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인간은 신이 될 수 있는가?

1. 진시황이라는 위인

헤겔은, “그 시대의 위인이란 자기 시대의 의지를 표현할 수 있고, 그 의지가 무엇인지를 그 시대에 전달할 수 있고, 또한 그것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가 행하는 것은 그의 시대의 정수이자 본질이다. 그는 자신의 시대를 실현한다.”라는 말로 위인을 정의 내렸다. 이 정의에 따르면 위인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유도하고 이를 역사에 관철할 만큼 뛰어난 기량을 갖춘 사람으로 해석된다. 또한, 위인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선하며 정도를 실현하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한편으로는 ‘악인도 위인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중국은 인류 문명의 원류라 볼 수 있는 네 지역의 고대 문명 중, 황허강을 끼고 관중과 중원 땅 위, 5000년 동안의 긴 역사 속에서 자신들의 독자적인 문명을 발전시켜 온 국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중과 중원의 땅 위에 생기고 사라졌던 국가는 수없이 많았다. 특히 수백 년간 이어졌던 춘추전국 시대의 상황을 본다면, 고작 10여 년 만에 춘추전국시대의 막을 내리게 만든 진시황이라는 사람의 행보가 얼마나 위대한 업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는 기원전 230년에 한나라를 멸한 것을 시작으로, 기원전 221년 전국 7웅의 마지막 국가였던 제나라까지 멸함으로써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는 스스로를 천하의 주인이라 여기고 황제라는 세상에 없던 칭호를 만들어 ‘하나의 중국’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세계에 표방했다.

하지만, 진시황이라는 사람의 역사적 평가는 어떠한가? 진시황은 명실상부 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데에 있어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국가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역사가 기록하는 그의 모습에는 위대한 업적을 이룩한 뛰어난 군주의 전형적인 프레임과 동시에 잔인하고 가혹한 전제 군주로서의 부정적인 프레임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그는 아방궁, 만리장성, 진시황릉 등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국고를 탕진할 만큼의 무리한 대토목 공사를 강제로 실행시켰다. 또, 분서와 갱유라는 방식으로 강압적인 문화적, 정신적 통일을 이룩하려 했다. 그뿐인가. 말년에는 영생이라는 비현실적인 꿈을 이루기 위해 불로초를 찾아 잦은 시찰을 나가고, 도사와 신선이라 불리는 자들을 찾아 거금을 들여 조언을 구하는 기행을 보였다. 결국 무더운 여름날 어김없이 시찰을 나간 길에 객사하여 50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한 그였다. 그로부터 4년 뒤, 진나라는 멸망했다.

앞선 헤겔의 위인에 대한 정의에 적확하게 부합하는 사람이 진시황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는 중국 역사에 있어서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정복 군주였고, 중국이라는 나라의 국가 기틀을 설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다만, 비현실적인 업적들을 달성하는 데에 있었던 과정은 그 모든 업적을 차치하고 피의 전제 군주로 낙인찍히기에 충분할 만큼 잔인했다.

2. 영원히 현실을 살길 바랐던 비현실적 이상

진시황이 왕위에 오르자마자 내린 첫 명령은 자신의 능을 건설하라는 것이었다. 영원히 살길 바랐던 사람이 13살의 나이부터 사후를 대비했다는 점이 조금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역사 기록에 따르면 진시황릉에 동원된 노동자의 수가 70만 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능은 그가 죽고 나서도 몇 년 뒤에서야 겨우 완공되어 공사 기간에만 장장 38년이 걸렸다. 잠시 사마천의 <진시황 본기>에 서술된 구절을 보자.

9월, 시황제를 여산에 매장했다. 궁궐과 여러 관리, 진기한 보물들을 가득 매장하였다. 수은으로 여러 개울, 강과 바다를 만들고, 기계로 수은을 주입하였다. 위로는 하늘의 모습을, 아래로는 땅의 형상을 갖추었다. 인어의 기름으로 초를 만들어, 영구히 꺼지지 않게 하였다. 장례가 끝나도 보물 등을 이미 다 감추어 놓자, 묘의 가운데 통로를 폐쇄하고 바깥문도 폐쇄하여 장인과 노예들이 나오지 못하게 하니, 다시는 빠져나오는 사람들이 없었으며, 능에 풀과 나무를 심으니 그 모습이 마치 산과 같았다.

‘다시는 빠져나오는 사람들이 없었다.’라는 구절이 눈에 걸린다. 이 말은, 진시황릉을 건설하기 위해 동원되었던 모든 관계자를 죽여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게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진시황릉이 여산에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으나, 여산이 어디인지 그 위치를 정확히 아는 자가 없어 진시황릉이 발견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죽은 이의 권력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왕조의 건재함을 가시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사용하는 주된 방법은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무덤이나 압도적인 형태의 기념물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이를 생각하면 진시황릉은 과시를 위한 수단으로써 사용되는 고인돌, 피라미드, 타지마할 등의 무덤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시황은 스스로를 황제라 칭하며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전무후무한 지위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역사가 전하는 진시황릉에 관한 기록과 실제로 조각상조차도 세워져 있지 않은 그의 산처럼 생긴 무덤을 보면, 그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무덤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으려는 데에 급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왜 그는 자신의 무덤을 이용해 자신의 위대함과 권력의 건재함을 과시하지 않고, 역사 속에서 잊히길 바랐던 것일까?

필자는 진시황이 영생을 꿈꾸었던 것과 진시황릉을 숨기려 했던 것이 ‘아이러니’라기 보다는 오히려 같은 맥락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궁극적으로 원했던 것을 ‘자신이 천하의 주인인 지금, 이 현실에 영원히 사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죽지 않고자 했던 것은, 현실의 것들을 잃을까 두려웠던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죽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그는 자신이 살아서 누리던 현실의 세계를 완벽하게 재현한 지하 세계를 축조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있어서 자신의 무덤은, 죽은 뒤에 자신이 묻힐 공간이 아니라, 죽어서도 영원히 현실을 살기 위한 현실의 연장선이었을 것이라 본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실제로 자신이 살던 함양의 궁궐과 똑같은 형태의 궁궐을 대략 지하 30m 위치에 4층 정도의 높이로 지어두었다고 한다.

3. 반사실적 비현실, 진시황릉

그렇게 진시황은 자신이 바람대로 사후 세계가 아닌 영원한 현실 공간 속에 묻혔다. 다만, 그의 무덤에 관한 기록은 전해 내려오는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수많은 야사와 음모론이 판을 치게 되었다. 그나마 정사로써 받아들여지는 사마천의 <진시황 본기> 조차도, 사마천이 진나라가 망하고 난 뒤 100년이 지난 시점에 태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진시황릉을 직접 본 사람이 쓴 기록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진시황릉을 꽤 최근까지도 전설에 가까운 존재라고만 치부해왔다. 1974년, 한 마을 주민에 의해 병마용갱이 세상에 빛을 드러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분명 그랬다.

지난 40년간의 발굴을 통해 밝혀진 진시황릉 능원에 대한 전체 규모는 약 70만 평으로 축구장 330개 정도 크기라고 생각하면 대략적인 감을 잡을 수 있다. 흔히들 진시황의 무덤 자체를 토용이 발견된 병마용갱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병마용갱은 보병부대, 기마부대, 지휘부대를 그대로 본떠 만든 1, 2, 3호 갱을 말하는 것이며, 진시황릉과는 1.5km나 떨어진 곳에 축조된 배장갱일 뿐, 정작 진시황의 시신을 안치해두었다는 본릉은 발굴되지 않았다. 아직도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향후 완벽한 복원이 가능한 기술이 생기기 전 까진 후대를 위해 진시황릉의 본릉에 대한 발굴은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진시황릉의 본릉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없다.

사마천의 사기의 서술 중 본릉 내부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면 수은의 강과 바다, 꺼지지 않는 인어의 촛불, 문을 열면 자동으로 발사되는 독이 묻은 화살 등 상식적인 한도 내에서 기원 전의 고대에 이런 기술이 있었을 리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구절들이 많다. 그렇기에 대부분은 진시황릉을 승자가 서술한 역사의 과장이라고 평가절하하기 바빴다. 하지만, 진나라의 군대가 지하 세계에도 존재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병마용갱이 발굴됨에 따라 사실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본릉에 대한 비현실적인 서술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조성되었다. 특히, 최근 연구 결과에서 진나라 시대에 서안까지 수은을 운반하는 배수로 시스템이 존재했다는 점과, 본릉 토양의 수은 농도가 주변 토양과 비교해 20배가량 높다는 점이 밝혀진 사례 등을 들어 <사기> 속 진시황릉의 비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서술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여전히 본릉 내부에 대한 기록이 사실일 리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많아 의견 대립이 팽팽한 상황이다. 다시 말해, 본릉에 대한 발굴이 진행되지 않는 이상 우리에게 있어서 진시황릉은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선에 서 있는 반사실적인 존재인 것이다.

진시황릉은 오랜 시간 동안 잊힌 존재에 불과했지만, 진시황 능원의 발굴은 세계 제8대 불가사의라 불리며 현대 고고학과 역사학계의 한 획을 그은 세기의 발견으로 평가받게 되었다. 한 사람의 무덤만으로 중국이라는 국가의 위상을 세계에 각인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중화민족은 이런 영광을 안겨 준 진시황에게 열광했고, 진시황릉은 그들에게 자부심이 되었다. 그렇게 중국에서 진시황이라는 사람은 위인을 넘어 섬기고 받들어야 하는 신적인 존재가 되었다. 진시황은 자신이 누리던 현실을 영원히 지속하려는 이상을 진시황릉을 통해 실현하였고, 그렇게 비현실적인 존재로만 알려진 진시황릉이 다시 현실 속에 현현하며 진시황은 살아서는 황제로, 죽어서는 신으로 그토록 원하던 영생을 누리게 되었다.

part 2. 인간은 신을 만들 수 있는가?

1. 21 세기, 두 명의 시황제

진나라 이후 약 220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드디어 2022년 10월 16일 현대 중국에 ‘다시 하나의 위대한 중국’이라는 꿈을 품은 시황제가 대관식을 치렀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은 이번 제20차 전국 대표대회에서 총서기로서의 3 연임에 성공하며 사실상 영구 집권의 신호탄을 쏘았다. 독재 정권이 들어서게 될 것임은 이미 그간의 대내외적 행보로 인해 기정사실화된 사항이었다. 다만, 그가 어느 정도의 권력을 손에 쥐고 독재를 할 것인가가 쟁점이었을 뿐이다. 이번 전국 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독재 정권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이었던 집단 지도체제를 완전히 깨부쉈다.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의 상무위원을 자신의 정치적 근간이라 볼 수 있는 태자당의 위원들로만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그 누구도 막아설 수 없는 완벽한 절대 권력을 손에 쥐게 되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중국 역사학계와 정부가 가장 추켜세우는 인물이 바로 전제 군주 진시황이다. 정부 측에서 진시황이라는 인물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부정적 평가에 대한 내용보다는 그의 위대한 업적을 부각하는 서술을 통해 대대적인 역사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다시 혼란스러운 분열기를 맞이하는 중이다. 시진핑 주석의 숙원인 중국몽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소수민족들을 중화사상으로 통합시키고 타이완과 홍콩까지 완벽히 중국화 시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 이 시점에 중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21세기에 걸맞은 소프트 파워의 리더십이 아니라, 진시황이 행했던 강력한 권력을 기반으로 한 강압적인 리더십이다.

2. 권력의 정당성을 찾기 위한 신격화

절대 권력에 대한 반발을 불식시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절대 권력의 정당성을 각인시켜주는 대의적인 명분을 만드는 것이다. 그 명분은 논리성에 의존하기보단 비현실적인, 특히나 검증이 어려운 것일수록 더 강한 정당성을 지닌다. 이 명분을 만들기 위해 절대 권력이 주로 택 방법은 정치와 역사를 결탁시키는 것이다. 인간이 감히 헤아릴 수도 없는 수천 년의 긴 역사라는 시간은 그 자체로 신성하며 인간을 무력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대중의 심리적 공포와 감정을 자극하는 역사 속의 전설 혹은 신화와 같은 반진실은, 진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렇게 진실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을 대중이 자각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탈진실의 진가가 발휘되며, 독재 권력이 세운 국가는 국민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성가신 작업에 손쉽게 성공하게 된다. 히틀러 치하의 나치가 주창한 게르만 신화가 독일 국민을 이끌었던 것과 인도의 집권당인 인도인민당이 힌두교의 신화를 바탕으로 인도 국민들의 종교 단일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것은 각국의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 유구한 인류 역사 속의 한 가지 정치적 패턴으로 자리 잡은 현상이다. 절대 권력 뒤에는 언제나 이 권력을 강하게 뒷받침해주는 ‘민족성의 기원에 의존한 역사적인 신화’가 존재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절대 권력은 역사 속에서 빈번하게 존재해왔다. 꽤 최근에 있었던 절대 권력으로는 서구 열강에 처참히 짓밟혔던 청나라를 중화인민공화국으로 탈바꿈시키며 분열기의 중국을 다시 하나로 통합시킨 마오쩌둥 전 주석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위에 서술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마오쩌둥 전 주석의 절대 권력 또한 마오쩌둥이라는 사람을 우상화하는 것을 넘어, ‘마오쩌둥 신화’로 승격하는 데에 완벽히 성공했다. 중국인들에게 마오쩌둥은 정치계 인사가 아닌,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한 위대한 신으로 칭송받으며 그의 존재는 대륙의 평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의 사진, 흉상, 초상화 등의 상품은 중국인들에게 부화 평화를 가져다주는 부적과 같은 존재라고 한다. 현대 중국 인민들에게 마오쩌둥은, 강력한 프로파간다를 통해 만들어진 신, 살아있으나 비현실적인 존재로 각인되어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을 보여주는 수단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세 번째 중국이 도래했다. 현재 시진핑 주석의 행보는 아이러니하게도 마오쩌둥 전 주석의 행보와 결이 같다. 마오쩌둥 전 주석으로 인해 문화대혁명 시절을 겪으며 그 누구보다도 불운한 어린 시절을 보낸 시진핑 주석이지만, 그는 마오쩌둥이 세운 중국을 뜯어고치는 것이 아닌, 답습하기를 택했다. 중국몽을 실현하려는 시진핑 현 국가 주석과 단 하나의 중국이라는 꿈을 가지고 현대 중국을 개국한 마오쩌둥, 그리고 그런 마오쩌둥이 가장 존경했다고 전해지는 중화 민족 사상의 시작인 시황제.

이러한 중국의 정치적 흐름 속에서 시황제의 존재는 그 어느 때보다 빛나야 하는 것이 당위적이다. 이미 그 자체로 반사실적 비현실성을 지니고 있는 진시황이라는 사람과, 그 사람을 품은 진시황릉은 중국몽이라는 민족주의적 비전에 가장 완벽한 정당성을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진시황은 프로파간다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는가? 진시황이 축조한 자신의 사후 세계는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그 어떤 프로파간다보다 뛰어난 선전효과를 지닌다. 지어낸 이야기에 만들어진 허상을 끼워서 맞춘 것이 아닌,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 물성까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시황과 관련된 역사는 많은 절대 권력자들이 자행했던 현실의 존재를 비현실의 존재로 만들어 신성을 부과하려는 갖은 노력 없이도, 그 자체가 중국인들의 정체성을 대변해준다. 진시황은 중국 인민 정신의 기원이자, 인민이 국가에 충성해야 할 정당한 이유 그 자체이며, 앞으로도 영원한 신으로 믿어야 할 존재이다. 따라서 진시황과 진시황릉은 그 존재만으로도 진실을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는 반진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part 3. 우리가 바라보는 진시황과 진시황릉

단 하나의 중국이라는 중화사상은 고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중화 문명이라는 이름하에 민족과 국가를 결탁시켰고,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민족성이 연속체로서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중국은 지정학적 특성상 끊임없는 북방 민족의 침략을 받아 왔지만, 오히려 이민족들이 언제나 자신들의 개국 정당성을 중화 문명에서 찾음으로써 중화 문명과 중화민족의 정체성을 더욱더 굳건하게 만들어주었다는 특징을 갖는다. 가끔 민족과 민족주의를 근대의 발명품이라 보는 근대주의적 시각도 있지만, 중국은 확실히 근대에 들어서기 이전부터 민족성의 기원이나 다름없는 고대부터 시작된 중화사상을 바탕으로 한 민족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지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중화민족의 민족주의가 특별한 것은 근대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인물이 바로 중국이라는 관념적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하고, 중화사상의 기반을 닦은 진시황이다.

이렇듯, 분명 진시황이라는 사람이 세운 업적은 존경할만하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중화민족이 진시황이라는 사람에 대해 갖는 경외심과, 그가 남긴 역사, 유적에 대한 자부심을 비판할 의도는 조금도 없다. 민족이란 문화 혹은 종족과 국가의 일치라는 말이 있듯, 지금껏 이어져 온 중국이라는 오랜 문명의 연속체가 앞으로도 이어져 나가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위대한 면만 부각해 바라보고 그와 관련한 역사를 정치와 역사의 결탁을 통해 권력이 역사를 지배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중화민족의 역사 속에서 자연스레 신적인 존재로 존경받게 된 진시황은 중화 민족의 원동력으로서 인정되어야 한다고 여기지만, 근대 이후 ‘만들어진 신’으로써의 진시황은 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여전히 많은 구설수에 둘러싸여 있는 진시황릉은 앞으로도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중국에 있어서 중요한 유적일 것임은 틀림없다. 진시황릉의 사료적 가치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음을 정확히 인식했기에 진시황릉이 조금이라도 훼손될 것을 염려해 발굴을 시도하지 않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될 만한 행보다. 이미 병마용갱만 하더라도 잘못된 발굴로 인해 채색이 벗겨지고, 곰팡이가 펴 부식이 진행되는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발굴은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매우 존중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진시황릉과 관련한 설들이 난무하는 상황과 더불어 도굴의 흔적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다. 따라서, 진시황릉이 과연 도굴되지 않은 상태로 온전히 보존된 것이 확실한 것인지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발굴의 시도 없이 ‘도굴의 흔적은 없다’라는 정확한 근거 없는 단호한 대답을 고수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진시황릉을 더 이상 정치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동반되어야 한다. 중국이 역사를 대하는 지금까지의 행보와, 특히 최근 들어 진시황릉을 추켜세우게 된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과연 진시황릉을 발굴하지 않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납득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 만약, 이미 정치적으로 유리한 도구로 전락한 것처럼 보이는 진시황릉을 단순히 자신들의 정당성에 조금이라도 해가 될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기 위해서 발굴하지 않는 것이라면, 이보다 더 안타까운 상황은 없다고 생각한다.

진시황이라는 사람이 만든 역사가 주는 교훈도, 진시황릉 주변의 배장갱에서 발견되고 있는 유물들도 충분히 고대 국가 진나라에 대해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는 점에서는 그 가치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1세기에 진시황의 강압적인 리더십이 재반복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더욱이, 진짜로 그 가치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면, 이와 관련한 역사를 정치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원전의 역사이기에 진시황과 관련된 모든 것들은 전설적인 경향을 띠고 있으면서도 반사실적이다. 부디, 이러한 특성이 악용되어 진시황과 관련된 모든 역사와 유적에 대해 편향된 분석이 내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최수경  waterglasses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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