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링 X파일 - 홍익대교지편집위원회

“흔히 천사와 악마는 한 끗 차이라고 했습니다.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을 사는 대부분의 마음과 살인이라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악의 마음은 어디서부터 엇갈렸을까요?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악하게 만들었는지 우리는 그런 원초적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중에서-

최근 소설, 드라마, 시사 프로그램에서 프로파일링을 이용한 사건 분석을 다루는 내용이 많아졌다. 이처럼 범죄심리학과 프로파일링이 많은 매체에 등장하지만, 대부분 정확한 이해보다는 매체에서 그려진 과장된 모습만을 기억한다. 이번 글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이들이 어떻게 실제 수사에 활용되는지를 알아보자.

범죄심리학과 프로파일링

범죄심리학과 프로파일링, 두 단어가 같은 의미인지 아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두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읽다 보면 ‘어, 범죄심리학이 프로파일링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우선 범죄 심리학자들은 범죄심리학이란 학문을 통해 해당 범죄자가 어떠한 배경에 의해 범죄를 저질렀는지, 범죄 이후의 도망 및 은닉 방식 및 체포 후 그들의 말투를 비롯한 반응 등을 연구한다. 한편 프로파일링은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 출동하여 직접 수사를 통해 범죄 현장에 남아 있는 증거와 범죄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범인을 잡아내는 수사 기법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직접 범인을 추적하지는 않으며 수사팀에 단서와 정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수사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사전적 정의를 통해 프로파일러는 범죄 심리학자들이 연구한 범죄심리학이란 학문을 현장 경험들을 통해 쌓아진 다양한 정보에 응용해 경찰의 수사 업무를 지원한다고 볼 수 있다.

일상 속 범죄심리학

대한민국 경찰청 제1호 프로파일러이자 우리에게는 ‘그것이 알고 싶다’ 자문위원으로 유명하신 권일용 교수님은 범죄심리학에 대한 다른 관점을 보여주신 적이 있다. 보통의 우리는 범죄심리학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하기 위한 도구로 생각했다면, 권 교수님은 범죄심리학을 통해 범죄자의 입장에서 이들이 어떠한 생각을 하는지를 이해하며 역으로 우리가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도구로 바라보신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증빙하듯 교수님은 ‘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란 저서를 통해 우리가 알아 두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만한 범죄심리학과 관련된 다섯 가지 이론을 소개한다.

첫 번째 이론은 ‘휴리스틱’이다. 이는 행동경제학에서 발전된 이론으로 본인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들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뜻하며 현재 상태에서 활용 가능한 정보를 활용해 실현 가능한 최대한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표적으로 ‘이용가능성 휴리스틱’이 있는데 이는 이미지화의 용이성과 같이 최근에 일어났던 일들을 연결해 해당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판단하는 인지적 경향을 뜻한다. 예로 연쇄살인범에 대한 이미지가 존재하지 않았던 우리나라에 강호순이라는 연쇄살인범이 나타나며 연쇄살인에 대한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강호순이 검거되었음에도 한동안 사건 지역에 유동 인구가 없었던 현상을 들 수 있다.

두 번째 이론은 ‘확증편향’이다. 확증편향은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확증편향으로 인한 역화 효과가 더욱 위험하며 범죄에도 이용된다. 역화 효과는 내가 지금 믿고 있는 신념에 어긋나는 증거나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신념에서 벗어나기보다는 그것을 강화하려는 심리이다. 이는 가스라이팅과 그루밍에 사용되기도 하며 사이비 종교 집단이나 보이스피싱과 같은 직접적 범죄로 이어진다.

세 번째 이론은 ‘귀인 이론’이다. 귀인 이론은 자신 혹은 타인의 행동이나 말에서 원인을 찾아내어 내적이나 외적 원인으로 귀속시키는 과정이다. 능력과 노력과 같은 내적 원인으로 귀속시키는 내적 통제형 인간은 대체적이게 사회 적응 능력이 높으며 불안감이 낮다. 반면, 외적 통제형 인간은 소외감과 불안감이 크며 외적인 원인에 의해 욕구 좌절을 경험하면 공격성을 띠고 적대감을 드러낸다. 따라서 대부분의 범죄자는 외적 통제형인 경우가 많으며 자신의 범죄가 기회의 박탈, 불행한 유년 시절,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발생한 부정적 결과라고 생각한다.

네 번째 이론은 ‘자기효능감’이다. 자기효능감은 스스로가 어떠한 목표를 성공적으로 해내리라 믿는 기대이다. 실제로 범죄 초반의 범죄자들은 자기효능감이 매우 낮다고 한다. 이들은 실패를 자신의 한계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타인을 이용한다. 가스라이팅과 그루밍을 통한 성범죄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마지막 이론은 ‘이상심리’이다. 모두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 중 하나일 테다. 이상심리는 정신병, 성격장애와 같은 인간의 정서, 인지, 행동, 사고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범죄자들은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이나 감정에서 자신의 고통을 지나치게 심하게 받아들인다. 즉, 남들은 그렇게 바라보지 않았지만 그렇게 바라보았다 여기며 상황을 회피하고 이는 분노로 인한 공격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회피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거절당하는 것을 극도로 무서워한다. 성인 여성에게 거절당하는 것이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프로파일링

IMF로 인해 경제적인 환경은 물론 많은 것이 변하던 시절, 강력범죄는 늘어났으나 범죄자가 사건 현장에 남기는 직접적인 증거물은 점차 줄어들었고 개인적 감정을 표출하는 무동기 범죄가 증가하였다. 이에 범죄를 예방하거나 범죄가 발생했을 때 조기에 차단하고 검거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범죄자의 성향을 연구하는 프로파일링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생겨났다. 2000년대 초반 공식적으로 ‘범죄행동분석팀’이라는 명칭을 지닌 채 도입된 프로파일링팀은 일선 형사들에게 많은 반발과 무시를 받았다. 범죄자의 서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우려와 과연 이론으로 범인을 잡아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유영철과 정남규란 무동기 연쇄살인범들을 마주하며 경찰청 내부는 물론 한국 사회가 프로파일링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2003년 9월 강남구 신사동 노부부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유영철은 부유층의 가정집에 침입해 9명을 살해하고, 성매매 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살해하는 등 총 20건의 살인을 저질렀다. 당시 언론이 동일범의 연쇄살인으로 추정하자 다음 사건에서 일부로 금고를 손괴해 강도범으로 위장하려고 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연쇄살인의 의심을 피하고자 범행 대상과 수법을 바꾸어 성매매 여성들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하여 살해하기 시작한다. 수법을 바꾸는 잠깐의 범죄 휴식기 동안 해부학을 공부하는 등 새로운 범죄 방법을 연구하기도 하였다. 해부학을 통해 배운 지식으로 유영철은 피해자들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도록 시신과 지문을 훼손하며 완전한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그에게는 전치, 동일시, 투사 등의 방어기제가 주로 나타났는데 이는 그의 성장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색맹이란 이유로 어릴 적 꿈인 경찰을 하지 못하며 모든 원인이 불공정한 사회에 있다고 투사했다. 이러한 왜곡된 분노는 2004년 7월 검거 후에 “부자들과 자신의 몸을 함부로 굴리는 여성들은 각성해야 한다”는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 정남규라는 또 한 명의 연쇄살인범이 등장한다.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도 드러나듯이 초반에 경찰은 유영철과 정남규의 범행이 모두 동일범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피해자를 마주 보고 찌르는 범행수법과 범행 장소에서 차이가 있음을 분석한 당시 권일용 경감은 한국 사회에 두 명의 연쇄살인범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정남규는 사망 13명, 중상해 20명으로 총 33명의 피해자를 낳았고 주 피해자는 여성과 어린아이였다. 검거 직후 기자들을 향해 씩 웃는 그의 모습은 많은 국민에게 악인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들었다. 정남규는 2009년 11월 교도소에서 목을 매어 자살했는데 언론에서는 그의 죽음을 사형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한 것이라 보도했다. 하지만 그를 검거하고 오랜 시간 면담해 온 권일용 교수님의 생각은 달랐다. “화가 많이 나는 날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 “담배는 끊었다, 하지만 살인은 도저히 끊을 수 없어 괴롭다”와 같은 내용을 수감 후에 지속적이게 주장한 정남규의 태도와 살인에 대한 그의 열망을 보았을 때 자살이 아니라 살인의 욕구를 참지 못해 결국 스스로를 살해한 것이라는 점이다.

유영철과 정남규는 몇 가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이들은 공통적이게 앞서 설명한 ‘귀인이론의 외적 유형’에 속하며 경제적 무력감과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인식, 이와 같은 불공정함으로 인해 자신이 불행하게 산다는 투사적 사고, 성장기의 범죄 피해, 가족으로부터의 학대 등을 범행 이유로 삼는다. 잔인하고 극단적인 행위를 통해 타인을 파괴하여 그곳에서 심리적인 만족감과 자존감을 회복한 것이다. 이는 유영철의 사건 태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유영철은 시신을 매장하며 시신의 순번을 매기는 숫자를 표시하였고 언론이 자신의 범행을 집중보도하고 있음에도 사건 현장에 돌아와 경찰의 수사를 살펴보는 등 매우 담대했다. 이에 대해 그는 “계속해서 범죄를 저지를 것이고 계속해서 시신을 매장해야 하는데 같은 곳을 다시 파면 안되니깐 표시했다”라고 말하며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사고관을 보여주었다. 또한, 유영철은 성매매 여성들을 살해할 당시 자신의 집 욕실 문턱을 삶과 죽음의 경계로 스스로 지정하고 여성이 그 욕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의 삶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며 욕실에 들어간 여성은 빠르게 살해했다고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어색하고 자기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살해 후에 훼손을 아주 오랫동안 했다고 한다. 정남규도 사회에 대한 자신의 악감정을 살해를 통해 표출했다는 점에서는 유영철과 같지만, 범행수법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정남규는 피해자가 살아있는 동안 오랫동안 피해자를 공격하며 고통스러워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즐겼지만, 사망 후에는 빠른 시간내 현장을 벗어났다.

이후에도 강호순과 같이 사회 불만이나 쾌락을 위한 이상동기 범죄가 발생하며 프로파일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다양한 전문가 간 협업의 중요성이 제기되면서 2006년부터 경찰청은 외부 전문가를 프로파일러로 채용했다. 심리학, 사회학 전공자를 대상으로 시작된 특채는 꾸준히 늘어나 현재는 약 60명의 프로파일러가 경찰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활용하는 강력범죄자 데이터베이스 구축 시스템은 과학적 범죄 분석 시스템으로 프로파일러는 재소자와 피의자를 면담하고 현장실사와 사건 분석 후 의무적으로 이곳에 데이터를 입력해야 한다.

수사를 컨설팅하는 프로파일링

프로파일링에는 크게 세 가지의 세부 기법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사건 현장에 남아 있는 행동 분석을 통해 범인의 성격, 특성, 대인관계,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의 다양한 범죄자 프로필을 찾아내는 ‘범죄자 프로파일링’이다. 대상은 범죄자 본인을 포함해 목격자, 참고인 등 사건에 연관된 사람이다. 당연히 범죄자 프로파일링을 한다고 해서 바로 용의자의 정확한 신상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 수사를 통해 DNA와 같은 개인의 고유 식별 정보를 알 수 없을 만큼 면밀한 범죄 현장에서 수사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범인의 성격과 행동에 끊임 없는 의문을 표하며 범인상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 프로파일러는 현장을 자세히 관찰하고 용의자의 입장에서 범행 계획을 분석하며 해석하는 역추적의 과정을 실행한다. 이를 통해 범인과 피해자의 관계, 범행 의도 및 동기를 알아내어 용의자를 선정할 수 있다. 용의자 프로파일링에서 범행 단계에 따른 행동 분석은 매우 중요하다. 범행 전후 행동에 일관성이나 체계적임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용의자 프로파일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범인의 행동이 범행 이전과 실행 단계일 때는 비체계적이었다가 범행 이후에는 체계적으로 변했을 때, 우리는 범인이 우발적인 범행을 저질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범인은 미리 범행 도구를 준비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기에 현장에 있던 도구를 사용했을 것이다. 또한, 범행 후 체계적이게 변하여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면 범인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한 채 일상에 복귀했을 가능성이 크고 이를 통해 면식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유추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연관성 프로파일링’으로 발생한 여러 건의 범죄 중 동일인이 저지른 범죄를 찾아내는 기법이다. 모든 범인은 범행할 때 일관성과 차별성을 함께 보이기에 일관된 범죄 패턴 뿐만 아니라 해당 범인만의 특징적인 범죄 행동도 같이 살펴봐야 한다. 연관성 프로파일링의 대상은 범행 시간대와 공격 횟수와 같은 공격 행동 특성, 피해자 특성, 계획성 여부와 상황적 변수로 구분한다. 진행 순서는 1. 개별 사건 정보 수집, 2. 범죄에서 의미 있는 행동 추출, 3. 행동 특성의 유사점과 차이점의 비교 분석, 4. 사건의 연관성 검토로 이어진다. 이 기법의 가장 큰 장점은 골든타임 내에 여러 관할 지역에 분산되어 있던 범죄 현장 정보를 통합하고, 증거물과 프로파일링 결과를 활용하여 용의자 군을 빠르게 축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 정남규의 범행에도 연관성 프로파일링이 활용되었다.

위는 정남규의 사건 일지 중 일부이다. 범행 시간대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이게 피해자들이 퇴근 후 귀가 중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면식범이었다면 목격되거나 노출될 가능성이 적은 장소를 선택했을 것이며 몸싸움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겠지만 위 사건들에서는 범인과 피해자 간의 상호작용을 찾을 수 없었다. 또한, 범인이 금품을 전혀 갈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아 범행의 목적이 오로지 살인 그 자체였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들에 대해 연관성 프로파일링을 실시한다면 범죄 행동 차별성과 일관성을 종합해볼 때 연쇄범죄, 특히 살인 목적의 묻지마 범죄로 분석하는 것이 타당하며 이러한 프로파일링을 거쳐 정남규가 과거에 저지른 추가 범죄도 찾아낼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지리학적 프로파일링’으로 범인이 주로 범죄를 저지르는 지역을 통해 범인의 다음 범죄 장소를 예측해 후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연쇄 사건을 막거나 범인의 거주 지역을 예측하는 분석 기법이다. 이 기법을 사용하기 위해 던질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질문은 ‘왜 그 장소인가?’이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원리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범죄자들이 자신의 활동 공간에서 멀어질수록 범죄를 잘 저지르지 않는다는 ‘거리감퇴함수’이고 또 하나는 자신이 사는 곳 가까이에서는 오히려 범행을 잘 일으키지 않는다는 ‘완충지역’원리이다. 즉, 범인은 자신의 주거지가 아님에도 들여야 할 노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상 활동 지역 내에서 범행을 실행한다. 이는 범인의 거주지를 파악할 때 범죄자와 피해자의 일상이 겹치는 공간을 가장 우선으로 하는 수사 방식을 뒷받침한다. ‘범행원이론’도 존재하는데, 이는 모든 범행 장소 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두 점을 잇는 선분이 지름인 원을 만들었을 때 범죄자의 거점은 그 원 안에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범행원이론은 자신의 주거지에 거점을 두고 범행을 하는 ‘정제형 범죄’에는 90% 이상의 적중률을 보이며 실제로 유영철의 검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반면,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일정한 거리를 이동한 뒤 범죄를 저지른 정남규와 같은 ‘이동형 범죄’에는 잘 맞지 않는다. 이러한 지리학적 프로파일링은 시대 흐름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기법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지도 위에 일일이 사건 발생 지역을 표시해 실로 이었다면 IT 기술이 발전한 요즘에는 ‘지오프로스’가 이를 대신한다. 지오프로스는 경찰 내부망이 보관 중인 범죄 데이터들을 GIS(지리 정보 시스템)에 결합하여 공간 통계 기법 등의 다양한 분석 기법을 적용하여 3차원 범죄 지리 지도를 제공한다. 가장 주된 목적이 연쇄범죄자 검거인 만큼 확률 밀도 함수를 통해 특정 지역 내 범죄 밀집도 결과를 제시하며 경찰은 그것을 바탕으로 순찰 지역, 방식과 시간대를 정한다.

‘1세대 프로파일러들의 땀과 눈물의 기록’

범죄분류는 모든 사회 범죄 시스템의 기초이자 근간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프로파일링의 가장 기본 전제가 되기도 한다. 이에 미국 FBI 프로파일러들과 범죄수사관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강력사건을 분석하여 그 중 연쇄 사건을 추려내기 위한 잣대로 FBI 식 유형 분류인 범죄분류 매뉴얼인 CCM을 만들었다. 매뉴얼은 금전적 이득, 개인적인 이유, 성적 의도, 집단동기를 범죄의 주요 동기로 나누어 이를 근거로 범죄를 분류한다. 이러한 동기를 찾기 위해 범죄분류 체크리스트가 존재하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범죄의 성격은 범행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범죄자를 이해하기 위해서 프로파일러를 포함한 수사관은 범행으로부터 감정적인 객관화를 유지하며 위의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현장에 남은 포렌식 세부 정황을 분석해야 한다. 책에 나와 있는 거처럼 “동기+방법+법인”의 방정식을 정확히 풀기 위해서는 말이다.

범인을 잡은 후에 심문 과정에서도 프로파일러의 역할은 중요하다. 피의자가 심문에 순응하도록 범죄자와 같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심문에서 우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범죄자는 개인적 이익이 현실화될 때 최상의 증거인 자백을 하기에 심문자는 이들의 특성에 알맞은 효과적인 면접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이들의 모든 특성을 파악했다면 다음으로는 다섯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누가 심문을 수행할 것인가, 심문은 어디서 진행할 것인가, 특정한 접근법을 사용하기에 적합한 환경인가, 어떠한 접근 방법과 감정적 호소를 해야 하는가, 어떤 감정적 호소가 효과적인가?’ 이러한 규격화된 심문을 통해 그들의 범행을 세상에 폭로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아직 한국판 ccm은 개발과정에 있으며 존재하지는 않는다. 통계청은 2015년부터 유엔에서 공식 채택한 국제표준범죄분류를 기준으로 한국범죄분류체계를 개발해왔으며 2023년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판 ccm이 개발되면 해외 범죄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국내 범죄 현상을 분석할 수 있게 되며 대검찰청, 경찰청, 형사정책연구원 등 기관별로 기준이 다른 범죄 통계를 통합해 체계적인 정책 수립도 가능해진다. 어서 한국판 ccm이 완성되어 점점 고도화되는 범죄 수법 수사에 도움을 줌으로써 더욱 안전한 치안이 형성되면 좋겠다.

전현영 leoniejj1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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