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숲을 횡단하며 많은 나무를 보았다. 나는 빠르게 걸으며 눈을 흘겨 지나치는 것들을 훑었다. 무수한 산책이 반복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 속은 잔상으로 가득 찼고, 나는 길도 목적지도 잃어버렸다. 산책은 나의 숨이 끊어질 때까지 끝나지 않을 텐데.

 우리는 평생을 걷는 숲의 산책자다. 수많은 숲을 통과할 때, 우리는 멈추지 않는 시간 속 발광하거나 날카로운 것들을 멈출 수 없는 시선으로 흘긴다. 그리고 그러한 산책에는 정의할 수 없는 힘이 개입한다. 대개 힘은 그 자체로 순수하고 불완전하다. 우리는 각자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그러한 힘에 방향성을 부여한다. 문제는 우리의 목적지는 전부 서로 다른 곳을 가리킨다는 점이다. 나도 숲 속의 나무들도 전부 다른 속력으로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움직인다. 그렇게 우리는 중간 지점에서 잠깐 마주칠 뿐 이후 다시금 흩어진다.

‘어라. 그게 빛났던가. 그게 거칠었던가.
그들도 나와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던가.’

우리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도록 시간은 우리에게 가속력의 방향성 부여를 강제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모든 시선은 불필요한 관성으로 가속한다. 무고한 것들은 무분별한 가속도에 의해 그렇게 희미해지거나 딱딱하게 말라버린다. 숲의 입구로부터 이미 멀리 와버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재를 헤아리기 위해 역가속을 발걸음 속도에 거는 일이다.

현재는,
/ 과거와 미래를 이루는 편린들의 합이다.
// 순방향과 역방향의 공존이다
/// ‘나’와 ‘우리’를 가능케 하는 시공간적 총체다.

과거 혹은 미래를 향한 힘의 방향성은 우리가 설정한 서로 다른 목적지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현재에 사는 우리가 양옆에서 끌어당기는 힘들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산책자인 우리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두 발을 감싸고 있는 신발의 앞코를 어느 방향으로 뻗을 지 고민하는 것. 그리고 관성적 걸음을 멈추기 위해 역가속을 걸어 걸음의 방향을 반대로 틀 것. 시간을 내어 걸어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가 볼 것. 무엇이든 오래도록 바라볼 것.

홍기수  rltn03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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