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에 버려지는 개 10만 마리, 그중 2만 마리는 안락사당한다. 이러한 숫자가 보여주듯, 우리 사회가 동물을 상대하는 태도는 참으로 잔인하다. 단순히 ‘귀여워서’ 한 생명을 데려오고, ‘귀찮아서’ 그 생명을 버린다.

유기견의 삶

일명 ‘공장’으로 불리는 번식장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품종의 개가 사람들이 더욱 선호하는 크기와 특징에 맞춰 생산된다. 번식장의 환경은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열악하고 잔인하다. 번식장의 개들은 일명 ‘뜬장’에 산다. 뜬장이란, 바닥까지 철조망으로 엮어 만든 장으로 배설물이 그 사이로 떨어지도록 만들어졌다. 물론, 아무도 치워주지 않는다. 뜬장에서 사는 개들은 평생 해를 볼 수 없고 바람도 맞을 수 없다. 땅을 밟아본 적도 없다. 썩은 배설물과 끓는 구더기 위에서 또다시 강제로 출산할 뿐이다. 정상적인 출산도 아니다. 어미 개들은 단기간에 반복하여 강제로 임신과 출산을 당한다. 새끼를 낳아도 품에 안을 수 없다. 그러다 늙으면 버려지거나 죽임당한다. 이러한 불법 번식장이 전국에 약 4천 개가 있다. 각 번식장에는 100여 마리 이상이 살고 있으니, 약 40만 마리의 개가 이렇게 태어나고 죽는다.

이렇게 태어난 개들은 어미 개에게 기본적인 교육도 받지 못한 채 경매장으로 간다. 경매장에서는 일주일에 약 5천 마리가 거래되어 펫샵으로 팔려 간다. 길을 걸어도, 마트에 가도 즐비한 펫샵. 이 때문인지 펫샵의 야만적인 운영 구조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펫샵과 개 농장은 하나의 유기체이다. 잘 가꾸어진 펫샵의 귀여운 강아지 이면에는 개 농장의 어미 개가 존재한다. 펫샵에서는 A4용지만 한 공간에 개를 전시해 둔다. 이들이 6개월이 될 때까지 팔리지 않으면 다시 번식장으로 돌아가거나, 경매장으로 팔려 간다. 펫샵에서 누군가 개를 사 가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언제 버려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누군가 개를 고의로 유기할 때 들이미는 변명은 “개가 짖어요.”, “배변 훈련이 잘 안 돼요.”, “산책이 귀찮아요.”와 같이 논리에 비약이 가득하다. 이들은 대부분 예쁘고 귀엽다는 1차원적인 생각만 하고 개를 키우기 시작한다. 뒤따를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무책임하게 데려온 만큼 개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 제공되고, 개는 적응하지 못한다. 그러면 이들은 개가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개를 유기한다. 개를 위해 귀찮음까지 감수하고 싶지 않고,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을 생각은 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문제점은 반려동물을 액세서리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개는 생명이다. 기분이 좋거나, 아이가 생일 선물로 바라거나, 단순히 귀엽다는 이유는 한 생명을 책임지기 위한 모든 희생을 감내할 수는 없다. 당연히 ‘액세서리’에게 매일 산책을 시켜줄 의욕도 없고 엄청난 비용의 병원비를 감내할 의지도 없으며 제대로 된 훈련은 제공되지 않는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나쁜 주인만 있을 뿐이다.

갖은 변명으로 개를 유기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양심은 중요하다. 개를 유기하지만, ‘적절’한 장소에 유기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휴게소와 고속도로, 나의 무책임을 책임져 줄 유기견 보호소에 버린다. 실제로 유기견을 안락사시키지 않는다는 한 보호소에서는 이 사실을 악용하여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보호소에 개를 유기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주소를 비공개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렇게 버려지는 개만 한 해에 약 10만 마리다.

유기당한 개들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유기된 이후 대부분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로드킬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거나 굶어 죽는다. 간혹 야생 생활에 적응하여 들개가 되기도 한다. 만약 운 좋게 누군가 신고를 하거나 포획되어 보호소에 들어간다고 가정하자. 그렇다고 해서 개들이 계속 보호소에서 살 수는 없다. 매일 같이 물밀듯 들어오는 유기견이기에 입소한 지 10일 내외로 안락사당하곤 한다. 최근에는 안락사 공고일을 채우지도 않은 채 안락사를 해버리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 해에 안락사당하는 개 2만 마리에 달한다. 게다가 포획, 보호, 안락사하는 데에 드는 비용은 100억 원 이상이 사용된다고 하니, 애꿎은 개의 목숨과 비용 모두가 버려지고 있는 형국이다.

만약, 운 좋게 유기견이 보호소에서 입양되었다고 해도 문제는 끊이지 않는다. 이미 한 차례 유기된 개를 다시 입양하는 것은 정말 큰 책임이 따르는 일이다. 기존에 파양된 이유와 더불어 파양으로 인한 정서적 불안 때문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재입양 견주는 보통의 견주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시간과 돈 그리고 애정을 쏟아부어야 한다. 유기견 입양을 통해 반려견 규봉이를 만난 법학과 3학년 엄규원 학우와 유기견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홍익대 법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엄규원입니다. 두 살 반인 진돗개 규봉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2. 규봉이의 입양을 결심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처음부터 유기견을 입양하고 싶었습니다. 보호소에 있는 한 마리의 강아지가 입양된다면 입양된 강아지뿐만 아니라 안락사 리스트에 오른 다른 강아지에게도 살 기회가 주어지거든요. 저는 단 한 마리의 생명이라도 살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규봉이를 입양하기 전, 규봉이는 이미 안락사 리스트에 오른 아이였고 안락사 공고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때 저는 규봉이를 입양해야겠다고 결정했고 그 후 가족들과 상의를 통해 규봉이를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3. 규봉이는 유기견에서 반려견이 된 강아지인데, 처음 입양하셨을 때 이와 관련해서 트라우마 등과 같은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규봉이는 가족 외에 다른 사람들이 자기 몸을 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제 가족도 규봉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규봉이가 마음을 연 것이지요. 다른 사람이 만지려고 하면 바로 피해버려요. 사람 손을 잘 타지 않습니다. 지금은 산책을 자주 하면서 다른 강아지와 어울리고, 다른 견주들에게도 사랑받으면서 천천히 낯선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중입니다.

그리고 규봉이는 보호소에 있을 때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입양하고 매일 병원에 가서 진료받았던 기억이 있네요. 제가 잠자는 동안에 행여나 아프지 않을까 하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밤낮으로 돌보았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아픈 곳 하나 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4. 유기견을 입양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나 지녀야 할 태도가 있을까요?

유기견을 입양하고 싶으신 분들은 강아지가 성격적인 부분의 문제, 혹은 질병 등을 가지고 있을 수 있기에 고민을 충분히 하신 후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호소의 강아지들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트라우마로 인해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유난히 겁이 많고 예민한 성격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기견 입양 초기에는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여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돌봐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람에게 버림받은 강아지가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단순히 ‘유기견 보호소의 강아지가 불쌍해서 입양한다’에서 생각을 끝내고 결정하시면 안 됩니다. 입양한 강아지를 책임지고 끝까지 돌볼 마음으로 신중하게 결정하셔야 합니다.

5. 마지막으로 유기견 입양과 관련해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유기견을 입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 역시도 규봉이를 입양하고 좋은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규봉이를 키우면서 힘든 일들도 많았고, 저도 이를 통해 많이 배워 나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함께이기에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본다면 그 아이들이 저희에게 주는 사랑은 감히 헤아릴 수도 없어요. 유기견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강아지 입양을 생각 중이라면 보호소에 있는 아이들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규봉이처럼 유기견에서 반려견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유기견은 끔찍한 생을 보내다 안락사당한다.

애초에 유기견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정상적이고 또,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이를 위해서는 한참 잘못된 반려견에 대한 인식을 정립해야 한다. 최근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 급증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2016년 303건이었으나 2020년 992건, 2021년에는 1,072건으로 6년 사이에 3배 이상 늘었다. 검거 인원은 2016년 330명에서 2020년에는 1,014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하기도 하였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증가하였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우리나라는 개를 식용으로 길러 왔다. 그러므로 ‘가축’을 ‘가족’처럼 대한다는 인식에 대해 이질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일반적인 가축에 대한 시선과는 달리 유독 ‘개’에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에게 의문을 표한다. 하지만, 개와 가축은 뚜렷한 차별점을 갖고 있으므로 구분해서 바라보는 것이 맞다. 우선, 개는 가축이라는 범주에 속해 있지 않으며, 식약처에서 허가한 식품공전 목록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개는 가축이 아닌 엄연한 동물로서 동물보호법으로 보호받는 생명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반려’의 지위를 얻은 동물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개라는 존재는 그만큼 인간과 가깝게 지내며 수천, 수만 년간 유대감을 쌓아온 동물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을 감성적이고 논리적이지 못하다며 비난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인간이 겪어온 시간과 역사를 감성적으로 치부하는 이런 식의 비난은 아무런 효력이 없다. 소, 돼지, 닭과 같은 가축들은 축산물 이력 관리를 따라 안전하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우리 식탁에 오른다. 반면 관련 규정이 없는 개의 경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혀 관리되지 않은 도축장에서 어떠한 절차도 없이 도살된다. 배설물과 구더기가 들끓는 곳에서 항생제로 연명해 온 개를 섭취하는 것은 개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1978년 10월 15일, 파리 유네스코에서 세계 동물권리 선언문 공포되었다. ‘인간이 다른 동물 종의 존재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이 세상에서 모든 종이 상생할 수 있는 바탕이며, 인간은 모든 동물을 관찰, 이해, 존중, 사랑하도록 배워야 한다.’라는 내용의 선언문인데, 1978년부터 전 세계가 인지하고 있는 내용에 우린 여전히 무지하다. 물론, 세계 동물권리 선언문의 내용을 개에게만 적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완전히 불법인 개 도살을 비롯하여 우리가 가축들에게도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반려동물 보유세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2020년 1월 15일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검토를 포함한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하였으나 쏟아지는 반발 탓에 접어두었던 적이 있다. 반려동물 보유세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년 일정한 금액의 세금을 거두고 이를 동물복지 예산 등에 활용하는 세금이다. 높지 않은 금액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낼 수 있는 선에서 세금이 정해질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수가 850만이 넘어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 차원에서의 관리는 절실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의 의미를 정립하는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유기견 수를 줄이고, 유기견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반려동물 보유세를 유기견의 수를 줄이는 데에 유용한 제도로 사용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훈데슈토이어’라는 반려동물 보유세가 존재한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5만 원 내외이고 최대 20만 원을 넘지 않는다. 독일의 반려견 수는 약 800만 마리로 유럽 국가 중 가장 많지만, 유기견 수는 국가에서 파악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적다. 즉, 유기견에게는 중성화와 보호 시설 정비 등 체계적인 관리를 가능케 하고, 견주에게는 책임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좋은 취지와는 달리 반려동물이 더욱 많이 버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려동물 보유세를 내야 하기에 반려동물을 유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사람이 그 정도 비용과 책임조차 질 수 없다면 그가 진정으로 동물을 키울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재고해야 한다. ‘더 높은 차원에서의 유기견 문제 해결’을 목표 삼아 결단력 있는 제도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책임지는 사람들

 

박옥래 할머니는 어느 날 우연히 SNS를 통해 알게 된 분이다. 우울증, 디스크, 저혈압 등을 앓고 계신 75세의 할머니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유기견과 유기묘를 위해 제발 도와달라고 남긴 글은 처절했다. 할머니는 유기견과 유기묘를 보호하는 바람에 자식들과 연이 끊기기까지 한 상황이다. 할머니는 시골에서 유기견과 유기묘 100여 마리 이상을 혼자서 보호하고 계신다. 이곳은 시골에 있어서 봉사자들이 쉽게 갈 수 없다. 더욱 마음 아픈 것은 할머니가 유기견과 유기묘를 돌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할머니 댁에 일부러 개와 고양이를 유기하고 가는 사람도 매우 많다는 점이다. 할머니께서는 최선을 다해 유기견과 유기묘를 돌보고 계시지만 환경이 좋지 않다. 할머니의 거주 공간과 견사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다. 박옥래 할머니가 보호하고 계신 유기견과 유기묘의 대부분은 늙고, 병들고, 장애를 갖고 있다. 그러나 병원비는 비싸고, 할머니는 무력하다. 하지만 할머니에게는 이러한 환경이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이고, 유기견과 유기묘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몇몇 사람들이 매달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있지만, 개인 기부자들의 기부금으로는 정상적인 운영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다음으로 소소동산이 있다. 소소동산은 제주도에 위치한 보호소로 여성 소장님 한 분이 150여 마리의 섬에 버려진 유기견들을 보호하고 있다. 소소동산의 유기견들은 모두 중·대형견이다. 소소동산 또한 처음에는 몇 마리만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반복되는 유기로 인해 현재 150여 마리까지 늘어나게 되었다.

 

중·대형견은 입양이 소형견에 비해 잘되지 않고, 관리가 더욱 어렵지만 소장님께서는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보호소 공사 업체의 부실 공사로 인해 몇몇 개들이 탈출하고, 농약을 먹이겠다고 협박하는 주민이 나타나고, 마을에 보호소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으로 인해 개 농장이라는 오해를 사는 등 온갖 수모를 겪게 되셨다.

 

 

특히, 악성 민원 때문에 보호소의 존폐가 갈릴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아픈 아이들이 사용하는 창고 견사를 ‘창고’가 아닌 ‘축사’로 사용했다는 점 등을 들어 보호소를 없애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가축사육제한구역에 반려견과 방범견은 제외이고, 소소동산은 유기견을 팔기 위해 키우는 축사가 아니다. 만약, 보호소가 없어지게 된다면 150여 마리의 개들은 보금자리를 잃게 되고 안락사당하거나 다른 보호소로 옮겨진다. 과연, 소장님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150여 마리의 개를, 단순히 본인의 재미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보호하는 것일까? 책임지지 않을 사람들이 얹는 말과 행동들은 너무나 가볍고 또 무례하다.

 

 

누군가 한 생명의 삶을 추락시켰지만, 누군가는 그 삶을 구원하기도 한다. 아무런 의무 없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힘겹게 지고 있는 책임 덕분에 수만 마리의 유기견과 우리 사회는 현상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실상을 보며 느껴지는 감정은 슬픔이 아니라 분노다. 유기견들의 삶은 시작부터 끝까지 구석구석 인간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인간이 쥐고 있는 권리에 반해 책임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한민국의 ‘애견 사업’이 이렇게까지 된 이유는 특정 직업군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개를 선물하는 부모, 크리스마스에 맞춰 많은 개를 생산하기 위해 어미 개의 생리 주기와 발정기를 강제로 조절하는 번식장 주인, 작고 예쁘고 어린 강아지를 팔기 위해 경매장에서 개를 사는 펫샵 주인, 펫샵에서 개를 구매하는 사람, 개를 버리는 사람. 모두가 이 사태의 일부다. 단순히 ‘몰랐다’라는 말로는 만회할 수 없는 영역이 명백히 존재한다. 게다가 그 무지에는 생명이 달려있다. 그렇기에 무지는 죄다.

 

박시윤  yoon1081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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