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학교를 오가다 독특하게 생긴 조각상들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또 야외 조형 전시 시즌이 되면 색다른 조형물이 교내에 설치되기도 한다. 이렇게 홍익대학교의 풍경은 수많은 조각품이 혼재되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조형물의 다수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어, 잘 알지 못하는 학우들이 많다. 이번 학내 코너에서는 학교의 조형물을 소개하고 감상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다. 함께 홍문관부터 D동 후문까지 필자와 걸어가며 다양한 장소에 있는 조형물들에 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먼저 학교 정문에 들어서서 공학관 방향으로 걸어 들어와 보자. 새로 지어진 와우관 왼편으로 공학관 건물의 장식 콘크리트가 눈에 띈다. 입면은 점과 선을 반복한 패턴에 문양의 자리를 관통하여 파내는 투조 기법을 사용했다. 그 아래로 평면 재료에 높낮이를 주어 조각하는 부조로 표현된 석조 작품 하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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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공학관 부조>

 

가로 3M가 넘는 길이의 작품이다. 부조는 평면 회화와 입체 조각의 경계에 있는 조형 미술로 동서양을 통틀어 2만 년이 넘는 역사가 있는 가장 오래된 형태의 조각 기법이다. 작품에 조각된 것을 자세히 보면 해, 산, 강물, 나무, 구름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십장생에서 자연물에 해당하는 요소이다. 대상을 단순하고 투박하게 표현한 작품은 조각 위 건물의 입면으로 장식된 콘크리트 벽돌의 밀도 높은 패턴과 대비되면서도 어우러진다.

 

과거 축제 때 꽃을 꼽기도 했다는 <감대>도 부조 근처에서 볼 수 있다. 신라 토기의 모습과 질감을 살려 주조된 모습과 금속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니 함께 보면 좋겠다. 와우관 앞의 녹지를 뚫고 걸어가다 보면 건너편 녹지에서 나무로 된 원형 벤치가 언뜻 보인다. 이 원형 벤치 위에 나영주 열사 추모 홍익 기념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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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주 열사 추모 홍익 기념탑>

 

탑은 4.19 민주혁명 과정에서 돌아가신 나영주 동문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03년 4월 18일에 동문인 김봉준(조소 75학번) 작가가 제작했다. 당시 학교, 교수, 직원, 재학생, 동문 등 구성원의 기금을 모아 제작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탑의 경우 층수에 따라 그 의도가 달라지는데 불교에서 탑은 홀수개로 만들지만, 홍익 기념탑은 4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홍익 기념탑이 기념비로서의 의미를 가진다는 뜻이다. 탑에는 학생운동과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는 글과 그림이 새겨져 있다. 다만 시선이 닿지 않는 높이에 설치되어 있어 자세한 감상은 어렵다. 교내의 작고 깊은 녹지 중 한 곳에서 20년 가까이 자리하고 있는 이 탑은 그 이야기를 아는 이는 많이 없지만 절묘한 위치에 탑이 있다는 모습을 넌지시 보여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탑을 본 다음 그 길을 따라 조금만 더 걸으면 붉은색의 긴 철제 하나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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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미소>

 

영원한 미소는 높이 8m, 본관 앞 많은 학생이 오가는 곳에 있다. 1971년 Tal Moon Streeter 교수가 디자인했다. 그는 교환교수로 본교 미대 조소과에서 강의했다. 1972년 제작되어 파손 기간을 포함해 50년 이상 되어가는 작품이다. 바람이 불면 화살 부분이 회전하는 이 조형물은 인체의 기하학적 형태에서 착안했다. 홍익대학교의 건학이념인 홍익인간의 정신을 상징하여 인간성에 대한 끈질긴 집념과 무궁한 발전 그리고 영원한 전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영원한 미소는 파손된 상태로 장기간 방치되어 있다. 2021년 2월 17일 영원한 미소가 추락한 이후 현재까지 복구가 연기되고 있고 많은 비판과 함께 상황을 희화화하는 작품이 인근에 설치되기도 했다. 본교 관제팀은 “학교 물품 납부 차량과 영원한 미소가 부딪혀 파손됐다”라고 설명했고 원상복구 및 재건을 둘러싼 분쟁이 진행 중이다.

 

영원한 미소는 파손 이후 3년간 방치가 이어지면서 원형을 보지 못한 학생이 대다수다. 최근 완공된 아트 밸리부터 2025년 착공에 들어갈 지하 캠퍼스 조성까지 홍익대학교는 새 단장이 한창이다. 건물과 길에 대한 재고도 중요하지만, 랜드 마크로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공공 조형물도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원한 미소의 방치된 모습에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본관을 향해 계속 걸어가 보자. 유리와 철재로 만들어진 사각뿔 조형물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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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관 앞 작자미상의 조형물>

 

2010년 로드뷰를 보면 이 조형물은 사진 속 검은 태 아래의 기단부만 설치되어 있었다. 피라미드 부분은 빨간 금속 피라미드 골조 두어 개만 보이는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는 하얀색 골조와 유리로 마감한 면으로 처리된 조형물 10개 이상이 줄지어 놓여있다. 학교 조형물의 특징인 빨간색, 철골, 단순한 기하학적 모양이라는 점에서 학교의 상징 조형물 중 하나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몇몇 기단부에는 화분이나 작자 미상의 조형물이 올려져 있고 졸업 전시나 야외 설치 과제가 진행될 때 학생작품들의 작품이 자주 설치되고 있다.

 

기단부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그 위에 올려진 또 다른 조형물이 T동 옥상 다리 근처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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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배에 사용되는 프로펠러와 기계의 부속품을 연상하는 형상을 하고 있다. 반으로 나누어 아래는 원의 중심을 기준으로 프로펠러처럼 나누어진 판들이 조형물을 지지하고 있다. 철제를 절삭하고 용접해서 가공한 뒤에 볼트와 너트를 이용해 중앙을 연결했다. 하지만, 이 조형물은 별도의 설명이 없고 중앙의 화분에 가려져 방치된 것처럼 보인다. 눈에 띄는 장소에 장기간 자리 잡고 있었으나 단순한 모양과 색 때문에 작품 자체가 강조되지 않는 것이다.

 

기단부들을 따라 열의 끝 언저리로 걸어가 보자. 도로 가운데에 원기둥 모양의 두 개의 하얀색 조형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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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이 작품은 조소과 최기원 교수가 1974년에 PVC 파이프를 이용해 제작했다. 두 개의 조각이 한 조를 이루며 각 파이프의 조그마한 차이, 즉 조그만 도약이 쌓여 커다란 차이를 만듦을 보여준다. 학교에 많은 조형물이 있지만, 그중 학교의 길목에 있는 조형물은 <발전>이 유일하다. 학교의 가장 큰 보도에 있어 많은 학생이 지나는 곳이지만, 외향이 독특하지 않아 조형물인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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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모습>

 

그런데 조형물을 자세히 보면 겉면의 상태가 눈에 띈다. 특히 조형물에 홍보물과 스티커가 붙은 자국이 남아있고 파이프의 외피가 벗겨져 금속 내피가 드러난 모습이 보인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있어서 그 모습이 특히 눈에 띈다.

 

A동 카페 드림 입구 근처로 가면 작자 미상의 작품들과 함께 한때는 조각상이었던 작품들의 잔해들이 남아있다. 이들은 학교 측에서 정식으로 공표한 조형물은 아니기에 작품에 대한 별도의 설명 없이 방치되어 있다. 하지만 독특한 재료와 모양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필자가 방문한 당일엔 은행잎이 져서 작품과 잘 어울렸다.

카페 나무를 지나 걸으면 미술대학이 나온다. 1층으로 들어서면 독특한 모양의 나선형 계단이 정중앙에 있고 그 아래로 석조상 하나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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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가족상 청동 인물상>

 

본래 본관 앞 잔디밭에 있다가 미술대학 안으로 옮겨진 작품이다. 누워있는 소 주위를 한 가족이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홍익대학교가 선택한 상징 동물은 누운 소인데 이는 본교가 누워있는 소 모양을 한 와우산을 등지고 있기 때문이다. 누운 소 모양을 한 산이 학교의 구성원들을 굽어보는 여유로움을 담고자 했다고 한다.

석조는 돌로 만들어진 석상을 의미하는데, 이는 그 역사가 고대문명에서부터 이어온다는 점에서 유구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돌이 가진 거대한 중량감은 많은 조각가를 사로잡았고, 돌의 출처에 따라 그 질감과 기법이 달라지는 것 또한 매력적이다. 주요한 석재 재료로 대리석과 화강암이 꼽힌다. 위의 조각상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화강암이 사용된다. 경주의 석굴암이나 대다수의 석불 탑도 화강암을 이용해 석조로 제작되었다.

 

미술대학 내에는 와우 가족상 청동 인물상 외에도 다양한 조각들이 보관되어 있으므로 작품 설명문과 함께 구경해도 좋겠다. 미술대학을 나와 Z동 옥상 입구로 걸어가 보자. z동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주도로의 건물로 이동할 때 꼭 보게 되는 조형물 하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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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동 옥상에서 보이는 하늘과 도심 풍경을 배경으로 설치되어 있고 학교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선이 강조된 골조로 만들어진 조형물이다. 외형을 살펴보면 홍익 글자를 ‘ㅇ’으로 연결했고 글자의 일부가 연장되어 문지방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영원한 미소가 부재한 지금, 많은 방문객이 방문 인증 사진을 많이 찍어가는 곳이다.

 

Z동 입구를 지나 조금 더 걸으면 철제 조형물 하나가 눈에 띈다. 조형물 뒤편에는 야외 자판기와 독특한 모양의 책상과 의자 조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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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입방체가 중심에 있고 그 아래에 긴 삼각기둥이 기단부 위에 올려져 있다. 철판을 용접해 만든 작품이며 별도의 설명문은 없지만 다른 조형물과 비교해 봤을 때 변색이나 이끼 자국이 있는 편이다.

 

 

후문으로 갈수록 학교의 상징 조형물의 개수는 현저히 적어지고 주로 방치된 조형물들의 개수가 많아진다. 조형물들이 학교의 경관을 해칠 만큼 많진 않지만, 작가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관리가 소홀해지고 작품에 대한 별도의 설명이 없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이제 D동 후문으로 걸어 나오면서 조형물 하나를 보며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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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이고 선으로 된 철제 골조로 만들어져 학교 상징 조형물로서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두 개의 석조 의자가 근처에 있지만 작품과 가까워 잘 이용되지 않는다. 작품에 대한 별도의 설명문이 없어 그 밖의 정보는 알 수 없다.

 

교내에서 보았던 다양한 조형물들을 떠올려보면 여러 조각상들이 교내에 있다는 것은 흥미롭지만, 그중 몇몇은 새 단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장기간 설치되는 조형물도 있지만, 홍익대학교는 매년 졸업 전시나 과제의 일환으로 단기간에 야외 조형 작품을 설치하기도 한다. 이 경우 학부생들은 야외에 조형물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다음 학부생 인터뷰를 통해 교내의 야외 조형물과 그 특성을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자.

 

 

<22학번 동양학과 손하영 학우 인터뷰>

1.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홍익대학교 동양학과에 재학 중인 22학번 손하영이라고 합니다.

 

2. 23년 2학기에 학교 내에 야외 조형 작품을 설치한 것으로 알아요, 간단한 작품소개 부탁합니다.

네, 이번 학기 작품은 야외 설치 작업으로 프로젝트 이름은 <안티포비즘>입니다. 이름처럼 공포심으로부터의 해방, 보호를 표현한 작품이에요. 소도로 투박하게 구역표시를 한 구역 내에는 두려움으로 해방될 수 있는 ‘나의 공간’이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가 자주 다니는 학교도 저의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학교 내에 설치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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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야외 설치 작품이라는 점에서 다른 조형물들과 달랐던 점이 있을까요?

내부에 설치할 때는 제가 만든 조형물 그 자체가 완성인 거잖아요. 만든 그대로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거라서 작품 외에 고려할 게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외부에서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설치 장소와 설치 방법까지 고려해야 하더라고요. 장소에 따라 매듭을 묶는 방법까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내부에 조형물을 만들 때와는 다른 준비 단계가 추가로 필요했던 것 같아요.

 

4. 외부 설치 작품을 설치한 뒤 관리하고 철거할 때 특별한 관리나 주의 사항이 있을까요?

관리와 철거 자체는 설치와 비슷했어요. 하지만 준비 단계에서 생각을 많이 했었고, 교수님께 조언도 받았어요. 계절에 관해 얘기를 들었는데요, 아무래도 겨울이다 보니 바람이 많이 불 수 있다며 조형물이 훼손되거나 날아가지 않도록 매듭 방식을 연구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물이 닿으면 먹그림이 지워질 수 있기 때문에 강수 여부에 대해서도 말씀하셨고요. 이것들을 신경 써서 작업했습니다.

 

5. 학교 내에는 다른 조형물들도 많이 있는데, 이런 작품들의 설치와 관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를테면 영미(영원한 미소)는 학교의 상징물이고 부서진 지가 한참이 됐는데도 그냥 그대로 방치되어 있잖아요. 학생들 사이에서도 언제 고쳐지느냐는 말도 많고요. 관리가 안 되는 대표적인 예인 것 같아요. 일차적으로는 이런 조형물들의 관리가 먼저 진행되었으면 하네요.

 

 

손하영 학우의 <안티포비즘>이 특정 공간을 점유하는 것처럼 야외 조형물은 독립적인 성격의 실내 조형물보다 특정 장소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조형물을 학교에 설치하는 이유는 건축물의 미관을 장식해 주는 역할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형물이 친밀감과 상징적인 장소로서의 ‘랜드마크’로 기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각은 건물이나 도로 같은 요소와는 달리 특정의 기능이나 유용성이 없다. 이는 도시공간과 차별화되고 공간을 초점화한다. 같은 이유로 교내에 조형물을 설치한다. 학교는 주변 도시와는 다른 어떤 이념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공간임을 보여주기 위해 내부에 조형물을 설치한다. 조형물은 수목, 광장, 기념비, 탑, 분수 등 여러 가지 요소와 관계되기도 하지만 순수 조형물에 가까울수록 더 강한 초점이 된다.

우리 학교에 있는 다수의 조형물은 순수 조형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상징적 역할이 강조된다. 그러므로 교내에서 상징 조형물을 설치할 때는 교내의 특성이 잘 반영된 형태와 규모인지, 적절한 설치 장소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교내의 상징 조형물은 붉은 철제를 사용하거나 소의 형상을 사용하는 식으로 홍익대학교의 상징성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몇몇 작품들은 적절한 관리가 진행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생기게 하기에 우리는 적절한 조치를 바라게 된다.

본 글을 통해 학교의 주 보도를 통해 걸으며 본 것들 외에도 다양한 조형물들이 학교에 있다. 조형물 외에도 작은 분수나 건물의 입면처럼 조형적 요소가 가미된 작품도 볼 수 있으므로 교내를 직접 걸으며 숨어있는 다른 조형물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이수민  clara_s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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