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먼저 나왔을까? 신호등이 먼저 나왔을까?

보스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갱의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고갱은 인간에 대한 깊은 고뇌로 이 거대한 크기의 그림을 타히티 섬에서 완성했다.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고갱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우리의 뇌를 닮은 또 하나의 미스터리한 존재를 만들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이 존재를 우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혼란이 가득하다.

1. Chat-GPT는 어디에서 왔는가?

Chat-GPT를 만든 곳은 Open AI로, 작은 비영리단체에서 시작했다. 관심받지 못한 작은 비영리 단체는 어떻게 세계를 놀라게 했을까.

Open AI

Open AI는 대형 언어 모델(LLM)을 개발하고, 오픈소스 형태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소다. 구글과 같은 빅 테크 회사들 대부분이 폐쇄적인 환경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지만, Open AI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소스 코드를 제공하는 오픈 소스 환경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회사이기에 다른 인공지능 개발사와는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다. 테슬라가 전기자동차를 상용화하고 시장 크기를 키우기 위해 2014년 특허권 200여 건을 모두 오픈 소스로 공개하며 테슬라 내부 기술 사용을 허용한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공개함으로써 대기업이 독점하는 범용 인공지능의 출연을 막고, 여러 사람에게 소규모 인공지능 개발을 돕겠다는 취지다,

2015년 사장인 그랙 브록만의 주도하에 샘 알트만, 미라 무라티, 일리야 수츠케버 등이 경영진으로 설립된 회사이며 일론 머스크와 아마존 등의 자본을 투자 받아 설립되었다. 설립 당시 공동 창업자들의 투자 금액은 1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Open AI는 막대한 자본 아래 시작했다. 이 회사는 비영리 단체의 성격으로 설립된 회사이기에, Chat GPT가 배포되고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지금도 여전히 비영리 단체인 Open AI LP와 영리 기업인 Open AI inc의 두 체제로 경영되고 있다.

Chat GPT는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Chat- GPT는 2018년 첫 번째 버전인 GPT-1의 배포로 그 시작을 알렸다.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GPT-2가 공개되었다. 이 두 모델은 일상생활에 활용할 만큼 우수한 자연어 처리 모델은 아니었다. 매개변수의 수가 버전 1일 때 보다 2일 때 1억 개에서 15억 개로 대폭 증가하였음에도 실생활에 유연하게 이용할 정도의 기술을 갖추지는 못했다. 하지만 전례 없이 빠른 발전 속도와 전무후무한 자연어 처리 기술임은 확실했기 때문에 학계는 일찍이 GPT-1과 GPT-2 모델에 굉장한 놀라움을 표하고 있었다.

이후 2020년에 출시된 GPT-3와 2022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GPT-3.5는 이전 모델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인 1750억 개라는 매개변수 수로 인류가 만든 가장 우수한 대형 언어 처리 모델이 되었다. 2023년에는 유료 서비스인 GPT-4를 공개하며 수많은 기업과 API 체결을 맺는 등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게다가 자연어 처리 모델과 함께 생성형 인공지능이라고 불리는 DALL-E라고 불리는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도 꾸준히 연구하고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2. Chat GPT는 누구인가?

2022년 11월에 배포된 생성형 모델 Chat-GPT는 놀랍게도 2021년에 이미 모든 학습을 마친 상태였다. 이 인공지능은 학습 완료 이후 약 2년 뒤에 세상에 배포되어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 말을 다시 해석하자면, 우리는 2년 전 과거의 인공지능 모델을 보고 이렇게 큰 충격과 영향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곧바로 발표된 Chat GPT 4.0 버전은 더 높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유료 지원이라는 방식을 통해 인공지능 격차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지금부터는 자연어라 불리는 인간의 말을 가장 유연하게 구사하는 Chat-GPT에 대해 알아보자.

LLM? 생성형 AI?

LLM은 Large Language Model의 줄임말로 한국에서는 거대 언어 모델이라고 불린다. LLM 이란 쉽게 말해 Open AI의 Chat GPT와 Google의 Bard와 같은 챗봇에 기반이 되는 알고리즘을 의미한다. Chat GPT는 생성형 인공지능인데, 이런 생성형 인공지능은 인터넷상에서 검색창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프롬프트에 쓴 명령에 대한 응답으로 텍스트, 이미지 혹은 기타 미디어를 생성해 낸다. 생성형 AI 모델은 입력 훈련 데이터의 패턴과 구조를 학습한 후, 비슷한 특성을 가진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하게 되는데, Chat GPT의 경우 앞서 설명했던 대형 언어 모델이라는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개발되었기 때문에 인간의 말을 가장 유연하게 구사하는 인공지능이 된 것이다.

GPT가 지금의 GPT가 되기까지

인간의 말을 인식하고 생성하는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는 1950년부터 시작되었다. 냉전 시대 구소련의 러시아어로 쓰인 논문을 빠르게 영어로 판독하기 위해 자연어 처리에 자연스레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당시 컴퓨터 기술은 이미 인간의 수학 문제 풀이 능력을 가뿐하게 뛰어넘었기 때문에 인간의 또 다른 우수한 능력인 언어 처리 분야에서도 컴퓨터를 이용해 그 능력을 모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자동으로 언어를 번역해 주는 컴퓨터를 개발하는데 6개월이면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언어능력을 가진 컴퓨터를 개발하는데 6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기계가 인간 언어를 모방하기 어려운 이유는 말에 순서가 있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다시 말해, 너무나도 복잡하고 맥락 없이는 해석되지 않는 인간의 언어는 기계가 병렬적으로 데이터를 인식해서는 모방할 수 없다. 그러므로 초기 전문가들을 일일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씩 컴퓨터에 인식시켰다. 예를 들면, ‘이것은 고양이야’, ‘이것은 컴퓨터야’라는 명령어를 통해 모든 데이터를 컴퓨터에 하나씩 알려주고 있었다. 이 작업은 비효율적이고, 효과적이지도 않았다.

이후 시간이 흘러 기계학습과 딥러닝 분야가 발전하게 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인간이 컴퓨터에 직접 데이터 값을 하나씩 주입 교육하지 않고서도 기계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기술력이 확보되었다. 그런데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빅데이터’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물을 인식시키기 위해 사물의 사진을 몇 장을 학습시켜야 하는지, 간단한 문장을 생성하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분량의 텍스트가 필요한지 전문가들은 가늠하지 못했다. 이후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며 ‘빅 데이터’라 불리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축적되었고, 결과적으로 컴퓨터는 인간에게는 무한한 양으로 다가올 만큼의 거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구글의 ‘트랜스포머’ 알고리즘 기술은 대화형 인공지능 개발에 특히 핵심적인 공헌을 하게 되었다. 다른 생성형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사물을 인식하는 인공지능이나, 그림을 그리는 인공지능의 경우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하며 사진 속 픽셀을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학습 속도도 빠르고 발전 속도가 눈에 드러나기 쉬웠다. 하지만 인간의 언어는 아무리 많은 양을 학습시켜도 기계가 이해하기에는 큰 한계가 있었다. 이미 애플의 siri나, 마이크로소프트의 bing처럼 빅 테크 회사들이 내놓은 챗봇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을 보더라도 그 한계점을 체감할 수 있다. 그러던 와중 구글이 내놓은 트랜스포머는 수천억 단위의 데이터만 확보된다면 아무리 긴 문장도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히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트랜스포머는 집중 점수라는 개념을 도입해 문장이 일부만 주어지더라도 다음에 올 단어를 예측하여 문장을 생성하는 알고리즘이기 때문이다. 미리 모든 문장에 대한 어순을 코드화시켜두어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Chat GPT는 구글이 개발한 ‘트랜스포머’를 이용하여 방대한 양의 인터넷 텍스트를 학습했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5살

Chat GPT는 인간의 역사에서 두 번째로 찾아온 인공지능 변곡점을 열었다. 이미 한차례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해 인공지능의 위력을 확인한 바 있지만, 알파고는 자연어 처리 모델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인공지능인 데다가 일상생활에 사용할 용도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아니었기에 충격이 오래 가지는 못했다. 그에 반해 여러 빅 테크 기업에서 다양한 챗봇 서비스를 제공해 왔음에도 Chat GPT 만큼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하고, ‘대화가 통한다’라는 느낌을 주는 똑똑한 인공지능은 없었기 때문에 그 파급력이 더 크게 다가왔다. 특히 Chat GPT는 구글에 쌓인 2021년까지의 데이터를 모두 학습한, 말 그대로 대부분의 인간 평균 지능을 가뿐히 뛰어넘는 우수한 두뇌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Chat GPT가 일반인보다는 뛰어나고 교수보다는 부족한 지적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니 웬만한 사람들이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무엇이든 높은 수준의 답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Chat GPT가 거짓말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점이 인공지능의 문제점으로 끊임없이 거론되며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Chat GPT에게 수학 계산을 시키거나, 물리 상식에 관해 물어보면 틀린 대답을 하기 일쑤다. 또 간단히 추론할 수 있는 삼단논법과 같은 방식을 이용하는 논리 퀴즈에서도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다. 그 이유는 챗 지피티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학습한 인공지능이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말을 훌륭하게 묘사하는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이지, 수학 문제를 푸는 데 최적화된 인공지능이 아니라는 말이다. 당연히 추론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 그러므로 아주 전문적인 지식이나 사고력이 있어야 하는 문제에 대해 Chat GPT에게 묻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Chat GPT는 ‘인간의 말을 유연하게 하는’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임을 기억하자.

하지만 Chat GPT는 다른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인공지능과 결합할 때 모든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이미 법률이나 교육 분야에서는 각 분야에 특화된 기존의 인공지능과 Chat GPT를 결합시키는 방식이 이용되고 있다. 사람과 대화가 통한다고 느끼게 하는 인공지능의 강점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3. Chat GPT는 어디로 가는가?

배포 이후, Chat GPT는 수많은 반향을 불러왔다. 빅 테크 기업 출신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끝도 없이 우려를 표했으며, 여러 저명한 학술자도 인공지능이 불러올 암담한 미래에 관해 이야기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빅 테크 회사들의 움직임과 일상의 편리함을 느끼는 혜택 받는 이용자들이 늘어가며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Chat GPT 이용자 수 증가율이 인스타그램 이용자 수 증가율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진 Chat GPT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 기술을 두려워하는 사람의 격렬한 대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우린 기회인지 위기인지 모를 이 기술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혼란의 혼란

확실히 Chat GPT의 위력은 인간의 특징과도 같았던 언어를 완벽에 가깝게 구사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금껏 영화에서나 보았던 자의식을 가지고 사람과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과의 구분이 어려운 인공지능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Chat GPT를 규제할 아무런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은 우리 사회에 Chat GPT와 비슷한, 혹은 그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이 쏟아질 것이라는 점에 있다.

Chat GPT가 나온 지 겨우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는 이 인공지능이 어떻게 활용되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보일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확실한 것은 이전보다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점뿐이다.

교육계와 학계에서는 학생들이 Chat GPT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관한 커리큘럼 수정에 돌입했고, 마케팅 분야는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Chat GPT와 함께 효율적으로 구성할 것이며 지금껏 기술 시장을 선도해 온 구글이 그 자리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을지 마이크로소프트에 내줄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큰 규모의 범용 인공지능을 막자는 비영리적 공익 추구 회사였던 Open AI가 만든 Chat GPT가 오히려 가장 큰 규모의 범용 인공지능으로써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뒤바뀔 시장

지금껏 인공지능이 인류를 놀라게 했던 사건은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겼을 때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대부분의 회사가 사회의 윤리적인 규율을 지키고, 자신들의 기술에 확신을 가지기 전까진 선보이지 않겠다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Chat GPT 공개 이후로는 가장 보수적인 태도였던 구글까지 인공지능 기술을 개방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단순히 Chat GPT와 같은 생성 인공지능 분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IT 회사에 GPU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회사들은 물론, 인터넷 검색 시장과 앱 개발 시장 등 IT와 관련한 모든 회사가 죽기 살기로 변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SNS에 주력하던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은 회사명을 Meta로 바꿔 메타버스 시대에 발맞춰 나가겠다고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Meta-AI로 다시 한번 사명을 변경하고 인공지능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Chat GPT 배포 다음 날 코드 레드를 외친 구글은 ‘AI First’를 선포하였고, 늘 구글에 뒤처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Bing에 Chat GPT를 도입하려는 계획으로 Open AI에 막대한 자본금을 투자했다.

단순히 유연한 대화가 가능했던 Chat GPT에는 플러그인 시스템을 이용해 그동안 Chat GPT가 해낼 수 없었던 아주 전문적인 분야를 마스터한 인공지능과 컴퓨터 프로그램이 결합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Open AI는 이러한 플러그인 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작업이 계속된다면 검색엔진의 필요성이 사라지며, 인공지능의 프롬프트에 원하는 바를 적기만 하면 내가 자료를 선별하지 않더라도 정확하고 효율적인 결괏값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받는 대신 Chat GPT 안에서 구독을 통해 많은 앱이 제공하던 서비스를 대신 이용할 수 있게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읽어보면 20년 가까이 세계 IT 시장의 주도권을 쥐었던 구글은 이제 어떤 회사에 의해 운명이 바뀔지 모를 일이다. 기회는 위기이자 위기는 큰 기회이기도 하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2023년에 열린 테드 콘퍼런스에는 트렌드에 걸맞게 인공지능과 관련된 수많은 연사들이 저마다의 강연을 펼쳤다. 오픈 AI의 설립자인 그랙 브록만은 직접 Chat GPT를 사용하는 모습을 강연 도중 보여주며, Chat GPT가 가져올 희망찬 미래에 대해 피력했다. 하지만 뒤 이어 등장한 워싱턴대학교 컴퓨터 공학과 최예진 교수는 정반대의 입장을 펼쳤다.

지금 상황처럼 큰 규모의 인공지능 연구가 지속된다면, 자연히 정보 격차에 따른 기술력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빅 테크 기업의 독점이 유지될 것이라는 비판이었다. 최예진 교수는 인공지능이 분명 우리 삶에 많은 편리함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인공지능이 올바르게 연구되기 위해서는 작은 규모의 인공지능이 모두에 의해 개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을 학습하기 위해 필요한 크고 좋은 사양의 GPU, 막대한 양의 데이터 대신 자본이 부족한 대학교 연구소와 작은 회사들에도 작은 규모의 인공지능이 연구되어야 AI의 위험성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공지능이 불러일으킬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최예진 교수가 주장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늘 새로운 기술이 몰고 오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어 왔고, 우리 인류는 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우리가 그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과 함께 살면서도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지 않을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신호등보다 먼저 발명되었다.

처음 포드사에서 모델 T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 우리 세상에는 신호등이 없었다. 그렇게 모델 T는 깜빡이조차 달지 않은 신호등 없는 거리의 무법자를 자처하며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바야흐로 발명이 필요의 어머니가 되어버린 시대다. Chat GPT를 필두로 그동안 기업들이 폐쇄적으로 개발하던 인공지능인 이제 범용 인공지능이 되길 꿈꾸며 앞으로의 20년을 선도하게 될 방향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작은 규칙부터 큰 인프라까지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해결되겠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미래를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수경  waterglasses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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