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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농부! 식용식물 키우기

“아- 귀농하고 싶다. 나도 저렇게 시골에서 소박하고 작은 집에 살면서 농사짓고 살고 싶어. 야, 우리 다 때려치우고 귀농할래?” 요즘 친구와 티비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누는 이야기이다. 도시의 바쁘고 숨 막히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귀농의 꿈을 가져본 적이 있을 터, 하지만 그 전에 농부의 자질을 한 번 시험해볼 수는 없을까? 내 안의 잠자던 농사꾼 기질을 깨워 줄 취미, 그래서 준비했다. 집에서 식용식물 키우기!

 


어떤 식물을 키워볼까?

 식용 식물(식용 작물)이라 하면 굉장히 광범위하다. 우리가 매일 먹는 쌀과 밀가루를 주는 벼, 밀부터 시작해 감자, 고구마, 또 고기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쌈 채소, 샐러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방울토마토나 요리의 향을 살려주는 허브까지. 아무리 농부의 자질을 시험한다 해도 집에서 본격적으로 벼나 감자를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인데, 도심 속 우리 집에서도 수확의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입문 단계인 만큼 취미 삼아, 부담 없이 베란다나 창틀에서 쉽게 키울 수 있는 식용 식물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1. 상큼한 샐러드 채소 - 드레싱만 있으면 샐러드가 뚝딱!

1) 새싹 채소   난이도 : ★☆☆

 샐러드나 음식 데코레이션에 자주 쓰이는 채소이다. 흔히 알려진 새싹 무순 외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키우는 방법은 동일하기 때문에 원하는 종을 고르면 된다. 사계절 재배 가능하고, 심은 지 약 일주일 만에 수확할 수 있다. 하루 3~4번 정도 분무기로 물을 주어야 하고, 싹이 트기 전까지 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의점이 있다. 물에 적신 거즈와 컵, 반찬 통 등의 용기만 있으면 잘 자라기 때문에 가장 쉽게 기를 수 있는 입문용 채소라고 할 수 있다.

2) 방울토마토   난이도 : ★★☆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채소이다. 비타민C 함량이 높아 건강에도 좋다고 하는데, 직접 키워서 톡톡 따 먹는 재미까지 느껴보자! 사계절 재배 가능하고, 씨앗부터 심으면 4달, 모종부터 심으면 2달 정도가 걸린다. 화분에 씨앗이나 모종을 심고, 물은 흙을 만져보고 말랐다 싶을 때 주면 된다. 어둠을 좋아하는 성질이 있어 싹이 나올 때까지 빛을 가려줘야 하고, 곧게 자랄 수 있도록 나무젓가락 등으로 줄기를 받쳐주어야 한다. 열매가 빨갛게 익으면 바로 따서 먹을 수 있다. 

 

2. 사랑으로 키우는 허브 - 내 요리의 향을 부탁해!

1) 바질    난이도 : ★★☆

 국민 허브라 불리는 바질. 이탈리아 요리와 잘 어울려 여러 군데 넣어 먹을 수 있고, 비루한 자취방 파스타도 과장을 조금 보태 레스토랑 파스타로 만들어 줄 수 있는 허브이다. 사계절 재배할 수 있고, 씨앗부터 2~3달이면 수확할 수 있다. 싹이 날 때까지 신문지로 덮어주어야 한다. 금방 쑥쑥 자라는 편인데, 잎이 작을 때가 맛이 좋으므로 길이가 5cm가 넘지 않을 때 수확하는 것이 좋다. 물을 하루 이틀 간격으로 줘야 하고, 진딧물 등이 잘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2) 루꼴라    난이도 : ★★☆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허브인데, 바질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요리에 자주 쓰이며 키우는 방법도 바질과 같다. 피자, 샐러드 등에 어울리고 약간 매운맛이 난다. 역시 사계절 키울 수 있고, 씨앗부터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면 수확할 수 있다. 키우는 과정도 간편한 편이지만 마찬가지로 진딧물도 잡아줘야 하고, 물도 자주 줘야 한다. 시금치 모양으로 잎이 길어지면 먹을 수 있는데 어린잎일 때 먹어야 이 낯선 허브의 알싸한 매력에 입문하기 쉽다고 한다.

3) 오레가노    난이도 : ★★★

 토마토소스와 잘 어울려 파스타 등에 넣어 먹기도 하고, 분말로 만들어서 후추처럼 뿌려 먹을 수도 있는 허브이다. 계절 상관없이 키울 수 있지만 다 자라기까지 씨앗부터 서너 달 정도로 다소 오래 걸린다. 성장이 느리기 때문에 좀 더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씨앗을 심고 싹이 트고 나면 본 잎이 올라오고 색이 진해지는데, 이때부터 액체 비료를 한 달에 두 번 줘야 한다. 물은 역시 하루 이틀마다 줘야 하고 줄기가 늘어지기 시작하면 필요한 만큼 잎을 따서 요리에 넣어 먹으면 된다.

 

3. 리얼 ‘쌈’ 마이웨이, 쌈 채소 - 나의 육식메이트!

1) 상추    난이도 : ★☆☆

 고기 하면 상추! 키워 먹는 상추는 사 먹는 것보다 좀 더 연한 식감이 매력이라고 한다. 사계절 잘 자라지만 더위에 약해서 무더운 한여름은 피해서 기르는 것이 좋다. 씨앗부터는 두 달, 모종부터는 한 달 안에 수확할 수 있다. 씨앗부터 키울 땐 줄기가 서 있을 수 있도록 관리가 필요하나, 모종부터 키우면 쑥쑥 잘 자라서 쉬운 편이다. 하루 이틀에 한 번씩 물을 주고, 쌈을 싸 먹을 정도의 크기가 되면 겉의 잎부터 수확하면 된다.

2) 깻잎    난이도 : ★★☆

 육식에 상추 파가 있다면 깻잎 파도 있는 법. 상추보다는 어렵지만, 깻잎도 물론 집에서 기를 수 있다. 역시 무더위를 피한다면 사계절 기를 수 있고, 씨앗부터 석 달 정도 길러야 한다. 모종보다는 보통 씨앗으로 심는다. 씨앗을 심고 싹이 틀 때까지 빛을 차단해주고, 물은 하루 이틀에 한 번씩 준다. 떡잎이 나고 본 잎이 자라면서 키도 커지기 시작하는데, 역시 원하는 크기가 되면 아래쪽 가장자리 잎부터 수확하면 된다.

 


키울 준비하기!

대강 어떤 식물들이 있는지 알아보았으니 이제는 직접 키워볼 차례이다. 고민 끝에 바질, 방울토마토, 루꼴라를 키워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 성공적인 첫 수확을 위해서는 농부의 마음가짐 외에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 집에 있는 물건을 활용할 수는 없을까?
 식물에게 첫째는 무조건 빛이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공간이라면 식물을 키울 수 없다. 집에서 식물을 키우기가 어려운 이유는 창으로 들어오는 적은 양의 햇빛만으로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 베란다 창틀로 공간을 정했는데, 통풍이 잘되지만 동향이라 아침에만 잠깐 햇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최상의 조건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악조건 따위 사랑으로 극복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단 키워보기로 한다. 
 다음은 화분이다. 꼭 제대로 된 화분에서 키워야 하는 것은 아니고, 집안에서 흔히 쓰는 용기들을 활용할 수 있다. 밑바닥에 물이 빠질 구멍만 뚫어주면 스티로폼 박스, 반찬 통, 우유 팩, 페트병, 일회용 그릇 등 어느 것도 화분으로 만들 수 있다. 다만 작은 화분을 사용하면 나중에는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주어야 하므로 크게 자라는 식물을 키울 땐 크기가 큰 용기나 화분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나는 원래 집에서 화초를 키우던 화분들도 쓰고, 페트병을 잘라서 화분으로 만들어 사용하기로 했다.  
 식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흙은 ‘마사토’와 ‘상토’ 혹은 ‘분갈이용토’이다. 마사토는 화분의 물 빠짐을 원활하게 하는 흙인데, 자갈이나 굵은 모래로 대체할 수도 있다. 상토는 채소 재배용으로 나오는 가벼운 흙으로, 흔한 분갈이용토를 사용해도 괜찮다. 또 식물은 씨앗 혹은 모종부터 기를 수 있는데, 빠른 기간 안에 수확하고 싶다면 모종을, 좀 더 보람을 느끼고 싶다면 씨앗을 선택하면 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분갈이용토와 바질, 방울토마토 모종과 루꼴라 씨앗을 구매했다. 

 


키워보았다!

6월 17일 - 바질과 방울토마토 모종을 심었다. 집에 있던 화분 두 개에 자갈을 깔고, 구입한 분갈이용토를 담았다. 흙의 촉감이 매우 좋다. 모종이 들어갈 만큼 파주고 모종을 심은 뒤 잘 덮어준 다음 물을 흠뻑 줬다. 둘 다 상태가 좋아서 관리만 잘 해주면 금방 수확할 수 있을 것 같다.

6월 19일 - 루꼴라 씨앗을 심었다. 페트병으로 화분을 만들어보았는데, 인터넷에서 본 두 가지 모양으로 만들었다. 흙을 담고 씨앗이 들어갈 구멍을 작게 파준 뒤, 한 구멍에 4~5개 정도 심어주었다. 그 후 물을 흠뻑 줬다. 씨앗을 하루 정도 물에 불리면 좋다고 하는데, 생략해도 무방하다고 해서 그대로 심어보았다.

6월 22일 - 루꼴라 씨앗이 싹을 틔웠다! 조그만 떡잎들이 고개를 내민 모습이 귀엽다. 바질은 어린잎들이 한층 커졌고, 방울토마토도 마찬가지다. 방울토마토 이파리에선 은은하게 토마토 향이 나고, 바질 잎에서도 향긋한 허브 냄새가 난다. 이대로만 잘 커 주기를 바라며 물을 성실하게 주는 중이다.

7월 6일 - 오랜만에 식물들의 사진을 찍어보았다. 거센 장맛비를 며칠 내리 맞았지만 다행히도 순탄하게 잘 크고 있다. 바질은 키가 많이 커졌고, 이파리들도 크기가 커지기 시작했다. 방울토마토 모종에 달린 채로 왔던 열매들도 노랗게, 빨갛게 익기 시작했다. 곧 수확의 때가 다가올 것 같다. 루꼴라 싹들도 키가 많이 커졌고, 떡잎들 사이로 동그란 본잎들이 하나둘씩 올라오고 있다.

7월 9일 - 루꼴라 싹에 약간씩 구멍이 뚫려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심각하지는 않아 보여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씨앗부터 키운 조그만 루꼴라 싹들에 정이 많이 가서 그런지 걱정이 된다. 방울토마토 열매들은 곧 수확해도 될 만큼 빨갛게 익고 있고, 바질도 순탄하게 잘 크고 있음에 안도했다.

7월 13일 - 방울토마토 첫 수확! 조그만 열매들이 완전히 익어서 수확을 했다. 파는 것보다야 훨씬 작지만 빨갛게 잘 익은 여섯 방울이들의 사진을 마구 찍어댔다. 난 이 친구들을 먹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본능적으로 먹어버린 뒤였다. 작지만 맛은 시중의 토마토만큼 달고 상큼했다. 직접 키워서 얻은 열매라 뿌듯했고, 다음번의 수확을 더 기대하게 됐다.

7월 21일 - 집을 오래 비우는 바람에 오랜만에 화분들을 들여다보았다. 무더위에 시들해지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바질 이파리들이 약간씩 처져있었다. 더위 먹고 늘어지는 건 사람이나 식물이나 마찬가지구나. 얼른 기운을 차리라고 시원한 물을 흠뻑 주었다. 그래도 못 본 새 전부 훌쩍 자라 있었다. 잘 자라줘서 대견한 내 새끼들!

7월 27일 - 아침에 나가서 화분을 확인하자마자 ‘오늘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오늘은 수확의 날! 저번 방울토마토에 이어 오늘은 바질과 루꼴라 싹을 수확했다. 보람찬 마음에 엄마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수확의 기쁨이란 ‘짜릿함’이고, 늘 새롭다. 방울토마토는 저번 수확 이후 키가 굉장히 커졌다. 또 다른 열매를 맺기 위해 꽃을 피웠고 한구석에는 어느새 아기 열매도 맺은 걸 보니 곧 두 번째 수확이 있을 것 같다.


 수확한 식물들로 무언가 해 먹자, 라는 생각에 오래전 수확한 토마토를 제외하고 바질과 루꼴라로 집에서 토마토 파스타를 해 먹어 보았다. 바질은 먹을 만큼 따서 장식용을 남겨 두고 나머지는 다져서 소스에 넣어 향을 냈고, 아직 새싹 단계인 루꼴라는 맛보기의 의미로 완성된 파스타 위에 살짝 얹었다. 바질 특유의 은은한 허브향이 토마토소스와 잘 어우러져서 요리의 완성도가 평소보다 한층 높아진 것 같았다. 루꼴라는 연한 향에 맛은 맵싸하면서도 톡 쏘는데, 사람으로 치면 은근히 새침한 매력이 있는 느낌이다. 내가 만든 파스타는 실제로 맛있기도 했고, 농부의 보람이 더해져서 더 맛있었던 같다.

 

 

무더웠던 올여름, 무사히 수확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직접 먹을 수 있는 식물들을 기르고 요리로 해 먹었을 때의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런 일종의 자급자족 행위에서 왠지 모를 희열을 느끼며 진정 이것이 나의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부농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아! 사실 그보다는 내 일상에 찾아온 변화가 더 의미 있었다. 초록 이파리 같은 것은 자세히 볼 일도 없었는데, 일부러 창을 열고 바깥바람을 쐬며 식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럴 때면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꼈고, 어느새 나의 소중한 일과가 되었다. 내가 찾은 진정한 힐링 취미, 식용식물 키우기. 오늘도 나는 앞으로의 수확을 위해 화분에 물을 준다.

김예지  remarkableride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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