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고 사람들의 소비가 점점 증가하는 지금, 자신의 소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소액 대출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찾는 서비스 중 하나인 일명 ‘리볼빙’은 현재 내야 하는 돈의 일부만 지급하면 연체를 막아주는 좋은 서비스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부만 결제’, ‘최소 결제’ 등의 유혹적인 키워드만 보고 리볼빙을 선택했다간 몇 개월 만에 불어난 당신의 빚에 절망할지 모른다.

리볼빙이라는 단어는 회전(revolving)이라는 영어단어에서 유래했다. 회전한다는 의미와 같이 리볼빙은 서비스를 신청한 회원에 한하여 카드 대금 전액 중 일정 비율(10%부터)만을 지불해도 다음 달 카드 한도 금액 내에서 신용카드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이름만 보고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금융 당국에 의해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이라는 공식 명칭을 가지고 있다. (이하 ‘리볼빙’으로 통일.) 리볼빙을 신청하게 되면 본래 본인이 내야 하는 대금 200만원이 있을 때, 20만원만 카드사에 납부하더라도 다음 달 신용카드를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리볼빙은 대출 상품으로 구분되지 않아서 카드 대금을 모두 갚지 않고 일부만 상환하더라도 연체로 분류되지 않는다. 카드사는 이를 일컬어 ‘당월 결제 예정액이 차기 이월된다.’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사실상 그 부분만큼을 카드사로부터 대출받는 것과 다름 없다. 대출과 차이가 있다면 리볼빙은 단기적으로 이용했을 때 신용 점수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이 서비스는 사용하는 신용카드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바로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다른 상품과 달리 손쉬운 접근이 가능하다. 신청한 이후에도 본인의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지출이 가능하기에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리볼빙에는 이자율이 매우 높게 형성되어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현재 법정 최고 금리는 연 20%임에도 리볼빙의 평균 금리는 연 16%를 웃돈다. 만일 본인이 저신용자라면 이자율은 연 19%까지 올라간다. 큰 이자율과 더불어 더 문제가 되는 점은 리볼빙의 대출 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한 달을 주기로 금액은 불어나게 되는데, 2, 3번 연달아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원금 뿐 아니라 다달이 쓰는 돈의 일부도 계속 이월되어 갚아야 할 금액이 늘어나게 된다. 원금과 수수료, 이자, 이월 금액까지 모두 더한다면 총 상환해야하는 돈은 몇 달만에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

리볼빙과 비슷하게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는 몇 가지가 더 존재한다. 현금 서비스라고 불리는 단기 카드 대출과 카드론이라고 불리는 장기 카드 대출이 리볼빙 이외의 카드 금융에 속한다.

먼저, 현금 서비스(단기 카드 대출)는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담보 없이 카드 이용액의 40%까지(최대 800만원) 대출해 주는 상품이다. 단기라는 단어를 보면 알 수 있듯 대출 기간은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을 가지고 있으며 ATM기나 콜센터를 통해 현금을 바로 수령 가능하다. 하지만 대출로 구분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대출 즉시 상환한다고 하더라도 신용 점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음으로, 카드론(장기 카드 대출)은 현금 서비스와 유사하게 카드사에서 진행하는 무담보 대출 상품이다. 현금 서비스와의 차이는 기간과 한도인데 카드론은 최대 5년 이내에 원금과 이자를 갚는 형태를 띠며 최대 5000만원까지의 높은 한도를 가진다.

새롭게 소개한 2개의 상품은 제2금융으로 분류되는 카드사에서 진행하는 ‘대출’ 상품이다. 따라서 상품을 이용하기만 해도 제1금융의 대출은 어려워진다. 또한 제1금융에서 대출할 여건이 되지 않아 제2금융에서 대출받은 것으로 간주되어 신용 점수가 크게 하락한다. 그러나 리볼빙은 대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것만으로는 신용점수가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리볼빙이 더 나은 상품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돈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리볼빙이 신용 점수에 훨씬 치명적일 수 있다.

신용 점수가 떨어지는 것 외에도 3가지 항목은 공통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편에 속한다. 리볼빙은 사용자에게 유연한 상환 기간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대출 상품들은 무담보로 진행하기 때문에 평균 연 13~19%의 높은 이자를 가진다. 여기서 카드사는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정도에 비례하여 이익을 취하게 된다. 결국 카드사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끌어들여야기에, 3개의 상품을 이용한 공격적 마케팅을 진행한다. 관련 홍보 전화나 문자를 다수 보내거나, 앱이나 홈페이지 등 노출이 많은 곳에 해당 상품과 관련된 광고를 걸어 노출 횟수를 늘리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카드사의 마케팅 때문일까. 최근 리볼빙을 소비하는 사용자와 그 금액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리볼빙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이유는 카드사 단독의 원인은 아닐 것이다. 다르게 찾을 수 있는 리볼빙 이용 상승의 원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고물가, 고금리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고물가, 고금리 기조가 몇 년째 지속적으로 유지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보다 높은 3%를 나타내고 있다. 필요한 생필품 및 음식, 서비스 가격의 상승은 소비자가 소비를 줄일 뿐 아니라 가계가 신용카드 결제 대금을 완납하는데에도 부담을 준다. 이런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리볼빙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늘어난 리볼빙 사용자와 더불어, 한국 은행은 기준 금리 인상과 같은 통화 긴축정책을 펼치고 있다. 기준 금리가 인상되며 리볼빙의 금리도 함께 증가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리볼빙의 사용액도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실제 2023년 10월 말 기준, 리볼빙 사용액은 7조 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인 2022년 7조 3000억원보다 2000억원이 증가한 금액이다.

두 번째로 풍선효과를 들 수 있다. 풍선 효과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일컫는 단어이다. 금융 당국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정 강화의 풍선효과로 리볼빙 서비스 이용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DSR이란 차주의 상환능력 대비 원리금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지표이며, 총부채원리금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DSR의 부채금에는 주택담보대출, 할부, 신용카드 등의 모든 대출 원리금이 포함된다. 그런데 금융당국은2022년 7월을 기준으로 DSR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본래는 가계 대출의 합이 2억 원을 초과할 경우에만, 연간 상환 금액을 소득의 40% 미만으로 제한하였으나 이 기준을 2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대폭 낮췄다. 예를 들어, 연 소득이 1억이며 대출이 1.2억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더 빌리고 싶다고 할 때, 규제가 강화되기 이전에는 큰 제한 없이 대출이 가능했지만, 바뀐 규정에 따르면 대출을 더 하고 싶어도 연 상환금이 연 4천만원(소득의 40%)으로 제한되어 대출을 받지 못한다. 또한 금융당국은 본래 DSR 부채금에 포함되지 않았던 카드론까지 DSR의 부채금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카드론이 DSR 산정에 추가되면서 소액 가계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사람들은 DSR 규제를 받지 않고 대출로 분류되지 않는 리볼빙을 선택하게 되었다.

세 번째는 현대인들의 소비 방식과 인식 문제다. 20대의 리볼빙에 대한 인식은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실제 20대의 리볼빙 이용 비율도 늘어가고 있다. 현대로 들어오면서 SNS가 활성화되고 SNS에서 자신이 버는 돈으로 감당하지 못할 과시, 모방 소비를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과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은 현실에서 돈이 없더라도 SNS 상의 본인을 매번 명품으로 치장하는 부자라고 생각하며 만족감을 느낀다. 또한, 극단적으로 많은 돈을 소비하지 않더라도 현재 ‘감정’에 따라 물건을 소비하는 방식이 만연해졌다. 사람들은 소위 ‘예쁜 쓰레기’라고 불리는 각종 캐릭터 상품을 소비한다거나, 매년 비슷하게 출시되는 MD 상품들을 구매한다. 그 상품을 소비하는 행위 자체에서 행복을 찾으며 정작 구매한 상품들은 사용하지 않는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이 중요한 ‘플렉스’ 문화가 유행이 되기도 했다. 사람들은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불필요한 물건 구매를 무분별하게 반복하며 소비에 관해 깊게 인지하지 않고 간편하게 손가락을 몇 번 움직여 상품을 구매한다. 자신이 얼마를 쓰는 지도 모르는 채 쌓여간 신용카드 대금은 본인의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게 되고 이 대금을 갚기 위해 미래의 일을 외면해 두고 리볼빙을 택한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리볼빙으로 당장의 대금을 막았음에도 계속해서 소비를 진행하는 소비 방식이다.

위의 글들을 통해 리볼빙이라는 게 무엇인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대략적인 정의와 배경을 알았다면 이제 구체적으로 몇몇 사람들의 사례를 살펴보며 많이 일어나는 리볼빙의 문제점을 짚어보도록 하자.

김언지  hs586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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