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여긴 꿈속입니다.

아니라고요?

사실은 현실이에요…

방금 여기가 현실임을 증명하기 위해 볼을 꼬집기도 하고, 스스로 질문도 하셨죠!

그렇다면 여러분은 꿈속에서도 그곳이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있으신가요?

오호 대부분은 인식하지 못하시지만, 꿈속인 것을 아는 몇몇 루시드 드리머 분들도 보이네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지금은 학문의 발전으로 꿈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었지만, 과거에는 꿈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는 달랐어요. 우선 꿈을 인간의 심리, 뇌와 무관하게 해석했던 시대가 있어요. ‘메소포타미아 통치자는 꿈을 꾸고 나면 그 의미를 무녀에게 물어보고 무녀가 해주는 답에 따라 신전을 세우기도, 기도를 드리기도 하였답니다. 3천 년 전 이집트에서는 꿈에 나타난 사물들을 발음이 비슷한 다른 대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하네요.’ 이후에는 꿈을 무시하는 듯한 분위기가 만연했습니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는 다들 음식이 소화가 안 되어서 악몽을 꾸는 것으로 생각했답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인 스크루지 영감은 예전 동업자 유령을 보곤 “자네가 보이다니 고기가 소화가 안 됐나 봐. 덜 익은 감자를 먹었거나.”라고 말했죠.’ 비교적 최근부터는 과학적 지식을 활용해 꿈을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과학자들은 뉴런이 정보를 전기 신호를 통해 전달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1930년, 실험 대상의 뇌에 전기를 가하는 실험을 하자 피실험자들은 헛것을 보게 되었는데요. 이들은 꿈도 이와 마찬가지로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자극이 만들어낸 환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꿈을 그저 비현실적인 의미 없는 것으로 치부한 셈이지요.

이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아들러의 개인 심리학 등의 등장으로 꿈은 심리적인 측면에서 중요해집니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에서 과거의 사건이 무의식을 통해 꿈으로 나타나며, 꿈에는 목적이 있기에 꿈을 해석하면 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꿈에서 보았던 모든 걸 말로 분석하고 압축, 전치, 자유연상을 통해 해석했습니다. 예를 들어 프로이트는 아버지 장례식에 늦을 정도로 아버지를 싫어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이불에 실수하는 것으로 많이 혼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의 꿈에서는 민들레가 보였고 이 민들레가 ‘pissenlit’라는 프랑스어로 생각났다고 합니다. 이 프랑스어를 분리해서 해석해보면 pisser는 소변을 보다, en는 ~에, lit는 침대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아버지의 죽음에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하였으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슬퍼하고 있었던 것이죠. 즉, 프로이트는 꿈의 내용을 분석하면 저 너머에 있는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알프레드 아들러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의 서평을 작성하는 등 프로이트를 따르는 제자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프로이트와 의견이 나뉘어 새로운 분야인 개인 심리학을 창시하게 되었어요. 아들러의 개인 심리학에서 꿈은 개인의 생활양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꿈에는 목적이 있고, 중요한 것은 꿈의 내용이 아닌 감정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평소 위기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사람의 경우에는 위기의 상황에서 돼지 떼가 나오는 기분 좋은 꿈을 꾸게 되지만, 소극적인 사람의 경우에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기분 나쁜 꿈을 꾸게 된다고 합니다.’ 즉, 감정에 따라 앞으로의 일에 대한 본인의 태도가 낙관적인지 비관적인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이죠.

자, 꿈을 대하는 인간의 생각 변천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이제는 꿈 그 자체에 대해 한 번 알아봅시다. 먼저, 우리는 왜 꿈을 꾸는 걸까요? 이는 뇌과학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깨어있을 때 우리의 뇌에서 뉴런은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잠들게 되면 이 활동은 현저히 줄어듭니다. 그러나 잠든 뒤 한 시간 반이 지나면, 뇌의 활동이 깨어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활발해지는 걸 관찰할 수 있는데요. 이때 ‘뇌교’라는 뇌간의 특정 부분이 우리의 몸이 꿈속에서 움직이더라도 현실에서는 움직이지 못하도록 조종하고 있습니다. 단, 눈을 제외하고 말이죠. 이때 우리는 ‘빠른 눈 운동 수면’ ‘Rapid Eye Movement Sleep’, 즉 렘수면 상태에 도달해 꿈을 꾸는 것입니다.

꿈에서는 비현실적인 모든 것들이 당연한 듯 일어납니다. 그 이유는 렘수면 상태에서는 억제력과 인지 제어력을 조절하는 전액골 피질은 활동하지 않지만, 편도선 해마상 융기라는 감정에 관여하는 영역은 깨어있을 때보다도 더 활발해지기 때문인데요, 그렇기에 꿈에서는 하늘을 날 수도, 개미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다음으로, 우리는 왜 잠에서 깨면 꿈을 기억하지 못할까요? 이는 정신을 맑게 하는 물질로 뇌의 기억에 도움을 주는 주의집중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가 우리가 꿈을 꿀 때는 적게 분비되기 때문입니다. 또, 꿈을 꿀 때 우리 뇌 대부분은 대뇌피질이 차지하고 있는데요. 그렇기에 정신작용, 학습, 감각 등에 영향을 주는 신피질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사이의 연결이 약해지게 되고 꿈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앞선 질문에서 꿈을 인지할 수 있는 몇몇 루시드 드리머 분들이 계셨는데요. 루시드 드림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루시드 드림을 꾸지 못하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루시드 드리머들의 전전두엽은 깨어있는 사람 수준으로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또한, 자의식을 담당하는 쐐기앞소엽의 활동도 활발합니다. 즉, 각성 상태와 렘수면이 혼합된 상태라는 것이죠. 비(非)루시드 드리머 분들도 연습을 통해 이런 루시드 드림을 꿀 수도 있습니다. 먼저, 아까 제가 드린 질문을 현실에서 반복적으로 해보세요. “여기 꿈인가?” 그러다 보면, 꿈속에서도 지금 속한 환경을 습관처럼 체크하게 되고, 꿈꾸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죠. 다음으로는 꿈을 기억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매일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꿈을 자세히 기록해 보세요. 이외에도 잠들기 직전 꿈을 기억할 수 있다는 생각과 말을 한 뒤에 잠이 드는 MILD 기억개시자각몽, 잠든 후 5시간 뒤에 일어나서 다시 잠들기 전 자신의 감각에 초점을 맞추는 SSILD 감각개시 자각몽 등 다양한 훈련법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수면의 질이 저하되고 심한 경우 환각 섬망 증세의 악화들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세요!

망각은 신의 선물

모든 행위에는 망각이 내재한다. 철저하게 역사적으로 느끼려는 사람은 잠을 자지 못하도록 강요당하는 사람과 비슷할 것이다. 불면과 역사적 의미에도 어떤 한도가 있는데, 이 한도에 이르면 개인이든 민족이든 문화든 살아있는 것은 모두 해를 입고 마침내 파멸한다.

-Friedrich Wilhelm Nietzsche-

꿈의 기능은 정말 다양하지만, 그중 수면과 더불어 신의 선물이라고 불리는 망각. 망각은 수면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제가 7살 때 계단에서 친구가 저를 밀었습니다. 이가 부서지고 얼굴과 몸에서 피가 났죠. 그 후 2년 동안 저는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서서히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흐려지고 기억을 망각하면서는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있게 되었어요. 망각이 없었더라면 저는 평생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없었을 것이고, 기억이 없었더라면 수없이 계단에서 넘어지는 것을 반복했을 것입니다. 이렇듯 인간의 생존에는 기억이 필수이지만, 인간의 발전에는 망각이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시각 피질, 청각 피질, 후각 피질 등에 흩어진 정보를 해마가 종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억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주 상기시켜 해마의 신경회로 차단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하죠. 망각은 해마가 새로운 기억을 보관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반복 재생되지 않는 회로의 연결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렘수면 상태에서는 해마에 저장된 단기기억을 대뇌피질이라는 장기기억 저장소로 보내게 되는데, 단기기억 중에서 불필요한 정보들을 버리고 저장할 것들을 편집하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꿈을 꾸게 되는 것입니다. 즉, 기억의 장기 저장은 렘수면이 결정하는 것이죠. 특히 꿈은 현실에서 겪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없애줍니다. 렘수면 동안 감정 신호가 뇌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되지 못하고 차단되는데, 특히 부정적인 감정이 더욱 뚜렷하게 차단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미국 수면연구 센터의 실험에서는 ‘배우자와 이혼 혹은 별거 중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수면을 연구했고, 꿈을 꿀수록 결혼에 대한 트라우마를 잘 극복했으며, 우울증도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긴장,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화학 물질이 꿈을 꾸면서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다 괜찮아질 거다.’라는 말이 실은 과학적으로 신빙성 있는 말이었던 것이죠.

기억해야 하는 것을 망각하는 것만큼, 망각해야 하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만약 망각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우리의 인생은 하나의 아픈 기억에 지배당했을 것입니다. 전쟁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은 끊임없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고생하고 범죄의 피해자들은 억겁의 세월을 생생한 기억에 고통받았어야 할 것입니다. 트라우마를 가진 이들에겐 그 기억을 대신할 새로운 기억을 넣어주어야 합니다. 망각을 통해서 말이죠. 또, 역설적으로 망각은 기억에 도움을 줍니다. 우리가 작년 12월 5일 주차장에서 차를 어디에 세웠는지 기억하느라 시간 맞춰 먹어야 하는 약을 망각하는 것은 상당히 합리적이지 못 해 보입니다. 문제가 커질 경우, 우리의 생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게 되는데요. 우리 뇌는 저장공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잊어야 할 건 잊음으로써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합니다. 이런 중요한 역할들을 수면과 꿈이 해주고 있습니다.

즉, 우리는 가장 비현실적인 순간을 통해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많이 자는 사람들을 게으른 이들이라고 여기며, 적게 자는 것을 미덕으로 여깁니다. 공부 자극 명언에는 ‘잠은 죽어서 자자.’ ‘네가 꿈을 꾸는 동안 누군가는 꿈을 이룬다.’ 등 잠과 꿈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치부해버립니다. 단기적인 결과만을 두고 볼 때는 적게 자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으로 보일 수는 있겠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잠을 통해 꿈을 통해 우린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영감, 학습 능력, 인성에 대한 긍정적인 요소들은 질 좋은 수면과 꿈을 통해 나올 수 있습니다. 꿈이 우리의 현실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일에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좋은 꿈 꾸세요!

박시윤  yoon1081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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