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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피플을 향한 첫걸음, 퍼스널 컬러 제대로 알기!
나는 내 또래 남자 친구들에 비해 외모 관리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두 달에 한 번씩은 염색을 하고, 알바비를 받으면 옷 사느라 하루 만에 다 써버리기 일쑤고, 책상 한편에는 온갖 모발 관리 제품, 향수, 액세서리가 즐비하다. 이런 나의 관리 욕구를 한층 더 깊이 충족시켜줄 ‘그것’을 발견한 것은 서점에 갔던 어느 날이었다. 인문학 코너를 살펴보던 내 눈을 사로잡은 책은 바로 ‘퍼스널 컬러’에 관한 서적이었다. 대충 훑어보니 사람마다 자신의 외모의 장점을 더욱 부각해주는 색이 존재하고, 그 색을 찾아주는 진단 업체도 있다고 나와 있었다. 흐음, 이게 진짜라면 내 퍼스널 컬러도 진단받아볼 만한걸?

 

 

< 비포 >

 

어디 가지?

일단, 진단 받을 업체를 먼저 정해야 한다. 이쪽 분야에서 어디가 잘하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으니 그냥 친구가 추천해준 강남역의 웜앤쿨이라는 업체로 가기로 했다. 온라인 예약을 하고 남은 건 기다리는 것 뿐. 예약하기 전에는 별로 실감이 안 나더니, 예약을 하고 나니까 마치 해리포터에서 기숙사 배정 차례를 기다리는 학생이 ‘나는 그리핀도르일까? 슬리데린일까?’하는 것처럼 설레었다. 나는 어떤 색을 퍼스널 컬러로 갖고 있을까?

어떻게 하고 가지?

결국 그 날이 왔다. 아침에 나갈 준비를 하고 옷을 입으려는데, 문득 그냥 아무거나 입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퍼스널 컬러 진단 받으러 가는 날 입는 옷은 의미를 따져가면서 색을 정해야 하지 않겠어? 그래서 결정한 패션은 분홍색 셔츠에 흰 바지. 나는 얼굴이 흰 편이라 밝은 색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머리색은 보라색이었다. 과연 나는 어울리게 색을 배치한 걸까?

 

 

< 렛츠 뚜잇 >

 

1.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본격적인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진단지를 작성해야 했다. 원하는 이미지를 형용사와 연예인으로, 즐겨 입는 컬러와 패턴, 즐겨 바르는 립 컬러를 적도록 되어있었다. 난 튀는 게 좋으니까 이미지는 ‘독보적인’, 연예인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모르겠음’. 즐겨 입는 컬러는 ‘핑크, 파랑, 노랑’ 그리고 패턴은 없는 걸로. 립 컬러는 내 원래 입술 색에 자부심이 있다고 솔직하게 썼다. 입술이 이쁜 남자 유동하.

 

2. 초보자를 위한 퍼스널 컬러

진단지를 작성하고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하자, 퍼스널 컬러가 정확히 뭔지 모르는 날 위해 상담사님이 친절하게 기본부터 설명해주셨다. 정말 성심성의껏 설명해주셨지만 아둔한 동하는 잘 못 알아들었기에 고개라도 열심히 끄덕거렸다. 하지만 색이 몇 가지 요소에 따라 웜톤과 쿨톤, 사계절, 그리고 열두 달로 분류되고, 사람마다 자신을 돋보이게 해주는 톤과 계절의 색이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것 정도는 이해하니 진단받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원래 공부는 제일 중요한 거 하나만 외우면 장땡이다.
캡션 : 웜톤은 노란빛이 돌아서 따뜻한 느낌이 나는 색들이고, 쿨톤은 푸른빛이 돌아서 차가운 느낌이 나는 색들이다.

 

3. 마! 궁합 함 보자

퍼스널 컬러에 대한 소개를 마친 후, 상담사님이 여러 가지 색의 천을 꺼내서 책상 위에 놓았다. 퍼스널 컬러를 어떤 방식으로 감별할지 전혀 예상이 안 갔는데, 천을 보니까 대충 어떻게 할지 예상이... 여전히 가지 않았다. 대체 뭘 하려는 걸까? 마음에 드는 색을 고르게 하려나? 이렇게 혼자 머릿속으로 스무고개를 하고 있느라 방심한 사이에 어느새 내 앞머리는 핀으로 발라당 까여있었다. 이마가 다 드러나야 정확히 감별할 수 있다고 설명을 들었지만 갑자기 열정적으로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한 사진기자 누나 때문에 배로 수치스러웠다. 엉엉엉 난 머리빨인데.. 여하튼 수치스러움을 참으며 뭘 하나 보니까 색깔별로 피부에 주는 효과를 관찰하려고 천을 얼굴 밑에 대보는 거였다. 흠, 신박한걸?

웜톤
색 중 연한 갈색이나 주황색같이 뭔가 가을 낙엽이 떠오르는 색들은 웜톤인데, 얘네를 대볼 때면 질끈 눈을 감거나 거울에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윽, 얼굴이 누렇게 뜨면서 무슨 3일 동안 안 씻은 것처럼 되잖아! 오늘 분명 세수하고 나왔는데. 아니 상담사님, 이런 색 대실 때는 깜빡이 좀 켜고 들어와 주세요.
쿨톤
가을 낙엽 색깔 친구들과 다르게, 파랑이나 버건디처럼 뭔가 차가운 도시가 떠오르는 녀석들은 쿨톤인데, 얘네는 대볼 때마다 참 기분이 좋았다. 오, 생각보다 나 좀 괜찮은데? 수트빨 잘 받을 것 같은 깔끔한 재벌 2세 느낌이야. 헤헤, 이제야 내 숨겨진 본 모습이 나오는군. 난 쿨톤이었던 거야.

 

 

< 애프터 >

 

나 : “쿵!” / 퍼스널 컬러 : “짝!”

집에 와서, 진단이 끝나고 받은 코디 코칭지를 살펴봤다. 일단 내 퍼스널 컬러는 쿨톤, 그중에서 여름 색이었다. 제일 먼저 체크해야 할 건 당연히 아침에 골랐던 옷이 과연 어울리는 옷이었는가! 셔츠는 핑크색, 정확히는 코랄 핑크였는데, 아쉽게도 봄 웜톤이었다. 피부색이 밝다고 무조건 핑크색이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다니, 8시간 전의 나는 색에 대해 아는 게 참 없었다. 다음으로는 흰색 바지. 다행히 흰색은 나와 어울리는 색이었다. 머리색은 터키석 보라였는데, 이것도 나와 어울리지 않는 색이었다. 아아, 바지 빼고는 제대로 된 게 없구나...! 코칭지대로라면 난 소라색, 딸기 우유색, 흰색이 가장 어울리고(베스트 컬러) 검은색이 가장 안 어울리는데(워스트 컬러), 옷장엔 검은 옷이 수두룩하고 가난한 동하는 새로 옷을 마련할 돈이 없다. 아쉽지만 돈이 생기면 꼭 퍼스널 컬러에 맞춰서 옷을 사고, 염색을 하기로 했다. 그래도 계속 이렇게 다닐 순 없으니 지갑에 양해를 구하고 하늘색 하와이안 셔츠를 샀다. 당분간은 이걸로 계속 우려먹고 다녀야지 히히.

 

(좌) 베스트 : 전화번호 안 가르쳐드려요~ / (우) 워스트 : 최소 저승사자

 

 

퍼스널 컬러에 대해 일자무식이었던 내가 진단을 받고 그래도 꽤 패션 센스가 있는 준패셔니스타가 됐다. 아직 원고료가 들어오지 않아서 옷은 못 샀지만, 있는 옷 중에서 최대한 코칭 받은 대로 맞춰서 입고 다녔더니 확실히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진단받기 전에는 눈빛이 흐리멍덩하다거나 피곤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진단 받고 나서는 여기저기에서 산뜻해 보인다는 칭찬을 하더라. 이로써 나는 키 크고 성격 좋고 컬러 감각도 갖춘 진정한 매력 마스터가 되었다. 독자분들은 만약 학교에서 저를 마주치더라도 부디 반하지 마시길. 여하튼 이렇게 자기계발도 하고, 별 할 일 없었던 내 첫 방학에 특별한 스케줄이 생기고, 여러모로 생산적인 경험이었다. 자신의 숨겨진 매력을 발산하고 싶은 당신, 이번 주말엔 두려움을 깨고 퍼스널 컬러를 찾으러 떠나보는 게 어떨까.

유동하  dendongy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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