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0일, ‘모펀 카페 AK & 홍대점’ 측에서 게시한 사과문이 문해력 논란을 불러왔다. 모 웹툰 작가 사인회 당첨자 공지 오류에 관해 ‘심심한 사과 말씀드립니다.’라는 공지에 일부 네티즌들이 ‘나는 전혀 심심하지 않다.’, ‘진심이라면서 심심한 사과.’ 등의 반응을 보이며 ‘심심’이라는 단어를 심심(甚深), 즉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의미가 아닌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일어난 일이다.

문해력 논란은 이전에도 빈번히 화두에 오르곤 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이란 표현에서 ‘초대(初代)’를 말 그대로 ‘초청한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도 유명한 일화 중 하나이다. 이 외에도 3일을 뜻하는 ‘사흘’을 4일, 융통성이 없음을 의미하는 ‘고지식’은 지식이 높다, 서툴고 미숙한 무당을 뜻하는 ‘선무당’은 서 있는 무당으로 오해한 사례들은 인터넷과 SNS상에서 널리 퍼져 많은 이들에게 경악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사례들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실질 문맹률’은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한국의 식자율은 98%로 문맹 인구는 전체의 2%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한국 인구의 98%가 글자를 쓰고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식자율과 다르게 OECD는 한국의 실질 문맹률이 75%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실질 문맹률은 글자를 알지만, 문장은 이해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실질 문맹률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문해력’이다. 문해력이란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문자 언어의 사용 능력을 뜻한다. 그러나 현재 문해력은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에 더불어 ‘글을 통해 의미를 구성하기 위해 사회적 맥락에 요구되는 방식’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이외에도 대구대학교 윤준채 교수는 문해력의 현재 의미가 ‘비판적으로 글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 문해력이 가지는 의미는 실질 문맹률과 직결되는 의미로 결국 ‘문해력이 부족하기에 실질 문맹률이 높다.’라는 것이다.

<EBS 당신의 문해력+>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 중 27.5%가 계약서나 공문서는 물론 신문이나 소설책을 읽고 이해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수준(0~7점)의 어휘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문해력이 낮은 경우 학습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해력 저하는 최근 사회의 골칫거리인 가짜뉴스 식별에도 영향을 준다. '확증편향'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는 경향성으로서 진실과는 상관없이 기존 인식을 강화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확증편향에 휩쓸리지 않고 가짜뉴스를 식별해 내기 위해서는 비판적으로 읽고 검토해 내는 문해력이 필요한데, 문해력이 부족하니 인터넷에서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유의미한 정보를 식별해 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독서량이 감소한 사회의 문해력

현대 사회의 문해력 감소 원인으로 뽑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독서량의 감소’이다. 최근 몇 년간 독서량은 점점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문체부에서 보도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간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과 연간 종합 독서량은 각각 8.2%포인트, 3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중·고교 학생의 경우에는 2019년과 비교했을 때 독서율은 0.7%포인트, 독서량은 6.6권 감소했다. 이례적으로 20대 청년층의 독서율은 2019년에 비해 0.3%포인트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대체로 독서율은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고, 증가했다고 해도 매우 소폭 증가하였다.

조병영 한양대 교수는 독서를 자주 하는 사람의 뇌는 문해 시 고등인지 기관으로서 글을 읽을 때 글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관여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된다고 말한다. 이는 읽기 과정에서 단어 하나를 읽을 때 뇌에서 동시에 수천 수백 개의 뉴런 작업 군이 다발적으로 작용해 읽기 회로를 형성한다는 의견과 더불어 독서 활동 자체만으로도 뇌에 문해력을 증진하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문해력 증진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인은 ‘어휘력’과 ‘맥락 파악’이다. 한국어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장에 쓰인 단어의 올바른 뜻을 알아야 하고, 단어를 알지 못해도 맥락을 읽어 그 문장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휘력과 맥락 파악 능력의 함양은 독서를 통해 이루어진다.

어휘력은 독서를 통해 다양한 텍스트를 반복적으로 접함으로써 향상될 수 있다. 하나의 어휘를 여러 가지 문장을 통해 접하면서 어휘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또한 독서를 통한 사유와 이후에 이루어지는 토론으로 어휘 학습이 가능하다. 이렇게 향상된 어휘력으로 인해 문자 기호를 인식하고 의미를 이해하는 ‘어휘망(mental lexicon)’이 형성되어 문장을 이해하는 것이 더욱 용이하다. 대체로 어휘 능력이 향상되면 어휘를 통한 문장 대조, 비교 등을 통해 문맥 파악 능력도 향상이 되기에 어휘뿐 아니라 맥락 파악, 문맥 파악 능력도 향상된다.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기기 사용이 증가한 사회의 문해력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보고서에 의하면 2021년 6∼7월 전국 중1∼고3 학생 2,81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나의 미디어 이용 시간이 늘었다’는 항목에 6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미디어 사용 시간이 는 만큼 디지털 문해력이 높아진 것은 아니었다. ‘디지털 문해력’이란 디지털 시대에 맞춰 부상한 문해력으로 인터넷에서 찾아낸 정보의 가치를 비판적으로 판단해 내 정보를 목적에 맞게 재조합하고, 더 나아가 이를 통해 합리적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디지털 문해력은 대중의 스마트 폰과 미디어 플랫폼에 사용과 의존도가 올라갔기에 중요한 능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문해력은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최하위권 수준이다. 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만 15세 학생들은 온라인에서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이 25.6%로 OECD 회원국 평균 수치인 54%는 물론, 절반에도 다다르지 못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위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나의 미디어 이용 시간이 늘었다.’ 에 ‘그렇다’고 응답한 학생 중 97.7%, 대다수가 주로 유튜브를 이용한다고 응답하였다. 유튜브는 영상 플랫폼으로서 2022년 5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초중고교 교사 1,1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문해력 수준이 낮은 이유로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에 익숙해서(73%)’가 꼽힐 정도로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문해력과 디지털 문해력 모두 이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여유가 부재한 사회의 문해력

현대 사회는 여유가 부재한 사회가 되었다. 21세기는 디지털 시대로, 인터넷 덕분에 다양하고 방대한 자료에 누구든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정보의 풍요는 다양한 이점을 선사하였으나, 문해력의 측면에서는 악영향을 끼쳤다. 개인이 습득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지니, 이를 짧은 시간 안에 소화하려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에 따라 얕고 넓게 학습하려는 경향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는 깊이 있는 사고를 무의식중에 회피하게 했다. 이런 경향이 굳어지면 깊은 사유를 통한 독서로 문해력을 증진하는 데에 어려움이 생길 우려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유행하는 ‘숏 폼 콘텐츠’와 ‘요약 콘텐츠’ 또한 문해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숏 폼 콘텐츠란 인스타의 릴스, 유튜브의 쇼츠, 틱톡과 같이 10초에서 10분 안쪽의 영상 매체를 이르는 말이다. 현대인의 효율적이고 가성비 있는 시간 사용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빠르고 짧게, 압축적으로 콘텐츠를 즐기려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긴 글이나 기승전결로 구성된 매체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풍조가 나타났다. 긴 글을 세줄로 요약해 달라는 사람들을 이르는 ‘세 줄 요약충’의 등장과 유튜브에서 만화, 드라마, 영화의 완결을 포함해서 요약해주는 영상이 인기를 얻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이 하나의 책을 꼼꼼하게 읽는 것보다 발췌독과 짧은 글 읽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얕고 넓은 지식의 습득이 하나의 사안에 대해 자세하게 탐구하는 것보다 익숙해지고 선호되게 된 것이다. 깊은 사유를 통한 문해력 함양의 기회가 효율적으로,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 여유 없는 현대 사회의 분위기로 인해 상실되었다.

문해력 저하의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여러 국가에서도 문해력 증진을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해 왔다. 그중 공통으로 제시된 방안들이 존재한다. 먼저 문해력 증진교육과 관련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공식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다. 문해력 교육을 위한 법적 지침을 마련하여 강제성을 띠게 되더라도 문해력 교육을 통해 문해력을 증진할 수 있게 하는 걸 목표로 한다. 실제로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는 2022~2023학년도부터 디지털, 오디오, 인쇄매체 등 다양한 매체의 정보를 분석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미디어 문해력을 함양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프랑스의 문해력 증진 전략과 전남교육청은 학생의 문해력이 한 교사가 소수의 학생에게 국어 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통해 문해력을 증진할 수 있다고 보았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절반 혹은 그 이상으로 줄여 교사가 학생에게 더욱 관심을 줄 수 있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특히 의무 교육 기간 중 가장 어린 시기에 취약계층 아동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함이다. 한국 교육부는 문해력 증진을 위해 초등학교 국어 수업 시수를 34시간 늘리기로 하는 행보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위에 제시된 해결방안들은 모두 피상적인 해결책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교육적 측면에서, 초, 중, 고등학생들의 국어 수업시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문해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단순히 국어 수업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맥락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따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디지털 매체가 책, 신문 등의 기존 매체를 대체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디지털 매체가 기존 매체를 대체하게 되면 문해력의 저하도 불가피하다. 문해력이 단순히 책이나 신문과 같은 종이 매체의 문제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추후 디지털 정보 해석과 습득의 문제가 될 것이고, 이미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 문해력과 기성 매체에서의 문해력은 함께 키워나갈 수 있기에 두 분야 모두에서의 문해력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승효  seunghy56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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