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는 ‘산업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슬로건을 내밀 정도로 예술에 강점을 둔 학교이지만, 막상 학교 캠퍼스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말도 많다. 우리 학교 건물들은 정말 별로인 걸까? 건축적 관점에서 캠퍼스를 둘러보자.

1. 인문사회관A

우리에게 ‘A동’으로 더 익숙한 인문사회관A는 1968년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건물로, 본래 용도는 대학원 건물이었다. 김중업은 건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이름이다. 그은 20세기 한국 대표 건축가 중 하나로, A동 바깥에 우뚝 서 있는 기둥들이 김중업의 설계안에서 왔다. A동은 1980년 故 윤도근 교수에 의해 한 차례 증축도 거쳤는데, 날개처럼 옆으로 길게 뻗은 강의동이 이때 설계되었다.

⟡ 빛이 담기는 벽돌

가끔 A동 외벽 벽돌 사이에 들어가 있는 길고양이들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A동 벽돌, 특이하다. 시멘트를 이용해 가운데가 뚫린 벽돌을 만들고 벽돌 4개를 엇갈려 놓아 한 모듈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모듈들은 연이어서 A동 외벽을 덮는다.

건물 외벽의 디자인을 ‘파사드(Façade)’라고 부른다. 본래 파사드는 프랑스어로 얼굴을 뜻한다. 건축의 얼굴이라 부를 만큼 건물의 첫인상에 큰 역할을 하는 게 파사드인 것이다. 그러면 A동 파사드는 어떤 역할을 할까? 시멘트 벽돌을 쓰는 A동 파사드는 2019년 리모델링 공사에서 추가된 부분이다. 가운데가 뚫린 A동 벽돌들은 빛은 끌어들이고 외부의 시선은 한 차례 걸러 준다. 나름의 커튼처럼 기능하는 것이다. 강의실 내부에서 바깥을 보면 벽돌 사이로 햇빛이 선처럼 비치고, 흔들리는 나무들이 보인다.

⟡ 채우기보다는 비우는 것

건축에서 흔히 쓰이는 구성적 수법 중 하나가 ‘보이드(Void)’를 만드는 것이다. 보이드는 프랑스어로 ‘없음’을 뜻한다. 건축에서는 주로 탁 트인 공간을 일컫는 말로, 흔히 2개 층을 뚫어 한 공간으로 만드는 방식을 통해 보이드를 만든다. 도시적 관점에서 광장과 공원 또한 보이드라고 할 수 있다.

A동에서도 보이드가 돋보인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로비와 카페를 비웠다. 보이드는 커튼월(Curtain Wall)과 만나 더욱 극대화된다. 커튼월은 한 가지 건축자재를 돌려쳐 만든 외벽을 뜻하는데, A동 로비와 카페 앞에 있는 유리 커튼월은 보이드와 함께 2층까지도 외부 공간을 끌어온다.

보이드는 사용자에게 중요한 지점에 있다고 느끼게 한다. A동의 보이드는 커피를 마시고,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강의실로 향하는 홍익대 구성원들의 엇갈리는 동선이 모이는 곳이다. 이곳은 휴식의 공간이 되기도, 우연한 마주침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 자연에 가까이, 더 가까이

종종 우리 학교 캠퍼스는 캠퍼스보다 숲에 가깝지 않냐고 말한다. 그만큼 나무가 많다. 나무도 많고 풀도 많고, 길바닥마저도 돌길로 되어 있다. 이런 캠퍼스를 보고 있자면, 자연에 가까운 캠퍼스를 조성하는 게 분명 홍대 캠퍼스를 설계할 때의 큰 가치 중 하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도 A동이 유독 자연에 가깝다. 주 출입구로 들어오면,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것은 또 다른 자연이다. A동 라운지 중앙에는 대나무가 심긴 중정¹⁾이 있다. 작은 외부 공간이지만, 건물 내부에 외부 공간을 넣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게 많다. 외부와 접하는 면적이 늘어나면 당연히 난방비도 더 들고, 평면 면적도 줄어든다. 그런데도 A동은 자연에 최대한으로 다가갔다.

중정을 제외하고도 A동은 외부에 환히 열려 있는 건물이다. 유리창의 크기가 기본적으로 매우 크다. 벽면에서 벽의 비중보다 창의 비중이 큰 정도다. 1층의 강의실보다 2층의 PC실에 유리창이 훨씬 많다는 점도 눈에 띈다. 강의실은 한쪽 측면에만 창이 있는데, PC실은 3면이 창으로 둘러싸여 건물 주변의 나무를 비춘다. 자연이 디지털 작업에서 쌓이는 피로도를 줄여준다.

^{1) 건축물 중앙에 위치한 마당}

⟡ 계단은 계단이기에는 너무 낭만적이다

계단은 실생활에 매우 중요하다. 규모가 큰 건물에서는 엘리베이터를 설계하기도 하지만 엘리베이터 이전에 계단이 있었다. 계단은 건물의 가장 기본적인 수직 통로로 건축물의 수직축을 담당한다.

수직적 구성을 설계할 때 제일 먼저 고려되는 게 계단이지만, 기능적 이유 때문에만 그런 건 아니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의 차이는 무엇일까? 엘리베이터는 타임머신과 같다. 우리는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고,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층에 도착한다. 반면 계단에서의 변화는 느리다. 한 칸 한 칸 올라가면서 눈높이가 시시각각 변하고, 이런 자연스러운 변화를 틈타 건축가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A동 로비의 메인 계단은 보이드를 타고 오른다. 왼쪽으로 통창이 나 있어 A동 앞의 키 큰 나무들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A동 로비 전체가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계단의 폭을 키우고 칸 사이를 띄어 가벼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계단참 옆 벽면에 기부자 명단을 붙여둔 것도 우연은 아니다. 계단을 오를 때 정면 시선이 향하는 곳이 해당 벽면이다 보니, 나름의 전시 공간처럼 이용했다.

⟡ 죽음의 계단은 누가 만들었을까?

이천득관에서 A동으로 올라오는 길에 학생들이 농담 삼아 ‘죽음의 계단’이라고 부르는 계단이 있다. ‘죽음의 계단’이라 한다면 사실 그다지 좋은 계단은 아니겠다. 아침마다 투덜대며 계단을 오르는 학생들이 꽤 많다. 하지만 이 계단, 최소한 건축적 측면에서는 재밌긴 하다.

계단을 설계할 때 기본적으로 두 가지를 고려한다. 첫째, 가로, 세로, 높이가 적절해야 된다. 보통 900*300*180mm 정도를 최소 수치로 잡는다. 둘째, 계단참²⁾이 필요하다. 3m 이상 높이의 계단에서는 계단참 설치가 의무화되며, 일반적으로 한 층을 쉬지 않고 올라가기는 쉽지 않기에, 기준 높이에 미치지 않는 계단이더라도 보통 한 층을 올라갈 때 계단참을 한 개 이상 넣는다.

죽음의 계단이 불편한 이유는 우선 세로 길이가 짧기 때문이다. 올라올 때 계단이 높다고 느낄 때가 많을 텐데 사실 이 계단의 높이는 180mm로 적절한 편이다. 그에 반해 세로 길이는 260mm밖에 안 돼서, 사실상 ‘높은’ 계단이라기보다는 ‘좁은’ 계단이다. 이 계단은 계단참도 부족하다. 칸수가 50개 되기 때문에 죽음의 계단은 한 층보다는 2개 층에 가깝다. 그런데도 계단참은 하나밖에 없어서 단숨에 올라오기 어려운 것이다.

^{2) 계단 중간에 있는 평지 구간}

2. 와우관

2022년 와우관, L동 건물이 리모델링을 마쳤다. 학부 교수님들이 주축이 되어 리모델링을 진행했으며, 설계실이나 내부 공간의 구성, 외관 등에서 큰 변화를 주어 완공 이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와우관은 현재 건축도시대학의 설계실, 세미나실, 디지털제작실 등으로 이용된다.

⟡ 모던함과 세련됨

새로운 와우관의 파사드는 콘크리트 블록을 사용해 모던함을 연출했다. 색이 바랜 검은색의 블록이 한층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스테인리스로 이루어진 캐노피도 분위기에 함께 어우러진다. 캐노피는 건물에 의해 지탱되는 돌출부로, 날씨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실용적 이유 때문에 존재하지만, 건물의 인상을 만드는 연출자의 역할도 겸한다.

1층과 2층은 외관의 모던함을 그대로 이어받는다. 그런 효과를 누리는 데에는 라운지 계단의 역할이 크다. 와우관 전면의 통창 덕분에 계단을 오를 때 캠퍼스가 내려다보인다. 계단 폭도 키워서 밖에서부터 1층, 2층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했다.

⟡ 모호한 공간은 가능성의 공간

본래 라운지란 기능을 한정시키지 않은 공간이다. 라운지는 설계할 때 공간적 효과를 중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도서관이나 미술관의 라운지는 먼 곳을 바라보게 해서 눈의 피로를 줄이며, 영화관의 라운지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기능을 한다.

와우관 라운지는 리모델링을 거치며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에서 학회와 동문 작업 등을 전시한다. 올해는 실내건축학전공 학생들의 졸업 전시 또한 와우관 라운지에서 진행했다. 접근성이 좋은 공간을 활용해서 학생들이 오고 가며 자연스럽게 전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 공간의 조명은 다른 공간과도 차이를 두었다. 과학적 측면에서 볼 때, 보통 학습을 위해 필요한 색온도는 5,000~7,000K 정도의 백색 계열 빛이며. 휴식을 위해 필요한 색온도는 3,000~5,000K 정도의 붉은 계열의 빛이다. 이를 고려하여 와우관의 설계실에는 주광색 조명을, 전시 공간에서는 주백색 조명을 설치했다.

⟡ 캠퍼스의 구름다리

좁은 부지와 건폐율³⁾ 한계로 우리 캠퍼스의 건물들은 서로 가깝게 이어져 있다. 정문의 R동부터 후문의 C동까지 비를 맞지 않고 통과할 수 있다는 속설이 돌 정도이다. 이어진 건물 중에서도 와우관은 캠퍼스 중간에 위치하여, 4층에서 중앙도서관과 제3공학관을, 6, 7층에서 과학관과 제2공학관을 연결한다. 이 때문에 와우관에서는 건축도시대학 학생들뿐만 아니라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학생들 또한 많이 보인다.

특히 J동 설계실과 중앙도서관으로 통하는 4층에 편의 시설을 구성했다. 와우관 편의점, 일명 ‘와편’으로 많이 불린다. 와편은 건물 사이 연결점에 있는 공간이기에 와우관의 다른 공간보다 모이는 사람들도 많고 자유로운 활동이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수다를 떨거나 커피를 마시고, 공동 학습을 진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와편은 보이드로 설계했다. 이어지는 5층까지를 뚫어서 층고를 높이고 개방감을 주었다. 덕분에 디지털 크리틱실로 연결되는 5층의 브릿지도 개방감 효과를 본다. 디지털 크리틱실로 향할 때 탁 트인 와편이 보이고, 층과 층 사이에서 시선을 주고받는다.

^{3)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 한계}

⟡ 와우관에는 캣타워가 있다

많은 건축가는 건물 설계에서 가구 설계도 겸했다. 르코르뷔지에는 ‘가구(Mobilier)’의 개념을 ‘실내 장비(Equipment)’로 규정하고, 건축 설계의 한 부분으로 가구를 인식했다. 가구를 건축을 만드는 장비로 생각한 것이다. 공간에 어떤 가구가 놓이는지에 따라 실내 공간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건축학과 별개로 실내 건축학, 공간 디자인 등 학문이 존재하는 것도 가구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건축적 관점에서 가구는 특정 활동을 유도하는 의미도 있다. 와우관에는 ‘캣타워’가 있다. 와편에 있는 이 가구는 2022년 리모델링을 거치며 새로 제작된 가구이다. 이전에는 빨간 의자들과 테이블만이 있어 카페테리아처럼 보였는데, 제작 가구가 들어오면서 와편은 단순 휴게 공간을 넘어서 북카페도 겸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 생긴 가구는 한옥처럼 넓은 마루가 있어 앉아서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핸드폰 충전 포트까지도 달려있다. 장난스러운 이 가구는 와우관 편의점의 분위기를 한층 더 가볍게 만든다.

⟡ 창의적인 생각은 창의적인 공간에서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가장 주목받았던 사항은 설계실 구성의 변화였다. 기존 와우관 설계실은 작은 교실처럼, 10개 내외의 책상들이 방마다 나누어져 있었다.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방을 나누던 내벽을 대부분 제거했다. 새로 생긴 설계실은 크리틱 라운지와 크리틱 룸, 작업용 데스크를 분리했다. 작업용 데스크는 구글 본사 등에서 보이는 열린 작업실의 구성을 보인다. 이런 구성을 핫데스크라고 부른다. 한 사람에게 한 책상을 배정하기보다는 지정된 자리 없이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만들고 공간 효율을 높였다. 덕분에 새로 생긴 오픈 스튜디오에서는 분반과 학년이 다른 학생들도 쉽게 교류할 수 있게 되었다.

와우관이 다른 건물보다 개방되어 보이는 이유가 내벽이 적기 때문만은 아니다. 비밀은 노출 천장에 있다. 천장재를 뜯고 배관을 노출하여 층고가 더욱 높아 보이게 만들었다. 열린 공간은 학생들이 소통하며 창의적인 생각을 이끄는 배경이 된다.

3. 청춘마루

홍대 거리와 홍익대학교의 연관성은 ‘캠퍼스 타운’과 연관 지어 설명할 수 있다. 영미권 대학에서는 대학과 지역이 상호협력적 관계를 맺고자 학교 공간을 단순 교육기관으로 보지 않고 공간적 경계를 마련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이를 위해 대학은 지역 내 건물 및 부지를 확보하여 캠퍼스 영역을 확대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홍대 거리가 사실상 홍익대학교의 캠퍼스 타운을 조성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홍대 거리를 학교의 공식 캠퍼스라 할 수는 없으나, 학교의 정체성 중 하나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 도시에는 광장이 필요하다

걷고 싶은 길 방향으로 한 번이라도 걸어봤다면 누구나 청춘마루를 지나쳤을 것이다. 흰색과 노란색, 통유리로 이루어진 외관은 왁자지껄한 길 위에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대한민국 젊음의 한 축인 홍대에 존재감을 내보이며 2018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2019 서울특별시 건축상을 움켜쥔 ‘KB락스타 청춘마루’(이하 ‘청춘마루’). 이곳은 홍익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님들의 설계 아래 재탄생한 공간이다.

국내 100대 유동 인구 지역으로 꼽히는 홍대 거리는 특히 관광객과 젊은 연령층이 모이는 곳이다. 그러나 유동 인구에 비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적다는 홍대 지역의 특수성을 건축가들이 포착했다. 청춘마루의 모토는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공공공간의 제공’이다. 청춘마루 작품 설명서를 보면 광장을 대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설계의 주안점이었음을 알 수 있다. 형태보다는 관계에 초점을 두고 층간 구분을 애매하게 만들어 공간을 섞었다.

⟡ 역사가 남겨진 건물

청춘마루는 과거-현재가 공존하는 소통의 장이다. 현재 있는 청춘마루는 2018년 리모델링을 거치며 크게 변화했지만, 기존 건물의 흔적도 남아있다. 이전에 있던 국민은행 서교동 지점은 1976년 김수근 건축가의 공간 건축 사무소가 설계했다. 김수근 건축가는 김중업 건축가와 마찬가지로 20세기 한국 대표 건축가로 평가받는다. 앞서 소개한 김중업 건축가가 인문사회관A를 설계했음을 생각해 보면 홍대 캠퍼스에 20세기 건축의 주축이 남아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김수근이 설계한 국민은행 건물은 열주⁴⁾ 방식과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이루어졌다.

건축가들은 종종 새로운 건물을 설계하는 것보다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게 어렵다고 말한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없앨 것인가. 김수근이 설계한 국민은행 서교동 지점은 근대 건축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는 건물이었다. 청춘마루를 설계할 때 기존 건물의 파사드과 내부 계단, 기둥, 벽과 바닥의 일부를 남겼다. 무조건적 재건설을 선택하기보다는 20세기 당시의 도시 기억을 간직했다.

^{4) 일렬로 세워진 기둥}

⟡ 모든 계단은 공간

청춘마루의 큰 특징은 샛노란 색의 계단이다. 덕분에 청춘마루가 휴식 공간이자 문화 공간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계단의 형태가 마치 카펫을 접어놓은 것 같다. 노란 계단이 차곡차곡 접혀서 1층에서 옥상까지를 하나로 연결했다. 하나의 동선을 만들고 양옆은 뚫어 뒀기에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금세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도시적인 동선을 연상케 하며, 청춘마루는 도시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내부로 이끈다.

계단은 단순히 통로의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다. 건물 안쪽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그 자체로 공간이 된다. 계단은 청춘마루의 공연 및 강연과 같은 이벤트를 위한 좌석이 될 수도 있고, 사색이나 소소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쉼터가 될 수 있다. 크고 작은 사건의 장인 셈이다.

⟡ 나를 보고 도시를 보다

지하 1층에는 세미나실과 무대 공간이 자리한다. 지하 1층에 있는 스테인리스 칸막이벽은 세미나가 지니는 특성인 가변성을 고려한다. 스테인리스는 그 특성상 주변 사물을 은은하게 반사한다. 이는 세미나실에 앉아있는 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어렴풋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계단 광장의 천장도 스테인리스로 구성했다. 특히 스테인레스 슈퍼 미러를 사용했다. 슈퍼 미러는 금속이 거울과 같은 성질을 가지도록 가공한 것으로, 거울처럼 기능하면서도 금속의 단단함은 유지해 건축 자재로 많이 이용된다. 거울이 공간의 한 요소로 자리할 때 주는 인상은 강렬하다. 공간이 넓어 보이는 연출을 할 수 있을뿐더러 이용자를 건물의 일부로 비춘다. 청춘마루를 방문하는 이들은 누구나 자신의 표정을 볼 수 있다.

건물 내부 층계가 문화적 공간 혹은 소통의 장으로 기능한다면, 옥상은 홍대 거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만들어 도시와의 연결성이 짙다. 옥상은 홍대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또 다른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글_정휘진, 홍기수, 김언지 그림_정휘진  challenz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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