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슬 컬쳐: 연예인이나 저명한 사람 혹은 인플루언서 등이 잘못된 언행을 저질렀을 경우 그것을 비판하고 고발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서 그 대상을 ‘캔슬’하여 직업 혹은 사회적 지위를 잃게 만드는 현상이나 운동을 말함. 이때 ‘캔슬’은 SNS상에서 대상을 언팔로우한다는 의미를 넘어 소비하지 않고, 원래의 사회 반경에서 소외시키는 것을 뜻함.

캔슬 컬쳐의 기원

‘캔슬 컬쳐’에서 ‘캔슬’의 유래는 1991년 개봉한 ‘New Jack City’에서 시작되었다. 웨슬리 스니플이 연기한 니노 브라운의 “(저 여자) 취소해. 다른 사람 구하면 되지(Cancel that[woman]. I’ll buy another one.”이라는 대사에서 여성 혐오적인 맥락으로 처음 사용되었다. 이후 2010년 래퍼 릴 웨인이 니노 브라운의 대사를 자신의 곡 ‘I’m a single’에서 인용하고, 2014년 시스코 로사도가 유명 리얼리티 쇼에서 “너 취소됐어(You’re canceled).”라고 말한 뒤 소셜미디어에서 잠시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2015년부터 트위터에서 주로 흑인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농담조로 혹은 진지하게 표현하기 위해 ‘Cancel’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캔슬 컬쳐’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게 된 것은 불과 10년조차 안 되지만, 사실 소셜미디어상 보이콧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역사적으로 보이콧에 참여하는 계층은 주로 소수자, 즉 사회의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이기에 개인으로서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지만, 연대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촉구할 힘을 가진다는 것에 의의가 크다. 현대에서도 개개인의 참여로 사회를 움직일 힘을 갖는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캔슬 컬쳐는 사회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진전시킬까?

캔슬 컬쳐가 여성 혐오, 동성애 혐오, 인종 차별 등 소수자 혐오를 타파하고 사회를 특정 부분 진보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우리 모두 목격했다. 하비 와인스타인을 고발하는 것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그 대표적 사건이다. 영화계의 거장이었던 그에 대한 폭로를 시작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동료들의 이어지는 고백으로 그의 성추문 사실이 세상에 밝혀지게 되었다. 단지 한 명의 피해자가 아니라 그를 연대하고 지지하는 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슷한 이야기로 영화감독 우디 앨런도 <레이디 데이 인 뉴욕> 개봉 직전 수양딸 성추행으로 논란이 일자 영화에 참여했던 셀레나 고메즈, 티모시 샬라메 등 주연 배우들이 출연금을 잇달아 기부하며 차기작이 무산되는 등 오랜 시간 자리했던 지위를 상실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2019년 캔슬 컬쳐에 대한 의견을 밝힌 적이 있다. 그는 “순수(purity)에 대한 개념과 용인하지 않으려는 태도, 자신이 정치적으로 ‘깨어’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세상은 (단순히 파악하기엔) 어지럽고 모호하며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도 결점이 있다.”고 말하며 미국의 젊은 대학생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캔슬 컬쳐가 ‘정치적 행위(Activism)’가 아님을 지적했다. 오바마의 이런 의견은 밀레니엄 세대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2년 뒤 오바마는 자신의 세대가 어렸을 때보다 자기 딸들의 세대가 훨씬 똑똑하며, 딸들의 세대가 정의롭지 않은 것을 용인하지 않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전과는 달라진 견해를 내보였다.

캔슬 컬쳐의 대상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그럼 현재가 아닌 과거의 사건을 끌어와서 캔슬 컬쳐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가능할까? 유명인의 싸이월드를 샅샅이 뒤져 흠잡는 일을 떠올려보면 가능할 것도 같다. 여기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코로나가 한참 현재진행형이던 2020년, 미국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가 사망하고 이후 미국 전역에서 인종 차별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졌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놀랍게도 이때 ‘캔슬’된 것은 전형적인 인종차별주의자 캐런(Karen)이나 캔(Ken)*뿐만 아니라, 땅에 묻힌 지 150년이 넘은 미국 남북전쟁 장군도 있었다. 버지니아주에서 자리를 지키던 로버트 장군(Robert E. Lee)을 시민들이 그래피티로 덮은 것이다. 이러한 동상들을 파괴하고 과거에서 도려내는 것은 현재에 아무런 발전도 가져오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다. 동상의 주인공들이 나라의 건국에 힘쓴 것은 사실이고 동상이 나타내는 바도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피티로 동상들(Confederate Statues)을 덮거나 이러한 행위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그저 이것들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러한 동상들을 과거의 유물로 대하며 광장에서 박물관으로 그 자리를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는 그 동상들을 우러러보았을지라도, 이제는 더 이상 그것들을 전과 같은 시선으로 볼 수 없기에.

*캐런(Karen)이나 캔(Ken) : 특권 의식에 빠져 있으며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백인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인다.

과거의 대상도 캔슬 컬쳐의 단두대에 올릴 수 있다고 해서 너무 많은 것을 그 단두대에 올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 캔슬 컬쳐가 확산되고 그 규모가 커지며 사소한 주제까지 파고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결코 캔슬 컬쳐가 지향하고자 하는 핵심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부작용이다. 2,900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모델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가 어린 아들을 안고 있는 사진을 올렸을 때, 그 게시물의 댓글은 온통 그가 어떻게 아기를 안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사진 속 아기의 자세가 편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그가 며칠간 무언가를 인스타그램에 올릴 때마다 비난받을 만큼 큰 잘못을 하였는가? 그가 자신의 어린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며 학대했는가? 그에게 손가락질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그가 출산과 육아에 대한 책을 낼 정도로 임신과 아이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그 누구보다 아들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리고 사진은 그에 비해 굉장히 사소하고 순간적인 사건이라는 것도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의 잘못에 관해 얘기하고 싶어 하고, 가르치고 싶어 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윌 스미스가 동료에게 행사한 폭력이 한참 뜨거운 사안이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윌 스미스의 행동이 얼마나 부적절했는가에 관한 논란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중은 윌 스미스와 제이다 스미스의 결혼관이 얼마나 이상하고 꼬였는지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 잘못이 독이 되어 퍼져나가면 대상의 모든 것을 비판할 수 있다고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회가 찍은 낙인이 마치 대상을 욕할 수 있는 프리패스처럼 사용되는 것이다.

캔슬 컬쳐의 참여도로 사회적 감수성을 측정할 수 있을까?

이제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는 것’은 물론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에 피곤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원래 편안함을 느끼던 곳에서 우리를 조금 더 불편한 자리로 쫓아내니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흐름을 단순히 ‘지나친 예민함’ 정도로 간주하는 것은 위험하다. 완벽하지 않은 사회를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안정적인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스스로 배우고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선택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 의무이기 때문이다. 나의 목소리가 필요할 때는 마땅히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렸는지를 시간이 흐른 뒤에나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캔슬 컬쳐는 시대의 산물답게 빠르게 모든 결론을 내리려 하며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게 한다.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게 만들지만, 늘 옳은 것은 아니다. 다수의 의미는 집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여러 집단의 의견을 듣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가끔은 자신이 의견을 낼 필요가 있는 문제인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누군가는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이겠지만, 정말 ‘나’의 목소리까지 필요한 사안인지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누군가 “아 나는 흑인의 인권과 역사, 그들이 받는 차별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아. 지금이 편하고 좋아.”라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과격하다 느낄 수 있지만, 사실 그는 그냥 인종차별주의자다. 직접적으로 그들을 욕하거나 길거리에서 돌을 던져야만 인종차별주의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정당하지 않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사회에서 자신이 보는 이득을 생각하지 않고, 그것을 유지하려고까지 하니 그는 인종차별주의자가 맞다.

본질에 집중하자!

끓는 점이 상당히 낮아진 요즘 캔슬 컬쳐의 대상은 순식간에 모든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유행이 지나버린 것처럼 대중은 흥미를 잃는다. 물론 이게 장점이 될 때도 있다. 때가 지나면 넘어갈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니까. 다만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는 사안이라면 피해자가 제대로 사과받았는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이행하고 있는지, 사회는 피해자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등을 충분히 살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사안이 ‘나의 흥미를 끄느냐’는 식의 매력을 측정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나의 관심이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참여하려는 의지를 갖춰야 한다. 어차피 당신이 한 사안에 대해 언급한다고 해서 온종일 그것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니 겁을 먹지 말고 목소리를 내자.

또한 계속해서 같은 문제로 소위 공인들이 ‘캔슬’되고 있다면 왜 그러한 문제가 계속해서 일어나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실제로 음주운전으로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편집되고 드라마에서 하차하는 일을 종종 목격한다. 그러나 그들을 몰아세우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막상 음주운전 그 자체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게 된다. 중요한 것은 사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과 처벌에 관한 문제인데 말이다. 처벌의 수위가 강할수록 교화될 확률이 높아지는 게 아니듯이, 사회에서 무작정 밀어낸다고 없던 도덕심이 솟아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 내에서 같이 지켜보며 어떻게 개인이 반성하고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산성 있는 얘기를 나누어야 한다.

앞으로의 방향

캔슬 컬쳐의 대두에 오르는 사안은 개인의 문제로 비추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개인에 의해 드러나게 된 것으로 보아야 진정한 해결이 가능하다. 따라서 개인에 대한 이슈를 넘어서 사안을 더 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호모포빅한 발언을 했다면 그 발언은 개인의 창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게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 스테레오 타입이 그 개인을 통해 발현된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그 개인에 대한 비판을 넘어, 전반적인 사회의 인식 변화를 일으키도록 실천적인 태도를 지녀야 한다. 이렇게 더 큰 맥락에서 문제를 바라보면 개인이 개인을 벌하려는 책임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벌하는 것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법 제도 혹은 대상이 속한 단체의 책임이다. 물론 그러한 정의가 올바르게 실현되도록 개인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있어야 하지만, 처벌을 이행하는 존재가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공인이라 칭하는 사람들, 다시 말해 우리가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아는 사람’이 완벽할 것이라 기대하지 말자. 우리는 그들을 모르기에 그들에 대한 부당한 환상을 갖게 된다. 환상을 접는 것이 어렵다면 우리가 그들과 친구이고 아는 사이라 생각해보자.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론지으려는 태도를 취하지 않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흘러가는 말, 순간적인 행동 모두 그리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그러한 말이나 행동이 평소 그답지 않은 의외의 모습이라 해도 말이다. 그러나 처음 만났거나 모르는 사람이라면 경우가 달라진다. 그에게서 발견한 단편적인 모습으로 간편한 결론을 짓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경계심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러한 경계심이 진정 필요한가 고민해보면 실은 필요가 없다.

어쩌면 캔슬하는 이유에는 완벽을 기대하는 것보다 더 큰 이유가 숨어있을 수도 있다. 공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나와 타인 사이의 겹 지인이 있는 것처럼 공통분모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어떤 연예인이 실수를 했을 때, 모르는 누군가가 인터넷에서 내가 지적하고 싶었던 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면 나는 티는 내지 않아도, 어딘가에서 희열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캔슬의 대상은 ‘개인’이 아니라 그 개인에 가려진 ‘권력’이나 ‘집단’이 되어야 한다. 만약 그것이 온전히 개인에 관한 것이라면 우리가 모두 입을 모아 외칠 필요가 없다. 그러한 에너지는 아껴두었다가 더 중요하고 현실적인 문제에 관해 얘기할 때 사용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 건강해질 것이다.

박한비  kkkanb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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