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방송 작가, 음악 평론가 그리고 학교에 다니고 있는 배순탁입니다.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일 학과 석사로 재학 중이세요. 전공이 직업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으셨나요?
언젠가는 공부를 좀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대학원에 간다면 어디로 진학해야 할까 고민도 많이 했는데, 어차피 제가 하는 일이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거다 보니까 문학 관련해서 공부해도 손해 볼 게 없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음악 분야가 기본적으로 영어 자료를 많이 읽어야 해요. 한국어 자료 같은 경우는 번역이 잘못됐다든가, 사실이 왜곡된 것들이 많기 때문에 되도록 영어 자료를 찾는 게 좋거든요. 그러다 보니 전공이 직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기보단 결론적으로 직업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됐죠.
신해철의 노래로 음악에 관심을 가지셨다고 들었습니다. 작가님의 학창 시절 혹은 대학 생활이 궁금합니다.
지금의 BTS처럼 유행했던 가수가 있을 거 아니예요. 제 10대 시절에 신해철 씨 같은 경우는 워낙 인기가 많았죠. 문화생활을 즐기는 데 제약이 있던 때였어도 CD를 한 장씩 사서 돌려 듣곤 했어요. 스트리밍 서비스로 모든 걸 찾아 듣는 요즘과는 달리 접근성이 좋지 못하니까 그거 외에는 아무것도 들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돈을 아끼고 모아서 하나씩 사 모은 거죠.
대학생 때는 저를 포함한 대부분이 공부를 엄청나게 열심히 하진 않았어요. IMF라는 아주 큰 위기가 있었음에도 어떻게든 잘 되겠지 생각했고 실제로 다 어떻게든 잘 됐어요. 그리고 저는 어릴 적부터 기업 취직이 아니라 이쪽을 생각하고 따로 공부했거든요. 당시에 원서를 사서 음악의 역사를 같이 공부하는 모임이 있었어요. 원서를 강독하고, 음악 듣고 글을 쓰면서 차근차근 기초부터 알아갔죠. 학교 공부는 열심히 안 했어도 필요한 걸 찾아서 계속 해 나갔었던 것 같아요.
음악적 취향은 10~20대 사이에서 멈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신만의 음악적 취향이란 어떻게 가꾸어 갈 수 있을까요?
연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우리는 30대 중반이 넘어가면 새로운 걸 찾아 듣지 않아요. 부모님이나 삼촌을 보면 알 거예요. 인간은 원래 그렇거든요. 관성에 따라 자기가 하던 거, 익숙한 걸 계속하려고 하잖아요. 자기가 경험한 10대, 20대 사이의 문화에 대단히 많은 영향을 받고 그걸 평생 가져가는 거예요.
그래도 무언가를 새롭게 받아들이고 싶다면 반복하고 적응하면 됩니다. 처음에는 힘들 수 있지만 내 스타일이 아니어도 어느 순간 적응하면서 괜찮다고 느껴지는 포인트가 와요. 내가 너무 좋아했던 음악도 그런 포인트가 오면 어느 순간 그만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너무 좋아했던 노래는 일부러 아껴 들어요. 동전의 양면 같은 거예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하셨어요. ‘좋은 음악’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대중음악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모두에게 알려진다는 것’이에요. 널리 알릴 수 있는 것도 권력이거든요. 그래서 흔히 알려진 3대 기획사는 엄청난 자금과 홍보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어요. 어떻게 보면 끊임없이 기존 권력이 권력을 재생산하는 구조죠. 그래서 소외되었지만 좋은 음악을 알리려고 노력합니다. 하루에 스포티파이에 등록되는 곡 개수가 최소 4만 곡이거든요. 그러면 일주일에 30만 곡까지 돼요. 일주일에 만 곡이 뭐예요, 새로운 노래는 10곡도 못 듣는데. 인간이 소화할 수 없는 수준이잖아요. 그리고 남아 있는 클래식 음악부터 현재까지의 음악과 지금 발표되고 있는 음악을 더하면 음악은 무한대라는 결론이 나와요. 그 와중에 취향이라는 게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서 우리가 듣는 음악들은 완전히 달라요. 따라서 순위를 매기는 건 내 주관을 잘 설득하는 거지 절대 객관은 없어요. 실시간 차트도 수많은 사람의 주관적 선택을 합산한 다음에 수로 변환한 거잖아요. 주관의 덩어리가 아무리 커져도 그것이 객관이 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래도 지표를 몇 가지 꼽자면 음악의 완성도, 시대의 흐름을 잘 타고 있는가 아니면 아예 시대와는 무관하게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구축했는가 아닐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중음악의 트렌드를 무시할 순 없으니까 팝 분야에서는 적극적으로 아이돌 음악을 다룹니다. 그렇게 한 명이라도 더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을 찾아서 헤매는 거죠.
모교에서 ‘인문학초청강연’으로 후배들을 만나는 자리를 가지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너무 뻔한 얘기 하면 재미없잖아요. 그런데 또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얘기를 하면 안 돼요. 그래서 제 세대에도, 어린 세대에도 유효하게 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요즘 시대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시대잖아요. 예전 시대와 지금 시대의 달라진 환경 속에서 변하지 않은 가치, 그런 것들을 얘기하려고 하는 거죠. 무조건적인 희망 이런 건 사기죠. ‘나는 하니까 됐어.’는 내가 아니라 ‘네’가 해서 된 거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이 대학 졸업하면서 한 일들이 언젠가는 바탕이 되어 주고,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고, 여러분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분명히 뭔가 도움이 되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어쨌든 삶을 긍정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잖아요?
강연 중 “최고 수준의 지능이란 상반된 생각을 동시에 마음에 두면서도 그 상태를 지속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한 것이다.”라는 말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우리 인간 세상이라는 건 딱 이분법으로 나눌 수가 없어요. 쉽게 설명하면 우리는 정치적인 입장을 좌우로 보잖아요. 모든 사람에게는 우 성향에 관해서 좌측인 입장이 있고, 좌측인 입장에 우 성향인 측면이 분명히 있어요. 찾아보면 안 나올 수가 없어요. 우리는 되게 모순적인 존재예요. 상반된 입장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그런 능력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도 진짜 많아요. 그러니까 자꾸만 그런 것들을 좀 더 생각하게 되고, 한 사람, 한 사람 인간의 개별성을 먼저 생각하게 되면서 함부로 말할 수 없게 되는 거 같아요. 서로 혐오하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디스크자키(DJ), 작가, 평론가 등 다양한 직업으로 살아가고 계세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이유나 원동력이 있을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예요. 저도 음악에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걸 제외하면 모든 걸 계획하지 않았어요. 결국에는 나의 자유 의지로 100% 선택하는 건 거의 없어요. 하다 보니까 기회가 생기고, 하다 보니까 어느 정도 못 하지는 않아서 계속하게 되고 이런 식이거든요. 그래도 그 바탕에는 내가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었죠. 기회가 다가왔는데 백지상태면 오래 할 수 없거나 아니면 아예 시작조차 못 했겠죠.
그 원동력은 그나마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그다음은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해결하는 게 가장 큽니다. 제가 사고 싶은 것들을 사고, 하고 싶은 것도 어느 정도는 하고, 크게는 아니지만 누리고 싶은 것들도 어느 정도는 누릴 수 있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크게 불만은 없는 것 같아요. 모든 선택은 그다음이죠. 결국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게 생각보다 크게 대단한 것 같지는 않아요.
음악 웹진 <IZM>의 기고에서 시작하여 음악 라디오 작가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라디오 작가로 일하게 된 계기와 프로그램 구성 과정에 대해 궁금합니다.
방송 작가 아카데미는 보통 되게 비싸요. 그런데 저는 아카데미가 아닌 <IZM>을 비롯한 다양한 곳에서 글을 쓰다 보니까 어떤 방송국 피디가 음악 관련 방송 원고를 써야 한다고 저한테 연락이 온 거죠. 그러니까 이것도 어쩌다 보니까 하게 된 거예요.
라디오 프로그램은 매일 원고를 써요. 매일 일상에서 주제를 끌어오는 거죠. 원고는 보통 한 번에 쭉 쓰고 수정은 잘 안 하는 편이에요. 어떤 글이든 멈췄다가 다시 쓰는 글보다 한 번에 쓴 글이 더 좋거든요. 원고에 맞는 선곡을 하고, 그다음에는 신청곡들을 보면서 넣을 수 있는 곡들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만약 없으면 그냥 제가 틀고 싶은 곡들로 배정하는 거죠. 배철수의 음악 캠프 같은 경우는 황금 시간대인 저녁 6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광고가 제일 많이 붙는 시간이거든요. 요즘같이 팝을 안 듣는 시대에 팝을 트는 방송이기 때문에 아주 대중적으로 선곡합니다. 예전에는 라디오에서 틀어지는 음악이 유행했는데, 이제는 라디오가 유행하는 음악을 트는 시대니까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라디오라는 매체가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라디오라는 매체에 가치를 두고 애정을 갖는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라디오가 굉장히 대세였던 시절을 경험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애착이 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일을 오래 하다 보니까 저절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가장 큰 건 실시간으로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물론 지금 유튜브 이런 것들도 다 실시간 소통을 하잖아요. 그런 거랑은 좀 달라요. 훨씬 더 감성적이에요. 정서적인 만족감이 다른 매체보다 더 크지 않나 싶어요. 예를 들어 지방에서 택시 운전을 하시는 분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분들이 제 방송을 들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다시 한번 알게 된 게, 자정에 제 방송이 나가고 있을 때도 일하고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정말 많다는 거예요. 내가 모르고 있던 걸 알 때보다 내가 되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걸 의외로 까먹고 있었구나 상기할 때 아주 놀라워요.
여담으로 나중에 직장에 들어가면 더 잘 알게 되겠지만, 내가 하는 일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일하는 사람이랑 안 맞으면 진짜 짜증 나거든요. 같이 일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중요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일을 계속하는 거기도 하고요.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30년 이상 된 장수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사랑받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아무래도 당연히 드문 일이죠. 보통 작가들은 프로그램을 6개월에서 1년마다 바꾸는 경우도 많거든요. 근데 저는 한 프로그램을 15년 정도 했으니까 굉장히 성취감도 있고요. 사실 라디오 프로그램이 30년쯤 됐다는 거는 디제이의 몫이에요. 다 필요 없고 디제이가 매력적이어야 뭐라도 해볼 수 있는 포맷이 라디오거든요. 프로그램을 오랜 기간 지속할 만큼 디제이도 스스로 노력하셨고, 본인의 본래가 좀 매력도 있고. 그런 것들이 큰 것 같네요.
작가님께서 직접 진행하시는 <배순탁의 B side>는 숨은 명곡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홍익대학교 학우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개하고픈 노래가 있을까요?
하나는 ‘신해철 – 길위에서’입니다. 저에게 신해철은 단지 뮤지션이 아니었습니다. 신해철 이전까지 음악이라는 건 그저 즐거움, 쾌락을 위한 도구였는데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제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인생의 큰 형 또는 스승 같은 존재였죠. 특히 이 곡이 그랬습니다.
또 하나는 ‘이소라 – 금지된’이라는 곡이에요. 이소라는 가요계에서 가장 탁월한 작사가 중 한 명입니다. 그중에서도 이 곡의 시적인 폭발력은 굉장한데요.
검은 밤이 내 진의를 숨쉬게 하면 / 얕은 잠이 새 밀회를 꿈꾸게 하면 / 음험한 얘기들 못내 그리고 / 선행의 시간들 다 멈추니 / 내 고귀한 이성이 매를 높이 들어/ 나를 병들게 해 숨이 막히는 죄의식 / 저 원칙의 엄숙이 자를 높이 들어 / 나를 미치게 해 줄에 매인 시간들
가사를 곱씹으면서 들어보면 좋겠습니다. 곡 속 화자가 얼마나 처절한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겁니다. 작곡은 정재형이 했어요. 훌륭하죠. 멜론에 이 곡이 실린 앨범에 대한 제 비평이 있으니 궁금하시면 읽어보세요.
라디오 작가와 진행자 역할을 모두 경험해 보면서 느끼신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디제이(진행자)가 훨씬 어렵죠. 작가는 일단 보조의 역할이잖아요. 기본적으로 책임감이 있어야 해요. 솔직히 작가로 일할 때는 청취자들에 대해서 별생각이 크게 없었던 것 같아요. 청취자들에 대해서는 그냥 방송 들어주는 사람들? 땡큐. 이 정도. 근데 디제이가 되니까 ‘이렇게나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고 놀랄 때가 있어요. 만약 제가 그 방송의 작가였으면 그렇게 또 안 놀랐을 거예요. 입장 자체가 다른 것 같아요. 서 있는 자리가 변하면 생각도, 마음도 변하잖아요.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다른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무비건조>, <방구석 1열> 등 영화 관련 리뷰나 비평으로도 활동하고 계세요. 라디오 프로그램을 꾸려가면서 다방면의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떤 도움이 되나요?
진짜 창조적인 영감 같은 것들은 한 분야에서만 오진 않아요. 저는 박사과정을 밟지 않고 아카데미 과정을 밟잖아요. 근데 박사 과정에서 공부하는 것들을 보면 모든 분야를 연결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돼요. 영문학 공부도 사실 대학원 들어오면 철학 공부를 같이 해야 하거든요. 이것처럼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하나만 알고 있는 것보다 다른 인접한 분야를 아는 게 도움이 많이 돼요. 게임 하나만 알고 있는 것보다 게임하고 게임 음악을 같이 알고 있는 게 훨씬 유리한 것처럼 말이죠. 방송 연예계 혹은 대중문화 분야에서 일하려면 압도적으로 깊은 거보다 얇고 넓은 게 좋습니다. 음악은 한 우물로 밀도 있게 가되, 다방면의 문화를 얇고 넓게 알고 있어야 해요. 왜냐하면 청취자가 그 얘기를 할 테니까.
평소 평양냉면을 굉장히 즐기신다고 들었습니다. 저서 <평양냉면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면 괜찮아져>를 집필하게 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소셜 미디어에 평양냉면에 관한 글을 굉장히 많이 썼는데 어느 순간 제가 좋아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 돼 있었고, 그러다 보니까 시리즈 중에 ‘평양냉면’을 제가 써주면 좋겠다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었죠. 음악이랑 엮어서 가능한 주제들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과감하게 쓰게 됐는데 다행히 잘 됐습니다. 참고로 저는 을지로 우레옥을 추천하긴 합니다. 막 별맛이 없어요. 처음 먹으면 심심하고 아무 맛이 안 날 수 있는데, 계속 먹다 보면 자극적인 것보다 덜 질리는 그런 것들이 있어요. 꼭 먹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평양냉면을 먹는다고 미식가는 아닙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최선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대잖아요. ‘노력해봤자 안 될걸?’ 이런 식의 경향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시대를 맞는 게 당연히 여러분의 책임은 아닙니다. 김혜수 씨가 한 말이 있어요. “정말 내가 뭔가를 해내기 위해서 죽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면 그 어떤 상황이라도 나한테 100%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무조건적인 긍정은 해롭지만, 내가 정말 미친 듯이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가 처참하지만은 않을 거란 거죠.
두 번째는 한 20년 지나서 알게 됐는데, 인생이라는 거 정말 순식간입니다. 나중은 없으니까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많이 하세요. 이 세상에는 재밌는 것들이 많아요. 되도록이면 얇고 넓은 사람이 됩시다. ‘경박’이라는 단어가 있잖아요. 가볍고 얇은 건 되게 안 좋게 보죠. 근데 저는 그게 꼭 안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이동성이 좋아지거든요. 이동성이야말로 진짜 중요한 시대인데 나 자신도 여러 가지 것들에 이동성을 갖고 있어야죠. 내가 내 자신이 될 수 있는 영역을 많이 만들어 놓으세요. 우리는 일하면서 끊임없이 소외되거든요.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됐지’ 이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러니까 그게 영화든 음악이든 뭐든 상관없으니까 딱 하나라도 진짜 내가 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소외로부터 잠깐 벗어나는 시간을 하나쯤은 갖고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일을 오래 할 수 있어요. 거기서 에너지를 충전해서 일을 하고, 다시 또 좋아하는 걸 하고. 어차피 우리가 100% 만족하는 일이란 없거든요.
김영원 wonvely02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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