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가 45:55가 될 때 서야 ‘아, 이거 해야겠구나’라고 보통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 때는 다소 늦은 것일 수도 있어요. 모두에게 확신을 주는 상황에서 출발하면 선두 효과를 보긴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현재가 50:50인 답답한 상황으로 보일지라도 곧 49:51의 느낌을 주는 세상이 오기 마련이니 준비를 미리 해 두라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기회는 잡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다시 한번 되짚게 되는 말입니다. 하지만 교수님, 분야마다 기회가 열리는 정도가 다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기회의 문이 열릴 때 어떤 분야는 더 많이 열리고 어떤 분야는 상대적으로 덜 열릴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무조건 유망하다는 곳으로 뛰어가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지만 이미 그 유망한 분야에 뛰어들었다면 뒤보지 말고 달리세요. 반대로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이 얘기를 해 주고 싶습니다. 유망하다는 곳은 자본이 집중되어 현재는 일자리가 많지만, 모두가 선망하는 곳이다 보니 경쟁이 치열하여 고지에 오르기 힘들다는 점과 만일 내가 정년이 되기 전에 그 분야의 유행이 지나면 시장에서 퇴출 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요. 따라서 자신이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냉철하게 정의해보고 선택하라고 얘기해 주고 싶네요.

저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아주 달랐어요. 그래서 대학교 2학년 때 자퇴하고 좋아하는 미술 분야로 다시 대학에 갈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습니다. 근데 살아보니 좋아하는 건 변하지만 잘하는 건 대개 타고난 재능이더라고요. 그러니 향후의 진로를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학생들이 상담을 요청해오면 잘하는 걸 우선 선택하라고 조언을 해주는 편입니다. 잘하는 걸 선택해서 커리어를 3년 이상 쌓은 시점에서도 좋아하는 거에 대한 미련이 남거든 그때 가서 시도해도 늦지 않으니 일단은 잘하는 것으로 이력서를 만들어 놓으라고 말이에요. ‘기회를 잡는다’라는 것은 경쟁이 치열한 큰 시장에서 존재감을 지니는 것일 수도 있고, 경쟁이 상대적으로 약한 작은 시장에서 깃발을 꽂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본인의 성향과 인생의 지향점에 따라 결정하면 되는 것이고,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는 점을 잊지 않고 접근했으면 해요.

교수님께서는 교수 생활 이전에 직장 생활을 하셨고 실제로 수업시간에 많은 경험담을 말씀해주십니다. 교수님의 과거 직장 경험이 현재의 교수 생활과 수업 준비과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다른 교수님과 차별점을 지니는 부분이 이 부분일 거 같습니다. 살아있는 사례들을 학생들에게 많이 제공할 수 있는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기업체와 학교를 번갈아서 왔다 갔다 한 이력 때문에 학생의 입장에서는 이분은 계획 없이 ‘인생을 사시나?’ 아님 ‘충동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시나?’ 싶으시겠지만 저는 진로에 대한 고민에 인생의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심사숙고하는 타입입니다. 대학교 과정은 본격적인 사회생활 이전의 준비과정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지식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직장에서 경험했던 사례들에 결부시켜서 전달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당장 취업했을 때 어떻게 하면 좀 더 똑똑해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한 요령을 알려주기도 하고, 인간의 지각오류를 이용하여 자신의 흠을 감추고 강점이 더 돋보이게 하는 요령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보다 자세한 내용은 수업시간에 알려드리도록 하죠. (웃음)

교수님, 마지막으로 사회의 다양한 조직원으로 나아갈 홍익대학교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삶은 주기함수와 같아요.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슬럼프와 기대감의 무한 반복이죠. 그래서 현재 주기함수에서 내려가고 있는 학생에게는 ‘어 내려가네, 이 뜻은 언젠가 올라갈 기회가 온다는 거야’라고, 반대로 올라갈 때는 ‘너무 좋아하지는 말고 열심히 달려. 후에 정점을 찍고 다시 내려올 때가 있을 테니 그때는 좌절하지는 말고 버텨.’라고 전하고 싶어요. 인생에는 반드시 오르내림이 있다는 사실 꼭 기억하세요!

전현영  leoniejj120@gmail.com

<저작권자 © 홍익대교지편집위원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