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Hongik, First Hongik

 

홍익대학교는 A동, 와우관 리모델링, 아트 디자인 밸리 공사에 이어 새로운 지하 캠퍼스 설계안을 선정했다. 홍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정문인 홍문관에 이어 국내 최대 규모의 지하 캠퍼스가 들어서게 되었으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들을 설계에 불러들였다. <홍익대학교 혁신성장캠퍼스 국제지명 설계 공모>는 관련 예산만 4,410억 원에 이르는, 개교 이후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이다.

최근 많은 대학교에서 지하 캠퍼스를 개발하는 것은 용적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용적률은 전체 대지 면적에 대한 총바닥면적의 비율로, 쉽게 말하자면 대지가 건물로만 가득 차지 않도록 제한을 두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 용적률에 계산되는 총바닥면적은 지상 면적만 포함한다. 지하실은 무한으로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지하실이 꼭 답답하지만은 않다. 우리나라 건축법은 지하층을 ‘건물 바닥에서 지표면까지 평균 높이가 해당 층 높이의 2분의 1 이상’인 층이라 규정한다. 경사진 땅에 건물이 반만 잠기도록 짓는다면, 이용자가 1층이라 느끼는 층이 법적으로 지하층일 수 있는 것이다. 이화여자대학교 ECC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쉽겠다.

이번 공모는 홍익대학교에서 선정한 5명의 건축가, David Cipperfield, Herzog & de Meuron, OMA, Renzo Piano, SANNA 가 참여했다. 이 다섯 건축가는 모두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한 공모전에 다섯 명의 프리츠커 건축가들이 참여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전무하다. 프리츠커상은 ‘건축가의 노벨상’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근현대 건축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수상하는 상이다. 81호 건축해부도감은 5명의 건축가가 제안한 새로운 홍익대학교를 소개한다.

 

⟡ David Chipperfield

 

치퍼필드의 설계안은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관심이 덜했던 설계안이다. 하지만 이 건물의 숨은 매력은 구조에 있다. 천장을 한 번 올려다보자. 치퍼필드의 설계안은 와플 구조를 사용한다. 와플 구조, 말 그대로 와플과 같은 형태로 천장을 만든 것이다. 와플 구조는 내부 공간을 넓어지게 해줄 뿐만 아니라 사용되는 재료 양도 줄여준다. 천장 안에 추가 설비를 넣을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준다. 또한 마감재를 추가하지 않아도 그 모양 자체가 예뻐서, 공사비도 줄여줄 수 있는 착한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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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지상층에 기둥이 없다. 기둥이 없다는 말이 얼마나 인상적으로 들리는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 규모의 건물을 기둥 하나 없이 세우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홍문관도 테이블만 한 기둥들이 박혀 있다. 그럼, 치퍼필드는 어떻게 건물을 공중에 띄웠을까? 우선 철근 콘크리트로 2개의 코어를 만들었다. 보통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나 기계 설비가 들어가는 공간을 코어라 부르는데, 코어는 건물을 바르게 세우는 역할을 해준다. 두 코어 위에 철골 트러스를 얹은 후에, 거더를 연결했다. 각 건물은 이 거더에 매달려 있는 형태다. 복잡한 구조지만 이를 통해 완전히 열려 있는 지상층을 만들 수 있었다.

건물 구성은 비교적 명확하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홍문관 방향에는 아트 센터, 그 옆에 강의동을 두었고, 가장 안쪽에는 스타트업 임대를 위한 메이커스스페이스를 두었다. 3개의 작은 건물을 받치고 있는 큰 건물이 하나 있다. 큰 건물은 A동의 지면 레벨과 이어지도록 해서 캠퍼스 외부 공간을 더욱 넓혔고, 작은 건물들도 지하를 통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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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자체가 순수하고 단아하다. 통일성 있는 외피 디자인 덕분이기도 하지만, 재료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치퍼필드는 외피에 글라스 세라믹을 사용했다. 전체 외피가 재활용 유리로 만들 수 있게 계획되었고, 오묘한 반투명 빛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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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rzog & de Meuron

 

헤르조그와 드뫼롱(이하 헤르조그)의 설계안은 큰 고리 모양을 하고 있다. 자연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지하를 크게 뚫었다. 이는 건축에서 흔히 사용되는 녹지 조성 방식이다. 지하 공간을 열어서 빛과 공기를 불러들이는 방식, 전문 용어로는 썬큰이라 한다. 헤르조그의 썬큰은 물을 채운다면 인공 연못이 될 수 있고 물을 뺀다면 운동장이나 이벤트 공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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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구성도 한 번 살펴보자, 썬큰을 덮고 있는 링은 지하 캠퍼스 외부와도 연결되어 있다. 2층에서 문헌관, 아트 디자인 밸리와 같은 건물에 구름다리를 지어 새로운 지하 캠퍼스를 원래의 캠퍼스 건물과도 연결했다. 이 공간들에서는 어떤 활동이 일어날까? 건물을 크게 4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기능을 부여했다. 4개 영역은 각각 강의실, 교수실, 메이커스페이스, 미술관이며, 수직적으로 같은 기능이 이어지도록 배치해서 효율적인 동선을 만들 수 있었다. 또한 기존 건물의 배치를 고려했다. T동은 메이커스페이스, 아트디자인 밸리는 미술관과 연결 지었다.

옥상에 있는 특이한 건물들이 눈에 띈다. 헤르조그의 건축 철학은 ‘모든 종류의 형태와 재료들의 관습적인 용도를 뒤집고, 지역과 용도의 특성에 맞게 해석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래서 유독 실험적인 디자인을 많이 시도한다. 새 둥지를 닮은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물결치는 모양의 엘프 필하모니 미술관 모두 헤르조그 작품이다. 홍대에는 상징적인 오브제들을 두었다. 앞서 정의한 4개의 영역에 랜드마크를 각각 하나씩 올려서 공간의 구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내고, 캠퍼스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를 제공했다. 모양은 트럼프 카드를 세워놓은 것과 닮았다. 헤르조그의 다른 작품인 ‘더 피크 도산’의 디자인과도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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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MA

 

아무것도 없는 대지를 주고, 건물을 만들어보라 하면 어디에서부터 생각해야 할까? 각 건축가는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 누군가는 내부 공간에서부터 시작하고, 누군가는 외부의 조형에서부터 시작한다. 내 땅이 아니라 주변 맥락부터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OMA가 마지막의 경우다. OMA는 이번 공모전의 5개 사무소 중 유일하게 도시 규모의 설계를 다뤄본 사무소로, 그 이름도 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 도시(metropolis)에 큰 가치를 둔다.

이 땅에 한 때 와우산만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산을 깎아 캠퍼스를 만들었고, 흙을 드러내 운동장을 만들었다. OMA는 와우산을 다시 만든다. 홍문관의 대지 레벨과 와우산 레벨을 크게 연결했다. 다음에 홍문관, 체육관, 아트 디자인 밸리, 와우관, 문헌관을 서로 이어지는 길을 냈다. OMA의 길이 우리 학교의 주요 대지 레벨인 홍문관과 문헌관을 연결할 뿐만 아니라 와우관 4층 테라스를 아트 디자인 밸리까지 끌고 내려오는 것이 나름의 재미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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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복잡하게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크게 봤을 때 연구실, 편의 시설, 메이커스스페이스가 주요 구성이 된다. 연구실은 용도를 고려해 현재 제3공학관과 인접하게 두고, 학생 식당, 서점 등이 들어서는 편의 시설은 중앙에 배치했다. 메이커스스페이스는 아트 디자인 밸리와 이어질 수 있도록 오른쪽에 두었다. 이 공간들은 서로 얽혀서 더욱 풍부한 공간들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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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운동장이 있는 위치에 지하 캠퍼스가 들어서면 앞으로 대동제가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가 학생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OMA가 상상하는 대동제는 이렇다. 주점과 공연장이 분리되어 운영되는 현재 방식을 바꾸고, 둘을 서로 섞어준다. 새로 만들어지는 캠퍼스에서는 부스와 무대를 다양한 위치에 설치해서 서로 간의 우연한 만남을 만들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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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nzo Piano

 

건물 전체가 커다란 우주선과 같다. 렌조 피아노는 대표적인 하이테크 건축가로 잘 알려져 있다. 하이테크 건축은 건물의 구조와 기능 자체를 디자인으로 활용하는 건축 방식을 말한다. 파리의 퐁피두 센터가 대표적인 하이테크 건축물이다. 이러한 접근이 지하 캠퍼스 설계에도 잘 드러난다. 외관 전체를 유리로 둘러 투명성을 강조하고 건물의 구조와 기능을 보여줬다. 두꺼운 기둥을 사용하지 않아 훨씬 가벼워 보이도록 만들기도 했다. 내부 공간들은 가운데 있는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데, 정원과 접하는 면 또한 환하게 열려 있도록 해서 다양한 시선의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많은 사람이 지나는 정문의 천장에는 캔틸레버 구조를 사용했다. 캔틸레버 구조는 한쪽 끝만 고정하고 다른 쪽은 받히지 않은 보를 뜻한다. 책상 끝에 연필을 걸쳐 놓고 눌러주면서, 반대쪽을 튕겼을 때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겠다. 한쪽을 누르는 힘으로 양쪽을 다 지탱해 준다. 이런 구조를 통해 지붕의 가운데를 지지하지 않고도 공중에 띄울 수 있었다.

건물 전체를 유리로 덮어 버리면 구조적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건물 자체의 무게도 있지만, 고층부에 올라가는 책상과 의자, 사람, 컴퓨터의 무게만 생각해도 상당할 것이다. 피아노는 하중 부담이 큰 주차장, 수영장, 실험실은 아래에 배치하고 올라갈수록 무게 부담이 덜 하도록 했다. 여기에 적절한 구조 부재를 더해 건물이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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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는 학생들이 홍문관에서부터 바로 지하 캠퍼스의 중앙 광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였다. 이 광장은 박물관, 강당, 레스토랑과도 연결되며, 이 공간은 학생뿐만 아니라 서울 시민들도 모일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광장’이 될 것이라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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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NNA

 

SANNA의 디자인 전략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곡면의 유기적인 형태를 이용하는 것이고, 하나는 작은 박스 모양의 건물을 쌓는 것이다. 전자의 예시로 롤렉스 러닝 센터(Rolex Learning Center)가, 후자의 예시로 모리야마 하우스(Moriyama House)가 있다. 지하 캠퍼스는 후자의 경우이다. 각각의 건물을 만들 때는 도시적 맥락을 고려했다. 학교 앞 홍대 거리에는 조그만 건물들이 주가 되는 편인데, 우리 캠퍼스는 홍문관, 제2기숙사, 와우관 등 크고 높은 건물도 있다. 둘 사이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중간 크기의 건물을 만들어 이은 것이다. 가장 큰 건물이 문헌관의 가로세로 폭과 비슷하다.

각 건물에는 현재 캠퍼스의 배치와 유사하도록 각각 다른 단과대를 배정하였다. 저층부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미술관, 학생 식당을 두고, 위로 올라갈수록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강의실, 연구실, 실험실 등을 두었다. 다른 건물들보다 높게 솟은 건물들이 있다. SANNA는 이 건물들을 ‘랜드마크 타워’라 불렀다. 이 랜드마크는 캠퍼스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하면서 환한 학습 공간들을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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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건물들을 이용하면 채광과 통풍이 좋아지는 것이 당연한 장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건물 사이에 재밌는 공간이 여럿 생긴다. SANNA는 이 공간에 다양한 외부 공간을 만들었다, 한가운데 대동제와 같은 큰 행사를 할 수 있는 중앙 플라자가 있고, 이 플라자를 바라보는 작은 테라스들이 있다. 이 테라스들이 또 활동적인 테라스와 독립적인 테라스로 나뉘어, 때로는 운동을 하고, 때로는 조용히 쉴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서 SANNA의 지하 캠퍼스 설계안은 각 공간의 세세한 환경에 어떤 식물을 심어야 적합할지까지 생각해서 제시했다. 물망초, 카멜리아, 튤립, 밀크위드에 단풍나무 ⋯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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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은 초청건축가 선정(2023. 07. 12.)부터 당선작 발표(2023. 10. 30.)까지 약 4달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심사위원 또한 쟁쟁한 건축가들로 이루어졌다. 이토 도요오(Toyo Ito, Toyo Ito & Associates), 사라 화이팅(Sarah Whiting, Harvard University), 임마누엘 크리스트(Emanuel Christ, ETH Zurich), 존 홍(서울대학교), 강미선(이화여자대학교), 다니엘 바예(Daniel Valle, Daniel Valle Architects), 임채진(홍익대학교)이 심사를 맡았으며, 심사위원장인 이토 도요오 역시 프리츠커상 수상자이다.

 

[사진21] 이토 도요오

[사진22] 사라 화이팅과 존 홍

 

홍익대학교는 도시에서의 미래 비전, 입체적인 외부 공간, 시설 간 융합, 풍부한 공유 공간, 편의 공간 구성을 주요 설계 지침으로 제시하였으며, 이러한 기준에 따라 OMA를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새로운 지하 캠퍼스는 2025년 착공하여 2029년 완공할 전망이다.

정휘진, 김언지  challenz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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