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이란 단어, 잘은 몰라도 뉴스에서 많이 봤을 것이다. 2022년 상반기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였으며 현재도 많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검수완박, 무엇이길래 이토록 찬반이 갈리는지 그 내막을 알아보자.

검수완박, 그게 뭔데?

‘검수완박’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최종 목적인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줄임말이다. 후술할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주도하에 이뤄진 ‘1차 검찰개혁’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약칭 공수처) 설치가 주 내용이었다. 이후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내용의 이른바 검수완박인 ‘2차 검찰개혁’을 제시했다. 이는 검사에게 기소만 담당하라는 뜻으로 검찰 수사권의 박탈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행 형사소송법 형사사건은 1. 경찰의 수사 ⟶ 2. 검사의 기소 ⟶ 3. 법원의 판결로 형이 확정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찰은 검사에게 수사 허락을 맡아야 하며 (검찰의 수사권), 사건의 기소 여부는 (검찰의 기소권) 모두 검사가 처분한다. 즉,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는 비대한 권력 기관이었다. 검수완박 법안은 이러한 검찰의 큰 두 가지 권력 중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다는 내용이다.

우선 민주당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서 ‘검사가 수사한다’라는 표현을 모두 삭제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에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범죄와 대형참사를 삭제하고 부패와 경제범죄만 수사할 수 있도록 수사권을 대폭 축소했다. 또한,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찰 보완 수사는 해당 사건과 일치하는 범죄 사실의 범위에서만 가능하고 검사는 자신이 먼저 수사를 개시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 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즉, 검찰은 법률로 명시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독적인 수사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기소 및 공판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검수완박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안 짚고 넘어갈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은 무엇이며 어떠한 내용이 있는가?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

문재인 정권의 시작과 끝에는 모두 ‘검찰’ 그리고 ‘개혁’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급히 이루어진 선거와 취임식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진보 진영의 오랜 목표인 비대한 권력 기관의 개혁을 약속했다. 문재인 정권 초반 당시 국민에게도 충분히 명분 있는 개혁 과제였으며 여론 수치상으로도 국민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에 많은 지지를 보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국민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겪으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에 실망을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듯 초반부터 검찰개혁을 대표적인 국정 과제로 삼고 차근히 개혁을 시행했으며 최종적으로는 검찰청을 해체하여 기소만 전담하는 공소청(국가기소청)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문재인 정부가 실시했던 검찰개혁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이다.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중대범죄수사청 추진, 비법조계 인사 등용 그리고 검수완박이다. 우선 1차 검찰개혁으로 검찰에 집중된 수사권을 조정해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2018년 6월 합의안 마련 후 2020년 1월 국회를 통과했다. 곧이어 역대 민주당이 집권했던 정부마다 매번 실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약칭 공수처) 설치도 성공시켰다. 검수완박에 맞먹게 많은 주목을 받았던 공수처는 검찰 등 고위공직자의 수사를 위해 신설된 권력형 범죄 수사 전담 기관이며 2번의 필리버스터와 패스트트랙을 겪으며 2021년 1월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공수처는 인권위와 마찬가지로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모두에게서 업무 지휘를 받지 않는 온전한 독립기관이다. 본래 수사권만을 가지지만 법관이나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기소권까지 가진다. 즉, 여태껏 그 누구도 건들지 못했던 검사를 상대로 한 수사와 기소가 가장 핵심적인 기능으로 적용하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 정부 주요 법무 관리직들에 비검찰 출신과 비법조계 출신을 임명했다. 이렇듯 오랜 기간 민주당이 염원해오던 검찰개혁을 착실히 이루어 낸 문재인 정부였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우선 조국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을 거치면서 ‘검찰개혁이 아니라 검찰개악’이라는 비판이 쇄도했으며 법무부와 검찰 간에 대치의 장기화는 국민에게 피로감을 심어주었다. 앞서 여론 조사로 서술한 정권 초기 높았던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도 급격히 하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비판 속에서도 민주당은 당내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강경 의원들 중심으로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를 위한 법안들을 발의했다. 하지만 막상 별다른 논의의 진전은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이후 2022년 3월에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며 정권교체가 확정되자 뒤늦게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당선인이 취임한 뒤엔 통과된 법률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취임일인 5월 10일 이전에 법안을 완성해 공표하려고 했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최종 목표인 검수완박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입법되었는가?

‘검수완박’의 입법 과정

법안의 입법 과정은 그야말로 빠르고 복잡했다. 대략 간단히 추려보자면 아래와 같은 순서로 정리할 수 있겠다.

1. 2020년 법률 제안 이후로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윤석열 정권으로의 교체 및 한동훈 후보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자 민주당의 집중 법안 처리가 시작됨
2. 2022년 4월 15일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의로 총 172명 원안 발의, 법사위 회부
3. 법사위 심사 시작, 4월 22일 박병석 의장 중재안 제시. 양당 수용 및 합의문 작성
4. 26일 국민의 힘 중재안 재검토 및 합의 공식 번복
5. 26일 오후 11시 54분: 중재안 의결
6. 체계 자구 심사 시작, 27일 오전 0시 2분, 중재안 상정, 원안 대안반영 폐기, 9분 후 0시 11분 중재안 법사위 전체회의 통과
7. 국회 본회의 심의 – 검찰청법 개정안은 4월 30일 통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5월 3일 통과
8. 정부 이송
9. 5월 3일 오후 3시경, 검찰청법 공포안, 형사소송법 공포안 국무회의 의결
10. 5월 9일 대통령의 법안 공포 
11. 9월 10일부터 법률안 시행

이렇게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발의 과정부터 관련 사건이 많았기에 몇 가지 부분을 덧붙여 설명해보겠다.

3- 4월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전까지는 수사권 폐지를 유예, 검찰 특수부 축소 방안,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설치, 검찰 직접수사 범위인 6대 범죄를 2대 범죄(부패범죄, 경제범죄)로 축소, 법안의 4월 내 처리”를 내용으로 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최종 목표였던 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은 우선적이게 불발되었고, 부패ꞏ경제범죄 수사와 보완수사권을 검찰에게 남겨주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4- 국민의힘이 중재안에 찬성하자 당 지지층들 사이에서 “자기네들(국민의힘) 비리도 덮으려고 이러한 중재안에 합의했느냐?”와 같은 격한 반응이 쏟아져 나왔고, 국민의힘 당 내부에서도 반쪽자리 합의를 한 것이 잘못이라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당시 검찰 출신인 윤석열 당선인까지 중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하면서, 국민의힘은 중재안 찬성에서 중재안 재검토로 입장을 번복하였다.

6-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중재안을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석수를 앞세우며 단독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형배 의원의 ‘꼼수 탈당’이 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이 시점을 기준으로 민주당의 검수완박 처리안에 대한 국민 여론이 본격적으로 악화하였다. 국민의힘에서는 “안건조정위 직전 여야 합의하에 완성된 새로운 수정안이 마련되었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이 기존 중재안 처리를 강행했다”라며 민주당의 국회 정신을 비판하기도 했다.

6과 7 사이-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제시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의 절차적, 법률적 위헌성을 지적하며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를 시행했다. 

7- 국민의힘의 불참 속에 진행된 투표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은 재석 177석 중 찬성 172명, 반대 3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뒤이어 5월 3일 오전 10시경, 형사소송법 개정안 또한 국민의힘의 불참 속에서 재석 의원 174명 중 찬성 164명, 반대 3명, 기권 7명(정의당 전원)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어떤 근거를 앞세워 검수완박에 대해 논쟁하는가?

검수완박,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렸나?

더불어민주당: 찬성

1. 수사권은 본래 검찰의 것이 아니었다, 검찰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필요성

1954년, 해방 직후 제정된 형사소송법 초안은 당시 사회에 남아 있던 일제강점기 순사에 대한 공포와 잔재가 강하게 남아 있었기에 경찰을 견제하고자 수사권을 검찰에게 넘겨 주는 내용을 지닌다. 해방 직후 경찰에는 일본 순사 출신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그들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함과 동시에 신흥 세력이었던 검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이렇듯 수사권은 처음부터 검찰만의 것이 아니었다. 뺏긴다고 표현하는 검찰의 주장은 해방 직후의 권력에 취한 무소불위의 경찰과 다를 바가 없으며 그동안 권력 위에 서서 수사권을 얼마나 많이 남용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는 해방 직후의 힘없던 검찰이 아니기에 이제는 검찰이 지녔던 온전한 수사권을 박탈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권력 기관들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시행해야 한다.

또한,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경찰에게만 권력을 실어준다는 주장도 완벽히 틀렸다. 검수완박은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모두 경찰에게 넘겨주는 것이 아니다. 현재 검찰이 보유하고 있는 6대 범죄 수사는 후에 설립될 국가수사청 또는 중대범죄수사청(한국형FBI)과 이미 존재하는 국가수사본부가 함께 전담할 것이다.

이번 법안 개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이 완전히 박탈되더라도 검찰은 여전히 기소권을 소유한다. 기소권을 통해 검찰은 경찰의 독단적 수사를 견제하고 통제할 수 있으며 영장청구권을 통해 자신들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경찰의 수사를 막을 수 있다. 경찰이 수사에 필요한 구속이나 압수 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해도 검사가 법원에 청구해 주지 않으면 경찰은 온전한 수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통해 독단적으로, 급작스럽게 검찰 죽이기를 시도한다’라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근거 없는 국민 여론 선동이다.

2. 검찰의 불공정한 수사, 제 식구 감싸기는 그만

검찰은 그동안 너무나도 많이 ‘제 식구 감싸기로 인한 불공정 수사와 기소의 폐해’ 논란에 휩싸여 왔다. 대표적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검찰 조사실에서 팔짱을 낀 채 웃고 있고 그 옆에 후배 검사와 검찰 수사관이 두 손을 모으고 차렷하고 있던 사진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고조시켰다. 이는 국민에게 기수 문화가 철저한 검찰 조직이 자신의 조직 내 권력자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나에 대한 의문점을 남겼다.

이처럼 검찰은 형사적인 처벌을 받아야 할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경징계 혹은 인사에서 아주 잠시 반려하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건을 덮어왔다. 이제껏 그 누구도 건들지 못할 만큼 거대해진 검찰 권력 스스로가 자체적으로 내부를 개혁하도록 고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기에 비록 강제성은 있더라도 검수완박과 같은 법안이 거대 권력을 견제할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3.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만들어 갈 검찰 공화국에 대한 견제

검찰총장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대선후보 시절부터 비대한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가 옳지 못하다고 주장해 온 인물이다. 이를 증명하듯 검찰 시절부터 자신의 오른팔로 유명한 한동훈을 윤 정부 초기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검찰 시절부터 ‘윤석열 라인’이라고 알려진 검찰 출신들을 대통령실 요직에 대거 임명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기획조정실장에는 조상준 전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는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을, 법률비서관에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을, 공직기강비서관에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을, 총무비서관에 박재순 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을, 인사기획관에 복두규 전 대검찰청 사무국장을, 인사비서관에 이원모 전 검사를 선임했다.” 이는 대통령실 핵심 6개 보직 중 무려 다섯 자리를 검찰 출신으로 채운 것이다. 이러한 검찰만을 위한, 검찰에 의한 임명은 윤석열 대통령이 “사정 기관을 장악했던 잔재를 청산하겠다”라며 공약한 민정수석실 폐지의 정당성을 빛바래게 했다.

이와 같은 정권 시작은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더 검찰의 힘을 키워줄지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점에서 검수완박의 정당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을 등에 업은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최대한 줄여 새로운 ‘검찰 카르텔’의 탄생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반대

1. 위헌 소지, 세계적 추세와는 다른 퇴보적 법안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을 졸속처리하는 과정에서 법률의 위헌적 요소는 제대로 검수하지 못한 듯하다. 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은 헌법 12조 3항과 16조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에 위반되는 법률이다. 많은 학자가 검사의 영장청구권 안에는 수사권이 자연스럽게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한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 헌법상 유일하게 영장청구권을 지닌 검사의 수사 권한을 없앤다는 검수완박 법안의 전제 자체가 위헌인 셈이다.

또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수사권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와는 다른 퇴보적 법안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과 같은 선진국들의 경우 검사는 자신이 직접 수사를 개시하는 것을 자제는 하지만 만약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가 부실하다고 생각하면 그 즉시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실제로도 이와 관련한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27개국(77%)은 헌법이나 법률로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보장하고 있다”라고 한다. 미국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연방수사국(FBI)이나 마약단속국(DEA)이 대부분 사건을 직접 수사한다. 하지만 사건이 중대하거나 복잡하면 언제든 연방 검찰이 투입되어 같이 수사한다. 이는 지능범죄나 중대범죄와 같은 경우에는 검찰의 수사 투입이 필요하다는 뜻과도 같다. OECD 또한 검수완박 법안으로 인해 한국의 반부패 수사 능력은 물론 해외 뇌물범죄 수사역량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2. 범죄 수사 역량 약화로 예상되는 국민의 피해

검찰은 1차 검찰개혁의 내용인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더는 사기와 같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민생범죄를 수사할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검찰과 경찰 누가 더 많은 권한을 갖냐의 싸움이 아니다. 일선 경찰은 이미 개인당 얼마나 많은 수사와 서류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원래 업무만으로도 바쁜 일선 경찰들이 이제껏 자기들의 소관이 아니었던 낯선 지능형 범죄 수사까지 맡게 되고 이는 수사역량의 약화로 이어진다. 늘어난 수사 범위에 정해진 시간은 같다면 자연스레 기존 사건 당 쏟았던 관심과 시간은 줄어들게 되니 말이다. 민생과 직결되는 이러한 입법은 적어도 대안을 먼저 만들어 놓고 실행하는 것이 우선인 만큼 민주당의 졸속 처리에는 많은 아쉬움이 있다. 법사위의 법률 심사 보고서에도 이와 같은 지적이 드러난다. 법사위 보고서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넘겨받는 수사기관이 이론적으로만 존재하지 실체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수사 기능에 중대한 공백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민주당이 검찰 대안으로 설립하고자 하는 신설 수사기관인 중대범죄수사처로의 수사권 이관에도 우려를 표했다. 앞서 검수완박 찬성 측에서 서술한 해방 직후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게 된 과정과 똑같이 중대범죄수사처가 새로운 권력 기관으로 부상하고 견제와 균형의 부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 심사 보고서는 이를 “한쪽의 힘을 빼려고 다른 쪽을 키워주는 권력 분산의 역설”이라 표현했다.

3. 부패완판, ‘부패가 완전히 판치게 될 것이다’.

‘검수완박으로 인한 부패완판’은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검수완박을 공개적으로 반대할 때 사용된 문장이다. 이러한 부패완판 주장을 논리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찾던 중 2022년 4월 작성된 동아일보 기사가 단독 취재한 한 논문을 찾을 수 있었다. 기사를 인용하자면 “KDI 소속 김재훈 선임연구위원과 황지현 연구원은 올해 1월 19일 학술지 ‘한국경제포럼’ 제14권에 실린 ‘반부패 형사사법 개혁’ 논문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가 일반적인 국가일수록 공직 부패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음을 밝혔다. 논문은 검사가 수사권을 갖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국가별 법체계를 영미법계, 프랑스식 대륙법계, 독일식 대륙법계 등으로 구분한 뒤 법체계별 국가의 종합 정치부패지수를 비교했다. (한국 법체계는 독일식 대륙법계에 해당한다) 통계적 분석 기법인 ‘횡단면 분석’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평균적 부패 수준은 프랑스식 대륙법계가 가장 높고 영미법계, 독일식 대륙법계 순으로 낮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미법계 국가와 프랑스식 대륙법계 국가에서 검사는 수사권이 없고 기소만을 담당하기 때문에 부패를 상당 부분 은폐할 수 있지만, 독일식 대륙법계의 경우 검사가 수사 및 기소를 담당하기 때문에 경찰이 사건을 종결할 권한이 없어 집권 세력이 부패 범죄를 은폐하기 쉽지 않음을 근거로 삼았다.” 동아일보 기사에 수록된 이 같은 논문에 의하면 잘못된 수사로 범죄자를 놓아주는 결과를 막기 위해선 검찰이 수사 단계부터 직접 개입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유추할 수 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며 아직도 뜨거운 감자인 검수완박, 법안 공포 이후의 모습은?

법안 공포 이후의 검수완박과 관련된 논쟁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보았다.

첫 번째는 법안의 법률적 허점에 관한 지적이다. 대표적인 허점은 검사의 권한에 관한 항목이다. 초기 민주당이 추진한 검찰청법 개정안 4조 1항에 따르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이었다. 하지만 국회에서 입법된 최종안에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가 명시되어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등’이라는 추가 내용을 통해 법안 시행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령을 발동해 검찰의 수사 범위를 자체적으로 확대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의 권한만을 축소하는 데 성급한 나머지 검사와 같이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 수사관의 권한에는 관여하지 못했다. 검수완박이 통과되어도 검찰 수사관은 여전히 사법경찰관의 지위를 유지한다. 실제로 비밀의 숲과 같은 법률 드라마를 통해서 볼 수 있듯이 검찰 수사관은 검사의 업무를 보조함을 넘어서 검사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중요한 수사 권한을 지니는 검찰의 핵심 수사 인력이다. 이는 검찰의 완전한 수사 권한 약화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증빙한다.

두 번째로 살펴볼 점은 국민 여론이다. 국회에서 검수완박 법안 처리가 마무리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법안 공포까지 한 시점에 진행된 여론 조사에 의하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축소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대해 국민의 52%는 ‘잘못된 일’이라고 했으며 ‘잘된 일’이라는 응답은 33%였다. 나아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므로 4월 내 급하게 처리할 필요는 없다’라는 의견이 65%로, ‘4월 내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27%보다 2배 이상 높음이 나타났다. 이러한 여론 조사 결과는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법안이 졸속 처리되는 과정에 실망한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세 번째로 살펴볼 점은 윤석열 정부와 법무부의 대응이다. 검수완박 시행을 앞두고 민주당과 윤석열 정부의 끊임없는 줄다리기가 오가던 중 법무부가 결국 2022년 6월 27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함으로써 법안에 정면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법무부 보도 자료에 의하면 “국회가 통과시킨 검수완박 법안이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검찰의 권한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취지로 국회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라는 것이 법무부의 공식 입장이다.

비대한 검찰 권력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정당성과 과정 어느 하나에서도 국민의 이해를 받지 못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러한 합치 없는 강행과 여야의 정파적 야합은 더는 국회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

전현영  leoniejj1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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