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자율전공 학사제도가 또 한 번 바뀌었다. 매년 조금씩 달라지는 진입요건과 학사제도에 헷갈리는 학우들을 위해 <와우>와 함께 자율전공의 A부터 Z까지 알아보자!

자율전공 제도

자율전공 제도는 입학 후 전공탐색 기간을 거쳐 학생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전공을 정하는 제도로, 학교에 따라 자율전공, 자유전공학부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본교에는 2007년 신설되었고, ‘전공 선택의 유연성 확보를 통해 사회적 인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자율전공 제도는 어떻게 도입되었을까?

자율전공 제도는 홍익대를 비롯한 국내 대학에서 미국 리버럴 아츠 칼리지의 기초학문을 특화한 교육과정을 벤치마킹하여 도입되었다. 분과학문 중심의 전공교육이 지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기존의 대학 교육이 전공 중심의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반면, 리버럴 아츠 칼리지의 경우 여러 분야의 기초학문 교양을 쌓는 것을 주된 교육과정으로 삼는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본떠 국내에는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자율전공을 설치했다. 이 흐름과 더불어 홍익대학교와 같이 새로운 교육적 수요에 대응하여 자율전공을 도입한 대학도 있다.

리버럴 아츠 대학의 교육, 즉 리버럴 아츠 교육을 표방한 대학에서의 자율전공 제도는 학생 스스로 자신만의 전공을 설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초학문 과목을 제공하거나, 교수 혹은 전문위원이 밀착해 길잡이 역할을 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이는 부차적인 것으로 교육과정, 전공의 선택은 전적으로 학생에게 달려 있기에 본인의 관심과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여 수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1전공, 제2전공을 의무적으로 갖게 하는 대학도 있는가 하면 본교와 같이 학과 진입이 주가 되는 경우도 있다.

홍익대의 자율전공 제도

자율전공 제도를 통한 학과 진입에 제한이 있을까?

자연·예능, 인문·예능으로 분할된 서울캠퍼스 자율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수강신청이나 학과 진입, 주전공 선택 시에 입학 전형에 따른 차이는 없기에 자유로운 전공 선택이 가능하다. 하지만 진입 불가능한 일부 전공도 존재한다. 먼저 사범대학의 경우, 교육부의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결과에 따라 정원을 조절하고 있기에 진입 불가능하다. 공연예술학부의 뮤지컬전공(연기), 실용음악전공(보컬/기악/작곡) 역시 실기 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과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자율전공 학생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서울캠퍼스 자율전공과 별개의 모집 단위로 입학하는 미술대학 자율전공 학생들은 미술대학 소속으로, 입학 시점부터 미술대학의 학생으로 취급되며 미술대학 내의 학과, 전공 중에서만 과를 선택하여 진입할 수 있다.

자율전공으로 입학해서 학부(과)에 진입하지 않고 졸업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개별 학부로 진입하는 경우, 진입 희망 학년도의 1월 이전에 캠퍼스 내의 개별 학부로의 진입을 신청할 수 있으며 학부 진입 후에는 소속이 해당 학부로 변경된다. 또한, 진입 후에는 학부 변경이 불가하다. 주전공으로 학위를 취득하는 경우, 입학 후 다음 해 1월 말까지 주전공 선택이 가능하다. 개별 학부로 진입하는 경우와 더불어, 진입하지 않고 ‘주전공’으로 전공 학위를 취득하는 것도 가능하다. 개별 학부 진입과 달리 재학 중 최대 2회까지 주전공 변경이 가능하다. 진입하기 전까지 등록금은 공학 및 미술계열 기준으로 납부하며, 학부로 진입하는 경우 해당 학부의 등록금을 납부한다.

학부 진입 없이, 자율전공으로 졸업하면 졸업장에는 어떻게 나올까?

이전에는 자율전공 소속으로 졸업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4학년 2학기 전까지는 진입을 완료해야만 했지만, 학칙이 개정되면서 융합전공의 세부전공 중 하나를 자신의 주전공으로 삼는다면 자율전공 소속으로 졸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예로 서울캠퍼스 융합전공의 건축공간예술전공을 주전공으로 선택하여 그 필수 이수 학점을 모두 수강한 서울캠퍼스 자율전공 학생의 졸업장에는 ‘서울캠퍼스자율전공(건축공간예술학사)’로 표기된다.

올해부터 변화한 자율전공 학사제도의 상세한 내용은 무엇일까?

학부(과) 진입 요건의 변화가 핵심이다. 2022년까지의 자율전공 학사제도에는 학과 진입을 위해 요구되는 정원 제한이 있었고, 필수 이수 과목도 존재했다. 미술대학을 제외한 타 학과는 이수지정 교과목 평균 학점이 평균 A0 이상인 자에 한하여만 진입을 허용하는 학점 제한도 있었다. 미술대학은 미술대학 공통 지정 과목과 각 학과(전공)에서 지정하는 과목을 모두 이수하고, 이수지정 과목의 평균 학점이 B+ 이상인 자에 한하여만 학과(전공) 진입이 가능했다.

올해부터는 건축학 전공, 실내건축학 전공을 제외하고 모든 학과의 필수 이수 과목을 폐지하고 이를 ‘권장’ 교과목으로 변경했다. 즉, 개별 학부로 진입하는 것에는 각각의 학부, 학과마다 권장하는 교과목은 있으나 학점 제한이나 인원 제한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일부 학부의 경우 해당 전공의 기초적 지식 및 소양을 갖추도록 학사지도를 하고 있다. 건축학 전공, 실내건축학 전공의 경우 필수 이수 과목을 축소하는 형식으로 바뀐 것이 그 예시이다. 건축학 전공, 실내건축학 전공 학과 진입 시, 학과 진입 전 또는 후에 각 학년에 지정된 설계과목을 순차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설계과목은 단계별 수업이므로 역 학기 수강은 불가하며, 설계과목은 학기당 한 과목만 이수할 수 있다.

자율전공 학사제도의 경우 매년 세부 내용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기에 원활한 전공 선택을 위해서는 홍익대학교 자율전공 홈페이지(fm.hongik.ac.kr)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자율전공 학우들은 어느 학과로 진입할까?

2021년, 학부(과)에 진입한 자율전공 학우들이 선택한 학부(과)는 각각 공과대학 171명, 미술대학 127명, 건축대학 48명, 경영대학 32명, 법과대학 13명, 경제학부 12명, 문과대학 8명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자율전공 학우들이 선택하는 공과대학의 세부 전공 선택에 있어서는 화학공학 전공, 컴퓨터공학전공이 전반적으로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미술대학의 경우, 전체 127명의 진입 인원 중 시각디자인과에 64명이 진입하여 시각디자인과에 대한 선호도가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이외에는 산업디자인 전공과 예술학과가 각각 20명대의 진입 인원을 기록하여 전반적으로 디자인학부와 예술학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학부(과) 진입 전, 자율전공 내부의 장학금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될까?

서울캠퍼스 자율전공 교내장학금(성적우수장학금) 대상자 선정 기준 안내문에 따르면 성적경고자를 제외하고 직전학기 이수학점 15학점 이상, 사회봉사활동 15시간 이상, 교내 장학금 신청을 완료한 학생들의 직전학기 최종 평균 평점에 따라 장학금을 받는다. 이는 다른 과 학생들과 달리 전공 수업을 몇 개 이상 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없는 것만 제외하면 일반적인 홍익대학교의 장학금 요건과 동일하다. 다만, 장학금의 배분이 학년별 재학생 수 비율에 따르며, 학년별로 경쟁한 결과를 통해 장학생을 선발한다. 홍익인간장학금 대상자의 경우만 전체 학년이 경쟁하여 나온 결과로 추천한다. 진입자 수에 따라 해마다 재학생 수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자율전공 장학금의 선정에 있어서는 해마다 차이가 있다.

이하의 내용은 자율전공 학우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다.

학부(과) 진입 전, 자율전공 내에 마련된 교류 행사는 어떤 것일까?

입학 전, 과 사담방을 통해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일반 학부(과)와 달리, 모집 단위도 매우 크고 나중에 다양한 전공으로 나뉘는 만큼 친목 도모에 어려움을 겪는 자율전공 학우들이 많다. 이를 위해 자율전공 학생회에서는 매년 ‘크루제도’를 주최하고 있다. 크루제도란 10명 내외의 자율전공 신입생 및 재학생으로 구성된 모임으로, 다양한 전공 수업을 듣는 선후배 간의 자유로운 친목 활동이 가능한 제도다. 예비 대학이 개최되기 전까지 수요 조사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2~3개의 학과가 한 크루에 모이도록 구성된다. 희망 학과가 비슷한 친구, 선후배를 만날 수 있는 동시에 다른 전공 수업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다. 학생회에서는 크루 제도 활성화를 위해, 학기 초에서 4월 10일까지 대면식을 진행하는 크루에게 10만 원의 지원금을 주고 있다. 그 이후의 활동에는 간섭 없이 자유롭고 부담 없는 크루 활동이 가능하다. 코로나 이전, 대면 행사가 잦던 시기에는 크루 간 체육대회 등 크루 사이의 교류도 활발했었다는 사실! 올해는 수시 정모와 예비 대학이 대면으로 시행되는 만큼, 예년보다 더 활발한 크루 활동이 기대된다.

자율전공제도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수강신청에서의 자유로움이다. 또한, 공학, 비공학계열로 나뉘어 교양 수업에 제한이 있는 학우들이 많은데, 자율전공 학생은 이에 상관없이 모든 교양을 제한 없이 수강할 수 있다. 홍익대학교의 커리큘럼을 원하는 대로 듣고, 다양한 과의 사람들과 만나며 자율전공 제도를 200% 활용해 보자.

자율전공 제도의 빛과 그림자

지금까지 본교 자율전공 제도와 실제 학교생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보았다. 학생들이 자율전공 제도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무엇보다 자유로운 전공 선택 기회이다. 대부분의 학생이 입시 과정에서 흥미나 적성을 고려하기보다 성적에 맞춰 진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자율전공 제도는 입학 후 시간을 두고 자신의 전공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많은 학생이 장점으로 꼽는다. 또한 자율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자율전공 자체적으로 개설한 교양 수업을 제공하는 대학의 경우, 학생 스스로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자율전공 제도가 정말로 자유로움을 보장하는가에 대해서 의문이 남는다.

첫째, 자율전공 제도를 통해 원하는 학부, 학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인기 학부, 학과로의 쏠림을 수반한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고, 해결하기 위해 자율전공 제도를 도입한 학교에서는 여러 방안을 마련해 두고 있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성적우수자 순으로 선발하며, 특정 학과에 대한 최대 배정 인원은 자유전공학부 입학 인원의 30%를 초과할 수 없다는 기준을 두고 있다. 서울시립대의 경우 인문사회계열 학과로만 진학이 가능하다고 명시한다. 인원과 학점에 제한을 두지 않는 학교도 존재한다. 본교와 서울대학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목표에 따라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고, 입학 당시 계열에 상관없이 전공을 선택하는 자율전공 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방안에서도 현실적으로 선택하기에 제약이 있는 전공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100% 자율적인 전공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둘째, 기초 교양을 쌓기 힘들다. 이는 근본적으로 국내 대학에 자율전공이 도입된 방식과 관련된다. 국내 대학에서의 자율전공은 대학 입학 시부터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제도가 아닌, 다른 학과와 마찬가지로 개별 학과 단위로 존재한다. 이는 국내 대학 상당수가 기초학문을 위한 교육보다는 취업 교육을 위해 학과 위주로 대학을 운영하는 방식과도 연관이 있다. 또한, 자율전공 제도에서는 해당 학부생들에게 다양한 분야의 기초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관련된 수업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 제공되는 기초학문 수업은 인문학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단순히 대학에서의 자율전공 교육과정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닌, 교양 교육을 인문학 중심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는 여러 상황적 요인이 겹쳐 일어난 결과이다. 자율전공 제도에서 자체적으로 개설한 전공과목을 제공하는 일부 대학의 경우, 폐과 절차가 진행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인문사회 계열의 교수가 담당하는 수업이 자율전공학부 수업으로 흡수되는 것이 이 상황을 설명한다. 자율전공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교육과정이 없는 본교의 경우, 기존에 마련된 교양 수업을 제공하고 있기에 인문학을 포함해 수학, 과학 등 자연계열의 순수학문을 주제로 한 교양 수업의 수강이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자율전공 학생은 교양 과목을 듣는 대신, 이후 진입할 학부(과) 생활을 위한 전공 기초 수업을 수강하거나, 졸업 요건을 채우기 위한 필수 교양을 듣는 것으로 1년을 보내는 것을 당연한 과정으로 여긴다. 폭넓은 기초 교양을 쌓을 수 있다는 자율전공만의 장점이 퇴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셋째, 자율전공 제도가 제시하는 기본적인 체계적 교육과정이 부재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자율전공학부에서 제공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 학생들의 진로와 전공 탐색을 위한 여러 가지 기회들이다. 하지만 본교를 포함한 많은 학교는 자율전공 자체적인 교육과정 없이 운영하고 있으며, 전공 탐색을 위한 비교과 프로그램도 미약한 수준이다. 또한, 대부분의 자율전공 학생은 미리 희망 진입 학과를 정해두고 대부분 그 과의 학생들과 비슷한 커리큘럼을 이수한다. 그렇지만 4년이라는 정규학기 안에 학업을 마치기로 계획한 이들이라면 입학 후부터 바로 정해둔 로드맵을 따라가야 한다. 만약 도중 진로 계획이 변경된다면 학생 스스로 새롭게 커리큘럼을 구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학생에게 부담감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진하는 사례도 있다. 덕성여대는 2020년 신입생부터 대학 전체에 자유전공제를 도입했다. 신입생이 전공을 정하지 않고 인문사회계열, 이공계열, 예술계열 중 하나로 입학해 1년간 다양한 영역의 수업을 수강하는 방식이다. 제1전공, 제2전공 구분을 통해 제1전공으로는 입학한 단과대학 내 전공을 선택할 수 있고, 제1전공으로 전공심화 과정을 밟거나 단과대학 간 교차지원이 가능한 제2전공 이수를 통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또한, 신입생의 전공 선택을 돕는 ‘전공선택 디딤돌’ 대규모 전공박람회를 통해 여러 전공의 교수, 재학생, 졸업생들과 직접 만나 전공 선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행사 이후 사전 전공 선택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전공 선택과 관련한 학생들의 혼란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교는 2023년 기준, 전체 입학 정원 2424명 중 19%에 해당하는 461명을 캠퍼스자율전공으로 모집하고 있다. 본교에 자율전공이 도입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인기 학과 정원 문제, 실기실 부족과 같은 고질적 문제는 여전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사이에서도 자율전공 학생회가 생겼고, 또 학우들의 권익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들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자율전공 학생들이 각자의 전공, 진로 탐색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기반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에 학생들의 관심이 모아져야 할 때다.

박지원, 전현영, 이지원  05ovo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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