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2층은 임원들이 모르는 브랜드로 채워라” 

 MZ 세대의 ‘핫플레이스’ 그 자체인 더현대 서울. 더현대 서울의 MD 기획팀의 특명은 바로 “지하 2층은 임원들이 모르는 브랜드로 채워라”였습니다. MZ 세대가 사랑하는 온라인, 편집샵 위주의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고, 더현대 서울은 백화점의 미래를 제시하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렇다면, MZ 세대가 무엇이길래 곳곳에서는 이를 외치며 각종 마케팅과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일까요?

MZ 세대, 우리는 누구인가요? 

MZ 세대란 이름 그대로 M(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여 부르는 용어입니다. M 세대는 1982년에서 1996년에 태어난 세대를 말하고, Z 세대는 1997년에서 2012년에 걸쳐 태어난 세대를 말합니다. 두 세대를 합쳐 부르는 만큼 MZ 세대는 그 폭이 매우 넓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 한국 사회 전체 인구 중 MZ 세대는 약 33.7%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MZ 세대라는 용어는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서 발간했던 ‘트렌드 MZ2019’에서 처음 사용된 마케팅 분야 용어입니다. 이후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2020’에 MZ 세대의 특징이 서술되고 난 뒤부터 본격적으로 ‘MZ 세대’라는 키워드가 우리 사회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MZ 세대라는 용어가 하나의 밈이 되어 SNS를 비롯하여 광고, TV프로, 심지어는 뉴스 기사에서도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과감한 소비

_그냥 flex는 아니야 meanig out flex지  
 

자신의 재력을 뽐낸다는 뜻의 FLEX는 MZ 세대 소비 패턴의 시그니처인 과감한 투자와 소비를 잘 나타내는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단순히 과시를 위한 소비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MZ 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도 ‘가심비’에 진심인 세대입니다. 제품의 가격 대비 ‘성능’의 줄임말인 가성비와는 달리 가격 대비 ‘심적 만족’이라는 뜻을 가진 가심비는 MZ 세대가 추구하는 소비를 잘 드러냅니다. 여기서 MZ 세대의 심적 만족은 미닝아웃(meaning+coming out)의 성격이 매우 짙습니다.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나 아름다움을 소비에도 적용하는 것입니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에서는 스포티즘 열풍이 한창입니다. 2022 F/W 시즌 패션계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구찌 컬렉션이었습니다. 구찌는 해당 컬렉션에서 아디다스와의 콜라보를 선보였습니다. 이외에도 디올은 에어조던과의 콜라보로 에어디올 컬렉션을 선보였고, 에어디올 컬렉션은 리셀가가 천만원을 넘을만큼 MZ 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콧대 높던 하이패션이 스포츠 브랜드와 만날 수 있게 하는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MZ 세대의 소비성향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최근 주류 시장에서도 MZ세대의 소비 문화가 잘 드러났습니다. 와인과 위스키류는 이전까지 2030세대에게는 비싸고 접근성이 좋지 못했던 주류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고가의 주류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마트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위스키 판매량중 2030의 비율은 46.1%였으며 이는 4050의 소비량을 넘는다고 합니다. 이는 MZ 세대가 비싼 술이라도 자신을 위해 흔쾌히 소비하는 즉, MZ 세대의 과감한 가심비 소비를 잘 보여줍니다.

#Y2K

year, 2, kilo(1000) 즉 세기말, 2000년대를 뜻하는 Y2K, Y2K 열풍은 MZ 세대를 휩쓸고 있습니다. Z세대의 스타인 벨라 하디드, 두아리파, 올리비아 로드리고, 켄달 제너 등이 Y2K 패션의 대명사인 통 넓은 바지, 크롭티, 카고팬츠, 로우라이즈 등 각종 Y2K 패션을 선두하였고,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으로 빠르게 퍼져나간 이 패션에 Z세대는 열광하였습니다. 여성 쇼핑몰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2022년 1~2월 Y2K 검색량이 전년 대비 61배 증가하였고, 상품 거래액은 약 18배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패션 분야 이외에서도 Y2K의 유행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1999년 출시되었던 포켓몬 빵은 올해 재출시 이후 품귀현상을 일으키며 현재까지 약 7천 만개가 팔렸고, SPC삼립의 2분기 매출은 역대 최대를 달성하였습니다. 또한, 음악 산업 분야에서도 Y2K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지코는 앨범 샘플러 영상에서 CD 플레이어로 Y2K를 재현하였고, 트와이스는 새로운 앨범의 컨셉 자체를 Y2K로 잡기도 하였습니다. 이외에도 뉴진스, 조이, 선미 등 정상급 가수들의 노래와 컨셉에서 Y2K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MZ 세대가 Y2K에 열광하게 된 이유는 불문명하지만, Y2K의 유행이 당대의 문화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레트로가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기반으로 하여 당대의 문화를 입맛대로 변형시켜 받아들인 ‘뉴트로(new+retro)라는 점에서 이번 유행은 인상 깊습니다.

#쉽고 편하게

현재 MZ 세대는 금융업의 판도를 뒤바꿔 놓았습니다. 은행 업무는 수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복잡한 인증 절차를 견뎌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은 만연하였습니다. 그러나 “더 빨리, 더 단순하게”를 외치는 MZ 세대는 금융업계의 시스템에 혁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토스‘의 경우 약 12년 만에 새로 나온 증권사입니다. 이들은 공인인증서 없이 송금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였고, MZ세대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후 주식을 처음 시작하여 어려움을 느끼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하여 ‘주식 1주 받기’ 이벤트, ‘주식 선물하기’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자체적으로 주식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등의 전략으로 주식에 MZ세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1년 만에 약 420만 명의 고객을 유치하는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외에도 ‘리클’은 고객이 음식물 쓰레기 포함, 모든 종류의 쓰레기를 하나의 봉투에 담아 문 앞에 내놓기만 하면 이를 수거해가는 업체로, 지난 6개월 동안 매출이 매달 약 78%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너무나 번거로우나 당연히 스스로가 해야 할 일로 여겨졌던 쓰레기 처리를 업체를 통해 해결하는 이러한 현상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이외에도 빨랫감을 내놓으면 세탁하여 다시 가져다주는 업체, 인공지능을 통해 본인의 몸에 맞는 영양제를 제조, 배달해주는 업체 등 당연시 여겨졌던 번거로운 일들을 MZ세대는 쉽고 편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SNS

앞서 살펴본 MZ세대의 트렌드가 가장 잘 드러나는 매체는 바로 SNS입니다. 요즘 SNS는 단순히 웹상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기능을 넘어서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도구 즉 하나의 ‘프로필’로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분위기에 맞춰 인스타그램 ‘피드’를 꾸미기도 하고, 틱톡을 통해 자신의 끼를 뽐내기도 합니다.

또한, SNS는 유행이 퍼지는 가장 주요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MZ세대는 SNS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세대입니다. M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의 SNS 이용률은 83.5%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이용률을 기록하였고, SNS 이용자 중, 주중 평균 매일 2시간 이상 사용하는 헤비 유저의 비율은 Z세대가 15.2%로 가장 높았습니다. 수많은 이용자와 이들의 높은 충성도 덕분에 최근 SNS에서는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 소비되고 있습니다. 그중 숏폼 문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short form, 짧은 동영상이라는 뜻을 지닌 이 영상은 넘쳐나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이용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머무르게 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약 15초에서 최대 3분 이내의 영상으로 이루어진 이 영상은 춤, 상황극, 정보전달, 유머 영상 등 다양한 주제의 핵심만을 담아냅니다. 이러한 특징들은 MZ세대의 취향을 확실히 저격하였고, 대표적인 숏폼 플랫폼인 틱톡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0억명을 돌파하였으며 8분기 연속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앱이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이미 MZ 입니다.

혹시 MZ력 테스트, 해보셨나요? MZ세대라면 알아야 할 필수 밈(Meme), 연예인, 유튜버, 신조어가 적힌 테스트입니다.

여러분의 MZ력은 몇 점인가요?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 MZ력이 높든 낮든 우리는 이미 MZ세대라는 것!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MZ세대가 우리 사회의 문화를 이끌어나가는 중심축이 된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가 MZ세대의 특징에 대해 정립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부분이겠죠. 하지만 MZ세대라는 용어를 세대를 의미하는 단어가 아닌, 하나의 밈으로 사용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정작 당사자인 우리 세대는 MZ세대라는 점에 별다른 생각이 없지만, 사회가 우리에게 타율적으로 MZ세대라는 것을 주입시킬 경우 누군가는 스스로를 MZ세대라는 틀에 가두어 행동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MZ세대는 폭 자체가 굉장히 넓습니다. 1982년에서 2012년까지의 사람들을 통합해서 부르는 말로, 나이로 생각하면 만 12세부터 40세까지를 이르게 됩니다. 무작정 ‘젊은 사람들’로만 치부하기에는 초등학생부터 부모가 된 나잇대의 사람들까지 모두 한 세대에 존재하게 되는 즉, 다른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하나의 세대로 치부해버리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또한, 이런 트렌드들은 MZ세대만의 것도 아니니까요. 오늘 살펴본 트렌드가 MZ세대에겐 강요로 다가가지 않으며, 다른 세대에겐 오직 MZ세대만의 트렌드로 다가가지 않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박시윤  yoon1081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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